## 2화. 뒷방 후궁이 되고 싶어
사람들이 날 보는 시선은 대게 공포와 두려움이다.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시선이 호승심?
서럽진 않았다. 무림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악명 높은 사람으로 산다는 게 다 그렇지 뭐.
어쨌든 결론은, 난 오히려 지금 저 남자가 날 쳐다보는 시선. ‘저 희한한 건 뭐지?’란 시선에 더 익숙하지 않다는 거다.
우울한 인상이긴 하지만 천소여도 나름 미인인데. 보기에 그렇게 이상한가? 아니, 근데 미인이 아니라 해도 저런 시선은 실례 아냐?
나는 얼결에 손을 올렸다. 내 얼굴을 더듬어보기 위해서.
그 순간. 남자의 주위에 몇 명의 숨은 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눈동자가 그 기척들을 따라 한 번씩 딱 딱 끊어지듯 이동했다.
좌측에 둘. 우측에 셋. 나무 뒤에 하나. 동서쪽에 하나. 수풀 뒤에 하나.
내공이 사라진 탓에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기척을 읽기 어렵지만, 가만히 집중하면 가능했다.
내 눈에 제대로 보이는 건 남자 한 명이지만, 저 남자의 주위로 보이지 않는 호위가 여럿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게 실수였을까. 내 시선을 받은 호위들이 싸늘해지는 게 느껴졌다.
내가 자기들의 기척을 알아챘다 여기고 긴장하는 게 분명했다.
안 되지, 안 돼. 아직 내 무공을 되찾지 못했어. 지금은 싸우면 안 돼.
아니, 무공을 되찾아도 이젠 안 싸울 거야. 난 당분간 조용하고 평온하게 뒷방 후궁으로 살아갈 거라고.
나는 모른 척 눈을 내리깔고서, 얼른 왔던 길을 돌아갔다.
까만 장포 차림의 남자가 누구인지, 왜 호위들을 여럿 데리고 있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뭐 귀한 관리, 아니면 왕족쯤 될 수도 있겠지. 무슨 상관이겠어?
나는 그냥 조용히.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었다.
* * *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이던 원웅을 데리고 내 전각으로 돌아가자, 고소한 참깨 냄새가 울타리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벌써 다녀 오셨어요?”
부성은 마루에 앉아 참깨를 넣은 이상한 무언가를 만들다가 웃으면서 물었다.
“뭐야?”
“참깨떡을 만들어 보려고요.”
이 밤에?
“맛있어?”
“맛있길 바라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내 방 안으로 들어가 침상에 앉아 이불을 똘똘 말았다.
그 안에 뱀처럼 자리를 잡고 있자니, 원웅이 약사발이 담긴 쟁반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와 쟁반은 탁자 위에 두고 내게는 쓴 약이 담긴 약사발을 건넸다.
약사발을 받으면서 원웅의 표정을 보자니,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원웅도 보았을까, 그 남자?
봤으면 오는 길에 그 흑색 장포 남자 이야기를 꺼냈을 것 같긴 한데. 그냥 물어볼까?
“있지, 원웅.”
“네, 소주.”
“음…… 아냐.”
하지만 나는 머뭇거리다가 그냥 남자에 관해 묻길 포기했다.
‘흑색 장포를 입은 남자’라고 해봤자, 어차피 원웅이 알아듣기도 어렵지. 그런 옷 입은 남자가 하나둘이겠어?
그 일은 그렇게 잠깐의 우연한 사건처럼 지나갔다.
지나간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부성이 어제 밤에 만들었다는 참깨떡을 먹기 위해, 원웅을 데리고 마루에 나와 시시덕거릴 때였다.
탕 궁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울타리를 지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영감님?”
원웅이 묻자, 탕 궁의는 ‘영감님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하고 타박하고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왜 내 앞으로 다가오지? 의아해서 바라보자, 그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서 물었다.
“실례하오나 귀인님. 귀인님께서 머리를 다친 것 같더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머리? 내 머리?”
당황해서 내가 내 머리를 감싸고 뒤로 몸을 빼자, 탕 궁의는 손을 휘휘 저었다.
“머리에 침을 놓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귀인님. 그냥 그런 제보를 받았을 뿐입니다.”
어제 날 이상하게 쳐다보던 흑색 장포 남자가 떠오르는 건…… 너무 과장된 생각일까?
하지만 그때 딱 흑색 장포의 표정이 ‘쟤 미쳤나?’였던 것 같은데.
떨떠름하게 쳐다보고 있자니, 탕 궁의는 미리 가져온 처방전을 내쪽으로 내밀며 요구했다.
“어차피 기억을 잃기도 하셨으니, 머리에 좋은 약을 드셔서 나쁠 건 없지요. 앞으로는 이 처방전대로 지은 탕약도 드십시오.”
흑색 장포를 입은 남자가 누구인지는 결국 알지 못했지만, 그는 이름도 신분도 모른 채 내게 한 가지를 남겼다.
엄청나게 쓴 약.
* * *
약 하나를 더 먹게 된 지 사흘이 지난 날이었다.
평소처럼 느긋하게 자고 있는데, 웬일로 두 궁녀가 번갈아 나를 깨웠다.
“무슨 일로 깨우는 거야?”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서 물었다.
뒷방 후궁 천 귀인으로 깨어난 후, 나는 잠 하나는 실컷 잤다.
죽었다 살아난 데다가 딱히 할 일도 없고 부르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었다.
궁녀들도 평소 내가 마음껏 자게 내버려두었고.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열심히 깨워대다니. 이상했다.
“어휴! 말씀드렸잖아요, 소주.”
“오늘은 문안 가야 하는 날이에요, 소주.”
“얼른 일어나서 씻고 단정하게 입으셔야지요.”
“문안?”
되묻고 나자, 어제 원웅이 말해준 게 떠올랐다.
원래 모든 후궁들은 일주일에 한 번 황후에게 문안을 가야 하는데, 나는 아파서 지금까진 생략했지만 슬슬 가야 할 것 같다고.
슬슬 가야 한다기에 나는 한 주 더 쉬어도 되는 줄 알았더니. 당장 오늘부터 가야 하는 거구나.
아니, 그럼 애초에 ‘슬슬’이라고 표현하면 안 됐지. 내일부터 가야 한다고 했어야지.
“알았어.”
일단 가야 한다니 가긴 하자. 가야 하는데 안 갔다간 이상하게 보일 테니.
후다닥 일어나자, 두 궁녀는 내 얼굴과 손, 발, 머리를 씻겨준 다음 평소보다 좀 더 공들여서 머리카락을 땋아주었다.
진주 세 개가 달린 장신구를 꽂고, 편안한 신발 대신 예쁘게 생긴 녹색 신발도 신었다.
평소보다 좀 더 격식 있는 연한 녹색 상의와 짙은 녹색 치마를 입은 후 거울을 보자, 우울한 인상이…… 더 심해졌는데?
아니, 밝은 옷을 입고 꾸몄는데 왜 더 우울해 보이는 거지? 어떻게 된 거야, 천소여?
더듬더듬 얼굴을 만져보고 있으려니, 부성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충고했다.
“소주. 황제 폐하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 황후마마의 마음이라도 얻어야 해요.”
“음.”
“내명부의 최고 권력자는 황후마마시잖아요. 폐하의 총애를 얻지 못해도, 황후마마의 눈에 들면 이곳 생활이 더욱 편안해집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성이 왜 저런 충고를 하는지, 머리로 이해는 가니까.
하지만 글쎄. 과연 가능할까? 난 무림 고수인 시절에도 혼자 놀았다.
그러다 유일하게 마음을 연 사람이 개원이었지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걸 보면 뭐. 난 안목조차 그리 좋지 않은 듯하고.
그래도 날 걱정하는 궁녀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할 필요는 없지.
“염려 마. 내가 아주 찰떡처럼 짝 황후마마한테 붙어보고 올게!”
활짝 웃고서 주먹을 훅훅 허공에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부성은 어두운 얼굴로 충고했다.
“그거, 요즘 신날 때마다 자주 하시던데요. 황후마마랑 다른 후궁들 앞에선 절대 하지 마시구요.”
* * *
황후한테 찰싹 붙고 오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막막하다.
문안? 난 문안은 커녕 안부 인사도 안 하고 살았다고.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내겐 안부를 묻는 사람도 없었다.
내 목이 제대로 붙어 있나 확인하러 오는 것도 안부 인사에 포함시켜야 할까? 그건 아니라고 봐서.
이런 상황이다보니, 황후가 지낸다는 대중궁으로 오면서 나는 내내 그 문안이란 것에 대해 고민했다.
문앞까지야 궁녀 둘이 바래다 준다지만 황후를 보러 안쪽에 들어갈 때는 궁녀들을 데려갈 수 없다던데.
혹시라도 내가 실수를 하면 어쩌지? 몹시 불안했다.
이럴 때 손에 칼을 쥐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텐데. 지금은 그조차 안 되잖아.
“단도라도 챙길까…….”
“소주?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나 지금 단정해 보이나? 하고 생각했어.”
“그럼요. 얼마나 단아하고 고귀해 보이시는지 모릅니다.”
측근궁녀 부성의 칭찬을 들으면서, 나는 그녀의 안목에 애도를 보냈다.
거울을 보니까 아주 우중충해 보이더구만, 단아하고 고귀하기는 무슨. 아부를 하더라도 좀 그럴듯하게 해야지.
어쨌든 타산지석은 확실하게 되는구나. 난 아부를 해도 쟤처럼은 하지 말자.
그러는 사이. 어느새 몹시 커다랗고 화려한 담 앞에서 멈춰섰다.
천소여가 지내는 방 세 칸 짜리 전각 주위 싸리 울타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고 화려한 담이었다.
커다란 나무 문까지 달려 있네.
게다가 그 활짝 열린 문 양옆에는 어깨가 떡 벌어진 태감이 둘이나 지키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태감 두 사람 사이를 지나쳐 문 안으로 들어가는 각양각색의 화사한 옷차림들…… 쟤들이 후궁들이구나.
궁녀들은 후궁들과 문안에 함께 들어가지 못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후궁들이 데려온 궁녀들은 다들 문 근처에서 작별 인사만 한다.
나도 저렇게 해야겠지? 부성과 원웅을 살피자, 두 사람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염려 마세요, 소주.”
“소주께서 기억을 잃었단 걸 다들 알고 있으니, 심하게 굴지 않을 거예요.”
심하게 굴다니. 그런 말을 하니까 더 무섭잖아, 부성아. 이전엔 심하게 군 적이 있단 뜻처럼 들린다고.
속으로 툴툴거렸지만, 일단 웃으면서 궁녀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눈치껏 문 안으로 들어가는 후궁들 뒤쪽에 붙어 따라 들어갔다.
문 옆을 지키고 선 태감 둘이 막아설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저 태감 둘은 내 얼굴을 아는 듯 막아서거나 하진 않았다.
대중궁 안에 들어가서도 후궁들은 자기들끼리 소곤거리고 웃으면서 계속 걸어갔다.
날 챙겨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따라오지 말라 내치는 사람도 없어서, 다행히 나는 최종 목적지까지 그들을 순순히 따라갈 수 있었다.
후궁들이 들어선 곳은 대중궁 가장 중앙에 있는 커다란 전각의 중앙부였는데, 예상과 달리 이미 가장 상석 의자에 황후로 짐작되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 후궁들이 차례로 황후의 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올리기에, 나도 적당히 끼어들어서 인사를 했다.
다행히 내가 이상한 실수를 하진 않았던 듯,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후 자리를 찾아갈 때는 좀 곤란했지만, 눈치 좋은 황후의 궁녀 한 사람이 내게 어느 자리로 가면 된다고 귀띔해 주어서, 나는 말석에 있는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었다.
자리를 온전히 잡은 후에야 나는 황후를 제대로 관찰해보았다.
무림에서도 ‘황후’라고 하면 굉장히 저 높은 곳, 하늘 어딘가에 있으리라 여겨지는 분이다보니, 이런 상황에도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본 황후는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다른 세상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리 높은 곳에 있어 보이진 않는, 좀 평범한 인상의 여자였다. 예쁘다 아니다 등을 떠나서, 그냥 분위기가.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시선이 갔다. 저렇게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저렇게 소박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잇단 게 신기해서.
그러나 황후와 후궁들을 신기해하며 구경하는 것도 30분이 한계였다.
30분이 지나도 문안을 시작할 마음도 없이 앉아만 있자, 점차 몸이 뒤틀렸다.
대체 문안은 언제 시작하는 거지? 이미 끝난 건가?
비어 있는 의자가 몇 개 아직 있는데. 안 온 사람들까지 다 와야지 문안이 끝나는 건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기약 없는 기다림이 지루한 건 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조용조용히 친한 이들끼리만 대화하던 후궁들이, 점차 앞뒤로 말을 걸기 시작했으니까.
이 와중에도 나한테 말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뭐 괜찮아. 이런 분위기, 익숙해.
나는 손을 괜히 꼼지락거리면서 사람들의 대화에 귀만 기울였다.
직접 대화에 참여하진 않더라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귀담아 들어두면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 같은 건 파악할 수 있잖아?
“그러면 흑합 장군은 또 차인 건가요?”
“그런가 보더라구요. 하긴. 그럴 만도 하지요. 아무리 얼굴이 잘나면 뭐하나요, 성격이 그리 무섭다던데.”
“그래도 그렇지 그 얼굴에 그 가문에 그 능력에 그 몸에 그 신분을 가지고서 정혼하는 족족 깨지다니. 정말 무슨 다른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한참 후궁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였다.
내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한 후궁이 갑자기 확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어후, 아프겠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미끄러졌다거나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떠밀린 게 분명했다. 옆에서 확 튀어나갈 때의 속도를 보면 알지.
얼굴이 발개진 후궁은 황급히 자리에서 주저하며 일어나 옷을 털었다.
그러고는 가장 상석의 황후에게 인사를 올린 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려 했는데…….
“앗!”
누군가 또다시 그 후궁을 밀쳤다.
‘놀래라. 이번엔 진짜 대놓고 밀었잖아?’
게다가 이번에는 누가 미는지 아예 봐 버렸다. 그 후궁을 밀친 건, 그녀 옆자리에 앉은 노란 옷차림의 후궁이었다.
밀쳐진 후궁은 이번에는 일어서지 못하고 쩔쩔맸다. 또 일어났다가 또 밀쳐질까 봐 겁이 나는 것처럼.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어서, 나는 힐긋 상석에 앉은 후궁들을 곁눈질했다. 누가 좀 말려보지 그래?
난 상석에 앉은 후궁 중 누군가가 이러지 말라고 말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닌가? 상석의 후궁들은 오히려 무척 재미난 구경을 한 것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황후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말릴 생각은 없어 보였고.
저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뭐 이렇게 대놓고 괴롭히는 거지?
원래 사람들은 여럿이 모이면 싸우기 마련이라지만, 그래도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닌가?
밀쳐진 후궁의 모습에 내가 겹쳐졌다.
물론 나는 한 번 밀쳐지면 주위 사람들의 머리통을 다 똑똑 따버리지, 저렇게 제자리에서 비참해하진 않지만.
결국 보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황제 폐하 드십니다!”
문앞에서 누군가 외치더니, 기다릴 틈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얼결에 도로 자리에 앉았다.
다른 후궁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바람에 다시 일어나야 했지만.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거의 동시에 일어선 후궁들은, 이번에는 단체로 목소리를 맞추어 반절을 올렸다.
나도 눈치껏 다른 후궁들을 따라했다. 다른 이들이 고개를 푹 숙이기에 덩달아 고개도 숙였다. 황제의 얼굴을 구경할 틈도 없었다.
나동그라졌던 후궁도 이 틈에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아주 재미있게들 노는군.”
느긋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말에 가시를 숨기고서 후궁들을 조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