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재림-436화 (436/468)

제 141장. 이별은 갑자기. -02

반호진은 물론이고 개왕과 당비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이번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을 거라고는 공격한 반호진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힘을 빼고, 적지 않은 부상을 입히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교주는 겨우 막은 수준이 아니라 반호진의 일격을 완벽하게 막아 냈다.

웅웅웅웅!

그것도 또 다른 기형검을 생성해 내는 것으로 말이다.

반호진이 막고 있는 기형검과 똑같은 크기에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칠흑빛 기형검에 당비와 개왕이 입을 쩍 벌렸다.

그 정도로 대경실색한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래. 다 같이 죽자고. 한 놈도 빠짐없이.”

반호진의 이기어검을 튕겨 내며 마교주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한데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얼굴 전체에 혈관이 튀어나와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 기괴했다.

“뒷북치기는. 우리는 이미 목숨을 걸었어.”

서슬 퍼런 마교주의 한마디에도 반호진은 콧방귀를 끼었다.

이제야 마음을 먹은 그와 달리 반호진을 비롯해서 당비와 개왕은 진즉부터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두 자루의 기형검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차피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매한가지였기에 반호진은 여전히 맞붙어 있는 마교주의 기형검을 튕겨 내고는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너를 비롯해서 천하십대고수 전부를 데려가마!”

쇄도하는 반호진을 향해 마교주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 역시 이 자리에서 죽겠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할 터였다.

반호진과 천하십대고수를 모두 잡는다면, 정천맹의 수뇌부 전부와 동귀어진한다면 결국 이기는 건 이쪽이었다.

정천맹의 현재와 미래인 이들을 함께 데려간다면 다음 세대인 야율천과 섭율에 비빌 만한 이들은 없었다.

“꿈이 아주 야무진데.”

쩌어어엉!

황금빛 기형검과 칠흑빛 기형검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동시에 소천검과 마교주의 또 다른 기형검이 부딪쳤다.

두 사람 다 몸을 움직이면서도 따로 이기어검과 기형검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차합!”

거기에 당비가 가세했다.

어차피 단전이 파괴되고 하복부가 관통당한 그는 죽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당비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왕 죽을 거 모든 걸 쏟아붓고 죽겠다는 듯이 소천검과 대결하고 있는 기형검을 묶는 데 온 힘을 다했다.

“하아압!”

또한 개왕 역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마교주에게 달려들었다.

마교주의 애병을 아주 멀리 던져 버리고는 말 그대로 몸을 던졌다.

당비처럼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마교주만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두 눈 가득 담겨 있었다.

“커헉!”

“윽!”

하지만 마지막 투혼을 불태웠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싸움에 끼치는 영향력은 미비했다.

몸이 망가진 탓에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둘의 가세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되었다.

혼자이기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마교주와는 달리 반호진은 둘의 움직임에도 신경 써야 했기에 시간이 갈수록 몸에 상처가 점점 더 늘어났다.

스윽.

그 사실을 모를 수가 없기에 개왕은 결심한 눈으로 피투성이가 된 당비를 바라봤다.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했던 것이다.

그러자 당비 역시 표정이 결연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 이심전심이라는 말처럼 개왕의 뜻을 곧바로 알아차린 것이었다.

휘이이익!

자신들이 현재 반호진에게 짐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두 사람은 잘 알았다.

그래서 둘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교주에게 몸을 날렸다.

기형검 하나도 제대로 잡아 내지 못하고 짐만 될 바에는 차라리 마교주와 함께 폭사할 작정이었다.

-뒤를 부탁하네, 반 문주.

퍼어어엉!

짧은 전음과 함께 개왕의 몸이 폭발했다.

마교주를 껴안으려는 듯이 달려들어서는 진원진기를 터트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당비도 마찬가지였다.

개왕과 달리 당비는 반호진에게 전음도 보내지 않고 폭사했다.

쌔애애액!

그러나 반호진은 둘의 희생에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동귀어진을 노렸지만 마교주는 아직 죽지 않아서였다.

여전히 섬뜩한 살기를 발하는 기형검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반호진은 먼지구름이 짙게 일어난 곳을 향해 소천검을 날리며 기형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이 죽음으로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소용없다.”

쩌어어엉!

완벽한 순간에 이어진 공격이었음에도 결과는 실패였다.

마치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마교주는 이기어검과 참격을 받아 냈다.

하지만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둘의 폭사는 마교주도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없었던 모양인지 안색이 파리했다.

‘그렇다면!’

한눈에 봐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에 반호진은 저돌적으로 검격을 뿌렸다.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꾸욱!

동시에 소천검을 왼손에 쥐었다.

좌수검을 펼칠 수 있는 만큼 반호진은 쌍검술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더욱이 오른손잡이에게 좌수검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잘 알았기에 반호진은 마교주에게 근접전을 걸었다.

그 역시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지만 마교주보다는 나았고, 나이도 훨씬 어렸으며 체력적으로도 자신이 있어서였다.

“마지막 발악인가?”

“글쎄. 발악인지 아닌지는 결과가 말해 주겠지.”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반호진의 모습에 마교주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 순간에 쌍검술을 펼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였다.

게다가 반호진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쭙잖은 실력으로 쌍검술을 펼칠 리는 없었기에 기본 이상은 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음에도 마교주는 허공에 떠 있는 기형검을 잡지 않았다.

쌔애액!

대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기형검을 조종했다.

어쭙잖게 반호진을 따라 하느니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까아아앙!

벼락같이 쇄도한 칠흑빛 기형검을 반호진은 소천검으로 튕겨 냈다.

서려 있는 기운이 어마어마한 만큼 소천검이 비명을 질러 댔다.

아무리 반호진의 내공이 내외(內外)를 감싸고 있다고 하나 부딪치는 게 기형검이었다.

그렇다 보니 소천검이 아무리 명검이라도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부르르르!

더불어 반호진의 몸에도 충격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물론 그건 마교주도 마찬가지였다.

스극! 쩍!

충돌을 거듭할수록 반호진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쌓이는 충격이 내상으로 번지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외상도 빠르게 늘어났다.

난타전이기도 하지만 워낙에 엄청난 힘이 충돌하기에 여파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았다.

쩌어어엉!

기형검끼리 충돌하자 대지는 물론이고 구름도 갈라졌다.

말 그대로 경천동지의 싸움이었다.

신들의 싸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이 보여 주는 무위는 대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열이 점차 두드러졌다.

주르륵.

반호진의 입에서 시커먼 피가 흘러나왔다.

내상이 극심하다는 증거였다.

그 모습에 마교주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의 상태도 좋은 건 아니었으나 적어도 반호진보다는 양호했다.

“이제 그만 끝을 내자고.”

“원시천존!”

잘 싸웠지만 여기까지였다.

전대고수들이 죽어 나갈 때 승부는 이미 기울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마교주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강렬한 도호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강맹한 기운이 그의 우측을 덮쳤다.

꽈아아앙!

검마 못지않은 일격에 마교주는 훌쩍 물러났다.

못 막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것도 아니었기에 일단 물러난 것이었다.

“아미타불!”

한데 그가 물러나기 무섭게 또 다른 공격이 그를 덮쳤다.

싸늘한 불호와 함께 항마의 기운이 가득 담긴 일격이 그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꽈과과광!

반호진의 기형검과 너무나 닮은 황금빛 장강(掌罡)이 마교주의 코앞을 쓸고 지나갔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마교주가 피한 것이었다.

“너희들은…….”

“고생했다, 호진아.”

“이제부터는 함께 싸웁시다.”

반호진의 앞에 내려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마교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두 명이 가세하자 마교주는 입맛이 썼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서둘렀던 것인데 결국 늦고 말았다.

“전대고수에 이어 이번에는 당대의 천하십대고수들인가.”

“그만큼 그대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오.”

“전혀 기쁘지가 않은데.”

마교주가 담현을 응시하며 비아냥댔다.

그러나 마교주의 비아냥거림에도 담현의 표정은 담담했다.

“기뻐해야지. 지금 말고는 기뻐할 시간이 없을 텐데.”

툭.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마교주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자 상처투성이인 모습의 남궁호가 내려서는 게 보였다.

“맞아. 잠시 뒤에는 기쁨을 느낄 새가 없을 테니까.”

남궁호에 이어 당우혁도 도착했다.

그런데 당우혁의 표정이 살벌했다.

이를 갈면서 마교주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나도 왔다.”

저벅저벅.

마교주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번에는 양쪽에서 일우와 상일기가 걸어와서였다.

“크하하하!”

근데 갑자기 마교주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얼굴을 굳히던 마교주가 뜬금없이 웃음을 터트리자 모두의 눈빛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왜 웃지?”

부친의 죽음으로 가공할 살기를 내뿜던 당우혁이 씹어 먹을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로서는 갑자기 파안대소를 터트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오히려 잘된 것 같아서 말이지. 한 명 한 명 쫓아가서 죽이는 것보다는 한 번에 깔끔하게 쓸어버리는 게 편하니까.”

“가능할 것 같으냐?”

“못할 것도 없지. 어차피 네놈들은 본좌의 상대가 안 돼. 그나마 비벼 볼 수 있는 게 검신뿐이지. 그러니 검신이 죽기 전에 나선 거고. 부상을 수습하지도 못한 채로 말이지.”

마교주의 말에 몇몇이 움찔거렸다.

그의 말이 사실이어서였다.

“지 몸은 멀쩡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네놈들보다는 낫지.”

“흥!”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듯이 당우혁이 달려들었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마교주에게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당우혁은 독강을 뿌렸다.

죽은 당비의 혈독만큼은 아니지만 그의 독강 역시 절독이었다.

콰콰콰쾅!

당우혁이 움직이자 다른 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미 전대고수들이 마교주의 손에 절명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모두 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쩌어억!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협공도 마교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모두의 합공에도 마교주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마교주가 휘두른 기형검에 다들 혼비백산하며 몸을 날렸다.

터어어엉!

결국 그 광경에 반호진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반호진 말고는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그러나 포기한 건 아니었다.

단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했을 뿐.

“차합!”

반호진이 마교주를 막고 있는 동안 다시 한번 맹공이 쏟아졌다.

비록 유효한 타격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사방에서 공격을 쏟아 내면 마교주로서는 방어를 위해 내공과 심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담현을 비롯한 천하십대고수들은 바로 그 점을 노렸다.

아무리 맹위를 떨치는 마교주도 사람인 이상 공력과 체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쌔애애액!

다만 문제는 맹렬한 기세로 날아다니는 기형검이었다.

반호진이 이기어검을 펼쳐 방해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저 기형검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어떻게든 붙잡고 있겠습니다.

담현의 귓전으로 남궁호와 상일기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모두의 신경이 분산되느니 차라리 자신들이 전담해서 맡겠다는 것이었다.

정면으로 싸우는 건 무리지만 붙잡아 두는 것 정도는 두 사람도 할 수 있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둘에게 전음을 보낸 담현은 깊은 눈으로 마교주를 주시했다.

분명 지치고 상처입은 몸임에도 마교주는 여전히 압도적인 무위를 보여 주고 있었다.

맹수 중에 가장 무서운 맹수가 상처 입은 맹수라는 말처럼 마교주는 그 말에 딱 맞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엄청나지만 분명히 지쳤어. 처음과는 확실히 달라. 그러니까 딱 한 번의 틈만 만들면 돼.’

가라앉은 담현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누가 봐도 반호진이 밀리는 모양새였지만 그의 눈에는 보였다.

아직 힘을 남겨 두고 있음을 말이다.

게다가 방어에 집중한 만큼 체력도 반호진이 마교주보다 더 남아 있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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