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재림-422화 (422/468)

제 136장. 진짜 괴물. -03

그 광경에 중년인이 대경실색했다.

효욱을 서조운에게 넘긴 의미를 모를 수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반호진은 중년인이 아연하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야율천과 섭율 역시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반호진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같은 마교 소속이지만 효욱은 소교주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경쟁자였기에 둘 다 그가 죽으면 이득이었지 손해는 아니었다.

“소가주님을 내놓아라!”

“데려가고 싶으면 데려가. 능력이 된다면.”

서걱!

음흉한 얼굴로 효욱을 내려다보는 서조운의 모습에 중년인이 달려들었다.

정확하게는 반호진이 아니라 서조운에게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채 열 걸음을 떼기도 전에 허물어졌다.

반호진의 무형검강에 목을 베여 즉사한 것이었다.

쿠웅!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두 걸음도 떼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런데 피가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워낙에 예리하게 베어졌기에 피가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보던 이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저벅저벅. 터벅터벅.

반호진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일격에 모두가 얼어붙었을 때 딱 두 명만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야율천과 섭율이었다.

둘 다 반호진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이 온몸으로 살벌한 기세를 흩뿌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흐음.”

무시무시한 기세를 흩뿌리며 다가오는 둘을 보는 반호진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두 사람의 무경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어서였다.

효욱도 상당한 수준이었으나 둘은 아예 격이 달랐다.

두 명 다 초월경에 올라 있었기에 반호진은 속으로 실소를 흘렸다.

‘초입이기는 하나 벽을 넘은 건 사실이니까.’

분명히 천하십대고수급은 아니었다.

그러나 둘의 나이를 생각하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저쪽은 갓 넘은 상태고 이쪽은 그나마 초입에서 자리를 잡은 수준인가.’

반호진의 시선이 섭율을 지나 야율천에게로 향했다.

둘 다 기도를 드러낸 상태였기에 수준을 가늠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내가 먼저다.”

“순서를 정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섭율.”

“왜 그러지?”

목소리를 내리까는 야율천을 쳐다보며 섭율이 능글맞게 웃었다.

야율천의 무경이 조금 더 높은 걸 섭율도 알고 있으나 그 차이는 엄청나게 크지 않았다.

또한 신성마가는 진혈마가와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았기에 섭율은 매섭게 노려보는 야율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반호진과 겨루고 싶은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해서 야율천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꼴을 보기도 싫었고.

만에 하나 야율천이 중원제일인인 반호진을 쓰러뜨린다면 그가 소교주가 될 확률은 없었기에 무조건 방해해야 했다.

“정 나와 붙고 싶으면 둘이 같이 덤벼.”

“뭐라고?”

“허!”

서로를 노려보던 야율천과 섭율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똑같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반호진을 쳐다봤던 것이다.

하지만 반호진은 둘의 강렬한 시선에도 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둘이서 같이 덤비면 굳이 순서를 정할 필요가 없잖아?”

“듣던 대로 오만하군.”

“그런 말을 많이 듣기는 했지. 근데 면전에서 따지는 이는 없어. 있긴 했는데 나중에는 잠잠해지더라고.”

“하하하!”

시종일관 거만한 반호진의 말투에 야율천이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진혈마가의 소가주가 된 이후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기에 그는 지금의 기분이 신선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기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자신의 앞에서 시건방을 떠는데 가만히 놔둘 정도로 그는 인자하지 못했다.

쉬이익!

게다가 섭율이 양보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야율천은 선수를 쳤다.

말로 해결이 안 된다면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야율천!”

징조도 없이 신형을 날리는 야율천의 모습에 섭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지불식간에 야율천이 반호진을 향해 달려가자 깜짝 놀란 것이었다.

그러나 섭율이 아무리 노성을 터트려도 야율천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반호진의 지척까지 거리를 좁힌 상태이기도 했고.

츠츠츠츠!

전광석화처럼 반호진에게 달려든 야율천은 이동하는 속도를 그대로 이용하여 검을 뽑았다.

특이하게도 검은빛을 띠는 철검이었는데 그 검에서 가공할 마기를 품은 검강이 솟구쳤다.

중원제일인이라 불리는 반호진의 위상에 맞게 야율천은 초반부터 강하게 나갔다.

간 보기는 하지 않겠다는 듯이 처음부터 맹공을 펼쳤다.

쌔애액!

괜히 초월경의 고수가 아니라는 듯이 첫 일격부터 완벽한 검신합일을 보여 주었다.

순간적으로 반호진의 눈에 흑광을 발하는 한 자루 검만 보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빠르고 강력한 야율천의 일격을 반호진은 가볍게 흘려냈다.

쩌저저적!

한줄기 섬광처럼 쇄도하는 일검을 반호진은 궤적만 살짝 틀었다.

그러자 반호진을 스쳐 지나간 야율천의 일검이 대지를 갈랐다.

“크아악!”

“뭐, 뭐야?!”

그로 인해 정천맹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마교의 마인들도 휩쓸려서 날아갔다.

재수 없는 이들은 시신도 남기지 못하고 육편이 되어 흩어졌다.

“피하는 것이냐!”

“전혀.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어서.”

“흥!”

지면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낸 야율천이 빠르게 몸을 돌렸다.

재차 반호진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내심 반호진을 경시했는데 이번 공방으로 야율천은 최소한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반호진이라는 무인이, 소림검신이 결코 만들어진 무인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까지는 없었으나 중원에서 제일 강한 무인인 건 맞는 듯했다.

‘그러니 내가 증명해야 한다. 본교의 무공이, 그리고 내가 중원보다 월등함을!’

야율천의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도 알고 있었다.

반호진이 자신보다 강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승패라는 게 꼭 경지로만 결정되지는 않았다.

쑤아아앙!

변수에 따라 승패가 얼마든지 뒤집어진다는 걸 알았기에 야율천은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방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알려진 대로 거만한 성격답게 반호진은 아직 검조차 뽑지 않은 상태였기에 야율천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죽는 거다!’

섭율이 사사건건 끼어들어서 별수 없이 먼저 움직였으나 야율천은 지금의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섭율이 먼저 반호진과 겨루었다면 방심했을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희박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천운이 따르는 듯한 상황에 야율천은 비릿하게 웃으며 단전의 모든 공력을 검극에 집중했다.

이대로 반호진의 심장은 물론이고 육신 자체를 갈가리 찢어 버릴 작정이었다.

툭.

득의양양한 얼굴로 모든 기력을 검 끝에 집중하고서 반호진을 향해 벼락처럼 날아가던 야율천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반호진의 심장을 관통했어야 할 그의 애검이 검지에 막혀 꼼짝도 하지 못해서였다.

검도 아니고 고작해야 왼손 검지에 막힌 검극이 잘게 진동하는 모습에 야율천은 놀람보다 황당함을 느꼈다.

지금 두 눈에 보이는 게 현실인가 싶어서였다.

“이익!”

검 끝과 검신, 거기에 검파를 붙잡고 있는 손과 팔이 부르르 떨렸으나 그럼에도 반호진의 손가락은 미동도 없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고작 검지 하나를 어쩌지 못하는 광경에 야율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드높은 자존심에 커다란 금이 간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굴욕은 끝나지 않았다.

스르륵.

넓은 범위도 필요 없다는 듯이 단 한 점, 왼손 검지만으로 야율천의 전심전력을 다한 찌르기를 막아 낸 반호진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묵빛의 검강에 휩싸인 검신을 타고 쭉 미끄러짐과 동시에 중지가 활짝 펼쳐졌다.

야율천의 검을 손가락 사이에 끼었던 것이다.

부우우웅!

그러고는 그대로 야율천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 두 개만 이용해서 검과 야율천을 한꺼번에 들어 올린 후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쿠우웅!

설명은 길었으나 찰나에 이어진 공격이었기에 야율천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어어 하다가 그대로 당한 것이었다.

“크윽!”

심지어 그냥 처박힌 것도 아니고 머리부터 지면에 떨어졌다.

그 짧은 사이에 반호진은 손목을 비틀어 야율천의 몸을 회전시킨 것이었다.

후웅!

그러나 반호진의 공격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머리부터 떨어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야율천을 다시 들어 올렸다.

검객의 특성상 검을 절대 놓지 않는다는 걸 이용해 다시 한번 통째로 들어 올려서는 그대로 땅에 내리찍었다.

“커헉!”

이번에도 역시 머리부터 떨어뜨렸기에 야율천은 순식간에 봉두난발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었다.

쿵! 쿵! 쿵! 쿵!

하지만 반호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무심한 얼굴로 쉬지 않고 왼팔을 움직였다.

들었다가 내리꽂다가를 반복했던 것이다.

“감히! 감히 네깟 놈이!”

그런데 충격도 적응이 되는 모양인지 야율천이 포효하며 반호진에게 달려들었다.

검객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손에서 검을 놓고는 그대로 반호진을 향해 쇄도했다.

온몸으로 살기와 마기를 발산하면서 말이다.

콰우우우!

검을 포기했으나 그렇다고 검객이 아닌 건 아니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뿐 야율천의 주변에는 예리한 무형검강이 수십 개나 생성되어 있었다.

그걸 가지고서 야율천은 반호진에게 짓쳐 들었다.

“옛다.”

물론 반호진은 살벌한 야율천의 기세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율천이 끝내 포기한 검을 되돌려 주었다.

물론 그냥 주지는 않았고 약간의 내공을 담아서 던져 주었다.

쌔애애액!

누가 봐도 무성의하게 던진 검이었으나 그 안에 서린 힘은 결코 경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대충 던졌다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가공할 기운이 담겨 있었기에 야율천은 흩뿌리던 힘을 하나로 집중했다.

반호진이 그랬던 것처럼 한 점에 모든 힘을 집중해서 날아오는 검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뻐어억!

그러나 전력을 다해서 만든 일종의 호신강기는 검극에 닿자마자 박살이 났다.

반각은커녕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궤적을 비틀었기에 꼬치처럼 꿰이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푸하하핫!

가까스로 궤적을 비틀기는 했으나 충격은 야율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충돌과 함께 온몸을 진탕시키는 충격에 야율천은 입에서 피분수를 내뿜었다.

그러고도 부족해 볼썽사납게 허우적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저, 저런!”

그 모습에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던 섭율이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반호진이 중원무림을 호령하는 무인이라지만 이 정도 격차가 날 줄은 몰랐기에 섭율은 입을 쩍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아아악!”

하지만 가장 놀란 건 누가 뭐래도 야율천이었다.

처음의 말끔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봉두난발을 한 비렁뱅이가 되어 반호진에게 달려들었다.

허공섭물로 멀리 날아간 검을 빠르게 회수하고서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한 마리의 야수처럼 핏발 선 눈으로 야율천은 반호진을 갈가리 찢어 버리겠다는 듯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쩌어억! 쩌저저적!

살기 가득한 서슬 퍼런 안광과 함께 땅이 갈라졌다.

야율천의 검강이 대지를 가른 것이었다.

그러나 그중에 반호진의 몸에 닿은 건 없었다.

설렁설렁 움직이며 종이 한 장 차이로 야율천의 강격을 전부 다 회피했다.

“이익!”

그런 반호진의 모습에 야율천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동시에 그의 검이 반호진을 난자할 듯 휘둘러졌다.

진혈마가 특유의 패도적인 검격이 반호진에게 쏟아졌다.

퍼퍼퍼펑!

이윽고 반호진의 주변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파상공세에 주변이 초토화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반호진은 멀쩡했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공격 속에서 여유롭게 움직였다.

턱.

여전히 검조차 뽑지 않은 상태로 반호진의 왼손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현묘함을 품고 있는 움직임도 아니었다.

단순히 파고들기만 했는데 야율천은 반응하지 못했다.

육안으로 훤히 보이는데도 반호진의 손이 멱살을 잡아 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짜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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