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재림-176화 (176/468)

제 59장. 신흥거물. -03

“연배도 비슷하니까. 똑같이 일문의 수장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통하는 게 많은 모양이에요. 저로서도 좋은 일이기도 하고요. 또 훌쩍 떠나시는 건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겉으로 보기에는 정정하시지만 그래도 연세가 적지 않으시니까요.”

“제자도 너 하나뿐이니 네가 더욱더 신경 써야 하긴 하지.”

“맞습니다.”

막상 대답은 했는데 정이륭의 표정은 길 잃은 아이와 같았다.

사부의 결혼에 대해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이기에 반호진은 혼자 고민할 수 있도록 슬쩍 자리를 피해 주었다.

“의성아.”

“아, 형님!”

“가문무공은 어때? 별다른 문제는 없어?”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우선 제가 알고 있는 내용에서 소실된 부분만 채워 넣어서 그런지 아직은 문제가 없어요. 다른 무공들도 틈틈이 살펴보고 있는데 가품은 아닌 것 같아요.”

“다행이네.”

무공이라는 게 잘못 익히면 몸이 순식간에 망가지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괜히 사부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더구나 사마의성은 가르쳐 줄 가족도 없기에 반호진은 더욱더 신경 썼다.

앞으로 있을 전쟁을 생각하면 사마의성의 존재는 필수였다.

“모두 형님 덕분이에요. 형님께서 본가의 무공을 찾아 주신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내가 찾기는. 그냥 네 운이지. 운명이 그렇게 되도록 인도한 거야. 나는 조금 거든 것뿐이고.”

“도흉을 못 잡았으면 평생 찾지 못했을 거예요.”

“그게 네 복이라는 거지.”

“정말, 정말 감사해요.”

말하다가 울컥했는지 사마의성의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두 눈을 글썽이는 모습에 반호진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가솔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그래도 한 명은 진짜 사마세가의 후예였잖아.”

“알아보니까 먼 친척이더라고요. 방계기는 하지만 사마세가의 피가 이어졌기에 따로 일을 시켰어요. 무공도 전수해 주었고요. 방계에게 허락된 무공이지만 나중에는 직계에게도 전수되는 상승무공을 전수할 생각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제는 직계에 가장 가까운 방계이니까. 몇 없는 혈족이기도 하고.”

“맞아요.”

사마의성이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인지, 아니면 책임져야 하는 식솔이 생겨서인지 사마의성은 예전보다 더욱 단단해진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이라도 진짜여서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축하해.”

“다 형님 덕분이에요. 저 혼자였다면 아직도 끙끙 앓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 광신도적인 발언은 하지 말고. 아주 부담스러우니까.”

“헤헤헤.”

민망한 감정을 털어 버리려는 듯한 반호진의 쌀쌀맞은 반응에도 사마의성은 웃었다.

반호진은 광신도 같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게 진실이었기에 사마의성은 자신이 절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재건 준비는 잘하고 있고?”

“하나씩 차근차근하고 있어요. 실행한다고 해서 바로 재건되는 게 아니니까요. 우선은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어요.”

“역시 현명하다니까.”

“저는 아직 젊으니까 시간이 좀 걸려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어설프게 재건하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탄탄하게 재건하고 싶어요. 아직 무림에서 증명해야 할 것도 많고요.”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반호진은 사마의성을 응원해 주었다.

지금도 대단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인재가 사마의성이었다.

더욱이 중원무림에 치를 떨었던 전생과 달리 지금은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반호진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대화를 그렇게 진지하게 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아, 사마세가?”

“응. 혹시 벌써부터 견제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의성이는 네 동생이기도 하지만 내 동생이기도 해.”

선우방의 말에 사마의성이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알고 있는 것과 이렇게 직접 육성으로 듣는 건 달랐기에 사마의성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었다.

“오. 웬일이래? 그런 말도 다 하고.”

“사실을 말한 거야, 사실을. 그나저나 장소는 정했어? 원래 있던 곳으로 가는 게 여러모로 낫지 않나? 정통성을 잇는 의미도 있고.”

“고민 중이에요. 꼭 그 장소에 터를 잡아야 하는 이유는 없어서요. 이미 다른 사람이 머물고 있기도 하고. 또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까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아예 새로운 곳에 터를 잡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선우방의 말에 사마의성이 막힘없이 입을 열었다.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는 듯이 망설이지 않고 말했던 것이다.

그 말에 선우방은 물론이고 하나둘 모인 모용척과 서조운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경쟁이 덜한 곳으로 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해. 대신 좀 외진 곳이겠지만.”

“모용세가를 생각하면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결국 무림세가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힘이 있으면 되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이지. 다만 그 힘을 쌓기까지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그래도 한두 개씩 준비를 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비하면 배부른 투정이죠.”

막연하다는 모용척과 달리 사마의성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시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사마의성에게는 의미가 있어서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행복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해. 방이 형처럼 나에게도 넌 동생이니까.”

“감사합니다.”

“너무 무리한 부탁은 안 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알지?”

모용척이 개구쟁이처럼 씨익 웃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으나 이게 모용척의 매력이었다.

“물론이죠.”

“형, 저는요?”

“너는 독립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며? 서가장이 먼저 아냐?”

“그렇죠.”

“둘 중에 하나만 골라, 하나만. 원래 세상은 다 가질 수 없어. 형님같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말이지.”

모용척이 반호진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적어도 반호진 정도는 되어야 욕심을 부리는 게 가능했다.

“저도 목표는 이십 대에 천하십대고수가 되는 거예요.”

“가능할까?”

“선례가 있잖아요.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거죠.”

“호오. 그거 말 되는데?”

모용척이 귀를 쫑긋거렸다.

예전이었다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한 소리 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떡하니 그 예시가 옆에 있기에 모용척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째 다들 목표가 똑같은 거 같은데?”

“다들 일 년 만에 용의 칭호를 받았잖아요. 그러니 십 년 안에는 천하십대고수를 목표로 해야죠. 잘되면 천하십대고수, 안돼도 그 근처까지는 가지 않겠어요?”

선우방과 서조운이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똑같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경쟁자가 전부 다 여기 있었네.”

“어, 저는 아닌데요?”

“너는 과가 좀 다르긴 한데, 그렇다고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문진법으로 우뚝 서는 거지.”

모용척의 말에 사마의성이 말없이 눈을 껌뻑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기에 당황한 것이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또 아니었다.

기문진법으로 명성을 날린 이들이 무림 역사에 있긴 있었다.

“스물아홉 살까지 주어진 시간은 네가 제일 길잖아. 조운이랑 같이.”

“그래서 제가 유리하죠. 형은 또 공백기가 길었잖아요.”

“아오.”

아픈 곳을 후벼 파는 서조운의 발언에 모용척이 순간적으로 발끈했다.

그러나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순순히 인정했다.

“아참. 형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나에게?”

“예.”

사마의성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무슨 말을 할지 다들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모두 잊고 계신 것 같아서요. 산적들에 대해서요.”

“아!”

“진짜 잊고 있었네. 우리 뒤통수 친 놈들을.”

모용척은 물론이고 정이륭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결과적으로 반호진의 손에 대거 쓸려나가기는 했으나 그때 당시에는 분명 위협적이었다.

만약 반호진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꽤 큰 피해를 입었을 게 분명하기에 모두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어차피 백해무익한 존재들이기도 하죠. 좋은 산적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좋은 사람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요.”

“맞아. 산적이라.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네.”

서조운조차도 스산한 눈빛을 뿌리는 걸 보며 반호진은 중얼거렸다.

도흉의 은신처를 터는 것만 생각했지 산적들에 대해서는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말은 녹림십팔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형님의 위치를 생각하면 잊고 넘어가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한 번 정도는 경고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번에 또 이와 같은 짓을 벌이지 않을 테니까요. 일종의 억제력을 심어 놓는 거죠.”

“이것도 한번 알아봐야겠네. 그때는 워낙에 아무 생각 없이 때려잡기만 해서.”

사마의성의 말에 반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게 해 두어서 나쁠 건 없어서였다.

반호진도 사람이기에 뒤통수를 맞는 건 싫었다.

또다시 당하는 건 더더욱 싫었고.

“이참에 뿌리 뽑는 건 힘들어도 싹을 다 잘라 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무림에 있어 좋은 일이기도 하고. 또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내부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

서조운과 선우방이 입을 열었다.

복수도 복수지만 크게 보면 무림을 위한 일이기도 해서였다.

알게 모르게 산적들이 끼치는 해악이 많기에 둘은 장소만 정해진다면 당장이라도 출발할 기색이었다.

“잡초와도 같은 녀석들이라 죽이고 죽여도 또 어디선가 나타나겠지만 그래도 경고의 의미는 확실히 되겠죠.”

“저는 찬성입니다.”

거기에 모용척과 정이륭도 가세했다.

능력이 안 된다면 모를까 힘이 있는데 굳이 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또한 대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다 함께 움직이는 걸로 하자.”

“네!”

“알겠습니다!”

결론이 나온 듯했기에 반호진은 대화를 정리했다.

그러고는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여겼기에 한 명 한 명과 대련을 시작했다.

***

소림사로 각파의 수장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따로 약속을 잡은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수장들이 모였다.

구천문도 묘강으로 돌아갔기에 오랜만에 암왕 당우혁도 숭산을 찾았다.

“이렇게 모인 게 되게 오랜만인 것 같소이다.”

방장실에 모여 있는 열네 명을 보며 개왕이 히죽 웃었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예. 다행히 잘 치료되었습니다.”

개왕이 말문을 열어 준 덕분에 담현도 편하게 입을 열었다.

화산파의 일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던 것이다.

“남궁세가주께서도 큰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다 회복되었습니다. 일우 대협에 비하면 큰 상처도 아니었고요.”

남궁호가 담현을 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강호의 선배이기도 했지만 한 명의 무인으로서 담현은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기에 남궁호는 담현을 대하는 데 있어 예의를 갖추었다.

“사실 남궁 가주나 일우 장문인이나 호진이가 구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커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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