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와 색마-224화 (224/225)

EP.224 외전 : 환골탈태 - (21)

“형님의 양물이 작은 것이 어찌 제 탓이란 말입니까?!”

“크아아악!!! 죽여주마!!!”

일홍이 뽑아낸 거무죽죽한 강환이 또다시 나를 덮쳐들었다.

“큭…!”

“나도 예전만큼 작진 않아!! 작아도 아무 상관 없어!!!”

방금까지만 해도 냉철했던 일홍 형님은 온데간데없고, 눈가가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에 호응하듯 일홍 형님의 내공 또한 조금씩 검붉게 변해 갔다.

갑작스레 혈향이 풍기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살기 짙은 기운이었다.

“얼마나 많은 여인을 죽이신 겁니까?!”

“그 년들도 복상사였으니 좋았으리라! 말하지 않았더냐?!”

“으윽…!”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을까.

절망적인 형님의 내공 앞에서 어떻게든 생존을 꾀하던 와중,

“야, 꼬추 작은 새끼야!! 우리 꼬추 큰 남편 그만 괴롭혀!!”

언제나 그렇듯,

령이 활로를 찾아냈다.

령의 말은 그저 평범한 격장지계에 불과했으나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한 차례 크게 일렁이며 더욱더 짙은 살기를 뿜어대는 기운이 형님의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뭐… 뭐라?”

“양물 작아서 가문한테 버림받았다매? 얼마나 작은 거냐? 한 치? 두 치?”

“미친년이구나…”

“너무 자주 들어서 정겹네.”

“그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아가리를 찢어 주마.”

“뭐?”

령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귀에 가져다 댔다.

“고추 작은 새끼라 목소리도 잘 안 들리는데?”

“네 이 년!!!”

“령!!”

령의 격장지계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반드시 죽여주마!!!! 크아아악!!!”

너무나도 효과적이었다.

관자놀이에 위치한 형님의 태양혈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붉게 충혈된 눈의 핏줄이 터지며 형님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깐.

“아니 아니… 네년은 결단코 죽이지 않으마! 네년의 눈앞에서 네 자식과 자매들을 모두 강간하며 네년마저 내 아래에 깔려 앙앙대며 죽게 만들어 주마!”

“작은 고추로 할 수는 있고?”

“크아아악!!!!”

이제는 완전히 붉어진 형님의 강환과 령의 일영기가 맞부딪쳤다.

콰드득!!

미친 듯이 회전하며 령의 일영기를 깎아내는 형님의 강환과

그를 버텨 내며 분홍빛으로 빛나는 령의 일영기가 화려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령의 입은 쉬지 않았다.

“이 새끼 고추만 작은 게 아니라 내공도 좆만하구나?”

“상스러운 아가리 닥치지 못할까?!”

“좆만한 걸 좆만하다고 부르지 새끼야! 그리고 내 일영기는…”

령이 크게 한 번, 도를 휘두르며 외쳤다.

“우리 가가 좆만해, 새끼야!!”

콰과곽!!

저렇게 좆이란 단어를 크게 소리치면서 싸우는 여인이 따로 있을까.

정말이지, 령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다른 여인이라면 부끄럽다고 저런 말을 내뱉지 않을 테지만, 령은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도 시정잡배들과 같이 싸우곤 했다.

하지만 시정잡배들의 싸움만큼 치열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

바닥을 뒹구르고, 흙탕물을 뒤집어쓰더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령의 무였고, 그를 통해 강호삼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큭…! 입심만 강한 게 아니라 무공도 꽤 강한 년이구나!!”

“그래. 꼬추도 작고, 내공도 좆만하고, 다 자그마한 너보단 세지.”

“크아아악!!!!”

이러면 안 되는데 형님이 조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너무나도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일까.

형님은 오늘, 령을 만나 그 업보를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정도로 나는 무심한 자가 아니었다.

령의 효과적인 격장지계는 형님이 내공을 쭉쭉 뽑아쓰는데 크게 일조했고, 조금씩 어깨가 들썩거리기 시작하는 형님을 보며 령이 아무 생각 없이 형님을 욕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 맞나?

아무튼 그랬다.

온 신경이 령에게 집중되어 있을지금을 노려 한 번에 일격을 가해야 했다.

용사비등(龍蛇飛騰).

뱀이 먹이를 노리고 뛰어오르는 형상을 본 떠 만든 나만의 검술이자, 내가 가진 무공 중 가장 암습에 적합한 기술.

그래도 한 때 같이 지낸 형제의 정이 있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에 하다못해 단번에 목숨을 회수하는 게 도리이리라 생각하며 나는 형님의 다리 사이, 회음혈을 노렸다.

어쨌든 형님도 내공 기반도 소녀경을 기초로 쌓았을 테니 회음혈에 가해지는 일격은 단전을 깨부수는 것과 비슷할 테니.

촤륵.

연검을 세차게 흙바닥에 꽂아 넣으며 내공으로 조절해 형님의 발아래에서 솟아오르게 만드는 순간.

“음?!”

검이 닿기 직전 눈치챈 일홍이 몸을 틀었다.

부욱——.

그와 함께 회음혈을 노린 내 검은 그의 바지를 뚫고 지나갔으며,

“… 저 새끼 여자 아니야?”

“두 년놈들 반드시 죽여주마!!! 크아아악!!!!!!!”

형님의 양물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니…

만천하에 드러나기엔 좀 작긴 했다.

*

“와…”

드러난 위일홍의 양물을 보는 순간, 독고령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잠시 후, 진정으로 저 사내를 동정하며 잠시 도를 집어넣고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메마른 박수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그들의 시선 끝엔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낸 위일홍이 있었다.

“너는… 이야…”

“닥쳐,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

“… 내가 살면서 진심으로 존경한 인물이 몇 없는데 너는… 와…”

“닥쳐… 제발…!!”

흐느끼는 위일홍을 바라보며 독고령은 애잔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털에 갇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양물로 색마라는 칭호를 얻다니… 너야말로 진정한 천재다.”

“크아아악!!!!!!!”

피눈물을 흘리는 걸로도 모자라서인지 이제 위일홍은 칠공에서 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피가 뿌려져 나오는 걸 보며 독고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형적인 주화입마의 말로였다.

‘심기체의 균형도 안 맞는 새끼가 무식하게 내공만 늘려 고수가 될 줄 알았냐?’

처음 강환을 봤을 때는 당황했지만, 금세 그의 상태가 상당히 불안한 걸 깨닫고 독고령은 꾸준히 그의 신경을 거슬렀다.

“끄륵… 크으윽…! 끄으으윽…!!!!”

“…”

괴로운 듯 입에서 피거품을 내뿜는 그를 보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순간.

스륵—.

“커헉…”

위일청이 그의 목을 툭 잘라 냈다.

“가가.”

“괜찮습니다, 령. 그래도 한때는 가족이었기에… 고통을 덜어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 네.”

악인이라곤 하나 혈육을 베서일까.

위일청의 표정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 가가.”

독고령이 걱정스레 위일청을 부르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위일청이 손을 겹쳐포개었다.

“… 괜찮습니다, 령. 그보다 다른 일행들을 도우러가죠.”

“안 그래도 될 거 같네요.”

“음?”

령의 말과 동시에 위일청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막 눈을 뜬 백리소현이 있었다.

한눈에 확 달라진 기도와 환골탈태의 여파로 드러난 새하얀 나신을 보고 위일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되겠네요.”

“그쵸? 소현 언니가 입을 옷가지나 좀 준비해둘게요.”

“고맙습니다, 령. 그럼 저는…”

위일청이 주변을 둘러보며 남은 사파의 잔당들을 노려보았다.

“잔당 처리를 도맡지요.”

“부탁해요, 가가.”

그렇게 싸움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소현 언니.”

“아, 령 매.”

“옷 입어요.”

“응응, 고마워.”

독고령이 건네주는 옷을 이븡며 백리소현은 싱긋 웃었다.

그런 백리소현을 바라보다 독고령이 히죽 웃었다.

“이제 흉터 없네요?”

“… 응. 령 매 덕분이야.”

“뭐한 것도 없는데, 히힛.”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있잖아.”

백리소현이 자기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피식 웃었다.

“가슴이 더 커진 거 같아.”

“… 더 커지면 안 되는데.”

“후훗.”

옷의 매무새를 정리하곤 백리소현이 독고령을 푹 껴안았다.

“정말 고마워, 령 매.”

“언니가 열심히 한 거예요.”

“그래도.”

“언니이…”

그때, 뒤이어 찾아온 은관영이 울먹이며 다가왔다.

“관영아.”

“정말 다행이예요오…”

“고마워, 관영아. 네가 지켜준 덕분이야.”

“아니예요오.”

“왜 네가 울어.”

“그치만… 너무 기뻐서… 흑…”

“응응. 이리 와.”

그렇게 백리소현의 가슴에 안겨 한참을 울기 시작한 은관영이 울음을 그칠 즈음, 위일청이 잔당들을 처리하고 돌아왔다.

“소현.”

“오라버니.”

포옹을 나누는 둘 사이에 더 대화는 없었지만, 포옹만으로 충분히 많은 대화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독고령은 문득 은관영에게 전음을 보냈다.

[… 오늘 밤은 소현언니한테 양보해야겠지?]

[그럼 오늘같은 날에도 하려고 했어요오? 음탕하셔라.]

[맞는다 진짜?]

[뭐만 하면 때리려고 하고. 이제 소현 언니가 환골탈태 했으니깐 독고 언니보다 센 거 아니에요?]

[콱 씨, 아직 멀었지.]

[히잉…]

그렇게 둘 사이에 전음이 오가는 와중, 포옹을 끝낸 위일청이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글쎄요오…”

“나는 빨리 오라버니랑 머물 곳을 찾고 싶은데…”

“그럼 계속 여행하죠, 가가?”

“네?”

위일청이 되묻자, 독고령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쁜 거 많이 돌아보고 가자고요. 묵세휘 걔한테는 어차피 보고서만 쓰윽 보내면 되겠죠, 뭐.”

독고령의 말을 들은 위일청은 다른 두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묵묵히 서 있던 청운이 불쑥 끼어들었다.

“저도 좋습니다!”

“청운도 좋다네요. 그럼…”

독고령이 슬쩍 위일청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

“다시 가 볼까요?”

“그러죠.”

그때, 백리소현이 옆에서 끼어들며 위일청을 끌어당겼다.

“안 돼, 령 매. 위 오라버니는 오늘 나랑 지내야 하는데?”

“아...”

그 말을 듣고 독고령이 생각지도 못 했다는 표정을 짓자, 은관영이 위일청의 품에 훌쩍 안기며 말했다.

“그냥 사이좋게 셋이서 다 같이 해요.”

“후훗, 그것도 좋은데?”

“으으… 부끄러운데…”

“어머, 나는 야한 얘기 아닌데?”

“독고 언니 또 혼자 야한 생각했죠?”

“캬아아악!!!!”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금 시끄러운 하루였다.

*

16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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