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7 외전 : 하오문주 은관영 - (14)
욕탕의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일단 당황했다.
왜 오빠가 여기 있는 걸까?
하지만 그다음엔 저절로 이제부터 일어날 일이 상상이 가서 즐거웠다.
“관영, 우연이네요.”
“… 그러게요오.”
오빠의 목소리가 들리고 다음 순간, 때마침 욕탕 안으로 들어오던 독고 언니가 당황하며 내 어깨를 붙잡으며 뒤로 숨었다.
“… 가가?”
“령도 같이 있었군요.”
“어… 왜 가가가 여기에…”
순식간에 수줍은 소녀로 변한 독고 언니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너… 알고 그랬지?”
“아뇨오. 저도 몰랐어요오.”
내가 뭐 객잔 안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 일은 나도 정말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멋대로 착각한 독고 언니는 혼란에 빠진 모양이었다.
“나… 나 안 이상하지? 술도 마셨는데에…”
“귀엽기만 한데요 뭘. 빼지말고 빨리 가요오.”
“아니… 으으…”
이 요망하고 음탕한 언니 같으니라고.
가린다고 두 팔을 가슴 앞으로 한 행위는 되려 가슴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뒤에서 등을 천천히 밀자 딱히 저항도 안 한다.
마음먹고 저항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을 텐데 꼭 이렇게 등을 밀어 줘야지 앞으로 나선다.
솔직하지 못하기는.
“들어가도 돼요?”
“그럼요.”
“… 네.”
천천히 발부터 담그며 조심스레 욕탕 안에 들어가는 독고 언니를 따라 나도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따듯하게 덥혀진 욕탕의 물에 몸을 담그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흐으~”
흐물흐물 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은 편안함에 축 늘어지던 와중.
“술 마셨나요, 령?”
“네?!”
“주향이 풍겨서요.”
오빠의 말을 듣고 당황한 독고 언니가 입을 틀어막자, 오빠가 웃으며 말했다.
“술을 마셨다고 책망할 생각은 없습니다, 령.”
“… 한 병만 마셨어요. 그것도 관영이랑 같이.”
“크큭, 그런가요?”
“진짠데…”
수줍은 듯 입을 가린 독고 언니를 옆에서 보고 있자니 저 여인이 아까 방금까지 나와 털털하게 술을 마시던 그 여인이 맞나 싶다.
분홍빛으로 살랑거리는 머리카락 틈새로 드러난 새빨간 귀가 참 귀여워 보이는걸 독고 언니는 알고 있을까?
그때, 언니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도 궁금해하던 질문을 먼저 꺼냈다.
“가가. 소현 언니는요…?”
“위에서 쉬고 있습니다.”
“아…”
쉬고 있단 말을 듣는 순간 오빠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이 뭔지 대충 이해했다.
정사의 격렬함 때문에 축 늘어져서 쉬고 있는 거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소현 언니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이 됐고, 자연스레 괜히 두 다리 사이가 간질거려 다리를 오므렸다.
문득 고개를 들어 독고 언니를 쳐다보니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나보다.
두 무릎을 팔로 끌어안고 괜히 수면에 입을 반쯤 집어넣은 모습이 부끄러워하는 건지, 아니면 이제부터 닥쳐올 일에 대한 생각에 흥분감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요망한 언니 같으니라고.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위 오빠는 오죽할까.
욕조의 물을 가르며 슬그머니 독고 언니와 내 사이로 오빠가 들어오며 팔을 뻗자, 나는 자연스레 그의 품에 안겼다.
“아…”
반대편에 안겨 있던 독고 언니가 갑자기 입을 헤— 벌리곤 탄성을 내뱉기에 무슨 일인가 쳐다보니 그녀의 시선이 수면 아래로 향해 있었다.
“아…”
그리고 투명한 욕조의 물 아래, 위 오빠의 다리 사이에 꼿꼿이 서 있는 익숙한 남근을 보는 순간 나도 자연스레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소현 언니가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위 오빠의 정력은 우리 중 하나가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당연하게도 위 오빠는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
“…”
욕탕의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위 오빠가 흥분해 있는 모습을 봐서인지 조금씩 더위가 가 느껴졌다.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수면에 떨어지기를 수십여번 반복할 즈음, 참지 못하고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독고 언니였다.
“… 가가.”
“네, 령.”
“그으…”
이럴 때 독고 언니는 어떻게 위 오빠를 꼬드길까.
사실 꼬드길 필요도 없이 그냥 슬며시 위 오빠의 품에 안기면 알아서 모든 일이 진행되겠지만, 또 그러기보다 먼저 나서는 게 독고 언니였다.
수면 아래서 조심히 손을 움직여 위 오빠의 남근을 손가락 끝으로 툭 건드리며 독고 언니가 말했다.♡
“서… 있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원래 령과 소현과 같이 하기로 했었네요.”
“… 네.”
오늘의 독고 언니는 평소보다 조금 적극적이다.
욕조의 희미한 등불 때문에 자세히는 안 보였지만,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오른 것이 아까 마셨던 술기운이 이제서야 올라온 모양이다.
그리고 술을 마신 독고 언니는—
귀엽다.
어린아이처럼 칭얼대거나 평소와는 다르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니깐.
“소현 언니한테 다 준 건 아니죠?”
“어떤 거요?”
“정액이요. ♡ ”
오늘의 독고 언니는 평소보다 빠르게 본심을 드러냈다.
괜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 사이가 간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히히힛.”
“… 관영, 령이 얼마나 먹은 겁니까?”
“한 병만 마시긴 했어요… 엄청 독한 백주로요.”
“가가~ ♡“
어머 어머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뻔한 걸 꾸욱 참았다.
하오문의 문주로서, 또 위 오빠의 부인 중 하나로서, 마지막으로 독고 언니를 놀리기 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금부터 보게 될 광경이 독고 언니가 술에서 깬 뒤에 얼마나 놀리기 좋은 ‘정보’가 될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요부의 천박한 웃음보다 어린아이 같이 순박한 웃음을 흘리며 어느새 위 오빠의 무릎 위로 올라타 그의 목에 두 팔을 건 독고 언니는 오빠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가가.”
칭얼대는 독고 언니의 목소리에 위 오빠는 웃음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령.”
“오늘 관영이가 우울한 일이 있었나 봐요.”
“관영이요?”
“에…”
여기서 갑자기 내 이름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위 오빠의 머리에 자기 머리를 기댄 독고 언니가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네. 관영이가요오… 오늘 좀 우울해 보여서 달래주려고 술 같이 먹었어요.”
“그랬나요?”
“네, 히힛. 그러니깐…”
자기 가슴 팍에 위 오빠의 얼굴을 파묻으며 언니가 말했다.
“… 오늘은 관영이랑 더 많이 해주세요.”
“와…”
그 음탕한 독고 언니가, 그 욕심 많은 독고 언니가 저런 말을 하다니.
참 음란하면서도 감동적인 말이라 기분이 묘했다.
“… 물론 저랑도 많이 하고요, 히힛.”
“크큭, 음탕하네요 령.”
“가가가 음탕한 령이가 좋다매요.”
와…
여우가 따로 없다, 여우가.
항상 저런 모습만 보여주면 정말 요부가 따로 없을 텐데 이렇게 술에 취했을 때만 저런 모습을 보여주곤 하니 더 무섭게 느껴졌다.
“가가… 음…”
어느새 위 오빠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곤 혀를 섞기 시작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자연스레 오빠에게 몸을 붙였다.
“쮸웁… 으음… 하아…”
오빠의 허벅다리에 자기 가랑이를 비비적거리는 독고 언니에게 모든 걸 뺏길 순 없었다.
나도 독고 언니만큼 오빠한테 사랑받고 싶으니깐.
“오빠, 독고 언니랑만 놀 거예요?”
한 손은 언니의 허리에 손을 올렸지만, 남는 다른 한 손은 내 거였다.
오빠의 손을 붙잡아 가슴께로 잡아당기자 위 오빠의 손이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오빠의 크고 부드러운 손이 내 가슴을 움켜쥐는 순간, 자연스레 몸이 떨리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만지면 별 감흥도 없는 가슴이지만, 오빠의 손이 닿으면 세상 그 어디 보다 민감한 성감대가 되는 이 기이한 감각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그때.
“흐읏…!”
위 오빠가 갑자기 젖꼭지를 살포시 꼬집자 온몸에 짜릿한 쾌감이 내달리며 나는 방금까지 내가 한 생각이 참 부질없는 고민임을 깨달았다.
감각이 어쩐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 쾌감을 즐기면 될 뿐이다.
“쮸웁… 파하— 가가.”
“안 돼요, 언니. 저도요오.”
때마침 한 차례 혀를 섞은 독고 언니가 입술을 떼자 나는 혹여나 또 언니한테 뺏길까 봐 재빨리 위 오빠에게 달려들었다.
“음… 츄읍…”
입술이 맞닿는 사이 안으로 들어온 위 오빠의 혀를 애무하며, 오빠의 혀를 더 잘 느끼기 위해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하아… 으음…”
“…”
혀를 섞는 와중 옆에서 쳐다보는 독고 언니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언니도 한 번 했으니, 나도 한 번.
공평하지 않은가?
“쪼옥… 쮸읍…”
다행히도 언니가 금세 포기하고 역으로 위 오빠의 가슴 주변을 애무하기 시작하자 나도 마음 편히 오빠의 손길과 혀를 즐겼다.
“하아… 오빠…”
혀를 떼는 순간, 오빠와 나 사이에 침이 길게 실지어 늘어졌다.
그와 동시에 독고 언니가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위 오빠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머지는 침실로 가서 하는 게 좋겠네요. 몸을 씻기 위해 다른 손님들도 있을 테니깐요.”
“네, 가가.”
“네, 오빠.”
“나가죠.”
오빠의 손길에 따라 나와 독고 언니는 욕조의 밖으로 나왔다.
몸을 씻기 위해 찾아온 욕조였지만, 욕조를 나올 땐 다리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어떤 액체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된 듯 느껴졌지만
나와 독고 언니 둘 다 그런 걸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