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2 19장. 건곤일척 - (5)
이제는 독고령과 위일청의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어버린 곳.
철혈문의 장원은 과거 100여명의 문도가 함께 기거했던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욕탕이 따로 존재했다.
“… 뭘 봐?”
“안 벗으세요오?”
“… 금방 벗을 거거든…”
“나는 먼저 들어간다, 령 매?”
“천천히 오세요, 령.”
위일청, 은관영, 백리소현, 그리고 독고령.
이렇게 네 명이서 같이 씻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독고령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안 그래도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그녀인데다가 백리소현과 한 번 같이 밤을 보냈다고 한들 타인 앞에서 위일청과 사랑을 나눈다?
그것도 같이?
독고령에겐 심리적으로 꽤나 큰 부담감을 가지게 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같이 밤을 보내는 상대가 은관영이기에 더더욱.
‘… 쥐방울만한 년이…’
독고령이 이제 은관영과 제법 친해졌다고는 한들 그래도 알게모르게 그녀에게 느끼는 경쟁심이 조금은 있었다.
내공이 없을 때 나눴던 가슴 뜨거워지는 박투라든가, 처음 그녀에게 희롱당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끔 울화가 치솟곤 했다.
하지만…
“저보고는 보지 마라고 하면서 독고 소저는 엄청 보시네요오.”
“풉…”
“응?”
옷을 다 벗고 나신이 된 은관영을 보자 독고령은 ‘이겼다’란 생각이 들었다.
봉긋하게 튀어나온 은관영의 젖가슴은 자신의 가슴과 비교하였을 때 훨씬 작았다.
마치 일류와 삼류의 차이랄까.
물론 절정가슴고수 백리소현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일류라도 하기 나름.
위일청은 자신의 가슴을 더 좋아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독고령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웃음에 비웃음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은관영 또한 금세 눈치채곤 눈썹을 찌푸렸다.
“… 이거 금방 클 거예요.”
“응~ 커졌으면 좋겠네. 정말로.”
“씨이…”
저런 자그마한 가슴에 위일청이 욕정할까?
아니라고 확신했다.
독고령은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내며 옷을 벗었다.
은관영이 아무리 대단하다한들 위일청은 결국 독고령의 가슴을 더 좋아할 것이다.
빨리 욕탕에 들어가서 그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생각으로 어느새 머릿속이 가득차서 조금씩 머리카락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을 즈음…
“… 뭘 봐?”
독고령은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는 강렬한 은관영의 시선을 느끼곤 손으로 가렸다.
“아뇨오~ 그냥 전에도 봤는데 신기해서요오.”
“… 뭐가?”
“독고 소저의 머리카락은 이렇게 어여쁜 연분홍인데 의외로 음모는 그렇지 않…”
“미… 미친 년아!!!”
“이히힛. 먼저 들어갈게요오~”
“저… 저저…!”
독고령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걸 보고 은관영은 히죽히죽 웃으며 먼저 욕탕으로 향했다.
“…”
홀로 남은 독고령은 잠시 자신의 음모를 바라보다가 슬쩍 매만지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이상한가…”
잠시 홀로 고민하다가 위일청이 딱히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하며 독고령 또한 욕탕으로 향했다.
*
대욕탕은 그 이름답게 거대했다.
원래는 100여명의 문도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욕탕이니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엄청나게 넓었다.
지금은 고작 네 명 뿐이였기에 오히려 물을 데우기가 더 힘들었기에 빈 욕조였을 뿐.
시선을 돌려 대욕조 너머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자그마한 욕조를 쳐다보자 증기 너머로 위일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령, 이 쪽입니다.”
“네, 가가…”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증기를 뚫고 욕조에 다가서자 위일청이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었다.
“어차피 욕조에 들어갈건데 앞은 왜 가렸습니까, 크큭?”
“그… 으으…”
“물이 잘 데워졌으니 어서 들어오시죠.”
“… 네에, 으으…”
독고령이 조심스레 발을 뻗어 욕탕에 들어선 뒤, 자연스레 위일청을 향해 다가갔지만 배치가 묘했다.
마치 위일청을 마주보듯 은관영과 백리소현이 앉아있기에 독고령은 잠시 양쪽을 번갈아보다가 은관영과 백리소현의 옆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위일청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이렇게 다 같이 목욕을 하게 되는 날이 오네요.”
“그러게요오.”
“령 매랑 따로 목욕을 한 적은 몇 번 있는데 후훗…”
“껴… 껴안지 마!”
잠시 물을 첨벙거리며 독고령이 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백리소현의 가슴에 안겨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독고령을 보고 위일청이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같이 씻고자 청한 것은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 네?”
“령. 저는 얼마 전에 관영과 소현에게도 청혼을 했습니다.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요.”
“아…”
그 말을 듣고 독고령이 고개를 들어 백리소현을 쳐다보자, 그녀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응, 얼마 전에 위 오라버니한테 따로 얘기 들었어.”
“저도요오, 헤헷.”
“다행… 이네. 정말로.”
“고마워, 령 매.”
미소 짓는 백리소현을 보고 독고령은 왠지 모르게 한결 편해진 느낌이었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애쓴다고한들, 자신보다 훨씬 오래 위일청과 지낸 둘보다 일찍 청혼을 받았다는 게 내심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지만 이젠 그런 걱정도 없어졌다.
“령.”
“네, 가가.”
“저는 처와 첩을 나누지 않고 여러분 모두를 동등한 부인의 관계로 대하고 싶어요.”
“난 괜찮아요. 나도 그게 좋고요…”
“다행이네요.”
위일청이 여인들에게 다가와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혼인을 맺게된 선물로 말입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어요. 직접 물어도 봤고요.”
“네?”
“세 분 다 원하는 게 같더라고요.”
“세… 세 명 다요?”
“소현은 바라는 게 없다고 했지만,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앞으로도 검후님 밑에서 좀 더 검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어요.”
“어…”
그 말을 듣고 당황하여 백리소현을 쳐다보자, 그녀가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검후님께서 나를 어여삐 봐주시는 것도 있겠지만, 령 매가 부탁한 얘기도 들었어.”
“… 검후 할매가 말했어?”
“응. 말해주셨어.”
“…”
독고령은 괜히 쑥쓰러움에 시선을 피하려했지만, 백리소현이 그녀가 도망치지 못 하게 꼭 끌어안았다.
“… 고마워, 령 매.”
“그냥… 열심히 노력하라고.”
“응. 노력할게. 나도 위 오라버니랑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보고 싶어.”
“…”
요 근래 백리소현이 자주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내내 검후와 붙어있었다고 하니 이해가 됐다.
늦게나마 수련의 재미를 깨달은 백리소현이 잘 되길 기원하며 독고령 또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 나도 보고 싶어, 소현 언니.”
“후훗, 고마워.”
백리소현이 그녀를 놓아주자, 위일청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현이 수련을 하면 환골탈태를 통해 아이를 임신할 수 있는 몸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령?”
“… 네, 가가. 아마도요.”
“그리고 령은 전에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했었죠?”
“어… 네.”
“신기하게도 관영도, 소현도 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네?”
독고령은 위일청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은관영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독고령에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혼례를 올린다고 생각하니깐 저도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고요오.”
“어… 그… 그냥 하다보면 생기는게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령. 내가 익힌 심법을 기억하나요? 소녀경이요.”
“… 네.”
위일청의 끝을 알 수 없는 정력과 절륜한 밤일의 근원.
소녀경.
남녀간의 기감을 극대화화여 최상의 쾌락을 이루고, 그를 통해 서로의 건강을 추구하는 법도의 경지에 이른 심법.
“소녀경은 가능한 남녀가 최대한 많은 관계를 가지는 것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내부에 사정하게 되면 여성이 임신을 하게될 수도 있어서 관계를 못 가지게 되는 경우도 생기죠.”
“그… 렇죠?”
“그래서 주기적으로 여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소녀경에는 ‘접이불루(接而不漏)’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액을 싸되, 임신은 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죠.”
“아…”
그동안 몇 번이고 위일청이 마음놓고 사정한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접이불루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그럼…”
“오늘. 령과 관영을 임신시키려고 합니다.”
“흐읏…”
위일청의 단언에 독고령은 하단전이 욱씬거렸다.
한 생명을 잉태하게 만들겠노라 선언하는 자신의 남자를 보며 독고령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무조건이요?”
“저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녀경에 나온 구결대로라면… 령과 관영은 오늘 무조건 임신하게 될 겁니다.”
“…”
그 말을 듣고 독고령은 먼저 백리소현을 쳐다보았다.
“령 매, 나는 괜찮아. 지금은 뭐… 하고 싶어도 못 하고, 령 매랑 관영이가 애를 낳으면 같이 돌보면서 미리 배운다 생각하려고.”
“… 관영이는?”
“저는 이미 동의했어요오.”
“…”
“령.”
위일청이 다가와 독고령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제 아이를 낳아주시겠어요?”
“…”
좀 더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당문에 대한 복수를 끝낸 뒤에야 가능할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임신을 함으로서 몸이 약해지고, 기력도 쇠하고, 도중도중 위기가 찾아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가가.”
아까부터 당장이라도 위일청의 양물을, 그의 씨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난리를 치는 그녀의 하단전이 독고령으로 하여금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가가의 아이를 낳을게요.”
위일청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에게 입술을 맞추며, 독고령이 대답했다.
“저를 여인으로… 엄마로 만들어주세요…”
“네,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