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3 18장. 무림맹 - (11)
독고령이 눈물을 보이자, 위일청은 조금 당황하면서도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울어요, 령?”
“나도 잘… 모르겠어요…”
독고령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도 실실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위일청도 마주 웃었다.
“좋은 날인데 울지 마요, 령.”
“그래도요… 나도 잘 모르겠는걸요…”
“그런가요?”
“네…”
그렇게 한동안, 독고령은 위일청을 껴안고 그녀를 토닥였다.
“… 이제 괜찮아요.”
“정말 괜찮나요?”
“… 네.”
까닭 모를 이유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으나 다 울고난 뒤, 독고령은 부끄러움만 남아 얼굴을 붉혔다.
게다가 눈물로 흉졌을 얼굴도 위일청에게 보여주기 싫었기에 괜히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물었다.
“… 일청.”
“네, 령.”
“… 정말 나라도 괜찮아요?”
“괜찮으니깐 말했죠.”
“히힛…”
괜히 가슴 한 켠이 간질거려 위일청의 가슴에 좀 더 파고들다가 갑작스레 스친 생각에 독고령이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일청!”
“네.”
“과… 관영이랑 소현이는 어쩌죠?”
“혼례 때문에요?”
“… 네. 혹시 둘이…”
“미리 얘기 나눠뒀는데요?”
“네?!”
위일청이 독고령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말을 이어나갔다.
“지낸 시간은 령이 가장 짧았지만, 다른 두 분도 저랑 오랜 세월을 함께 했고, 또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 알고 있죠.”
“그래서 령만 괜찮다면 두 분도 부인으로 받고 싶어요. 싫은가요?”
“아뇨.”
독고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저도 관영이랑 소현이가 같이 있는게 좋아요.”
“이 얘기를 소현이 가장 먼저 꺼냈었어요.”
“아…”
“령이 독점욕이 은근히 강한 거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네요.”
“대신 더는 안 돼요. 몇 번이고 말했는데… 우리 셋 말고 다른 여자를 더 들이겠다고 하면…”
독고령의 손이 슬금슬금 그의 배를 타고 내려가더니 바지 위로 위일청의 양물을 붙잡았다.
“터뜨릴 거예요.”
“… 무섭네요, 령.”
“진짜로요. 매일매일 검사할 거예요.”
“어떻게요?”
은근슬쩍 위일청이 독고령의 허리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위일청의 뺨에 손을 올렸다.
“… 지금은 안 할 거예요.”
“내가 잘못들었나요, 령?”
“… 이제 곧 소현이랑 관영이도 올거고… 소소도 올 거니깐… 이따 밤에 해요…”
“장족의 발전이네요, 령.”
“그리고 그… 얘기도 해야하잖아요…”
독고령이 고개를 빨갛게 물들이며 중얼거렸다.
“이… 일청이랑 저랑… 그… 그렇게 하기로 한 거요…”
“혼약이요?”
“… 네.”
독고령이 그의 가슴 위에 올린 자신의 손가락을 뱅글뱅글 돌리며 웅얼거렸다.
“… 맨 정신으로 말해야 할 거 같단 말이에요…”
“아하…”
“그러니깐 조금 이따… 밤에 해요…”
“그래요, 령.”
쪽.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레 독고령은 배시시 웃었다.
그냥 계속 실없이 웃음이 튀어나왔다.
문득 독고령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 번.
활짝 웃었다.
*
“… 좀 늦네요.”
“그러게요.”
“우리가 먼저 나가볼까요?”
“그러죠. 조금 걱정도 되네요.”
위일청과 나란히 앉아, 그의 손을 붙잡고 다른 일행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으나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독고령은 약간의 불안감이 일었다.
혹시 뭔가 잘못되는게 아닌가 싶어서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쿵, 쿵!
누군가 발로 문을 툭툭 걷어찼다.
그리고는…
“안에 아무도 없어욧?!”
“령 매? 위 오라버니???”
“하오문…?”
“독고 소저어! 독고 소저어! 문 좀 열어줘요오.”
“어… 어!!”
조금은 다급해보이는 백리소현과 은관영의 말을 듣고 문을 열어재끼자 가장 먼저 양 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는 두 명이 보였다.
“뭐… 뭐야, 이거?”
“선물이요오.”
“선물…?”
“독고 소저 덕에 고생 좀 했어요.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죠.”
“어… 어. 소소는?”
“맹주님한테 보냈지, 당연히. 우리 애가 아니잖아, 령 매?”
“아… 하긴.”
“어차피 맹에 한동안은 머무르게 될 거 같으니깐 그 때 보면 되지, 그보다 좀 도와줘.”
“… 이게 다 무슨…”
“강호의 영웅, 독고 소저를 아시오?!”
“흐엑?!”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로 은관영이 큰 소리를 내자 독고령이 당황했다.
“무림맹의 누명을 뒤집어 쓰고도 검후 어르신을 도와 혈교주를 처형한 강호의 영웅을 아시냔 말이오?!”
“뭐… 뭔 짓거리야?!”
“노래를 부르더라고요오.”
“엑?!”
“저랑 소현 언니가 누군지 다 알던데요? 독고 소저와 그 일행들이라고 벌써 소문이 나돌아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휴…”
“어… 어디서…? 누가?”
“어디긴요, 맹 내부에서지. 장로들이 다 달려들던데요?”
“…”
“아무튼 적당히 나눠가지죠.”
“됐어, 돌려줘.”
“네?!”
은관영이 당황하여 큰 소리를 내자, 독고령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나중에 무슨 탈이 있을라고 그런걸 받아먹어?”
“별 거 없는데요오?”
“뭐 있는데?”
“그냥 영약이랑 멋드러진 검이나 도가…”
“다 필요없네. 돌려줘.”
“쓰읍… 봐요, 소현 언니. 이러니깐 그냥 버리고 오자고 했잖아요오…”
“… 령 매는 이럴 땐 묘하게 또 협객…”
“캬아아악!!! 너까지 그런 소리하지 마!!”
협객이라니.
낯간지러운 말이었다.
듣기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아오르고 형언할 수 없는 생리적 혐오감이 끌어오르던 독고령은 저 놈의 협객이란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
“나 협객 안 해!! 그 딴 거 필요 없다고!! 캬아아악!!”
“그건 령 매가 선택하는 게 아닌데…”
“됐어!! 나는 그냥 위일청이랑 적당히 지내면…”
“음?”
“응?”
“아…”
독고령이 머리에 피가 끓어올라 말실수를 하자, 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에헤헤… 귀여워라, 령 매.”
“그… 으으…”
“으히힛, 독고 소저도 이럴 때 보면…”
은관영과 백리소현이 평소처럼 놀리려는 분위기가 될 듯 하자, 독고령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나… 나 할 말 있어!”
“또 캬아악, 하시려고요?”
“… 진지한 얘기.”
“응? 갑자기요?”
“그… 그게…”
독고령이 잠시 위일청을 쳐다봤다가, 백리소현과 은관영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가만히 그의 손을 꼭 붙잡고는 눈을 질끈 감으며 내뱉었다.
“나… 나 위일청이랑…!”
“애라도 배셨어요?”
“흐엑?!”
“정말?! 진짜야, 령 매?”
“아… 아니야…! 말 좀 끊지 말고…!!”
“…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세요? 분위기도 묘한 게 무슨 애라도 뱄다고 말하는 게 아 니면…”
“나 결혼한다!!”
이대로 가다간 계속 말을 못 할 것만 같아서 독고령이 위일청의 손을 번쩍 들면서 선언했다.
“나… 결혼한다고!”
“… 누구랑요?”
“누… 누구긴?! 그…”
“제가 령한테 말했습니다, 관영.”
“좀 빨랐네요오.”
은관영이 터벅터벅 독고령에게 걸어왔다.
“독고 소저.”
“… 어.”
“축하해요, 진심으로.”
“… 고맙다. 그…”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려고요?”
“어…?”
은관영이 굳은 얼굴을 슬쩍 풀더니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가가예요, 상공이에요?”
“나는 부를거면 상공이 좋은데 령 매는 어떨지 모르겠네~”
“흐엑?! 아… 아니…”
“으히힛.”
은관영이 독고령을 포근하게 안아주고는 그녀답지 않게 다정한 목소리로 독고령에게 속삭였다.
“축하해요, 정말로.”
“어…”
“좀 질투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그리고…”
은관영이 위일청을 쳐다보며 물었다.
“다음은 내 차례 맞죠, 위 오빠?”
“크큭, 네.”
“기대할게요, 헤헷.”
은관영이 슬며시 독고령을 놓아주자, 그녀와 교대하듯 이번엔 백리소현이 독고령을 안아주었다.
“다행이네, 령 매.”
“으… 으응…”
“그럼 나도 이제 기대해봐도 되나?”
“어떤… 거…?”
“언니라고 불러주면 나는 위 오라버니가 나보다 먼저 령 매한테 청혼한 거 다 이해해줄 수 있는데~”
“으으… 어…”
“어?”
독고령이 망설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 니.”
“으응? 안 들렸는데에?”
“… 어… 언니…!”
“히히힛.”
“수… 숨 막히거든…!”
독고령이 간신히 백리소현을 떼내자, 그제서야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백리소현이 살짝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걸 보고, 독고령은 당황했다.
“왜… 왜 그래…?”
“응? 아니… 그냥… 기뻐서. 남일 같지 않네, 이상해라…”
“…”
“정말 축하해, 령 매.”
“… 고맙다.”
“응, 히힛.”
백리소현이 눈물을 닦아내며 살짝은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일부러 쾌활하게 물었다.
“그래서? 오라버니한테 뭐 안 받았어?”
“응?”
“아무 것도 안 받고 그냥 말만 들은거야? 혼수품은? 뭔가 징표 같은 건?”
“어…”
“안 받았어?!”
“진짜요오?!”
“아니… 그… 없어도 괜찮은데…”
독고령이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 나는 그냥 일청만 있으면 뭐…”
“아잇! 독고 소저, 바보예요?!”
“ㅁ… 뭐가!”
“평생 한 번 있을 일인데 당연히 뭐라도 받아야죠! 위 오빠, 나는 징표 없으면 안 할거예욧!”
“실망이야, 위 오라버니…”
“아니, 두 소저 분. 제가 아직 안 드린거지, 저도 다 생각해둔게 있습니다.”
“진짜… 요?”
위일청의 말을 듣자, 독고령은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 어떤 거예요?”
“령이 기대할만한 물건인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기다려주세요.”
“… 네.”
독고령이 헤실헤실 웃으며 자연스레 위일청의 팔에 안기자, 그 모습을 보고 은관영이 물었다.
“그래서 독고 소저.”
“응? 왜?”
“이젠 뭐라고 부를 거예요?”
“… 어?”
“부군? 상공? 가가?”
“그… 바꿔야 해…?”
“보통은 다들 바꾸죠. 안 바꿀 거예요?”
“으으…”
독고령이 은근슬쩍 위일청을 쳐다보았다.
“… 바꾸는 게 좋아요?”
“지금 일청이란 말도 듣기 좋은데 음…”
위일청이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령이 저를 다르게 부르는 것도 궁금하긴 하네요.”
“… 일청이 원한다면…”
독고령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중얼거렸다.
“위… 가가…”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세 명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ㅇ… 왜?!”
독고령만 그 이유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