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1 18장. 무림맹 - (9)
목욕을 마치고 살짝 젖은 머리와 함께 방에서 다른 이를 기다리고 있던 독고령은 돌아온 위일청에게 뜬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를 보고 싶대요?”
“네, 령.”
“… 걔가요? 맹에 들어오래요?”
“령, 다름 아닌 맹의 전 군사니깐 조금 더 예의를 갖추는 게…”
“… 눼.”
“하아… 네, 뭐 여튼. 전 군사께서 보고 싶다고 하네요.”
“…”
독고령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새끼가 나를 굳이?’
하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가죠, 일청.”
“… 령.”
“네?”
“표정이 사고치기 딱 직전의 표정이네요.”
“흐엑?!”
자신을 한창 귀찮게 했던 일이 떠올라 한 대 쥐어박아주리라 다짐했거늘 위일청은 귀신같이 그걸 알아차렸다.
“아… 아닌데요.”
“그럴 거 같아서 제가 동석하기로 했습니다.”
“엑? 왜... 왜요?”
“안 됩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독고령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안 만질거죠?”
“은근히 좋아한다면서요?”
“그… 그건… 그냥… 그… 캬아아악…”
힘 빠진 캬아악 소리를 듣고, 위일청이 피식 웃더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무튼 날뛰지 마세요, 령.”
“… 네.”
“예의도 지켜주시고요.”
“… 노력할게요.”
“약속입니다?”
“…”
“안 할 거예요?”
“아니… 노력은 할 건데 못 지킬 수도 있으니깐…”
“배운 게 있잖아요. 아니면…”
“흐읏…”
위일청이 독고령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후우 숨을 불어넣었다.
“한 번 더 할까요, 예절교육?”
“녜헷… 그것도 좋아요…”
“크큭, 음탕하네요.”
쪽.
가볍게 입을 맞추자, 독고령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군사님과 별 문제 없으면 이따가 또 하죠. 일단 지금은 말고요. 또 기다리게 만들 순 없으니깐요.”
“… 알았어요.”
위일청이 독고령의 손을 잡고 앞장서려던 순간, 독고령이 멈춰섰다.
“령?”
“그… 일청.”
“네.”
“가기 전에 한 번만 더…”
독고령이 눈을 감고 입술을 앞으로 내밀자, 위일청이 피식 웃었다.
“… 한 번만 더.”
“녜헷… ♡”
*
“…”
“…”
묵세휘의 처소로 들어간 뒤, 독고령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자, 묵세휘 또한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둘 사이에 묘한 기류와 함께 침묵이 흐르자 위일청이 슬며시 독고령의 등을 툭툭 쳤다.
“령, 인사해야죠.”
“아… 안녕하세요.”
“… 만나서 반갑네.”
묵세휘가 대답하고 자리를 내어주자, 독고령이 앉으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왜 노려보고 지랄이야, 마음에 안 드네.’
자리에 앉은 독고령은 빤히 묵세휘를 쳐다보았다.
‘… 저 새끼가 나를 그렇게 귀찮게 했던 새끼구만.’
무림맹에서 누가 자신을 찾아왔다? 매번 묵세휘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은약벽은 묵세휘를 아주 높이 평가하곤 했지만, 독고령에게 있어 묵세휘는 그냥 멍청한 놈이었다.
‘깨지면 적당히 포기할 줄도 모르고 계속 덤벼드는 등신.’
딱 그 정도가, 독고령이 알고 있는 묵세휘였다.
“… 아무튼 와줘서 고맙네, 음란… 아니. 독고 소저.”
“일청.”
“네, 령.”
“화내도 돼요?”
“… 안 됩니다.”
“… 눼.”
화를 내도 되는지 위일청에 허락을 구하는 독고령을 보고 묵세휘의 눈이 커졌다.
“허어… 그래도 분별이 있는 자였군.”
“뭐라고… 요?”
독고령이 도끼 눈을 뜨고 째려보자, 묵세휘가 혀를 찼다.
‘쯧… 그 애비에 딸 아니랄까봐…’
그래도 할 일은 해야했기에 묵세휘는 차를 건네주며 독고령에게 말했다.
“… 아무튼 만나서 반갑소.”
“저도요. 만나니깐 신기하긴 하네요.”
“재밌는 평가구려. 드시게, 용주차라고 본인이 좋아하는 차요.”
“그럼 뭐…”
독고령이 묵세휘가 건네준 차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푸흡!”
“려… 령?!””
독고령이 차를 내뱉었다.
그녀가 뱉은 찻물이 묵세휘의 얼굴에 흩뿌려지자, 장내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 씹… 무슨 흙탕물을…!”
“조용하세요, 령. 제발…”
“아니, 일청. 이거 진짜 더럽게 맛 없는… 아… 알았어요. 그만 할게요.”
위일청이 손을 들어올리자 간신히 독고령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묵세휘를 쳐다보자, 그는 헛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허… 허허…”
“… 전 군사님.”
“괜찮네, 괜찮아. 용주차가 호불호가 좀 있는 차지. 내가 잘못 내주었구만.”
“… 무례를 사과드리세요, 령.”
“아니오, 아니오. 괜찮소. 정말 괜찮소. 다만…”
묵세휘가 찻물을 닦아내며 위일청을 쳐다보았다.
“잠시 나가주시겠소, 위 공자?”
“…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시겠다고요?”
“아무래도 그게 편할 것 같소.”
“나도 그게 편해요, 일청!”
“…”
위일청이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굳이 둘이서 나눠야할 이야기입니까?”
“정인도 그걸 원하는듯 한데 문제라도 있소?”
“그건 아니지만… 령이 그…”
“괜찮소. 남들은 무례하다고 말하겠으나 나는 호걸이라 칭하겠소. 허례허식 따위 번잡하기 짝이 없으니 없는 게 차라리 낫겠지.”
“…”
묵세휘의 대답을 듣고 위일청은 불안감만 늘어났지만, 독고령은 속으로 내심 감탄했다.
‘새끼, 생각보다 괜찮은데?’
나 무림맹의 군사요 하면서 목에 힘 빡 주고 꺼드럭 거릴 줄만 알았는데 또 그렇지도 않았다.
독고령이 허락을 구하기 위해 위일청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그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령. 제발 사고치지 말아주세요.”
“에이… 일청도 무슨.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매번 사고 치는 거 같잖아요.”
“하아… 약속했으니깐 지켜주세요, 령.”
“… 눼.”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전 군사님. 대화 잘 나누시길.”
“고맙네, 위 공자.”
위일청이 밖으로 나가자, 묵세휘가 심호흡을 하며 탁상 위에 손을 올렸다.
“… 차라리 술을 준비할 걸 그랬군. 차보다는 술을 즐길듯한 처자군.”
“그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긴 하네.”
자연스레 반말로 대답하는 독고령을 쳐다보면서도 묵세휘는 의뭉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웠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거 알고 있나? 나는 자네를 참으로 만나고 싶었다네. 혈교주의 일로도 궁금했지만, 그대의 춘부장과 인연이 좀 있었지.”
“매번 실패만 했던 일이라 뭐 딱히 신경도 안 쓸텐데 어지간히 기억에 남았나 봐?”
“그… 렇지.”
“그러게 왜 보냈냐? 거 그렇게 실패만 했으면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쯧.”
“…”
묵세휘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오른 걸 보고 독고령은 히죽거렸다.
‘새끼… 그러게 적당히 귀찮게 하지.’
위일청과의 약속도 있겠다, 이 쯤하면 충분히 놀렸다 싶어서 슬슬 자신을 왜 불렀나 물어보려던 순간.
“… 그래서 앞으로 어찌할텐가?”
“응?”
묵세휘가 먼저 본론을 꺼냈다.
“혈교주를 죽였군. 참으로 기쁜 일이야. 무림의 홍복이지. 하지만 할 수 있으니깐 했다는 둥 그런 되도 않는 소리는 하지 말게. 목적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천하에 존재치 않으니 말이야.”
“… 무슨 말을 묻고 싶은건데?”
“원하는 걸 주지. 위일청과 함께 무림맹에 들어오게. 원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탐나는군.”
“하!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뻔하지 않은가? 당문. 그대의 모든 움직임이 당문으로 향하고 있어.”
“…”
묵세휘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삐뚤어진 시선으로 묵세휘가 독고령을 쳐다보며 물었다.
“사천의 상황을 알고 있는가? 그대도 춘부장처럼 하오문주와 연락하는가? 말 나온 김에 그대의 춘부장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지? 춘부장이 그대보다 강한가?”
“… 질문은 하나씩만 해, 새끼야.”
“모르는군. 그대가 정녕 광마의 여식인지도 의문이야. 호사가들은 은거고수의 존재에 대해 즐거워하지만, 나 같은 이는 은거고수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존재가 아니란 걸 알고 있네. 독고진에게 격체전공이라도 받았나?”
갑자기 말을 쏟아내는 묵세휘를 보며 독고령은 인상을 찌푸렸다.
격체전공이라니.
가진 바 모든 내공을 후인에게 전수해주는 대가로 전수자는 죽어버리는 기이한 기술.
강호 역사에 흔히 등장하지 않는 기술의 이름까지 꺼내며 묵세휘는 독고령을 가늠했다.
“그대의 존재는 기이해. 독고진이란 사내가 가족을 가질만한 위인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튀어나온 여식은 상상치도 못 할 무공을 가지고 있군. 오히려 독고진보다 강해보이기도 하네. 광마가 환골탈태로 여인이라도 되었나 싶군.”
“미… 미친 소리를…!”
“오, 당황하는군. 정곡을 찔렀나?”
묵세휘의 고개가 조금씩 더 기울더니 이내 그의 귀가 어깨에 닿았다.
“독고진의 마지막 행적이 북해빙궁에서 끊겼지. 빙제에게 연락을 해봐야겠어. 생각해보니 황궁의 무공 중 규화보전과 같이 환관이 익히는 무공도 따로 존재하고 있으니 어쩌면 남성이 여성으로 바뀌는 일 또한 벌어질 수도 있겠구만.”
“아까부터 무슨…”
“하지만 그건 내게 중요치 않은 일일세.”
묵세휘가 뚜둑 소리를 내며 목을 좌우로 기울이더니 다시 머리를 바르게 했다.
“독고령, 그대에게 건넨 제안은 여전하네. 그대가 원하는 걸 건네주지, 입맹하게. 이름만 빌려줘도 상관없어. 10년에 한 번,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는 정도로도 괜찮네. 그저 누군가 묻는다면 맹에 소속되어 있노라 얘기해주게. 간단하지?”
“… 왜 그렇게 입맹에 집착하지?”
“개인의 힘이 한없이 강대해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집단이 된다네.”
묵세휘가 손가락으로 탁상을 두들기며 말했다.
“혈교가 되고,”
탁.
“마교가 되고,”
탁.
“사파가 되는 법이지. 강자의 옆에는 들러붙는 이가 참으로 많다네. 자네 또한 그럴거야. 혈교주를 죽였다고? 조만간 온 무림이 그대의 이름을 알게 되겠군. 음란검이란 별호를 온 무림이 칭송하고 마교는 그대에게 주의를 기울일테지. 그리고 온갖 승냥이 떼가 그대에게 몰려들거야.”
“너는 그 승냥이와 다르고?”
“나는 일찍 찾아온 승냥이지. 그리고 그대에게 베풀 줄도 아는 승냥이고.”
묵세휘가 씨익 웃으며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름일세. 강자가 무림맹에 속해있다, 그를 통해 무림의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권력이 생기는거지.”
“귀찮은 일을 사서하는군.”
“천성이 그러하니 별 수 있나? 이미 그에 관한 고민은 내 머릿 속에서 끝났어. 나는 무림을 재편할 셈이네. 남궁진을 도와서 말이야.”
“근데 거기에 내 이름이 필요하다고?”
“이름은 많을수록 좋으니깐. 그대의 나이가 아직 어리니 일단 ‘선’급 정도로 하는 건 어떤가? 10년 뒤에는 새로운 검신이 될 게야. 아니면 검후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군. 이건 뭐 자네가 원하는대로 고르게.”
“아까부터 네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나는 무림맹에…”
“대신 당문을 없애주지.”
묵세휘의 말을 듣고, 독고령이 우뚝 멈춰섰다.
그리곤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내 먹이를 함부러 가로칠 생각이라면 그 아가리를 이 자리에서 찢어주지.”
“워워, 진정하게. 물론 그럴 생각은 없네. 그럼에도 자네에게 물어보지. 당문을 없애고 무얼 할텐가?”
“그냥 적당히 조용히…”
“그래, 첩첩산중에서 위일청과 둘이서 알콩달콩 삼남삼녀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일도 멋지겠군. 하지만 다른 이들이 자네를 가만히 놔둘까?”
“어떤 새끼가 나를 건드릴 수 있다고…”
“가장 먼저 사파가 그대에게 접근하겠군. ‘이보게, 정파를 싫어하는 호걸. 우리 사파의 이름을 등에 업고 천하를 호령하지 않겠나?’ 뭐 이렇게 말이야. 그 뒤에는 마교에서도 한 번 사람을 보내겠구만.”
“…”
“어디 그 뿐일까? 혈교주를 죽였으니 혈교의 잔당들이 그대에게 달려들겠구만. 그거 아나? 혈교 놈들은 지독하지. 사람의 몸을 벽력탄처럼 터뜨리곤 하는데 그 위력이 벽력탄 못지 않더군. 자네는 벽력탄이 10여개 정도 터져도 자식을 지켜낼 수 있을까?”
“지켜낼 수 있어.”
“그 다음은 정파겠군. 누구 하나가 그대를 규탄하기 시작할걸세. 그래도 당문이 사천에서 뼈가 굵은 대문파니 어쩌면 당문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 그대에게 사사로이 복수를 하겠다고 달려들 수 있겠군. 언제, 어디서 찾아올 지 모르는 적을 대비하며 여생을 살텐가?”
묵세휘가 잠시 말을 멈추고 차로 목을 축였다.
“이 모든 게 무엇으로 시작되는가? 집단과 명분일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이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든 집단에 소속시키려들며 그 자를 귀찮게 만들지. 귀찮아지지 않으려면 그대가 집단보다 강하고, 똑똑하고, 비열하며, 완벽해져야하네.”
“좆같네, 시발.”
“좆같지, 크큭. 아주 개같은 일이지. 그런 버러지들이 모여서 세운 게 무림이니 별 수 있나? 자네나 나나 이미 그 버러지 중 하나일세. 그러니깐 귀찮은 일이 없으려면 차라리 어딘가 속하라는 얘기일세. 우리는 명분을 쥐어주지.”
“그딴 거 필요없어.”
쿵!
독고령이 탁상을 내려치며 이를 드러냈다.
“내 존재가 이미 명분이야.”
“세인들이 똑같이 생각할까? 다르겠군.”
“꼬우면 직접 찾아와서 말하든가!”
“뒤에서 시시덕대는 소인은 신경쓰지 않는게 호걸의 모습이구만. 허나 위일청은?”
“… 뭐?”
“위일청은 어찌할텐가? 위일청도 같이 손가락질 당하라고? 저기 같은 정파 놈을 죽이고 지 혼자 행복하게 사는 놈이 있…”
“이 새끼가!”
위일청의 이름을 꺼내들자, 독고령이 묵세휘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올렸다.
“위일청의 이름을 한 번만 더 꺼내면 너는 죽어.”
“그럼 자네의 자식을 이야기해볼까? 무림의 은원은 깊네. 자네가 단 한 명이라도 남기는 순간, 언제 그가 또 다른 독고진이 되어 자네의 자식을 죽이려들지 모르겠군.”
묵세휘가 독고령을 보며 이죽거렸다.
“이게 집단일세. 아아… 광마에게 직접 이 말을 못 한 건 아쉽지만, 오늘에 와서야 그대에게 이런 말을 하니 참으로 기쁘군.”
“미친 놈.”
“광마의 여식에게 미친 놈 소리를 듣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 내려주겠나? 목이 막혀서 말일세.”
“…”
독고령은 너스레를 떠는 묵세휘를 노려보다가 손을 풀었다.
콰당탕!
꼴사납게 바닥에 떨어져 캑캑거리던 묵세휘는 목을 몇 번 어루만지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듯 다시 일어나 차로 목을 축였다.
그 모습을 보고 독고령은 묵세휘야말로 진정 미친 놈이라 생각했다.
저 흙탕물을 연상케하는 더럽게 맛 없는 차를 즐기는 것도, 자신의 앞에서 무공도 뛰어나지 않은 놈이 이렇게 목숨을 내놓고 행동하는 것도.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게, 독고령. 나는 적어도 앞으로 그대를 귀찮게 하지는 않고 오히려 그대의 주변 인물을 지켜줄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누굴…”
“이제 가봐도 된다네. 내가 할 말은 이걸로 끝이야. 술이 필요하겠군. 가는 길에 맹원에게 내 이름을 대고 술을 달라고 하면 줄걸세. 나라면 분주나 오량주를 요청할 듯 하네. 그게 제일 독하고 귀한 술이거든.”
끝까지 혼자 입을 나불대는 묵세휘를 보며 독고령은 씹어먹듯 말을 내뱉었다.
“… 더럽게 시끄러운 새끼.”
“군사직이란 게 원래 그런 자리거든. 혼자 고민하든, 위일청과 함께 논의해보든 결정되면 알려주게.”
쾅!
독고령이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묵세휘는 여전히 실실 웃으며 그녀가 금이 가게 만든 탁상을 손으로 쓸었다.
“이게 집단의 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