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와 색마-168화 (168/225)

EP.168 17장. 애는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 (14)

“하읏, 흐으윽, 흐으으… 하아앙!!”

독고령이, 아니 초대 혈교주가.

혀를 길게 내빼고 헐떡거리며 또 한 번 절정에 이르러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빨리 나가야 해… 더 이상은 위험해…♡’

이 몸을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즉에 잊었다.

천하에 이리도 음탕한 몸이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위일청의 손짓 한 번, 허리 한 번 움직임마다 온 몸이 알아서 반응했다.

초대 혈교주는 쾌락의 바다에 빠져 그저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심상의 세계로 도망쳐야… 흐읏…♡’

그 때, 위일청이 또 한 번 허리를 박아넣었다.

“하으윽… 그… 그마안…”

“령, 전보다 약해졌군요.”

“흐엑?!”

“전에 소현과 같이 할 때는 11번째 절정까지는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벌써부터 포기하면 안 되죠.”

“뎨… 뎨송해요옷… 뎨발 그마안…”

철썩.

위일청의 손이 가볍게 독고령의 엉덩이를 후려치자, 또 한 번 그녀의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어머어머…”

“길 한복판에서 저렇게 많이…”

“역시 위공자. 이러면 저희 소문주께서 많이 불리하신게…”

“저도 안겨보고 싶어라…”

저절로 튀어나오는 신음소리 때문일까?

길거리에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시선이 초대 혈교주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더 흥분하다니 이 년의 몸은 도대체 어찌된 영문… 헤으윽♡’

어느새 자신을 옥죄고 있던 검후의 손이 풀린지도 모르고 독고령은 위일청의 손에 들린 채, 그의 품에 안겨 헐떡이고 있었다.

“흐윽, 흐읏… 하으윽… 그… 그마안…”

“령의 그만은 더 해달란 뜻이지요. 알겠습니다, 더 깊숙이 박아드리지요.”

“아… 아니이… 하윽…!”

위일청이 독고령의 몸을 들어올렸다.

독고령은, 아니 혈라는.

다가올 쾌감을 미리 알고 있었다.

독고령의 한없이 음탕한 몸이 경고했다.

이번엔 진짜 큰 게 올 거라고.

이번에도 버텨낼 수 있겠냐고.

“뎨… 뎨바알…”

독고령의 목소리로 애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일청은 씨익 웃었다.

그의 손이 독고령의 엉덩이를 꽉 붙잡고, 아래로 내리치는 순간.

“헤으윽…♡”

그의 양물이 내부의 어딘가에 닿는 것을 느끼며 독고령이 조수를 내뿜고, 결국 실신했다.

*

한편 독고령은 자신의 몸이 또 한 번 절정에 다다르는 것을 보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 나 항상 저렇게 당하는거야?’

영혼의 상태로 돌아가 자신이 위일청에게 박히며 앙앙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건 또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와…’

또 한 번, 자신의 몸이 조수를 내뿜으며 부들부들 떨며 축 늘어지자 독고령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하반신이 간질거리는듯 했다.

눈이 뒤집힌 게 분명 기절한 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일청은 멈출 생각이 없는듯 보였다.

그가 다시 한 번 독고령의 엉덩이를 꽉 쥐어짜자,

“흐윽!”

“일어났나요, 령?”

“그마안… 뎨발… 그마안… 흐윽…”

“한 번 더 갑니다.”

“헤으윽…!!”

쾌락으로 실신한 자신의 육체를 더 강한 쾌락으로 다시 깨우는 위일청을 보며 독고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저러니깐 정신 차리면 온 몸에 탈력감이 느껴지지…’

위일청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물에 젖어 축 늘어진 몸으로 위일청에게 안겨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육신을 보며 독고령이 이제는 복잡한 심정을 넘어서 은근한 질투까지 느끼고 있을 즈음…

‘아이, 십새끼. 적당히 하고 나오지 언제까지 할려고…’

자신의 육체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 튀어나왔다.

“오, 왔냐?”

“이… 이 음탕한 년아!!”

“뭐래, 시발.”

“저런 음탕한 몸을 가지고 어떻게 삶을 살아온 것이지?!”

“…”

“천 년을 넘는 세월동안 네 년처럼 가벼운 년은 처음 봤다!”

“시발, 내가 왜 가벼운 년이야?! 일청이 존나 대단한거지!”

다시 영혼의 상태로 돌아온 혈교주는 마지막에 봤을 때처럼 남자의 모습이 아니라 상당히 중성적인 외모로 바뀌어있었다.

스스로도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초대 혈교주는 재빨리 자신의 몸을 다시 남성체로 바꾸었다.

‘본좌의 인격에 영향을 줄 정도란 말인가…!’

어찌나 당황했는지 표정을 숨기지 못 하는 그를 보며, 독고령이 비웃었다.

“내가 말했지, 새끼야? 혼비백산할 거라고.”

“과연 검후의 제자… 무시무시하더구나.”

“…”

검후의 제자란 사실과 위일청의 정력은 크게 상관은 없지만, 독고령은 그냥 혈교주가 알아서 오해하게 내버려뒀다.

“야, 좆 같은 짓거리 그만하고 그냥 편하게 쌈박질이나 하자. 이게 뭐냐? 나는 나대로 내 몸이 대로변에서 앙앙거리는 꼴이나 보고 너는 너대로… 음…”

“즐기지 않았어, 미친 년아!!”

빼액 소리를 지르는 혈라를 보고 독고령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십새끼, 생각해보니깐 빡치네? 네가 뭔데 일청이랑 즐겨, 새끼야.”

“닥쳐라. 다시는 즐길 생각도 없으니.”

“즐겼나보네?”

“후우… 역시 네 년이랑은 끝을 봐야겠구나. 죽여주마…”

“가냐? 잘 가고.”

혈라는 결국 독고령의 육체를 빼앗는 걸 포기했는지 바닥에 아무렇게 널부러져 있던 자신의 첫 육체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독고령의 온 몸에 감각이 돌아오는 순간…

“이… 일청…!! 흐아앙…”

“… 령?”

“그… 그마안… 나 돌아왔어요! 진짜로…”

“아직도 부족…”

“지… 진짜 나라고!”

“그걸 제가 어떻게 믿죠, 령?”

“아… 으아아… 으으…”

독고령은 어떻게 자신이 자신인 것을 증명할까 고민하다가, 위일청의 목에 팔을 걸고 살짝 입을 맞췄다.

“… 이러면 됐나요?”

“진짜 령이군요.”

“그러니깐 이제 내려줘요… 부끄러워 미칠 거 같아요…”

“… 네, 령. 고생 많았습니다.”

“그… 흐윽…! 처… 천천히 빼요. 지금 민감한 상태니깐… 하으윽…!”

위일청이 양물을 빼고 독고령을 내려주자, 그녀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하아… 하아… 읏…!”

“… 괜찮나요, 령?”

“안 괜찮아요…”

독고령은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그 때, 심상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그녀가 다급히 외쳤다.

“이… 일청! 혈라! 혈교주 몸! 빨리 확인해…”

“본녀가 지키고 있었노라.”

“아…?”

“… 일청과 네가 큰 일을 했구나.”

“…”

독고령이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다시 자신의 육신으로 돌아간 혈라와 그를 제압한 검후가 보였다.

단전 깊숙이 칼을 꽂아 넣은 상태로 몸을 부르르 떨고있는 혈라를 보자, 독고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럼…”

“혈라를 사로잡았구나. 고생했다.”

“끄르륵… 검후, 이 년… 이건 또 무슨…”

“세상의 그 어떠한 것도 영원불멸할 수 없노라. 한낱 풀뿌리부터 부처에 이르기까지 항구여일한 것이 하나도 없거늘, 어찌 네 놈만 영원불멸하리라 생각했더냐?”

“큭… 크크큭… 크하학! 쿨럭…”

혈라가 피를 토해내며 자신의 배에 박힌 검을 뽑기 위해 발악했지만, 소용없었다.

“안 되는군. 이번 육체는 여기까지인가…”

“… 또 돌아올 셈이더냐?”

“하나의 신자만 있더라도 본좌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이야. 알고 있지 않나?”

“다시 또 막으러 찾아가마.”

“그래, 크크큭. 음탕한 년!”

혈라가 자신을 부르자 독고령이 그를 노려봤다.

“나?”

“그래, 네 년.”

“미친 새끼가…”

“다음엔 반드시 죽여주마. 오래 살도록.”

“지랄…!”

그 때, 위일청이 자신의 옷을 벗어 독고령을 가려주곤 혈라와 독고령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 땐 령이 아니라 제가 상대할 겁니다.”

“크큭… 검후의 제자, 그래 네 놈도 반드시 죽이러 찾아가마.”

“다음에도 여인의 몸으로 찾아오세요. 그 땐 실신 정도로 안 끝날 테니깐요.”

“정인 못지 않게 네 놈도 미친 놈이구나, 크크큭.”

혈라가 이죽거렸다.

그의 기분 나쁜 웃음을 보는 순간, 독고령은 등이 서늘해졌다.

‘여기까지 해놓고 또 되살아난다고?’

그제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이렇게 힘들게, 별의별 꼴을 다 보고 난 뒤에도 혈라는 다시 살아돌아올 것이란 것을.

혈교의 진정한 무서움이 바로 이것이었다.

죽여도, 죽지 않고 돌아오는 교주.

“절대 안 되지, 씹새끼야.”

“… 령?”

독고령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며 일어났다.

“검후님, 그 새끼 잘 잡고 있어봐요.”

“뭔가 방법이 있더냐, 령아야?”

“… 이대로 보낼 순 없죠. 일청… 나 좀 지탱해줘요. 다리가 풀려서 못 움직이겠어요.”

“네, 령.”

독고령은 자신의 몸 상태가 처참함을 알고 있었다.

아직도 쾌락의 열기는 채 가시지 않았고, 다리 사이로는 어찌나 많이 싸질렀는지 계속 위일청의 정액이 울컥대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양기도 충분하네.’

쓸 수 있는 내공이 막대하단 얘기였다.

“검신 영감님이 그러더라고요. 베고자 마음 먹으면 뭐든지 벨 수 있다고.”

독고령은 유성도를 꺼내 들려다가 자신의 손목에 묶인 연검을 쳐다보았다.

위일청이 선물해준 연검.

그에게 받은 유일한 물건.

문득 남궁원청의 가르침이 귓가를 맴돌았다.

[결국 정하는 건 자넬세. 무엇으로, 어떤 걸 벨지 고르기만 하면 된다네.]

혈라를 베는 건 위일청이 선물해준 연검이 좋겠다.

독고령이 연검을 길게 늘어뜨린 뒤, 한 손으로 위일청을 붙잡고 일어섰다.

“크큭, 무얼 해도 본좌는 죽지 않아, 음탕한 년아.”

“그래, 자신 있으면 이것도 해보자.”

독고령이 일영기를 끌어올려 연검에 둘렀다.

전처럼 쓸데없이 주변에 큰 피해를 입히면 안 되니 원하는 것은 한 없이 작은 규모로, 한 없이 강한 힘으로 베기를 바랬다.

그 의지대로 가공할 내공이 독고령의 연검에 깃들고 있음에도 혈라는 여전히 그녀를 비웃었다.

“고작해야 태극으로 무얼 하려는거지?”

“네 혼백을 벨려고.”

“크크큭, 역천으로 하늘의 뜻을 무시하는 자가 본좌야. 자연의 이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새끼, 입 터는 거 보니깐 무섭구나?”

“뭐…?”

“해보자고.”

“잠시만 기다리거라. 원하는 게 있다면 본좌가…”

“닥치거라.”

“끄윽!”

검후가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 독고령을 방해하지 못 하게 했다.

"해 보거라, 령아야."

그녀의 바람대로 눈을 감은 독고령은 혈라의 혼백을 떠올렸다.

자신의 몸에서 튀어나오던 혈라의 그 희끄무레한 혼백을, 어디서나 볼법한 평범한 인상의 사내를 떠올렸다.

[무엇을 벨테냐?]

문득 남궁원청의 질문이 떠오르자, 독고령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혼백을.”

“멈ㅊ…!”

쉬익!

독고령이 연검을 내리치자 그녀의 검이 혈라의 목을 통과해 바닥으로 꽂혔다.

하지만 상처 하나 생기지 않은 그의 몸을 보고 위일청과 검후가 당황할 즈음, 혈라가 입을 열었다.

“… 이름이 무엇이냐?”

“뭐?”

“본좌의 윤회를 끊은 이 기술. 이름이 무엇이더냐?”

“… 일영기.”

“큭… 크크큭… 크하핫!!”

“뭐가 웃기지?”

“끝까지 음탕한 년이구나. 이런 천하의 절기에도 정인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함께 넣어뒀어.”

“새끼야, 일청 없이는 못 쓰는거야.”

“그런가…”

혈라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천천히 바스라지며, 먼지로 바뀌었다.

“역천으로 하늘의 뜻을 이겨낸 줄 알았거늘, 한낱 남녀의 정에 본좌가 졌구나.”

이윽고 혈라의 몸이 완전히 먼지로 변해 흩어지는 것을 보며 검후가 말했다.

“혈교주는 역천으로 하늘의 뜻을 거스르겠다고 했지만, 결국 자연의 이치인 남녀의 정에 졌구나. 령아야.”

“… 네, 검후님.”

“혈라의 혼백을 끊었더냐?”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독고령을 보고 검후는 주륵 눈물을 흘렸다.

“… 네가 큰 일을 했구나.”

“… 큰일까지야, 뭐. 검신 영감님이 잘 가르친거죠, 뭘.”

“고맙구나… 참으로 고마워…”

정말 혈라가 죽었다 생각하자,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독고령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아…”

“령?”

“… 일청, 나 안아줘요.”

“네?”

“… 못 일어나겠어요.”

“크큭, 예.”

위일청이 독고령을 안아들자, 그의 목에 팔을 걸며 그녀가 말했다.

“… 일단 좀 씻을래요.”

“그러죠, 령.”

독고령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남았지만, 일단 당장은 너무 피곤했다.

심력도 많이 소모했고, 몸은 쾌락에 빠져 지칠대로 지쳤다.

‘일단 씻자… 다 씻고 생각해야지.’

홀로 눈물을 흘리는 검후를 뒤로 한 채, 위일청이 객잔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독고령이 말했다.

“그… 일청…”

“네?”

“… 다음엔 양 조절을 좀…”

“뭘 말입니까?”

“… 정액이요.”

“…”

“다리 사이가 끈적거려요. 이거 되게 찝찝하단 말이에요…”

“전에 말했잖습니까? 마음대로 안 되는 거라고.”

“… 알았어요. 아, 맞다. 일청!”

“왜요, 령?”

“소소는요?”

“아…”

“소소 아가씨는 이제 생각났나요오?”

“응?”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독고령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곳엔…

“구하느라 힘들었어요오.”

“소소야!”

새근새근 잠에 든 남궁소소와 은관영이 백리소현과 함께 서있었다.

“독고 소저가 위 오빠랑 진~득하게, 그것도 대로변에서 즐기고 있는 동안요오.”

“흐엑?!”

그제서야 독고령은 떠올랐다.

“역시 음란검이네요오.”

“캬아아악!!!”

혈라가 자신의 몸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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