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와 색마-153화 (153/225)

EP.153 16장. 오매불망 - (10)

“으음…”

답답함에 독고령이 몸을 뒤척거리자, 푹신한 무언가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뭐야… 이거… 읍…”

“아앙…”

부드러운 무언가를 손으로 밀어내려 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교태를 부렸다.

“… 둔치?”

“소현 언니.”

“무슨…”

독고령이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뜨자,

“아…”

나신의 백리소현이 눈 앞에 누워있었다.

“어… 어어…”

조금씩 잠에 깨면서 어젯밤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왔다.

[빨리…! 빨리 양기… 듀세효…!]

[령 매도… 같이… 즐길래?]

[양물… 또 넣어주세요…♥]

“아… 으아아…”

결국 위일청은 자신의 선언대로 실신하기 전까지 독고령을 밀어붙였다.

자신이 언제부터 실신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떠오르는 기억 사이사이로 쾌락에 몸을 맡기고 음탕하게 더 많은 쾌락을 요구하던 스스로가 기억나자 독고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게다가…

“와아… 이거 봐, 령 매.”

“흐아아…”

백리소현이 다리를 들어보이자 다리 사이가 위일청의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확인한 독고령은 황급히 자신의 다리 사이를 바라보았고…

“으아…”

자신 또한 별 다를 바 없음을 금세 깨달았다.

“령 매, 령 매.”

“… 왜?”

“위 오라버니 봐봐.”

“응…?”

독고령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누워있던 나신의 위일청을 확인하자…

“히익…!”

그렇게 해놓고 또 다시 서있는 위일청의 양물을 발견했다.

“진짜…”

“후훗, 왜에~? 또 하고 싶어?”

“아… 아니거든…!”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껴안은 백리소현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며 독고령은 자리에서 휙 일어났다.

“나… 나는 씻으러 간다.”

“그래, 히힛.”

“같이 안 씻을거야!”

“으응?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에?”

“…”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입은 독고령은 나가기 전, 잠든 위일청의 위로 올라타는 백리소현을 보았다.

“나는 좀 이따 씻을게, 령 매.”

“… 그래.”

위일청의 양물을 입에 삼키는 백리소현을 보며 독고령은 문을 닫고 나왔다.

‘… 둔치는 진짜…’

지금이라도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독고령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그 생각을 털어버리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또 한 번 했다가는… 더 이상 야한 일 외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음탕한 몸이 될 것만 같았기에.

어젯밤 있었던 격렬한 정사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낸 뒤, 밖으로 나온 독고령이 제일 먼저 마주친 것은 은관영이었다.

“… 괜찮냐?”

“아니요오…”

은관영은 어젯밤을 꼬박 새웠는지 눈 밑이 거뭇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확인한 독고령은 자신이 보냈던 밤과 전혀 달랐을 은관영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 네가 고생이 많다.”

“맞아요, 제가 진짜 고생이 많아요오. 그래도…”

은관영이 서책을 하나 꺼내들었다.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네요오.”

“뭐 좀 알아냈냐?”

“네, 일단 위 오빠랑 검후님까지 다 모인 뒤에 얘기하죠. 위 오빠는 어딨어요오?”

“제일 위 특실에 있는데…”

독고령은 아직 내려오지 않은 백리소현과 위일청이 떠오르자, 말을 돌렸다.

“그… 아직 안 일어났을거야. 좀 이따가…”

“어제 위 오빠랑 몇 번이나 했어요?”

“흐엑?!”

“…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세요? 당연히 위 오빠랑 같이 잤을거고, 한동안 내내 위 오빠만 찾던 독고 소저잖아요.”

“아… 그… 으…”

“뭘 망설이고 그래요? 서로 좋아죽는 거 다 아는데.”

“흐아아…”

“그래서 얼마나 했어요?”

직설적인 은관영의 말에 독고령이 얼굴을 붉히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7번? 8번?”

“히이익!”

“도… 도중에 실신해서 나도 확신은 잘…”

“혼자서 용케도 버티셨네요.”

“아니… 그게…”

“… 소현 언니도 같이 있었어요?”

“…”

독고령은 차마 소리내어 대답하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헤에~ 나중에 언니한테 물어봐야겠네요.”

“… 야!”

“아니면 다음에 직접 들려주시려고요? 위 오빠랑 같이… 헤헤.”

“으… 음탕한…”

독고령은 차마 말을 마무리짓지 못 했다.

그녀는 이제 잘 알고 있었다.

누가 제일 음탕한 년인지.

*

독고령은 피곤함에 쩔어있는 은관영에게 어깨를 내어준 뒤, 다른 이들이 모이길 기다렸다.

가장 먼저 내려온 것은 검후였다.

“… 일어나셨어요?”

“안 잤노라.”

“안 자고 뭐하셨길래…”

“밤새 주하가 날뛰느라 고생 좀 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어제 객잔 내에 음기가 가득하더구나. 얼마나 해대던지 원… 그 음기에 반응하여 주하의 사기가 밤새 난리도 아니더구나.”

“…”

독고령은 검후의 말을 듣고 찔리는 게 있어 황급히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그… 태극삼검은요?”

“피곤해서 그대로 골아떨어졌다. 주하도 얌전해졌기에 뭐 좀 먹으려고 내려왔노라.”

“아… 네.”

“그래서… 하오문의 아이가 무슨 정보라도 얻었다고 하더냐?”

“일단 사람들이 모인 뒤에 한 번에 얘기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아침은 먹었느냐?”

“아직요.”

“본녀는 먼저 먹도록하마.”

“… 그러세요.”

검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독고령과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 은관영을 보고 미소지었다.

“사이 좋은 자매같구나.”

“… 별로 안 좋은데요.”

“크큭, 그런 점까지 포함해서 하는 말이로다.”

검후가 살며시 미소짓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 자매는 무슨.’

독고령은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은관영을 치워버릴까 하다가… 그냥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유독 이런저런 잡일도 많이 하는 데다가, 위일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제 그녀가 내내 고생할 시간동안 자신과 백리소현은 위일청과 뜨거운 밤을 보냈으니 조금 죄책감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번 한 번만 어깨를 빌려주는 거라 속으로 되뇌이며 독고령이 은관영을 쳐다보았다.

“아잇, 침은 좀… 하아…”

위일청과 백리소현은 언제 내려올까 생각하며 독고령은 다시 묵묵히 시간이 지나기가기를 기다렸다.

“좋은 아침이네요, 검후님.”

“… 좋은 아침입니다, 스승님.”

위일청과 백리소현은 검후가 내려온 뒤, 한 식경(30분) 즈음 지났을 때 내려왔다.

“… 일청아.”

“예, 스승님.”

“심법 때문에 어찌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본녀의 가르침을 잊지는 말거라. 적당한 자제심이 더 큰 쾌락을 낳을 때도 있는 법이니라.”

“… 어제 이미 느꼈습니다.”

“어휴…”

검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령아야, 하오문의 아이를 깨우거라.”

“… 네.”

독고령이 은관영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자,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흐억?”

“… 정신차려. 다 모였다.”

“아… 안녕하세요, 검후님.”

“크큭, 잘 자더구나. 누군가에겐 어젯밤이 즐거웠다면 너의 밤은 필시 고되었겠구나.”

“… 이 일만 끝나면 저도 즐거워질 수 있겠죠, 헤헷.”

은관영이 손으로 몇 번 마른 세수를 하고는 뺨을 툭툭 치곤 금세 잠기운을 없애고 서책을 꺼내들었다.

“태극삼검 분은…”

“나중에 본녀가 따로 전달하도록 하마.”

“… 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먼저 제일 중요한 소소 아가씨 말인데요…”

남궁소소의 이름이 나오자 독고령이 주먹을 꽉 쥐었다.

혹시나, 아주 낮은 확률로, 그냥 본가에 늦게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지만, 은관영의 어두운 표정에서 이미 답을 알아차렸다.

“… 남궁진 대협과 직접적으로 연락이 닿았어요. 납치범이 소소 아가씨의 머리카락과 함께 협박편지를 보냈대요.”

“똥물에 튀겨죽일 새끼들…!!”

독고령이 분노에 몸을 떨며 욕을 내뱉었음에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후우… 위치는?”

“그게 또 중요한 얘기인데요… 소소 아가씨가 있을법한 위치를 세 곳 정도 찾아놨어요.”

“어딘데?”

“저희가 창천오검 분들이 타고 있던 마차의 경로를 따라 역으로 추적해봤는데 소소 아가씨는 아마 합비 안에서 납치됐어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안 죽였을 확률이 더 높아요.”

“살아있어야 남궁진을 쥐고 휘두르니깐?”

“그렇기도 하고 만약 소소 아가씨를 죽인다면 이성을 잃은 검선께서 죄다 목을 베어버리겠죠.”

“… 최소한의 안전장치네.”

“네. 그래서 더더욱 위험해요.”

“왜?”

은관영이 잠시 독고령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 검선께서는 여차하면 소소 아가씨를 포기…”

쾅!

“포기?!”

독고령이 발작하듯 일어나며 외쳤다.

“그… 검선 그 새끼 딸이 소소 아니야?!”

“맞죠. 맞는데… 독고 소저, 일단 진정하세요오.”

“진정은 무슨… 지 딸을…!”

“앉거라, 령 아야.”

“이익…!”

검후가 독고령의 손을 붙잡고 그녀의 등을 살살 쓸어내렸다.

그러자 방금까지만해도 머리 끝까지 차오른 화가 조금씩 내려앉았다.

“조금 진정이 되느냐?”

“… 네.”

“네가 소소란 아이를 얼마나 아끼는 줄 잘 알겠구나. 허나 남궁선 그 아이도 너만큼이나 소소를 아낄테지.”

“근데 왜…!”

“그게 가주의 자리이기 때문이니라. 소소의 아비임과 동시에 한 가문의 가주기에 여차하면 그런 상황마저 상정해둔 것이겠지.”

“…”

“하오문의 아이야.”

“네, 검후님.”

“령 아가 이야기를 끊었지만, 본녀는 그 뒷말을 듣고 싶구나.”

“아… 네.”

은관영이 독고령을 쳐다보았다.

“독고 소저, 검선께서는 여차하면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당연히 소소 아가씨를 구하고 싶어하세요.”

“그래서?”

“… 납치범은 그… 검후님의 목을 요구했대요.”

은관영은 조심스레 검후의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지만, 정작 이야기를 들은 검후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 본녀 또한 무림의 일원이니 은원이 있을테지. 진이 그 아이가 괴로운 선택지를 강요받았구나.”

“그래서 말인데요오… 검후님.”

“말해보거라.”

“… 무례가 아니라면 검후님께서 전면에 서주실 수 있나요?”

“본녀가?”

“… 네.”

은관영은 검후에게 서책을 내밀며 부탁했다.

“… 검후님께서 남궁진 대협을 만나러 간다고 밝히고 난 뒤, 그 곳으로 행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납치범들이 소소 아가씨를 어찌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납치범이 요구하는 바와 맞으니깐요.”

“옳다. 헌데 무엇을 망설이느냐?”

“… 이 작전은 검후님을 미끼로 쓰니깐요. 혹여나 불쾌하시다면 언제든 수정을…!”

“그리 하마.”

“… 네?”

너무나 쉽게 승낙을 한 검후의 말을 듣고, 은관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괘… 괜찮으신가요?”

“아이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본녀가 그 정도도 못 할까봐?”

“하… 하지만… 작전 도중에 다른 함정이 있을 수도…”

“하오문의 아이야.”

“네, 검후님.”

검후, 서교는 그 어린 몸과 맞지 않는 한없이 깊은 눈으로 은관영을 쳐다보며 따스하게 말했다.

“본녀를 걱정할 필요는 없느니라. 네가 생각하기에 그게 최선의 수였느냐?”

“… 네.”

“그렇다면 그리 하자꾸나. 애시당초 너희들을 돕고자 따라나온 것이니 내 눈치를 살피지 말고, 네가 원하는 바를 행해보거라.”

“…”

그 말을 듣고, 은관영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포권을 취했다.

“검후님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반드시 성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검후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마주 포권을 취하자, 옆에 있던 독고령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검후 할머니가 미끼하는 동안 나머지 세 곳을 조지면 되냐?”

“그… 렇긴 한데요오…”

“한데?”

“… 저희가 수가 조금…”

“응?”

은관영이 머리를 싸맸다.

“일단 남궁세가는 감시의 눈이 워낙 견고해서 몰래 병력을 못 빼돌리고, 남궁진 대협도 움직이지 않는 게 최선이거든요오…”

“움직이면 소소가 위험해지니깐?”

“… 네. 그래서 저희끼리 세 곳을 살펴야하는데 내부까지 살필 방법은 없어서 아직 전력 파악이 안 됐어요. 저희 중에 강한 전력인 검후님은 미끼가 되셔서 전면에 서야해서…”

“쓰읍… 상대는 어느 정도 급인데?”

“… 낮으면 제, 왕급이고 높으면… 전대의 존 급이요?”

“…”

그 말을 듣고 독고령은 고민에 빠졌다.

가진 전력은 독고령, 위일청, 은관영, 백리소현, 태극삼검, 그리고 하오문의 문도들.

막상 들어가서 전투를 도맡아 한다 할 지라도 어딘가 어중간했다.

무엇보다… 수를 나누기가 애매했다.

‘… 나랑 일청이 한 곳씩 맡는다 치더라도 마지막 한 곳은…’

은관영 또한 뛰어난 무인이었으나 당장 왕급과 붙더라도 상당히 힘드리라 싶었다.

게다가 위일청 역시 혹여나 존급을 만난다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내가 태극삼검 중 하나 끌고 가고, 일청 옆에 태극삼검 나머지랑 은관영까지 붙여주면 제일 편한데… 만약 마지막 한 곳에 소소가 있으면… 으으…’

어떻게 수를 나눠도 한 쪽이 부족해서 문제가 된다 싶을 즈음.

“… 아!”

“왜 그러세요, 독고 소저?”

“캬아… 내가 또 선견지명이 진짜… 이야… 역시 일청이 최고예요!”

“… 네?”

갑작스레 신이 난 독고령을 보고 다들 당황하여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독고령은 그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허리에 두 손을 올리며 당당히 가슴을 펴고 으스댔다.

“어이, 하오문.”

“… 네, 독고 소저.”

“내가 한 곳을 맡을 놈을 불러놨으니깐 세 곳 다 동시에 습격할 수 있어.”

“… 네? 누구를요?”

독고령이 씨익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중원 제일의 살수, 못 해도 존급, 게다가 잠행술에도 존나 뛰어나서 소소를 상처하나 없이 데려올 수 있는 놈.”

“그런 사람이…”

“살막의 수장이 우리를 도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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