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와 색마-145화 (145/225)

EP.145 16장. 오매불망 - (2)

해가 떨어지고, 모두가 잠에 빠진 한밤 중에도 독고령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위일청위일청위일청위일청위일청위일청…’

아무리 잠을 청해도 위일청이 생각나 잠에 들 수 없었다.

일주일이었다.

차라리 지난 번에 무명에게 납치당한 것처럼 그와 자신 사이에 거리의 문제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고작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못 만나는 상황이 독고령을 미치게 했다.

문제는 그 벽, 검후 서교, 이 너무나 두터웠을 뿐이다.

‘시발시발시발시발…’

검후와의 비무가 자신의 무공에 큰 도움이 되는지도 모를만큼 독고령은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일청과 못 만나는 것은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위일청 보고싶다… 아, 위일청 만나고 싶다… 아, 위일청이랑 당장이라도… 으으으…’

머리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온갖 망상에 빠져든 독고령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서 자고 있던 은관영이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음… 독고 소저어. 어디 가려고요오?”

“… 화장실.”

“… 위 오빠 보러가는 거 아니죠?”

“아니야, 새끼야. 어여 자.”

“네에. 너무 늦게 돌아오진 마세요오.”

다시 누운 은관영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온 독고령은 차가운 밤바람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그리고는 눈을 빛내며 검후의 처소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할매도 밤에는 자겠지?’

몸은 어린 몸이지만, 그 속에 든 것은 나이 먹은 할머니.

하지만 아무리 밤잠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시간까지 깨어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제 모두가 한참 잠에 취해있을 무렵.

지금이라면 몰래 처소에 들어가는 일도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독고령은 생각이 떠오른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조심히… 몰래몰래…’

무명에게 배운 경신술을 십분활용하여최대한 발소리와 인기척을 줄이고 독고령은 지붕에서 지붕을 넘나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밤마다 요기 때문에 날뛰는 주하 때문인지, 다행히도 보타문은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일청…! 지금 보러 갈게요!’

멀리 검후의 처소가 보이기 시작하자 독고령은 더욱더 기감을 끌어올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했다.

그 때…

“후훗… 또 찾아오셨나요, 사저?”

“주… 주하야…”

어두운 밤 하늘, 나무 그늘의 아래.

기감을 끌어올리지 않았으면 놓쳤을 두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 주하?’

가늘기 그지 없는 인영은 분명 검후의 제자, 서주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에 몸을 맡긴 여인은 처음 보는 이였다.

‘보타문도 중 하나인가…?’

그 때, 주하의 그림자가 사저라 불린 여인과 가까워졌다.

“주하야… 그… 흐읏…!”

“쉬이… 조용해주세요, 사저.”

“모… 목은… 흉이 질 수도 있으니… 흐윽…!”

쮸웁-.

찐득한 소리가 독고령의 귓가에 들려오자, 그녀가 멈춰섰다.

‘뭐… 뭐하는 거야, 저 미친 년은…!’

눈에 내공을 집중하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하가 자신의 사저를 나무에 밀어붙이고는 목을 빨고 있었다.

“흐읏… 주하야…”

“이제 자고 일어나면 예쁜 흉이 날겁니다, 사저.”

“흣…!”

주하가 방금까지 자신이 빨던 목 부분을 손으로 훑고는 사저에게 속삭였다.

“저와 즐겼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겠죠.”

“그… 그런…!”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사저?”

“흐윽…!”

주하의 손이 그녀의 옷 안으로 들어가자, 독고령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니… 여자끼리 저런…’

주하의 손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사저라 불린 이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조금씩 몸을 숙여나갔다.

“하으윽…! 흐읏…!”

“시끄럽네요, 사저. 다른 자매들에게 들키고 싶으신가 봐요?”

“아… 아니이… 흐읍…!”

“조용해야 하니깐 입을 막을게요. 스승님이 찾아오면 곤란하단 말이에요.”

“하읏…!”

격하게 혀를 섞는 두 여인을 보며, 독고령은 더 지켜보다간 자기마저 이상한 기분이 될 것만 같아 급히 자리를 떴다.

‘으… 으아아…’

달아오른 얼굴을 연신 손부채질하며 가라앉히고 독고령은 검후의 처소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물고, 빨아, 뿜어내게 하는 주하의 기술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더 지체했다간 검후가 돌아다닐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가서 들켜도 주하 때문에 찾아온 거라고 말해도 되겠지.’

좋은 변명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잽싸게 검후의 처소에 도착한 독고령은 기감을 끌어올려 내부를 확인했다.

‘이익…!’

그 안에는 두 명의 기척이 느껴졌는데, 하나는 명백히 검후의 것이였으니 다른 하나는 위일청임이 확실했다.

‘나도 일청이랑 같이 자고 싶은데…! 이 노망난 할매가…!’

혹시나 둘이 몸을 섞고 있기라도 했다면 생사결을 벌일 생각까지 했으나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없었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는 두 명이었으나 같은 공간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부러움을 샀다.

두 명의 기척을 확인한 독고령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위일청의 기척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벽으로 향하고는… 멈춰섰다.

‘… 어떻게 말을 걸지?’

내공을 일으키면 검후가 눈치챌 것만 같았다.

그렇다보니 전음으로 위일청을 깨우기도 조금은 애매했다.

‘쓰읍…’

막상 찾아온 것까진 좋았는데 검후에게 들키지 않고 위일청을 깨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방해일까…’

독고령은 결국 벽에 머리를 기대고 멈춰섰다.

일단 마음이 앞서 위일청을 보러왔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자 검후의 말이 떠올랐다.

괜히 위일청의 수행을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말.

그 말이 벽 하나를 앞에 두고 위일청을 보고싶은 독고령의 발목을 붙잡았다.

혹시나 정말 자신을 안 만나는 게 중요한 일이라면?

큰 깨달음을 얻기 직전의 상황인데 괜히 자신과 만나서 그게 틀어진다면?

‘… 잘 지내요, 일청?’

결국 독고령은 벽 하나를 넘지 못 하고, 그저 위일청에게 마음만을 전했다.

‘… 혹시나 소피라도 마려워 밖으로 나와주면 참 좋을텐데… 그럼 얼굴이라도 볼텐데…’

위일청이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것은 알지만, 혹여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열심히 생각하고 있으면 그의 꿈에라도 등장하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를 담아 독고령은 한참을… 벽 앞에서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떠들어댔다.

‘보고 싶어요, 일청. 못 보니깐너무나 그리워요. 고작 일주일인데, 앞으로 일주일이나 더 버텨야한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아요. 같이 자고 싶고, 같이 밥도 먹고… 가끔은… 아니, 시간이 허락하는한 가능한 많이 야한 짓도 하고 싶어요…’

괜히 아쉬움에, 마치 그 곳이 위일청의 뺨이라도 되는듯이, 벽을 손으로 쓰다듬다... 독고령은 등을 돌렸다.

‘… 금방 검후 할매 꺾고 만나러 갈게요, 일청. 조금만 기다려줘요.’

결국 독고령은 위일청과 만나지 않고, 일어나 자리를 떴다.

그녀가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검후의 처소 밖으로 나왔다.

“…”

위일청이었다.

‘… 누군가 있었는데…?’

괜히 독고령이 생각나 쉬이 잠을 못 이루고 있을 즈음,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어딘지 모를 찝찝함을 느낀 위일청은 밖으로 나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

방금까지 자신이 자고 있던 쪽의 벽에 누군가의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잠시 그 손자국 위로 손을 대자 남아있던 온기가 위일청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설마…’

혹시나 독고령이 왔다간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위일청은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라 여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령, 잘 지내고 있나요? 잠은 잘 자고 있나 모르겠네요.’

오매불망(寤寐不忘).

자나 깨나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하는 그리움을 위일청은 사무치게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검후가 놓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말한 게 검술의 영역이라 생각했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 보고 싶습니다, 령.’

시간이 갈수록 독고령에 대한 그리움만 한없이 커지고 있었다.

물론 무공 또한 진일보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으나, 정작 자신의 옆에 독고령이 없으니 씁쓸함만이 가득했다.

고작 일주일.

앞으로 일주일.

무려 일주일.

“하아…”

부디 잠들 수 있기를 기원하며, 위일청은 다시 처소로 돌아갔다.

*

“… 응?”

다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독고령은 잠시 검후의 처소를 돌아보았다.

‘… 아닌가?’

누군가 검후의 처소에서 나온 것만 같았으나, 독고령은 그게 검후라 생각하자 등에 소름이 돋았다.

‘들키면 좆된다…!’

빨리 돌아가야지 생각하며 숙소로 바삐 발걸음을 옮기던 와중,

“하으윽…! 주하얏…! 주하야…!!! 헤으윽…!”

투둑, 투두둑.

액체가 땅을 적시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교성이 울려퍼졌다.

갑작스레 들린 큰 소리에 독고령이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 아직도 하고 있었네.’

위일청에게 정신이 팔려 주하와 보타문도의 밀회를 까먹고 있었다.

소리가 난 곳을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다...문득 검후가 말한 ‘뿜어내다’가 궁금해진 독고령은 잠시 멈춰섰다.

‘… 생각해보니깐 언젠가는…’

위일청의 옆에는 독고령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백리소현과 은관영.

다른 두 여인 또한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 명이 말했듯이, 언젠가는…

독고령 또한 그들과 함께 밤일을 치르게 될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독고령은 문득 은관영에게 당해 처음으로 성적인 쾌감을 느꼈던 일이 떠올랐다.

‘여… 여자들끼리도… 그… 그게 되나…?’

애초에 세 명, 네 명이서 어떻게 동시에 음양교합을 하는지 의문이었다.

‘위일청의 양물은 하나인데 돌아가면서 박나…?’

성에 무지했던 독고령이었기에, 되려 성에 대해 한없이 깊은 호기심이 일어났다.

주하는…

다른 여인을 ‘뿜어내게’ 만드는 그녀의 기술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않고서야 독고령은 오늘 밤, 밤잠을 이룰 수가 없을것만 같았다.

‘조… 조금만 보고 가자…’

슬며시 지붕 위에서 몸을 낮춘 독고령은 몰래 주하와 보타문도가 무언가를 하고 있던 나무를 쳐다보았다.

그 곳을 쳐다보자…

“흐읏… 읏…!”

두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가랑이를 훤히 드러낸 채, 간헐적으로 몸을 떨며, 다리 사이에서 무언가를 뿜어내고 있는 보타문도가 있었다.

‘으… 흐아아…’

포물선을 그리며 뿜어져나오는 액체가 쾌락의 여파가 어느정도이니 짐작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녀가 흘리고 있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내리는 침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신음을 흐느끼며 나무에 기대 몸을 쉬고 있는 보타문도를 몰래 관음하고 있던 독고령은 갑자기 등에 소름이 확 돋았다.

‘주… 주하는 어딨지?’

그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탁.

누군가 독고령의 등 뒤에 내려섰다.

“어머, 몰래 훔쳐보던 나쁜 아이가 있네요?”

간드러진 목소리에 색기가 가득 담긴 요녀였다.

“전에는 스승님과 도망치셨는데… 제가 궁금하긴 하셨나봐요?”

“… 가까이 오지 마.”

“또 그러신다.”

주하의 목소리는 마치 자신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곧 주박이 되어, 독고령의 사지를 묶어들었다.

알 수 없는 사술에 사로잡힘 걸 깨닫자, 독고령은 욕지꺼리를 내뱉었다.

“이… 시발, 진짜…”

“후훗, 입이 거친 분은 또 처음이네요. 맛보는 재미가 있겠어요.”

“아, 좀… 지랄하지 말고 진짜…!”

당장이라도 일어나 도망치고 싶었으나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아, 시발. 돌겠네, 진짜…!!’

내공이라도 끌어올려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애썼으나 오히려 독고령의 막대한 음기를 느낀 주하는 교성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아아… 이 얼마나 순수한 음기인가요.”

“더 오면 가만히 안 있는다? 나 진심이야, 새끼야…!”

“다들 처음엔 그렇게들 말하신답니다? 하지만 한 번 즐긴 뒤에는…”

주하가 독고령의 귓가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모두 저를 못 잊죠.”

“으… 으으으…!”

“천천히 음미해야겠네요, 후훗…”

“이… 일청!! 위일청!!!!”

“응?”

갑자기 악을 지르며 소리치는 독고령의 입을 주하가 손으로 틀어막고는 다른 손의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쉬이… 스승님이 깨면 곤란하답니다?”

“읍…! 읍읍…!”

“참 고운 피부네요…”

주하가 황홀한 듯 자신의 뺨을 쓰다듬자, 독고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일청…!’

그 때.

“… 서 소저.”

환청이 들렸다.

“창고로 돌아가시지요.”

“… 싫어요.”

“지금이라도 돌아가신다면 용서해드리지요. 소저께서 누굴 건드리고 있는지 모르나본데…”

또 다시 들린 환청에 독고령이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령은 제 여인입니다.”

눈 앞에 위일청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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