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2 14장. 세대교체 - (18)
밖에서 세 번째로 큰 함성이 들리자, 쾌락의 여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독고령이 자신을 껴안고 있던 위일청을 재촉했다.
“이… 일청… 이제 곧 사람들이 올 거예요."
"... 그렇겠네요."
위일청이 몸을 일으키자, 그를 따라 독고령이 일어났다.
일어난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격렬했던 정사의 흔적이었다.
"으아아..."
탁상에서부터 방문까지 이어지는 애액들과 자신의 음부에서 새어나와 바닥을 흥건하게 만든 정액을 보며 독고령은 얼굴을 붉혔다.
그 광경을 보고 독고령이 뺨을 부풀리며 위일청에게 따졌다.
"일청...!"
"네, 령."
"아... 아까는 너무 했어요."
"... 미안합니다. 저도 분위기를 타서 그만..."
"소소 앞에서... 하으으..."
"... 아마 모르지 않을까요?"
"크고 나면 알겠죠!"
독고령이 토라져 등을 돌리자, 위일청이 부드럽게 그녀를 뒤에서 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서 싫었나요?"
"... 좋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아니죠. 좋으면 다 괜찮지 않나요?"
"... 색마."
"오랜만에 령한테 들으니 기분 좋네요, 크큭."
"우... 웃지 말고요! 진짜아..."
독고령이 주변을 둘러보다 깨끗한 천을 발견하곤 위일청에게 말했다.
"... 저거 좀 가져다주세요."
"크큭, 예."
위일청이 천을 주워 독고령에게 건네자 그녀가 다리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정액을 닦아내며 또 한 번 툴툴거렸다.
"이렇게 많이 싸면 어떻게 해요..."
"령의 안이 너무 기분 좋아서요."
"그럼 뭐..."
또 위일청이 좋았다고 말하자, 독고령은 금세 화가 풀렸다.
아까보다 조금은 풀린 목소리로 독고령이 말했다.
"그래도 다음엔 조금만 싸요... 이거 뒤처리하기 너무 힘들어요."
독고령이 닦아내도 연신 흘러나오는 위일청의 정액을 가르키며 말했다.
“… 이거 계속 흘러나온단 말이에요.”
“전처럼 긁어내드릴까요?”
“아… 안 돼요.”
“크큭… 예. 다음부턴 좀 덜 싸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떻게요?"
"미리 한 번 줄여놓으면 되죠."
위일청의 말을 들은 독고령이 잠시 그게 무슨 뜻인지 고민하다가 당황하며 외쳤다.
"아... 안 돼요!"
"예?"
"... 다른 사람이랑 하고 오는 건 싫어요..."
"..."
독고령이 수줍게 뺨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다... 저한테 주는 게 좋아요..."
"크큭, 정말이지."
위일청이 독고령을 껴안으며 웃었다.
"음탕하기 그지 없네요, 령. 욕심도 많고요."
“그… 그런…!”
독고령은 위일청의 양기를 놓치기 싫어서 튀어나온 말이기는 했지만, 또 생각해보니 그리 틀린 말도 아니라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일청은 음탕한 내가 좋다면서요..."
"그렇죠."
그 때, 밖에서 또 한 번 큰 함성이 들리자 독고령은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고... 곧 돌아오겠어요. 빨리 치우죠."
"네, 령. 저는 령이 흘린 애액을..."
"으아아...!! 마... 말하지 말고 그냥 치워요."
"크큭, 예."
독고령과 위일청이 열심히 바닥을 닦아내기 시작하자 방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여전히...
독고령의 다리 사이에선 위일청의 정액이 흘러나오곤 했다.
창천오검과 태극삼검의 비무는 승자연승제로 이어졌다.
청운이 먼저 창천오검의 막내와 넷째마저 이기는 쾌거를 이룬 뒤, 창천오검의 셋째가 현진과 맞붙었다.
현진과 셋째는 동수를 이뤘으나 결국 마지막에 현진이 아쉽게 패배하였고, 이후 현상이 나와 창천오검의 맏이까지 불러냈다.
그 둘의 비무는 오십여합을 겨뤘으나 이미 앞서 두 명과 비무를 벌인 현상이 먼저 체력의 한계에 도달하였고, 결국 승리는 창천오검에게 돌아갔다.
순순히 패배를 인정한 현상에게 손을 뻗으며 창천오검의 맏이가 말했다.
"... 다음엔 서로 몸이 온전한 상태에서 다시 붙어보고 싶소."
"체력이 있더라도 힘들었을 겁니다. 역시 남궁세가군요."
"겸양은 무슨... 사형제들이 없었다면 우리 둘의 자리가 바뀌었을 것이오."
현상이 창천오검의 손을 붙잡자, 장내에 모인 구경꾼들이 흥분하여 함성을 내질렀다.
"와!!!"
"무당의 저력이 생각보다 대단했소.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더니... 역시 무당이오!"
"허나 남궁세가 또한 만만치 않았지. 역시 검신의 선택을 받은 이들이오."
생각보다 치열했던 둘의 결투는 구경꾼들의 마음을 잔뜩 흥분시켰고, 이는 곧 객잔의 이득으로 이어졌다.
"점소이! 여기 술 좀 주게!!"
"여기도!!"
"이보시오, 여기도 주시게!!"
흥분을 주체하지 못 하는 것은 백리소현과 은관영, 그리고 남궁소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 정말 멋있었어요!!”
청운의 두 번째 비무는 놓쳤지만, 돌아와서 보게 된 현진의 비무는 남궁소소의 이목을 확 끌었다.
끊임없이 매섭게 공격하며 섬전십삼검뢰를 펼쳐내는 창천오검.
그리고 묵묵히 그를 흘려내며 끊임없이 수비하던 현진.
둘의 비무는 동수를 이루며 서로의 한계까지 끌어내는 격전이었다.
검에 관심이 없던 남궁소소 또한 아까 보았던 독고령의 이상한 모습을 금세 잊어버리고는 주먹을 꽉 쥐고 볼 정도로 진땀흐르는 비무였다.
그 뒤에 이어진 현상은 현진보다 한 단계 위의, 더욱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며 창천오검을 밀어붙였고, 끝끝내 자신과 함께하던 창천오검의 무인들이 승리하자 남궁소소는 날아갈듯 폴짝폴짝 뛰며 승리를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백리소현이 웃으며 남궁소소를 안아들었다.
“후훗, 소소 아가씨는 오늘 쉬이 못 주무시겠네요.”
“네!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요…!”
“저도 그래요.”
백리소현 역시 무인인지라 그들의 비무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찌르기에 특화된 사일검법만 썼었지만, 사일검법만이 답은 아니었다.
무당의 흘리기에 특화된 유검은 방어에 특화되어 상대방의 공격을 흘리고, 자세를 무너뜨려, 빈틈을 찾는 검법이었다.
만약 그 빈틈에 사일검법의 찌르기를 더한다면 어떨까?
남궁세가의 검법은 호쾌하게 적을 압박하는 패검이었다.
빠른 속도와 안정된 검로가 끊임없이 적을 압박하는 검법은 보고 있는 사람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 나도 언젠가…!’
검신에게 과분한 은혜를 입어 검술에 진일보가 있었지만, 또 다시 나아갈 길이 보이자 백리소현은 열의를 불태웠다.
“관영아.”
“네, 언니.”
“검… 조금만 휘두르다 올게.”
“네에. 너무 무리하시지는 말고요.”
“응.”
백리소현에게 남궁소소를 건네받고, 은관영이 그녀에게 물었다.
“갈까요오?”
“네!”
객잔에 들어서는 은관영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 생각보다 무당이 강하네요오?’
이래서 독고령이 안 된다.
그녀가 너무나 쉽게 태극삼검을 제압해버렸기에 무당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 한 줄만 알고 있었지만, 아니었다.
독고령의 무력은 이미 너무나 강해져 버렸기에 오히려 어중간한 무력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창천오검과 태극삼검의 비무를 보고난 뒤 정확한 무공 수위를 파악하자, 은관영은 하오문에 보낼 서신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했다.
‘무당의 본산에 어떻게든 진입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전해야겠네요오…’
만약 무당이 이대로 과거의 위상을 되찾는다면 강호의 판도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
일단 자신이 본 비무의 양상과 승, 패. 무당의 검법과 남궁세가의 펼쳐진 검법의 특징들을 다시 한 번 머릿 속으로 정리하며 은관영은 독고령의 처소에 도착했다.
“독고 소저, 소소 아가씨를 부탁…”
“음. 왔냐, 하오문?”
“돌아왔나요?”
“빨간 언니! 이제 괜찮아요?”
“응, 괜찮아.”
“…”
독고령에게 달려드는 남궁소소를 보며, 은관영은 방을 한 번 둘러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위일청과 마주 앉아 다정히 차를 마시고 있는 독고령이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어색했다.
‘그 독고 소저가? 차를 마신다고요오?’
오히려 차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이가 독고령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은관영이 주변을 살펴보자, 금세 어색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설프게 정돈된 독고령의 머리카락이었다.
‘땀에 젖었었고…’
바닥이 반들반들한 것이 뭔가 액체를 닦아냈으리라 은관영은 확신했다.
아니나다를까, 각 방에 비치된 천이 있을 자리에 아무 것도 없었다.
“킁킁… 킁…”
은관영이 코를 벌렁이며 냄새를 맡자, 방 안에 가득찬 차 향 사이로 야릇한 냄새가 느껴졌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냄새를 빼내기 위해 노력한 듯 보였지만, 쉽게 빠지는 냄새도 아니었다.
“아하…”
“…”
상황파악이 끝나자, 은관영이 히죽히죽 웃으며 독고령을 쳐다보았다.
“참… 엄청나네요, 독고 소저.”
“뭐… 뭐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그런 욕심을 내고 말이죠?”
“흐엑?!”
“소소 아가씨만 없다면 더 놀렸을텐데 말이죠오~”
“네?”
남궁소소가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은관영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오~ 소소 아까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게…
“아까 빨간 언니가 엄청 아파했어요!”
“커헉!”
“푸흡!”
갑자기 위일청과 독고령 둘 다 마시던 차를 내뿜자, 은관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 네?”
“소… 소소야!”
“아까 엄청 아파하면서 막 아픈 소리 내고…”
“으아아아!!”
독고령이 당황하면서 남궁소소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은관영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독고령과 위일청을 번갈아보았다.
“서… 설마…”
“… 은 소저, 무엇을 상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미… 미쳤어욧?!!”
“…”
“얼마나 음탕한 거예요, 독고 소저엇!! 애 앞에서는 좀 참아야죠!!”
“내… 내가 아니라…!!”
“엑?!”
은관영이 당황하며 위일청을 쳐다보자, 그가 뺨을 긁적였다.
“… 분위기를 타다보니 그…”
“위 오빠!! 아무리 그래도 선이 있죠!”
“…”
“옛날에도 그러더니…!”
“옛날?!”
은관영의 말을 듣자, 이번엔 독고령이 도끼 눈을 치켜뜨고 위일청을 째려보았다.
“옛날이라뇨, 일청?!”
“아… 아니… 저도 무슨 말인지 잘…”
“저 보고 커서 다시 찾아오라고 했잖아욧! 소소 아가씨한테도 그러려고욧?!”
“이… 이이이… 색마!!”
“… 령, 은 소저. 두 분 다 잠시 진정하시고…”
“캬아아악!! 네 번째는 안 돼욧!!”
“소소 아가씨, 당장 이리 와욧! 저랑 같이 자요!”
은관영이 남궁소소를 위일청의 마수에서 벗어나게끔 손을 뻗자, 그녀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 네? 빨간 언니가 더 좋은데…”
“그럼 위 오빠가 따라와욧!”
“흐엑?!”
그러자 이번엔 독고령이 당황했다.
“아… 아니…! 태극삼검 진 안 빠졌어?! 그럼 일청이랑 같이 자도…”
“또 애 앞에서 뭘 하려고 그래욧!!”
“아… 아니…”
“위 오빠, 빨리 와요!”
“…”
결국 위일청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독고령이 아쉬운 듯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하지만 위일청이 그녀의 손을 떼냈다.
“… 령, 다음에 다시 보죠. 오늘은 힘들겠네요.”
“일청…”
독고령이 괜히 은관영을 째려보았으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특급 서신이라도 보내서 지금이라도 검신 어르신 불러봐욧?”
“…내 담당인데…”
“저도 달거리 다 끝났거든요!”
“…”
결국 위일청을 떠나보낸 독고령은 남아있는 남궁소소를 껴안았다.
우울한 독고령도 눈치채지 못 하고, 남궁소소는 재잘재잘 자신이 본 것들을 떠들었다.
“언니언니! 아까 태극삼검이랑 창천오검 오빠들이랑요…!”
“응…”
자신의 품에 안긴 채,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남궁소소의 체온에 약간의 위안을 느끼며.
독고령은 울적함을 지워내기 위해 애썼다.
‘내 담당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