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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8화 〉14장. 세대교체 - (5) (118/225)



〈 118화 〉14장. 세대교체 - (5)

노극명이 떠난 후, 잠시 홀로 남아 고민에 빠졌던 독고령은 결국 위일청과 자신 사이에 낳은 가상의 자식 하나를 혼례보내는 곳에서 멈춰섰다.

‘… 생각하단 끝이 없겠네.’

 생각했다간 나중에 누구 하나가 나이 먹어 죽을 때까지 생각하겠다 싶어서 결국 망상을 이겨내고 독고령은 현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위일청 보러 가야지!’


도중에 운소홍과 노극명에 정신이 팔려 잠시 다른 길로 새고 말았지만, 독고령은 처음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

위일청의 처소 앞에 도착하자 독고령은 괜히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목을 가다듬고, 처소의 문을 조심스레 열며 고개를 내밀었다.


“일청, 안에 있어요…?”
“네에~”
“… 뒤진다, 진짜?”

돌아온 목소리는 은관영이었다.


“…  여기서 뭐 하냐?”
“제가 짐을 싸는 걸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령.”

은관영 뒤에서 위일청이 나오며 싱긋 웃었다.

“아… 그… 그렇군요…”
“헤에~”
“…”

은관영이 위일청의 등에 숨어서 히죽거렸다.

“그 말광량이 독고 소저도 위 오빠 앞에선 순하네요오~.”


독고령이 은관영을 째려보다가, 위일청의 눈치를 봤다.


[뒤진다, 진짜.]


“어머, 왜 전음을 보내고 그러세요오?”


[감당할  있냐?]


독고령이 은관영을 어떻게 패야 다시는 안 까불까 고민하는 와중, 위일청이 웃으며 말했다.


“친하게 지내세요, 두 분.”
“… 눼.”
“저는 독고 소저 좋아하는데요오?”
“크큭, 네. 무슨 일로 왔습니까, 령?”
“아… 그게…”

독고령이 은관영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으나, 그녀는 히죽거리며 자리를 뜨지 않고 버티고 섰다.


[…안 가냐?]
[짐을 아직 덜 쌌는걸요오.]
[…]

은관영이 어떻게든 자리를  비켜줄 것 같자, 결국 포기하고 독고령이 입을 열었다.


“… 도와주려고 왔어…요…”

독고령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자 그 모습을 보며 은관영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위일청이 은관영에게 물었다.


“… 은 소저? 괜찮으십니까?”
“독고 소저가 너무 귀엽네요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흐엑?!”
“크큭, 짐은 이미 다 챙겼습니다. 잠시 차나 좀 마시다 가시지요. 백리 소저만 준비가 끝나면 바로 출발할 생각입니다.”
“으으… 네에…”


독고령이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위일청을 따라걸었다.

“아, 그럼 제가 찻잎을 가져올게요오.”
“그래주시겠습니까?”
“네에.”

은관영이 그제서야 자리를 뜨자, 독고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독고 소저.”
“… 왜.”
“금방 돌아올 거니깐 야한 짓하고 있으면 안 돼요오? 그런 건 이따 밤에…”
“캬아아악!!!”
“헤헷.”

독고령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려고 하자 은관영이 재빨리 몸을 내뻈다.


“지… 진짜…”
“크큭.  소저랑 사이가 좋군요, 령.”
“아… 아니거든요!”
“그래서…”
“꺄악!”

위일청이 독고령의 손을 잡아끌어 품에 안고는 물었다.

“진짜 이유는 뭡니까?”
“네?”
“정말 짐 싸는  도우러만 오신겁니까?”
“…”

독고령이 그의 옷깃을 꼬옥 붙잡고는 작게 웅얼거렸다.


“… 일청이 보고 싶어서요.”
“그럴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흐읏…!”


위일청이 독고령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살짝 몸을 떨었다.


“그보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떻게 합니까?”
“…네?”
“다른 두 소저에겐 숨기고 싶으신  알았는데 티를 엄청 내고 계시네요, 크큭.”
“제… 제가요?”
“예. 그냥 밝히시는 건 어떻습니까?”
“으으…”

독고령이 고개를 위일청의 가슴에 파묻었다.

“…  말해야해요?”
“그런 건 아닙니다만, 어차피 같이 지내다보면 금세 다 알게 될 텐데요. 음… 이미 알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으으…”


독고령이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고 있는 와중, 발소리가 들렸다.

“아…”

독고령이 재빨리 위일청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던 순간, 그가 못 벗어나게 독고령을  끌어안았다.

“이… 이러면…!”

그 때, 은관영이 다기를 들고 백리소현과 함께 들어왔다.


“어? 령 매도 와있었어?”
“그새를  참고 둘이 껴안고 있었나요오?!!”
“흐엑?! 아… 아니…!”

독고령이 위일청의 품 속에서 아둥바둥 거렸지만, 위일청은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두 명 앞에서 대놓고 보란듯이 뒤에서 껴안으며 독고령의 귓가에 속삭였다.


“미리 말해두셔야 가는길 내내 편할텐데요?”
“하으으…”


독고령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고 백리소현은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간신히 가라앉히며 그녀가 말하길 기다렸다.

“아으… 그… 으으…”

독고령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숙이고는 중얼거렸다.

“… 내가 위일청 좋아한다.”

그녀의 말에 호응하듯, 위일청이 웃으며 같이 말했다.


“저도 령을 좋아하고요.”
“이… 이름으로 부르지 말고요!”
“크큭, 뭐 어떻습니까? 이미 말했는데요.”
“하으으…”


독고령이 부끄러움에 눈둘 곳을  참고 있는 와중, 백리소현이 그녀를 껴안으며 물었다.


“령 매, 령 매. 그럼  오라버니랑 어제 했어?”
“이… 으… 음탕한…!”
“했어요오? 했죠? 그쵸오??”

은관영마저 끼어들어 위일청, 백리소현과 함께 독고령을 포위하듯 껴안자 독고령은 도망칠 곳을 찾지  했다.

“아으으… 그으… 으으…”
“했어?”
“했나요오?”
“크크큭.”

그저 웃기만 하는 위일청을 원망하며, 독고령이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꺄악!!”
“결국 했네, 했어.”
“으으으…”


독고령은 까닭 모를 수치심에 당장이라도 죽을듯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다른 세 명은 독고령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듯 보였다.


“관영아, 그럼 그거 지금 얘기할까?”
“그래야겠죠. 그걸 얘기해야겠네요오.”
“음?”
“… 응?”


위일청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듯 하자, 독고령이 어딘가 불안감에 고개를 들으며 물었다.

“그… 그게 뭔데?”
“정해야지.”
“…뭘?”

백리소현이 싱긋 웃으며 독고령에게 말했다.

“위 오라버니랑 누가, 언제 같이 잘 지.”



쪼르르…


은관영이 정성껏 우려낸 차를 각자의 잔에 따라주었다.

독고령이 진정하기 위해 차를 들이키는 순간…

“관영이는 요즘 달거리 중이지?”
“네. 아마 내일쯤 끝나지 않을까요?”
“푸흡!”


독고령이 차를 내뱉었다.


“케헥… 켁… 이… 무… 무슨 말을…!!”
“령 매도 다음  즈음에 달거리하지 않아?”
“흐엑?!”
“다행이네. 서로 시기가  겹쳐서.”
“그러게요오.”

독고령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서 위일청을 쳐다보자 그가 싱긋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령?”
“아… 아니… 이… 이게 무슨…”
“음… 그게 말입니다, 령.”


위일청이 멋쩍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꺼냈다.

“… 아시다시피 제가 성욕이 좀 강한 편입니다. 게다가 심법 때문에 정기적으로 음양교합을 하지 않으면 내공을 모을 방법도 없고요.”
“그… 그래서요?”
“이전에는 음… 다른 여인들과도 몸을 섞긴 했는데…”
“이젠 세 명이니깐, 더 이상 위 오라버니가 다른 여인과 자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 저도요오.”
“아…”

그 말을 듣자, 독고령은 위일청과 관련된 여러 소문들을 떠올렸다.


[강호사절화와 밤을 보내본 사내]

[금남의 아미파에 들어가 본 유일한 사내.]

[천마와 무림맹주가 여인이었다면 진즉에 중원을 일통했을 사내.]

등의 소문들을 떠올리자, 독고령이 새초롬하게 위일청을 쳐다봤다.

“… 그러고보니 전에 하오문에 들렀을 때도 다른 여인과 몸을 섞었죠?”
“령, 그 때는 령도 동의를…”
“조용해욧!”
“…”


독고령이 빼액 소리를 지르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나는 처음인데…”
“… 그… 음…”
“령 매, 그 얘기는 해봐야 피곤할 뿐이야.”
“…”


백리소현이 독고령을 껴안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 뭐, 그리고 솔직히 음… 나중에는 령 매가 먼저 지칠 걸?”
“응?”
“위 오라버니랑 밤을 보냈으니 알지 않아? 위 오라버니… 가만히 놔두면 여인이 기절할 때까지 가만히  놔둬.”
“맞아요오… 처음엔 진짜… 으으… 허리가 풀려서 고생했어요오.”
“아…”

독고령 또한 초야를 치르던 날, 실신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 응.”
“그치만 이제 령 매도 있으니 괜찮아!”
“응?”


은관영이 뒤에서 독고령한테 안기며 말했다.

“이젠 셋이니깐 위 오빠의 답도 없는 성욕을 저희끼리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요오?”
“흐엑?!”
“령 매가 아직 부끄럽다면 어쩔 수 없지만…”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제부터 가는 곳이 어딘지 생각해줘, 령 매.”
“가는 곳이 왜…”
“검후님이 계신 보타문이야. 거기 문도들도 다 여자다?”
“…”


 말을 듣자, 독고령의 몸에서 스산한 기운이 올라왔다.


“… 일청.”
“… 네, 령.”
“검후랑도 잤어요?”
“… 보통 저와 얽힌 소문은 대부분 사실에 가까운…”
“캬아아악!!”


독고령이 위일청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 왜… 으으으…!!”
“… 미안합니다, 령.”
“진짜아…”
“하지만 제가 령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입니다.”
“시끄러워욧!!”
“…”

위일청이 조용해지자 독고령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백리소현을 쳐다봤다.

“그래서? 어쩔건데?”
“… 그 동안은 우리가 감당을 못 해서  오라버니를 조금 풀어놨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  매도 그렇지?”
“… 응.”
“관영이랑도 이미 전부터 미리 얘기해둔거라, 오늘이 적기라고 생각했어.”

백리소현이 은관영과 독고령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 우리가 힘을 합쳐서 위 오라버니의 성욕을 감당해야 해.”
“응.”
“네에.”
“그래서 묻는 건데… 령 매는 몇 번까지 버텼어?”
“흐엑?!”
“솔직하게 대답해 줘, 진지하니깐.”
“으으…”


백리소현과 은관영의 이목이 집중되자, 독고령이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세… 세 번이 한계야…”
“세 번이나요?!”
“령 매는 진짜 재능덩어리구나… 나는 처음에 한 번 만에 기절했는데…”
“…”


감탄하는 두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독고령이 부끄러움에 몸을 비비적거렸다.

“그럼 달거리 중일 때는 안 겹치는 사람이  오라버니랑 같이 자고, 그 전에는 음… 서로 같이 자는 건 아직 좀 그런가,  매?”
“조… 조금… 많이… 부끄러운데…”
“그건 저도 이해해요오… 저도 처음에 소현 언니랑 같이  때는 부끄러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오…”
“그럼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매한테 많이 몰아줄까?”
“저는 괜찮아요오.”
“그래. 그럼  매.”
“으… 응?”


백리소현과 은관영이 멋대로 얘기를 진행한 뒤, 결론을 전달했다.


“보타문에 도착할 때까지는 령 매가 위 오라버니를 담당해줘.”
“다… 담당이라니… 무슨…”
“내내 위 오빠 옆에 있다가 더 이상은 오빠가 못 참겠다 싶거나 내공이 떨어졌다 싶으면… 헤헷.”
“으으으…”


독고령이 아무리 성에 무지하다 할 지라도 손쉽게 은관영의  말을 예상할  있었다.

“령 매가 힘들면 내가 맡아도 되는데?”
“그… 그건…!”
“응?”
“… 싫어…”

독고령의 대답을 들은 백리소현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령 매도 소유욕이 조금 있네, 히힛.”
“그… 그런 거까진 아닌데에…”


독고령이 위일청을 힐긋 쳐다봤다.


“진짜아… 왜 하필 그런 심법을 익혀서…”
“… 미안합니다, 령.”
“… 아니에요. 저도 도움 되니깐요…”
“…”

이야기가 대충 정리되자, 백리소현이 장내를 정리했다.


“그럼 얘기는 이걸로 끝! 나도 마침 짐을 다 싸서 찾아왔는데 잘 됐네.”
“아, 그럼 저도 짐을 여기로 들고 올까요오?”
“그럴까? 나도 다녀올게. 령 매, 위 오라버니 좀 부탁해.”
“으… 응…”


 차례 소나기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내고 백리소현과 은관영이 떠나자 둘만 남은 위일청과 독고령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

먼저 입을 연 것은 위일청이었다.


“저… 저기… 령.”
“일청.”
“… 네, 듣고 있습니다.”
“… 저 이전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건… 어쩔  없다고 생각해요. 일청은… 그… 멋지니깐요… 착하고…”
“…”
“하지만…!”


독고령이 위일청의 옷깃을 꼬옥 붙잡고 말했다.


“… 앞으론 저 말고 안 돼요.”
“네.”
“… 하오문이랑 둔치까지는 허락해줄게요. 하지만… 더 이상은  돼요.”
“… 네.”


위일청이 피식 웃으며 독고령을 껴안았다.

그렇기에 그녀의 표정이 언제나처럼 부끄러움에 젖어있는 표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 검후, 이 미친 년이…’

애석하게도 위일청이 독고령에 대해 전부 아는 것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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