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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화 〉12장.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 - (12) (99/225)



〈 99화 〉12장.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 - (12)

“캬아아악!!”

위일청의 상큼한 웃음에도 불구하고, 독고령은 머리를 뜯으며 발작했다.

“봐… 봤다고요?! 운영이?!”
“네. 무슨 문제라도…”
“흐아아아…”


독고령이 부끄러움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봐… 봤어요…? 제가 일청  안에서 잠자는…”
“네, 당연히 보셨죠.”
“왜… 왜왜왜… 왜  깨웠어요!!
“너무 잘 자고 있길래요.”
“아으으…”

독고령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파묻고 있자, 위일청이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 괜찮으세요, 령?”
“안 괜찮아요.”
“… 미안합니다. 그렇게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어요. 신의께서도 대충 아시는 눈치시길래…”
“네?!”


독고령이 당황하며 고개를 들자, 위일청이 그녀의 반응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 모르셨습니까?”
“무… 무무무… 무슨 소리예요?!”
“이미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같은데요. 령과 저의 관계를요.”
“흐엑?!”


독고령의 머리가 점점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누… 누누누… 누구요?”
“…  그대로 전부요. 남궁세가의 창천오검 분들도…”
“흐에엑?! 그 새끼들이 왜…!”
“령… 흥분한 건 알겠는데 일단 조금 진정하고…”
“캬아아아악!!!!”
“려… 령!!”

독고령이 머리를 바닥에 들이받으려 하자 당황한 위일청이 그녀를 말렸다.

“령, 일단 진정하고…!”
“죽을 거예요! 더 이상 못 살아요!”
“령! 제발…!”
“캬아아… 흐앙?!”

위일청이 어쩔 수 없이 독고령의 엉덩이를 움켜쥐자, 그녀의 발작이 멈췄다.

당황한 독고령이 엉덩이를 가리며 일어났다.

“이… 일청! 갑자기 만지면…”
“… 이 방법 외엔  떠올라서요.”
“진짜아…”
“이리 와요, 령.”
“…  만질 거예요?”
“안 만질테니깐 이리 와요, 령.”
“…”


위일청이 손짓하자 잠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던 독고령이 결국 그의 품에 안겼다.

위일청이 독고령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말할 거 아니였나요?”
“아니… 그… 하아…”

독고령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 운영은 내가 누군지 아니깐 그렇죠…’

갑자기 마주한 현실에 독고령은 우울해졌다.

약간은 침울해진 얼굴로 독고령이 위일청을 올려다보았다.


‘… 내가 사실을 말해도 일청은 옆에 있을 건가요?’

이대로 평생 이를 악물고 모른 척, 독고령으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 생각하니 독고령의 가슴이 욱씬거렸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령?”
“… 네, 일청.”
“미안합니다. 그런 얼굴을 할 줄은…”
“네?! 아… 아니에요…”

독고령이 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슬쩍 웃어보였다.

“그냥… 좀 부끄러운 게 다예요.”
“그럼 다행이고요. 제가 신의께 같이 얘기라도…”
“아아아… 아니에요! 그게 더 싫어요!”
“… 알겠습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죠, 령?”
“그럼요.”

독고령이 그의 옷깃을 꼭 붙잡고, 슬쩍 얼굴을 들어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진짜 괜찮아요, 일청.”
“알겠습니다.”
“히힛…”

위일청이 독고령을 한  꼬옥 끌어안아준 뒤, 그녀를 놓아주었다.

“음… 이따 저녁에 다시 볼까요?”
“저녁에요?”
“네. 근처에 일출을 보기 좋은 곳이 하나 있더군요.”
“좋아요.”

독고령이 고개를 끄덕이자, 위일청이 미소지었다.


“그럼 이따 저녁 즈음 다시 봅시다. 제가 찾아갈게요, 령.”
“네, 일청. 이따 저녁 즈음에 다시 봐요.”

독고령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다가, 잠시 멈춰섰다.


“그… 일청.”
“네, 령.”
“… 한 번 만 더… 입을 맞춰도 될까요?”
“풉… 그럴까요?”
“그…!”

다가오는 위일청을 보고 독고령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혀… 넣어서요.”
“… 음탕하군요, 령.”
“… 음탕한 령이가 좋다매요.”
“싫다곤 안 했습니다.”
“하읍…”


위일청이 독고령의 턱을 붙잡고, 입을 맞추더니 혀를 쑤욱 집어넣었다.

“하아… 쮸웁…”

한 차례 둘이서 격하게 혀를 섞고  뒤, 독고령이 입을 뗐다.

“자…  다녀올게요, 일청. 이따 저녁에 만나요.”
“이따 봐요, 령.”


후다닥 멀어지는 독고령을 보며 위일청은 피식 웃었다.


‘정말이지…’


분홍빛으로 변한 독고령의 머리가 넘실거리는 게 꽃이 핀 것만 같았다.

*



운영이 머물고있는 의약당에 도착하자, 독고령은 크게 심호흡을 내쉬고는 문을 걷어찼다.

쾅!

“운영! 안에 있냐?!”
“… 좀 조심히 들어오십쇼. 소홍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없는  알았으니깐 이렇게 들어왔지, 새끼야.”

평소처럼 툴툴거리며 걸걸한 입심으로 대충 자리잡고 앉아, 독고령은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했다.

“거… 뭐냐. 내가 졸려서 위일청 품에서 잠시 졸았다.”
“크… 크큭… 예예. 그런 걸로 해드리죠.”
“뭐… 뭘 해드려, 이 새끼야!!”
“제가 바보도 아니고, 어휴… 광마. 그러게 연애 좀 해보지 그러셨습니까?”
“흐엑?!”


독고령의 머리카락이 조금씬 분홍빛으로 바뀌는 걸 보고 운영이 히죽거렸다.

“어휴~, 좋네요. 요즘 따라 소홍이도 그렇고, 광마도 그렇고 참… 봄은 진즉에 간 거 같은데…”
“뒤… 뒤진다?!”
“어라? 욕에 힘이 좀 빠지셨습니다?”
“이… 이익…!!”


독고령이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여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는 신경 안 씁니다, 광마. 뭐… 이전에야 조금 그랬는데  이해합니다.  가는 곳에 마음이 따라가는거죠.”
“그… 그런 거 아니야, 새끼야!”
“광마.”

운영이 히죽거리는 웃음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포근한 미소와 함께 독고령을 응시했다.

“저는 솔직히… 음… 처음엔 조금 그랬었는데 지금은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
“드디어 광마도 소중한 게 생긴 거 같아서요. 나이 먹고 주책이다 싶긴 하겠지만, 저도 소홍이 엄마와 처음 만났을 때는… 크으… 뜨거웠죠.”
“… 지랄한다.”
“여튼 저는 뭐…   말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독고령!”
“미… 미친 놈아!”
“위 공자 정도면 괜찮은 사내죠. 자고로 부부 관계는 밤일이 가장 중요한…”
“이… 저… 정신나간 새끼약! 나… 나는 아직 일청이랑…”
“어라? 그러고보니 이상하네요.”

운영이 실실 웃으며 독고령을 쳐다보았다.


“뭐… 뭐가?”
“이젠 위 공자를 ‘색마’라고 안 부르고 ‘일청’이라 부르네요. 크으…”
“흐엑?!”
“크으… 갈 때까지 갔나보네요. 둘이서 지낼 때는 뭐라고 합니까? 가가? 상공?”
“아… 그… 그런…”

독고령의 눈이 뱅글뱅글 돌아갔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운영은 괜히 가슴이 술렁였다.

“크으… 그 광마가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눈물이  납니다.”
“다… 닥쳐, 좀!!”
“나중에 혼례라도 치르면 저도 꼭…”

챙!

독고령이 결국 칼을 뽑아 운영의 목에 들이댔다.


“… 지랄은 거기까지.”
“아쉽네요…”
“더 해도 돼. 근데 몸이 성하리라고는 내가 장담을 못 해주겠다.”
“… 알았습니다. 그만 하죠.”
“흐으… 시바알…”


독고령이 다시 칼을 거두는 걸 보며 운영이 말했다.


“그보다 진짜 뭘로 정했습니까?”
“뭐가 새끼야?”
“가가입니까, 상공입니까? 저는 가가 쪽이…”
“캬아아악!!!”
“컥…”

결국 독고령에게 한  얻어맞고서야 운영은 조용해졌다.



“… 괜찮냐?”
“병 주고 약 줍니까? 아… 약은 제가 챙긴 거니깐 병만 주셨군요.”
“… 시발. 그러니깐 좀 조용히 하라니깐…”
“거 제발 손부터 나가는 버릇 좀 고치십쇼. 그래도 옛날엔 안 그러더니 여자로 바뀌고 난 뒤에는 자주 때리십니다?”
“내가 여자로 바뀐 뒤에 네가 자주 깝치는 건 아니고?”
“… 여기 있습니다. 내단입니다.”

운영이 툴툴거리며 독고령에게 동그랗게 뭉친 내단을 건넸다.

“숫자가 좀 많네?”
“여러 개로 나눴습니다. 10개 정도 나오더군요.”

독고령이 내단을 짚어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그럼 효력 떨어지는  아니야?”
“어차피 감당도 못 할 양기는 독입니다. 적당한 게 최고죠.”
“… 뭐, 내단이야 네가 전문가니깐 믿는다.”
“그럼  믿으려고 했습니까?”

독고령이 그가 건넨 내단 중 2개를 빼고 나머지를 모두 챙겼다.

“이거 1개는 소홍이 줘. 걔도 무공  익혔던데?”
“… 소홍이는 어차피 좋은 거 제가 많이 먹였습니다. 광마가 가져다 준 것도 많잖아요?”
“어차피 이거 많이 있어도 딱히 의미없어, 이젠.”
“네?”
“…”

독고령이 ‘이제 정기적으로 양기를 수급할 방법이 생기거든’이라고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 아무 것도 아니야. 아… 그리고 나머지 하나 말이야.”
“네.”
“… 너 진짜 노극명 괜찮냐?”
“소홍이는 좋아라 하던데요, 뭘. 그건 제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
“하아… 시발. 그럼 나머지 하나는 노극명 줘.”
“예?”

운영이 당황하자, 독고령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 내가 그 새끼 후려친 값이라고 해. 그리고 소홍이 울리면 나중에 내가 조지러 가겠다고 하고.”
“광마. 사랑에 빠지니 정말 바뀌셨…”
“혀 진짜 잘라버린다.”
“… 거 협박을 해도 꼭 그런 식으로 합니까?”
“시발… 나 간다.”
“예, 들어가십쇼.”

독고령이 등을 돌리고 나가려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 모용세가 갈 거지?”
“네, 가야죠.”
“하아… 검신 영감탱이가 따라간다는 얘기는 들었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층 더 마음 놓고 가네요, 으하핫.”
“그 놈의 등신 같은 웃음소리…”

독고령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 죽지 마라. 진짜로.”
“제가 왜 죽습니까?”
“… 혹시 모르니깐 하는 얘기지, 새끼야. 다치지도 말고.”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만, 광마보다   검신 어르신이랑 같이 가니 걱정마시죠. 으하핫!”
“나도 병신이 아니니깐 하는 소리지. 영감탱이 얼마  남았지?”
“…”

독고령의 말을 듣자, 운영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 언제 알았습니까?”
“그냥 알게 되더라고. 노친네 옛날엔 되게 거대한 나무를 보는 거 같았는데, 요즘은 초라하게 낡은 고목을 보는 느낌이더라.”
“무인들은 그런   무섭네요.”
“…  죽으면 소홍이도 노극명이랑 같이 지내기 힘들거야.  말인지 알지?”
“알죠. 제가 바보입니까?”
“말은…”


독고령이 슬쩍 뒤를 돌아보곤 운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나 죽더라도 걱정 말고. 소홍이는 내가 살펴주마.”
“… 변했군요, 광마.”
“… 내가? 당연히 변했지, 새끼야. 나 이제 부랄 없어.”
“크… 크큭, 진짜 그런 얼굴하고 그딴   내뱉지 마십쇼.”
“시발, 그냥 나오는 대로 뱉는 거지.”


운영이 독고령을 바라보며 웃었다.


“참… 처음 여자로 변했다고 했을 때는 좀 혼란스러웠는데 지금 보면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 놀리냐?”
“그 광마가 누구를 지켜주겠다고 말하니 그렇지요.”
“…”

운영이 독고령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정말 운이 나빠 만에 하나라도… 제가 잘못되면 소홍이를 부탁하겠습니다.”
“… 불길한 소리를.”
“광마가 먼저 꺼낸 얘긴데요?”
“… 그냥 안 가면  것을.”
“그러지 못 하는 인간이란 거 알지 않습니까?”
“시발… 그러니깐 나랑 만났지. 검신 영감탱이도 만나고…”
“그렇죠.”

독고령이 운영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말했다.


“약속하마. 그러니깐 너도 약속해라.”
“뭘요?”
“혹시나 가서 괜히 까불지 말고, 무조건 네 목숨 우선으로 챙겨.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검신 영감 던져놓고 와. 그 영감님 존나 세.”
“크큭, 예. 약속하죠.”
“농담 아니라 진짜로.”
“예, 진짜로요.”
“… 나 약속 어기는 거 존나 싫어한다.”
“압니다.”
“… 그래.”

독고령이 맞잡은 손을 놓고는 등을 돌렸다.


“다음에 또 보자.”
“예, 광마. 나중에 위 공자랑 혼례라도 치르게 되면 꼭…”
“캬아아악!!”
“으하핫! 아무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 닥쳐, 새끼야!”

버럭 화를 내며 걸어나가는 독고령을 보며 운영이 미소와 함께 그녀를 떠나보냈다.

‘다음에 또 봅시다, 광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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