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12.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 - (5)
욕실로 들어서자 뜨거운 수증기가 독고령을 반겼다.
“령 매, 빨리 들어와.”
“으… 어…”
재촉하는 백리소현의 말을 들은 독고령이 부끄러운 듯 가슴과 국부를 가린 뒤 천천히 욕실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고 백리소현이 배시시 웃었다.
“자꾸 그렇게 가리니깐 더 궁금하네. 위 오라버니가 물어서 자국이라도 남은거야?”
“아… 아니거든!”
“그런데 뭘 그렇게 가리고 그래, 히힛.”
“…”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백리소현 때문이었다.
독고령은 벌거벗은 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백리소현의 가슴을 쳐다봤다.
‘… 더럽게 크네, 진짜…’
욕조에 살짝 뜰 정도로 거대한 그녀의 가슴을 보며 저렇게 커서야 검이라도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과 대조되면 더더욱 커보이는 백리소현의 가슴을 보자 독고령은 자연스레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 더 크려나, 이거.’
그 때, 독고령의 시선을 알아차린 백리소현이 피식 웃었다.
“뭐야, 가슴 때문에?”
“아… 으아… 아니 그…”
독고령이 쩔쩔매다가 결국 솔직하게 물어봤다.
“위… 위일청은 큰 거 좋아할까…?”
“…”
독고령의 말을 들은 백리소현이 놀란듯이 눈을 뜨고 입을 벌리자 그녀가 버럭했다.
“왜… 왜 그렇게 쳐다보냐!”
“아니, 그냥… 음… 신선해서?”
“ㅁ… 뭐가?!”
“진짜 위 오라버니 좋아하는구나, 령 매.”
“흐엑?!”
독고령의 머리가 순식간에 분홍빛으로 바뀌자, 그 모습을 보고 백리소현이 웃었다.
‘솔직해졌네.’
아직도 부끄러움 때문에 쉬이 말을 꺼내지는 못 했지만, 예전의 독고령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고 백리소현은 웃으며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글쎄에~, 령 매 얘기를 들어보고 대답해줄건데?”
“아… 으으…”
독고령을 껴안은 백리소현이 그녀에게 뺨을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헤헤, 위 오라버니한테 질투심이 느껴질 줄이야.”
“왜…?”
“그 령 매가 이렇게 솔직해지다니, 흑흑. 앙칼진 때에도 고양이처럼 귀여워서 보는 맛이 있었는데…”
“미쳤냐?!”
“히힛, 알았어. 그만 놀릴게. 음…”
백리소현은 자신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다가 대답했다.
“아마 큰 거 좋아하지 않을까? 나는 위 오라버니가 하도 많이 만져서.”
“그… 그래…?”
“령 매도 충분히 크니깐 걱정하지 마. 관영이는… 음… 앞으로 더 클 수도 있지 않을까?”
“나… 나는…!”
상관없다고 말하려고 하던 순간.
돌이켜보니 위일청이 가슴은 그리 많이 안 만졌던 것만 같았다.
‘어… 진짜 큰 거 좋아하나?’
고민에 빠진 독고령을 보며 백리소현이 피식 웃었다.
“아하핫, 농담이야. 다음에 만져달라고 부탁해보던가. 위 오라버니는 원래 가슴은 많이 안 만져.”
“누… 누가 부탁한다고!”
“안 할거야? 스스로가 만지면 별 거 아닌데 남이 만져주면 되게 좋은데?”
“으… 음탕한… 년아…”
평소와는 다르게 독기가 빠져서 욕을 내뱉는 독고령을 보며 백리소현은 가슴이 쿵 뛰었다.
‘어머어머어머…!’
틱틱대는 독고령도 귀여웠으나 지금의 수줍어하는 독고령 또한 좋다 생각하며 백리소현이 다시 한 번 그녀를 껴안으려 들었다.
“령 매! 언니 품에 안기…”
“아, 좀! 그만해, 씨이…”
“히잉… 알았어.”
더 놀리면 독고령이 제대로 날뛸 것만 같자, 백리소현은 얌전히 욕조에 앉았다.
“그래서 어땠어? 많이 아팠어?”
“으… 아으… 꼬… 꼭 얘기해야 해?”
“궁금하잖아. 나는 관영이랑 매번 얘기했는데?”
“너…! 너네 둘은 아예 같이 하잖아…”
“그리고 이제 거기에 령 매도 포함되는 거 아니야?”
“아… 흐아아… 그… 다… 당장은 좀…”
“하긴. 관영이도 처음엔 엄청 부끄러워하더라.”
“으으…”
독고령은 스스로도 느낄만큼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아으…”
“고백은 했어?”
“으… 으으… 응…”
독고령이 입을 수면 아래로 내리고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봐도 연심에 빠진 소녀와 같은 모습에 백리소현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봤다.
“어떻게 했는데?”
“아… 아니. 그냥… 조… 좋아한다고…”
“어머어머어머!”
“아, 진짜… 이런 거 꼭 진짜… 하아…”
독고령이 이 이야기에서 도망치려고 무언가 얘기를 하려고 할 때마다 백리소현이 했던 말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나랑 관영이는 굴러들어온 령 매한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임을 깨달은 독고령은 답답함에 애만 태웠다.
“진짜아…”
“그래서? 초야는 어땠어?”
“… 처녀는 안 줬어.”
“응? 진짜? 그럼 뭐 한거야?”
“그… 소녀경 때문에… 보름이 뜨는 날… 흐아아…”
독고령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녀의 말을 들은 백리소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하긴. 위 오라버니는 보름이 뜨는 날에 유독 많이 하시더라.”
“그… 그래?”
“이번 보름은 령 매한테 양보해야겠네~.”
“ㅇ… 응…”
“그럼 그냥 고백하고 끝이였어?”
“그… 그게 있잖아…”
독고령의 시선이 무의식 중에 자신의 엉덩이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백리소현의 입이 또 한 번 벌어졌다.
“뒤… 뒤로 했어?!”
“그… 어…”
“진짜?! 대단하다, 령 매… 나는 처음 뒤로 할 때 두어달 정도는 걸렸던 거 같은데.”
“응?”
“나는 도저히 긴장을 못 풀어서… 아, 근데 관영이도 되게 금방 했던 거 같아.”
“그… 그래?”
“진짜 밤일에도 재능이 뛰어나네, 령 매. 부럽다…”
“그… 어… 고맙다?”
일단 칭찬이었으니깐 독고령은 감사를 표했다.
"그래서..."
백리소현이 몸을 일으켜 슬금슬금 독고령에게 다가왔다.
“좋았어?”
“아… 그으…”
“어땠어? 내가 말한대로지?”
“으… 으으…”
독고령이 조금씩 욕조의 끝으로 내몰리더니 결국 등이 닿았다.
그녀가 조금씩 수면 아래로 얼굴을 담그더니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축하해, 령 매.”
“응?”
백리소현이 독고령을 껴안으며 속삭였다.
“어엿한 여인이 되었네.”
“흐읏…! 귀… 귀에 갑자기 말하지 마아…”
“깨물고 싶은데 참을게, 히힛. 그러면 또 실신할 거 같네.”
“야이씨… 아… 안 그러거든…”
“그래, 알았어.”
백리소현이 실실 웃으며 독고령을 놓아주었다.
“다… 다 얘기했으니 가도 되지?!”
“벌써?”
“그… 나… 낯 뜨거워서…”
“잠깐 식혔다가 다시 들어오면 되지.”
“으으…”
독고령이 몸을 일으켜 욕조 밖으로 나가자 그녀의 엉덩이가 백리소현에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백리소현이 무언가 떠올랐다.
“아, 맞다. 령 매, 눌러줬어?”
“… 응?”
“뒤로 하고 난 뒤에 안 눌러주면 한동안 튀어나와있다?”
“뭐가?”
“그… 항문?”
“으엑?!”
독고령이 당황하며 손을 뒤로 향하자, 그녀의 말대로 살짝 튀어나온 게 느껴졌다.
“어… 이… 이거 왜 이래…?”
“좀 눌러주면 금방 들어가. 내가 눌러줄까?”
“미… 미쳤냐?!”
“히힛, 알았어. 잊지 말고 조금씩 눌러줘. 하루 지나면 금세 들어가더라.”
“으으… 진짜…”
독고령이 부끄러운 듯 엉덩이를 가리며 말했다.
“다… 다른데 봐.”
“알았어, 히힛.”
“…”
백리소현이 고개를 돌려주자, 독고령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튀어나온 곳을 꾹꾹 눌러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백리소현에게 감탄했다.
‘… 경험이란 게 무섭네.’
백리소현과 은관영은 이제 막 한 번 몸을 섞은 독고령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밤을 위일청과 함께 보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경험에 의해 생긴 여러가지 실전적인 조언도 가지고 있었다.
‘… 무공이랑 다를 바가 없네.’
결국엔 경험이 전부라 생각하고 있던 독고령의 뇌리에 무언가 떠올랐다.
“아… 그… 둔치. 물어볼게 있어.”
“소현 언니가 좋은데~”
“그… 그건! 나… 나중에…”
“응? 언젠가는 불러줄거야?”
“…약속은 못 하고…”
“히힛, 그래. 왜, 령 매?”
“아… 그으…”
독고령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백리소현에게 말했다.
“이… 입으로 양물을… 빨아줄 때 말이야…”
“응응.”
“이… 이가 닿아서… 위일청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
“아~, 그거.”
백리소현은 싱글싱글 웃으며 독고령을 바라보았다.
“가르쳐 줄까?”
“그… 그래주면 좋고…”
“언니라고 불러줄 때마다 가르쳐줄게.”
“아… 좀!”
“싫으면 안 가르쳐줄건데~.”
“다… 다른 걸로는 안 돼…?”
독고령이 촉촉해진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자, 백리소현은 또 한 번 가슴이 아팠다.
‘너… 너무 귀여워, 령 매!!’
저렇게 물어보면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백리소현은 결국 자신의 욕심을 접어두었다.
“으음… 그냥은 싫고… 그럼 나 검술 좀 봐 줘.”
“응? 그거야 언제든지 되지.”
“그래. 령 매, 이리 와 봐.”
“… 어.”
“손 줘 봐. 엉덩이 만진 손 말고 다른 손.”
“…”
독고령이 손을 건네자 백리소현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는 손가락을 삼켰다.
“야… 야!”
“봐봐.”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손가락을 잡고는 정성스레 핥기 시작했다.
그저 손가락을 핥는 행위였음에도… 요염했다.
"흐읏...!"
그녀가 한 차례 시범을 보여준 뒤, 입을 뗐다.
“약간 이런 느낌으로 핥다가 삼키는거야. 이렇게.”
“하읏…! 조... 좀!”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손가락을 잡아 입에 삼키고는 마치 양물을 빨듯이 빨기 시작했다.
또 한 번의 시범을 보여준 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처음엔 양물이 너무 커서 턱도 좀 아프고 그러더라고. 그건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어.”
“어… 어떻게…?”
“자주 빨아보는 게 제일 좋은데 음… 아직 우리랑 같이 하긴 부끄럽다매.”
“그… 그건 좀…”
“그럼 자주 입을 크게 벌리려고 노력해 봐. 그러다 보면 다음에 익숙해질거야. 일단 크게 벌려야 이가 잘 안 닿더라고.”
“으… 응…”
독고령이 몇 번 입을 크게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입을 움직이자, 그 모습을 보고 백리소현이 조용히 웃었다.
‘진짜 좋아하나 보네, 령 매.’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백리소현의 가슴이 더 두근거렸다.
*
‘… 이것도 빡세네.’
목욕이 끝나고 난 뒤에도 습관적으로 계속 입을 열고 닫고있자니 턱이 뻐근했다.
하지만 독고령은 멈추지 않았다.
평생 무를 갈고 닦은 무인으로서 그녀의 사고방식은 어떤 일에든 무인의 사고방식으로 작동했다.
‘… 이것도 다 손에 물집이 잡히는 상황이라 생각하면 되려나…’
검을 처음 잡았을 때는 몇 번 휘두르지 않아도 자주 물집이 잡히곤 했다.
물집이 터지고, 굳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손에 굳은 살이 박히기 시작하면 검을 잡는 게 한결 더 편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검자루가 굳은 살에 맞춰져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검을 휘두를 때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생각하며 독고령이 몇 번이고 입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
“먼지 들어갑니다, 독고 소저.”
“흐엑?!”
위일청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어… 어떻게… 여기…”
“저랑 같이 왔어요오!”
“… 하오문도 같이 있었네.”
“네, 헤헷. 그보다 뭐 하는 거에요오?”
“아… 그…”
독고령의 머리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터… 턱이 영 안 좋아서…”
“헤헤~, 그래요오?”
“으으…”
은관영이 묘한 눈초리로 히죽거리며 독고령을 쳐다보았다.
독고령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자, 위일청이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음. 독고 소저, 혹시 검신 어르신과 친하시지 않습니까?”
“… 그렇게 친하진 않아요.”
“그렇습니까…”
“무… 무슨 일 있어요?”
“아! 그게요오…”
은관영이 독고령에게 ‘독고 소저는 지금 살막한테 쫓기고 있다’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위일청이 전음으로 그녀를 막아섰다.
[은 소저, 살막 얘기는 꺼내지 말아주세요.]
[네? 왜요?]
[… 오히려 잡겠다고 뛰쳐나갈 분이지 않습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요.]
[제가 말하겠습니다.]
은관영이 입을 다물자, 위일청이 독고령에게 말을 걸었다.
“그… 음… 여행길에 문제가 생길 거 같아서요.”
“… 네?”
“전처럼 도선 어르신이나 권존 어르신 같이 강력한 적이 오면… 제가 독고 소저를 어떻게 지켜야할 지 확신이 안 서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좀 요청해볼까 했습니다. 안휘성까지만요.”
“아… 하… 한 번 물어보기는 할게요.”
“감사합니다, 소저.”
위일청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독고령도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따 다시 보죠, 소저.”
“어… 어디 가세요?”
“잠시 전서구를 보내고 올 일이 있어서요.”
“아… 네.”
“갈까요, 은 소저?”
“네에!”
은관영이 먼저 앞서서 걷기 시작하자, 위일청도 그녀를 뒤따라가려던 순간.
[일청.]
독고령이 전음으로 위일청을 멈춰세웠다.
위일청이 말없이 멈춰서자, 독고령은 은관영이 뒤를 돌아보지 않음을 확인하고 재빨리 그에게 안겼다.
[도… 독고 소저?]
잠시 그를 껴안고는 바로 팔을 풀고, 독고령이 등을 돌렸다.
[자… 잘 다녀오세요…]
[… 네.]
부끄러운 듯 후다닥 멀어지는 독고령을 보며 위일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응? 위 오빠, 안 오고 뭐 하세요오?”
“… 아닙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
위일청은 속으로 그리 되뇌며 끌어오르는 음심을 어떻게든 진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