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4화 〉11장. 자각 - (7) (84/225)



〈 84화 〉11장. 자각 - (7)

“제… 제 방에서… 차나  잔 마시고 갈래요?”

갑작스런 독고령의 제안에 위일청이 피식 웃었다.

“풉… 그… 누가 가르쳐준 겁니까, 그 말?”
“네?”
“독고 소저가 생각해낸 말은 아닌 거 같아서요. 차보다는 술을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으… 그…”

망설이는 독고령을 보며 위일청이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독고령이 조금씩 뒷걸음치다 결국 그녀의 등이 벽에 닿자, 위일청이 물었다.

“지금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십니까?”
“아… 아니요…”


위일청이  팔을 벽에 올리고 독고령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나지막이 설명했다.

“소저를 연모하는 남성에게, 이렇게 늦은 밤에,  둘이서. 그것도 소저의 처소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자고 말씀하신 겁니다.”
“아… 그…”
“달리 말하자면, 소저는 지금  새끼손가락을 잡으신 겁니다.”
“흐엑?!”

분홍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독고령의 머리색을 보며 위일청이 미소지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ㄴ… 네?”
“아까 소저는 저의 제안을 한  거절하시지 않았습니까? 무슨 연유에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거절하도록 하지요.”
“왜… 왜요?”
“소저의 의사가 아닌  같기도 하고, 소저의 대답을 듣지 못 해서요.”


위일청의 대답을 듣는 순간, 독고령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위일청은 말을 이어나갔다.

“당분간은 나무처럼 기다릴까 했었는데 소저가 이리 직접 찾아와주셨으니 한  물어보겠습니다. 소저는 여전히 대답할 의사가 없으신가요?”
“아… 그… 으으…”


쉽게 대답하지 못 하는 독고령을 보고 위일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군요. 괜찮습니다.”


위일청이 등을 돌렸다.

“대답이 정해지시면 다시 찾아오세요, 소저. 아니면 새끼손가락을 잡으시던가요. 괜히 어디서 이상한 말을 듣고 오셔서 저를 흔드시는 거 같습니다.”
“아… 아니… 그…”
“날이 차니 따듯하게 하고 주무세요. 그럼…”


평소보다 조금은 차갑게 식은 태도와 함께 뒤돌아 떠나는 그의 등을 바라보자 독고령의 가슴이 아려왔다.

위일청이 당연히 받아줄 거라 생각했지만 상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자 독고령은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남에게 거부당한 상처가 독고령을 아프게했다.

그렇기에 독고령은, 한 걸음 나아갔다.

발을 내딛고, 돌아선 위일청의 옷깃을 붙잡으며 물었다.


“제… 제가 거절해서인가요?”
“네?”
“아까… 대답 안 해서 그러는 거예요?”
“… 그런  아닙니다.”
“근데 왜…!”


독고령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펴… 평소에는 이런 거 좋아하셨잖아요.”
“… 죄송합니다, 소저. 오늘은 제가 다른 일이 좀 있어서요.”
“거절하지 마세요.”
“… 예?”
“같이 있고 싶어요…”

독고령이 붙잡은 위일청의 옷깃을 꼬옥 붙잡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독고령은 진심을 토해냈다.


“마… 만져줬으면 좋겠어요.”
“…”
“쓰다듬어줬으면 좋겠어요… 손 잡아준 거… 따듯했어요…”
“그…”
“야… 야한 짓도!”

독고령의 목소리가 조금은 젖어들었다.

“조… 조금은 기분 좋았어요. 그러니깐… 거절하지 마세요…”
“…”
“나… 싫어하지 마요…”


결국 독고령이 눈물을 흘리자, 위일청이 뒤돌아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 왜 울고 그러십니까, 소저.”
“내… 내가 대답을 안 해서…”
“하아… 그런 거 아닙니다.”


위일청이 피곤한 듯 한 손으로 눈두덩이를 어루만졌다.

“… 소저의 진심을 듣고 싶은 건 사실입니다. 허나,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거절한 겁니다. 소저가 청해주신 건 정말 기쁘지만…”
“그럼… 거절하지 마요.”
“…”
“야… 야한 거… 해주세요…”
“소저…”
“좋아해요.”

독고령이 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그를 올려봤다.


“마… 많이 말고… 조금…”
“…”
“조금보다는 더…”

위일청이 놀란 표정으로 대답없이 독고령을 쳐다보고 있자, 결국 그녀가 눈을 피하며 말을 바꿨다.

“… 조금 많이…”
“큭…, 크큭…”
“…”
“하아… 진짜…”


위일청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잡고 있던 독고령의 손을 잡아당겨 끌어안았다.


“꺄악!”
“어쩜 이리 사랑스러우십니까?”
“아… 그으… 하으으…”
“… 미안합니다. 괜히 제가 걱정을 끼쳐드렸나 보군요.”
“아니, 그…”


위일청의 품에 안기자 독고령의 가슴이 빨리 뛰었다.

긴장감에 몸이 잔뜩 굳은 그녀를 느끼며 위일청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아까 소저와 헤어지고 돌아왔더니 전서구가 와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조금 기분이 우울했습니다. 그게 전부예요.”
“아… 그럼…”
“소저가 대답을  하긴 했지만, 소저는 항상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주셨기에 대충은 진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히익…!”
“그래도 직접 말해주시니 기쁘군요.”


위일청이 웃으며 독고령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조금 많이요.”
“노… 놀리지 마세요…”
“크큭. 그보다 말입니다, 아까 소저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렸습니다.”
“흐엑?!”
“다시 한 번 말해주시겠습니까?”

위일청이 품에 끌어안은 독고령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신다고요?”
“꼬…  말해야해요?”
“예.  안들렸거든요.”
“거… 거짓말이잖아요. 들리게 말했어요…”
“정말 안 들렸습니다.”
“하으으… 진짜아…”

독고령이 부끄러움 때문에 달아오른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으며 숨겼다.


“지… 진짜 다시 말해야해요?”
“예.”
“씨이… 진짜아아…”


독고령이 얼굴을 부비적거리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자… 잘 들어야해요?”
“예, 듣고 있습니다.”
“조… 좋아해요…”
“누구를요?”
“그만 괴롭혀요…”
“누구를 좋아한단 말이 없는데 제가 어떻게 압니까?”
“씨이…”

독고령이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위… 위일청을요.”
“음?”
“제… 제가 좋아해요…”
“… 잘하셨습니다.”


위일청이 웃으며 독고령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흐읏…”
“말해주셔서 참으로 기쁘네요.”
“녜… 녜헷…”
“…”


그렇게 한동안,  둘은 서로를 껴안은 채 말없이 상대방의 체온을 즐겼다.


그러다가 위일청이 먼저 그녀를 품에서 놓았다.


“그래서… 음…”

위일청이 고민하는 것을 보며 독고령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왜요?”
“… 야한 것도 할 생각으로 오신 거죠, 소저?”
“흐에엣…”

독고령의 머리가 완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 하으으… 녜헷…”
“오늘, 초야를 치루시고 싶으십니까?”
“으…”

독고령이 우물쭈물 거리더니 조심스레 위일청을 쳐다보았다.


“하… 하고 싶으시면…”
“그럼 오늘 말고 다음에 하죠.”
“흐엑?!”

긴장감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독고령이 화들짝 놀랐다.


“왜… 왜요?”
“아니, 그…”
“저… 저랑 하기 싫어요?”
“…”

독고령이 애원하듯 그를 쳐다보자, 위일청의 가슴이 쿵 뛰었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소저.”
“… 네?”
“… 제가 감당하기 힘드네요.”
“??”

독고령이 이해를 못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위일청이 먼저 눈을 돌렸다.

“…하기 싫은  아닙니다. 독고 소저의 초야는 조금만 더 이따가 받겠습니다.”
“어… 언제요?”
“보름이 뜨는 날요. 소저의 처녀는 그… 단순히 음양교합만 중요한  아니라 저한테도 중요하니깐요.”
“네?”
“소녀경 말입니다.”
“아…”
“소저의 음기가 가장 강해져있을 보름 즈음에 하는 게 저한테도, 소저에게도 내공의 상승에  좋습니다. 그러니깐…”


위일청이 다시 독고령을 직시했다.


“… 2주 후. 보름이 뜨는 날, 저에게 처녀를 주시겠습니까?”

독고령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자그맣게 끄덕였다.

“… 네.”
“감사합니다.”
“그… 그럼…”


독고령이 위일청의 옷깃을 붙잡고 물었다.

“오… 오늘은 안 할 거예요?”
“소저께서 하고 싶다면, 할 겁니다.”
“…하으으…”

독고령이 고개를  숙이고는 바닥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 저… 하…하고 싶어요…”
“그러시군요.”
“…”
“고개를 들어보시겠어요, 소저?”
“부… 부끄러워요…”
“더 부끄러운 일도 할 텐데요?”
“으으으…”

독고령이  쯤 울먹거리는 얼굴로 고개를 들자, 위일청이 피식 웃었다.

“풉… 야한 걸 하고 싶다고 하신 건 독고 소저인데 왜 그런 표정이십니까?”
“아… 흐아아… 그… 무… 묻지 마세요…”
“크큭, 알았습니다. 아직은 부끄러우신가 보군요.”
“녜… 녜헷…”
“그럼 이렇게 하시죠.”
“… 네?”


위일청이 독고령의 손을 잡아끌어 침소로 향했다.


침대에 앉은 뒤, 자신의 앞에 독고령을 세워두고는 위일청이 말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죠.”
“… 네?”
“소저께서 아직 부끄러움이 많으시니 일단은 저한테 익숙해지시는 게 좋아보여서요. 제가 먼저 건들지 않을테니, 소저께서 하고 싶은 대로 하시죠.”
“흐엑… 아… 그…”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말하시고요. 그럼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하으으…”

독고령이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자, 위일청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저는 그저 가만히 있겠습니다.”
“지… 진짜 맘대로 해도 돼요…?”
“예.”
“누… 눈 감아주세요.”
“예?”
“부… 부끄러우니깐… 눈… 감아주세요…”
“크큭, 네.”


위일청이 미소를 띄며 눈을 감자 독고령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누… 눈 뜨면  돼요?”
“예,  뜨겠습니다.”

몇 번이고 위일청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며 그가 눈을 감고 있는지 확인한 독고령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아…”

손으로 조금씩 이마를 훑다가, 내려와서 그의 눈가도 매만지고, 손가락으로 위일청의 코를 쓱 훑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가락이 위일청의 입술에 닿았다.

“으으…”

그의 입술을 쳐다보자, 지난 번의  상황이 또 다시 떠올랐다.

“아…”

입술이 바짝바짝 메말랐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 하고, 몇 번이나 혀로 입술을 핥으면서 손가락으로 조금씩 위일청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위일청이 입을 열었다.


“입을 맞추고 싶으십니까?”
“흐엣?! 네... 넷?!”
“아까부터 계속 입술을 만지작거리시길래요.”
“하으으… 그…”
“해보셔도 됩니다.”
“지… 진짜요?”
“말했잖습니까. 소저가 원하시는대로 하시라고요.”
“그… 하으으…”

다시 위일청이 입을 다물고 있자, 독고령은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못 했다.

‘내… 내가 먼저… 해야하나?’


자꾸만 입술이 바싹 말랐다.


“누…  뜨지마요?”
“안 뜨겠습니다.”
“마… 말도 하지마요.”
“…”

독고령이 위일청의 두 뺨을 붙잡고,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했다.

“하아… 흐읏…”

자신도 모르게 거친 숨을 내쉬며 독고령의 머리카락이 위일청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


아주 짧게, 그리고 가볍게.

살짝만 입술을 맞대고는 독고령이 바로 입술을 뗐다.


“…”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고는 방금의 감촉을 되뇌이며 독고령은 아까부터 간지러운 하단전 때문에 다리를 비비적거렸다.


‘부드럽고… 말랑하네…’


독고령이 입술을 메만지다가 조심스레 위일청에게 물었다.

“하… 한 번  해도 돼요…?”
“안 묻고 하셔도 돼요, 독고 소저.”
“아… 네.”

독고령이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하다 물었다.


“그… 무… 무릎 위에 앉아도 돼요?”
“안 물으셔도 된다니깐요, 크큭.”
“… 그… 그래도요…”
“앉으시죠.”


위일청이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툭툭 치자, 독고령이 그의 목에 팔을 걸고는 무릎 위에 앉았다.

“하… 할게요?”
“… 예.”

두 번째의 입맞춤은 처음보다 조금 더 길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상태로 독고령은 그 감촉을 즐기기 위해 눈을 감았다.


“흐읏…”


처음엔 그저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있었지만, 독고령이 조금씩 입술을 오물거렸다.


맞닿은 입술이 움직이며 서로의 숨결이 오고 갔다.

“으음…”

몇 번이고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떼고서는 독고령이 물었다.

“그… 그… 있잖아요…”
“예, 소저.”
“ㅎ… 혀 넣어도… 돼요?”
“…”


 말을 듣고 위일청이 눈을 떴다.


“누… 눈 뜨지 말라니깐요!”
“… 독고 소저는 정말… 하아…”
“제… 제가 잘못했나요?”
“… 아닙니다. 오히려 놀래서요.”
“흐앗?!”

위일청이 독고령의 허리를 붙잡고 자신에게 바짝 잡아당겼다.

“… 묻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하시지요.”
“그… 그래도…”
“다 괜찮습니다. 원하시는 것도 있으시면 말하시지요.”
“하으으… 그… 그래도 돼요…?”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괜찮다고요.”
“그… 그러면요…”

독고령이 다리를 벌리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곤 위일청의 손을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여… 여기 만져주세요…”
“…”
“아… 아까부터 계속… 가… 간지러워서요…”
“하아… 정말…”

참고, 또 참았던 위일청이 결국 이성의 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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