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9 장. 음란검(淫亂劍) - (4)
결국 녹림도들은 살아서 돌아갔다.
“가… 감사합니다, 대협! 이 은혜는…”
“… 다시는 산적질을 하지 마십쇼.”
“예, 대협!”
몇 번이고 녹림도들의 절을 받은 뒤, 위일청이 마차로 올라탔다.
마차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한 눈에 모두의 존경섞인 눈빛을 받았다.
독고령만 빼고.
“위 공자.”
“예, 신의.”
“나는 그동안 위 공자의 별호가 의문이었습니다. 이런 멀쩡한 청년이 색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니 안타깝기도 했고.”
“…”
“헌데 오늘의 그 위업을 보고 있자니 역시… 위 공자는 색마가 맞습니다!”
“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위일청이 마차에 앉으려는 순간, 갑자기 백리소현이 자리에 드러누웠다.
“… 백리 소저?”
“령 매 옆에 앉아. 여긴 자리가 없어.”
“두… 둔치, 미친 년아!!”
“빨리.”
“…”
위일청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백리소현이 전음을 보냈다.
[위 오라버니, 이 참에 령 매를 길들여버려.]
[기… 길들여요?]
[령 매는 너무 난폭하잖아. 앞으로도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텐데?]
[허나…]
[통제할 방법을 알았으니깐 이 참에 맘껏 휘둘러버려.]
“…”
백리소현의 전음을 들은 위일청이 물끄러미 독고령을 쳐다보았다.
“뭐… 뭘 봐, 새끼야!”
“옆에 앉겠습니다.”
“꺼져! 자리도 많잖아!!”
“으음… 노 소협.”
“예, 위 공자!”
“백리소저 옆에 앉으시지요. 혹시 모르니깐 혈을 제압해놔도 되겠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아, 시발 왜!!”
“독고 소저?”
위일청이 손을 들어올렸다.
“다음엔 어디를…”
“히이익!!”
독고령이 자신의 가슴을 두 손으로 막아섰다.
“미미미… 미친 새끼야! 색마 새끼야악!! 믿었는데… 믿었는데에!!!”
“…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깐 좀 얌전히 지내시지 그러셨어요.”
“시발! 시발시발시발!!!”
독고령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짜증을 가득 담아 중얼거렸다.
“시발… 진짜… 시바아알!!”
“으하핫, 저 천하의 독고…령이 저리 얌전해지는 꼴을 제가 다… 컥!”
“닥쳐, 시발!!”
한 대 맞은 운영이 조금은 조용해졌다.
“아… 아니 왜 저만…”
“닥치라고!”
“…”
독고령은 어떻게든 화를 억누르며 얌전히 지내기로 결심했다.
‘시발… 내가 시발… 이 시발…!!’
끌어오르는 화를 꾹 참아내며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나서지 않기로 몇 번이고 되뇌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
“내가 바로 녹림십걸의 7번째! 흑룡부다! 독고진의 딸 년은 얌전히 나와 내 도끼를 받으라!!”
“내가 바로 새로이 녹림십걸의 10번째 자리를 차지한 거력괴다! 먼저 간 선배님의 넋을 기리러 왔도다!!”
“감히 어떤 년이 내 형제를 건드렸는가! 내가 바로 호산채의 채주다!! 혈채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독고령과 일행이 타고 있는 마차에 대한 정보는 금세 인근의 산채들에 퍼졌다.
‘한 미친 년이 혈부귀 조창을 죽인 것도 모자라 그 형제 또한 참했다.’
그 소문이 퍼지자 일대의 녹림도들이 모두 모여들기 시작했다.
녹림이란 것들이 또 쓸데없이 의리 하나는 좋아서 끊임없이 찾아와 독고령의 심기를 계속해 건드렸다.
“시발! 저 개새끼들이 진짜…!”
그럴 때마다 독고령은 모든 싸움을 받아주었다.
그녀가 누구였는가?
추혈광마 독고진.
오는 싸움 마다하지 않고, 한 번 은원이 생기면 그 원수의 피를 볼 때까지 끊임없이 쫓아다닌다고 하여 별호에 ‘추혈(追血)’이 붙은 자가 독고진이었다.
몸은 바뀌었으나 그 성정이 어디 갈 리가 없었다.
“내가 시발 반드시 녹림왕의 모가지를 따서 강호의 모든 녹림을 없애버리겠… 흐아앙!”
“얌전히 지내라고 하셨죠, 소저?”
독고령이 참지 못 하고 마차 밖으로 뛰쳐나갈 때마다 위일청이 따라 내려 그녀의 어딘가를 움켜쥐거나 애무하며 뜯어 말리기를 반복했다.
녹림도들을 때려눕히던 도중, 갑자기 위일청의 손길에 음심이 끓어오른 독고령은 그럴 때마다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멈춰섰다.
“이… 이 색마 새끼야악!”
“정말 제 손길을 원하시면 그냥 으슥한 산길로 가셔서 잠시…”
“미… 미친 새끼가악!! 흐으읏!”
독고령은 매번 발작하며 위일청에게 달려들었지만, 둘의 차이는 명확했다.
색마 혹은 옥면공자라 불리는 위일청은 무림맹에서 사파인으로 분류하였기에 무림 백대 고수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 했으나 만약 그 기준에 포함된다면 명백히 상위권에 위치할 무인이었다.
독고령이 최근 들어 경탄할만한 무위의 상승을 이뤄냈음에도 여전히 그에겐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역으로 더더욱 애무당하다 머리가 완전히 분홍색으로 바뀐 뒤에야 포기하고 얌전해지기를 반복하곤 했다.
그 모든 광경을 마부석에 앉아서 지켜보던 은관영은 감탄했다.
‘침투경(浸透勁)이네요오… 역시 위 오빠!’
처음에는 가슴이나 엉덩이 같이 쉬이 만질 수 있는 성감대를 공략하다 독고령의 방어가 두터워지자 위일청은 수법을 바꿨다.
독고령이 매번 무기 또는 손으로 위일청의 희롱을 막아내서 성감대를 공략하기 힘들어지자, 피부를 뚫고 상대방의 내부를 공격하는 침투경을 활용하여 내공으로 성감대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흐으읏…! 미… 미미미… 미친 새끼야!”
“제 손길을 거절하시니 내공으로라도 제압해야겠군요.”
“그… 그마아안!!!”
독고령은 그의 공격을 완전히 피해내는 것이 아닌 이상 싸울수록 하복부가 욱씬거리며, 속곳이 흥건해지는 걸 느꼈고, 결국 남은 선택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시바아알!! 안 할게, 그마아안! 흐으윽…!”
“정말 안 하실겁니까?”
“으… 응…”
“그럼 얌전히 마차로 돌아가계십쇼.”
“시바아알…”
쾌락에 지친 독고령이 짜증을 꾹꾹 눌러참으며 마차로 돌아갔으며,
“저… 정말 감사하오, 대협!”
“조… 존성대명이라도 알려주신다면…”
“… 됐습니다. 남에게 자랑할 이름도 아닙니다.”
“대협!!!”
주제도 모르고 독고령에게 덤벼들었다가 쥐어터진 녹림도들은 매번 위일청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를 대협이라 칭송했다.
불쌍한 것은 오직 노극명 뿐이었다.
“저… 저 독고 소저!”
“이리 와, 십새끼야!!”
“아… 아니이! 잘못은 녹림이 하고 왜 제가 맞습니… 쿠억!”
“이! 개새끼야악!! 네가! 녹림을! 끌어들였잖아!!”
“크어억! 위… 위 대협! 살려주시오!!”
노극명이 다급히 위일청을 찾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얌전히 자리에 앉는 독고령을 보며 운영과 백리소현은 웃음을 참기 바빴다.
“아… 아무 짓도 안 했어!!”
“그… 크흠. 령 매, 조금만 화를 삭히고…”
“캬아아악!!”
“거… 독고 소저. 노극명은 제가 치료해야 하는데…”
“샤아아앗!!”
그렇게 신의 운영이 사는 의녀문까지 향하는 동안, 강소성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이보게, 그 이야기 들었는가?”
“무얼 말인가?”
“요즘 이 인근의 산적을 죄다 정리하는 협객이 나타났다고 하더군.”
“허허… 요즘 같은 시대에도 협객이 다 있구만.”
“근데 그 소문이 요상하네.”
“어떻게 말인가?”
“크흠… 내 목이 타서 말을 못 하겠구만.”
이야기꾼이 슬쩍 술 병에 눈을 돌리자 행인이 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아, 그래서 어떤 점이 요상하단 말인가?”
“크으, 맛있군.”
“거 뜸들이지 말고 빨리 좀 말해보게!”
“알았네, 알았어. 최근에 산적들을 징치하고 다니는 그 협객이 말일세… 여자라더군.”
“의협심이 넘치는 강호 초출이 녹림도들을 정리하고 다니는 일은 흔히 있는 일 아닌가?”
“아니 헌데 말일세, 그 여인이 기이하더군.”
“뭐가 말인가?”
“머리를 분홍빛으로 물들이고는 채찍처럼 늘어나는 검과 아름답게 빛나는 도로 녹림도들을 제압한다더군.”
“특이한 무공을 쓰는 소저구만.”
“근데 말일세…”
이야기꾼이 몸을 기울이자, 행인 또한 그에게 가까이 귀를 가져다댔다.
“목이 또 조금…”
“그냥 다 가져가게. 거 궁금하게 왜 그러는가?”
“허기도 조금…”
“이보게, 점소이! 여기 만두 좀 가져다주시게!”
“네!”
“자, 빨리 이야기를 계속해보시게. 재미없는 이야기였다간 내 가만 안 둘걸세.”
“크흠크흠, 고맙네.”
이야기꾼이 목을 가다듬더니 행인에게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그 소저가 말일세… 매우 야하다네.”
“야해?”
“음탕하단 말일세!”
“어… 어떤 식으로 말인가?”
“생긴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은데 싸울 때마다 야릇한 신음을 흘리고, 그 검술 또한 요망하기 짝이 없다더군! 그래서 녹림도들의 마음을 홀려 그들을 제압한다고 하네!”
“허… 거참. 말도 안 되는 소리구만.”
“정말이라니깐! 머리도 분홍색인 것이 보는 남성의 마음을 홀린다 들었네! 어쩌면 사람으로 둔갑한 요괴가 아닌가 할 정도로 예쁘다더군!”
“믿기 힘든 얘기구만.”
“산적들이 그녀를 일컫기를 ‘음란검(淫亂劍)’이라고 부르더군. 이미 강소에는 소문이 파다하다니깐!”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분홍색 머리…”
그 때, 행인이 기루에 들어오는 한 무리의 일행을 보았다.
“어… 저… 저저…”
훤칠하게 생인 화화공자와 털털한 아저씨와 함께 세 명의 여인이 걸어들어왔다.
한 여인은 무릇 남성이라하면 한 번쯤 안기고 싶은, 포용력이 넘쳐보이는 가슴을 가진 여인이었다.
또 다른 여인은 아직 앳된 소녀 티를 벗지 못 했으나 장래가 유망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허나 행인을 당황케 한 것은 마지막 세 번째 여인이었다.
심통이 났는지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있음에도 그 미모는 가려지지 않았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은 아름다움, 보고 있으면 무심결에 껴안고 싶어지는 귀여움을 가진 여인이었으나 행인에게 그는 중요치 않았다.
‘부… 분홍 머리…!’
행인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그녀, 독고령을 가르키며 말했다.
“으… 음란검!”
“이 개새끼가…! 흐아앙…!”
독고령이 또 다시 검을 뽑아 들었으나 그보다 위일청의 손이 더 빨랐다.
그녀의 엉덩이를 꽉 붙잡고 내공을 흘려 독고령의 성감대를 자극하자, 독고령은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 독고 소저.”
“녜… 녜헷…”
“제발 좀 얌전히 가시지요…”
“뎨… 뎨송합니다앗…”
독고령의 입에서 침이 흐르는 걸 객잔에 모인 이들이 넋 놓고 쳐다보고 있자, 백리소현이 그 시선으로부터 독고령을 가려주었다.
위일청이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소란을 일으켰군요, 죄송합니다. 다들 하던 일을 마저하시지요.”
“아… 아, 예. 헌데…”
“관심도 꺼주셨으면 합니다.”
위일청이 슬쩍 기운을 끌어올리자, 객잔에 모인 이들이 지레 겁을 먹고 고개를 돌렸다.
“은 소저, 독고 소저를 객실로 조심히 모셔주세요.”
“네엣.”
“저는 노 소협을 데리고 올라가겠습니다. 백리 소저, 방을 두 개 빌려주시지요. 노극명이 무슨 짓을 할 지 아직은 알 수 없으니 오늘은 남자들끼리 자야겠습니다.”
“응, 알았어.”
“독고 소저, 업히세요.”
“크윽…! 시발…”
“저도 위 오빠 하던 거 해드려요?”
“…”
독고령이 얌전히 그녀의 등에 업히자 객잔에 모인 다른 손님들은 모두 두 가지 생각 뿐이었다.
위일청에 대한 부러움과 부풀어오른 바지로 생긴 곤란함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
방에 독고령을 놔두고 은관영이 말했다.
“잠시만 얌전히 계셔요, 저도 보고서를 써야해서.”
“…어”
은관영이 밖으로 나가자 홀로 남은 독고령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시발…! 시발시발시발!!!’
객잔에 오는 내내 얼마나 많이 위일청에게 희롱당했나 셀 수도 없었다.
당연하지만 위일청과 지금의 독고령 사이에 실력차는 명확했다.
독고진이 한창 때에도 몇 합 정도는 버틸 수 있던 게 위일청이었으니 지금의 쓰레기 같은 몸으론 당연히 비할 바도 못 됐다.
하지만 패배의 무력감보다 그에 따라오는 감각이 독고령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 그 색마 새끼이!!’
짜증날 정도로 기분 좋은 곳만 콕 찝어 공략하니 매번 다리가 풀렸다.
가끔은 찔끔 오줌까지 새어나오는 것 같아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더군다나 남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자신이 독고진인 줄 아는 운영이 보는 앞에서 까지 그런 짓을 당하고 있자니 부끄러움에 스스로 혀를 깨물고 싶었다.
하지만…
“또 젖었네, 시발…”
속곳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보자 손가락에 끈적한 애액이 묻어나왔다.
“…”
검지와 중지를 잠시 붙였다가 두 손가락을 벌리자 그 사이로 애액이 실지어 늘어졌다.
‘괜찮겠지...?’
계속된 위일청의 희롱은 독고령을 안달나게 만들었다.
잔뜩 성감을 끌어올려 내내 발정나게 만들어놓고 시원한 해소는 없었다.
몰래 수음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야행 중에는 다른 이들과 떨어져있을 일이 없었고, 지난 번에 한 번 들켰던 기억이 떠올라 시도조차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아무도 없는 지금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독고령이 조심히 속곳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성기에 손을 대려는 순간…
“독고 소저어!”
“어… 어?! 왜?!”
“목욕 하실거죠? 저랑 소현 언니는 지금 씻으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나… 나중에!”
“아쉽네요오… 같이 씻고 싶었는데.”
“꺼… 꺼져, 음탕한 년아!!”
“히이잉… 독고 소저가 더 음탕하면서…”
“캬아악!”
“알았어요오. 이따 봬요오~.”
은관영이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시발… 내가 뭐하는 건지…’
갑작스레 찾아온 은관영 때문에 흥이 식은 독고령은 유성도를 쥐고 일어났다.
지금의 이 달아오른 기분을 없애기 위해 땀이라도 흘려야겠다 생각하며 밖으로 나섰다.
속곳을 축축히 적신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