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8 장. 그냥 한 번 벌리시지요? - (8)
“… 달거리라고 아세요?”
“달거리? 뭐야, 그건?”
“하아…”
“시발, 이거 좀 빨리 어떻게 해 봐!”
“… 어떻게 안 되니깐 문제죠.”
“뭐?”
은약벽이 욕조에서 나와 다른 물로 몸을 헹궜다.
“여인은 한 달에 일주일 가량, 그렇게 피를 흘린답니다. 그게 달거리예요.”
“뭐…?”
“아픈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거니 그냥 받아들이세요.”
“아… 아니, 시발…”
독고령은 혼란스러웠다.
“어… 언제까지?!”
“보통 쉰이 넘으면 멎는다는데 그것도 사람 따라 다르고요.”
“아… 아니, 시발…”
“그냥 그런 거랍니다. 자연의 이치죠.”
“으아아…”
혼란에 빠진 독고령을 보며 은약벽이 피식 웃었다.
“뭘 그리 놀라고 그러세요? 피도 많이 보신 분이.”
“아… 아니… 막을 방법 없어?!”
“… 없을걸요?”
“시발… 시발시발시발!”
“자세한 건 관영이한테 물어보세요. 소현 아가한테는 묻지 마시고요.”
“걔는 왜?”
“… 모르셨어요? 백리 소저는 음… 아기를 낳는 장기가 없어요. 생각해보니 하나 있네요. 장기를 도려내면 달거리는 없어요.”
“아…”
그제서야 백리소현의 상처많은 하복부가 떠오르자 독고령이 고개를 숙였다.
“… 시발.”
“뭐 여튼 관영이한테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세요.”
“오냐…”
“하아… 모처럼 손님이랑 심각한 얘기 좀 하나 싶었는데 흐름이 이렇게 끊기네요.”
은약벽이 물기를 닦아내고 몸에 향유를 바르다 갑자기 멈춰서 독고령을 쳐다보았다.
“… 손님.”
“왜?”
“달거리를 한다는 의미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내가 어떻게 아냐?”
“아기를 가질 수 있단 얘기랍니다.”
“시발…”
“이대로. 그냥 독고령으로 사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또 그 얘기냐?”
독고령은 진저리가 났지만, 심각해보이는 은약벽의 표정을 보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없어.”
“… 알았습니다.”
“너 요즘 좀 이상하다?”
“제가요?”
“잡얘기가 많아. 운영이랑 닮아가는 거 같은데…”
“후훗, 그런가요? 좋네요.”
은약벽이 근처에 걸어둔 옷가지를 걸치며 독고령에게 말했다.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얘기가 저에겐 더 없이 즐겁네요.”
“… 이상한 계집 같으니라고.”
“손님도 이상하답니다? 저는 먼저 나가볼게요. 달거리는 속옷에 겹쳐대야할 무언가가 필요하니 제가 문도에게 얘기해둘게요.”
“… 고맙다.”
“뭘요. 그럼… 다음에 또 뵙죠. 서로 살아있다면 말이죠.”
“… 악운이 따라주길 빌어주마.”
밖으로 나가는 은약벽을 보며 독고령은 어딘지 찝찝했다.
‘… 무슨 뒤지러 가는 년도 아니고.’
평소에 자신이 하던 인삿말을 먼저 채간 은약벽을 보며 독고령은 다시 욕조를 쳐다보았다.
“으… 시발.”
어느새 욕조의 물은 피로 흥건해져있었다.
*
몸을 다 씻고, 하오문도들의 도움을 받아 옷까지 입은 뒤 독고령은 밖으로 나왔다.
‘존나 불편하네…’
속곳 속에 덧대진 천은 불편했고, 시도때도 없이 울컥거리며 나오는 피는 찝찝하기 그지 없었다.
슬금슬금 배가 아파오는 것이 묘하게 심기를 거스르기도 했다.
‘어쩐지 가끔 부상도 없이 혈향이 나던 년들이 있더라니…’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은약벽이 따로 챙겨준 옷이었다.
이전의 나풀거려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같은 옷가지보다 훨씬 활동하기 편한 옷들을 몇 벌이나 받았으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독각화망의 가죽으로 만든 내갑입니다.”
“… 이걸 준다고?”
“예. 문주님께서 미리 얘기하셨습니다.”
“…”
팽가한테 유성도를 받은 것도 모자라, 독각화망으로 만든 내갑까지 얻었다.
‘… 빚을 많이 졌네.’
다음에 만나면 은약벽에게 술이라도 대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를 기원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자…
“아, 오셨어요오?”
“내내 기다렸어.”
“… 왜 여기 있냐?”
은관영과 백리소현이 독고령을 반겨주었다.
“그야 당연히 물어볼 게 있어서죠!”
“듣고 싶은 얘기가 많아, 령 매.”
“으… 응?”
어딘지 열렬한 눈빛고 함께 두 소저가 말했다.
“초야는 어떠셨나요?!”
“초야는 어땠어?”
“아, 시발…”
독고령이 뒤돌아 나가려는 것보다 빠르게 은관영이 움직였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러세욧!”
“좀…! 이 음탕한 것들아!!”
독고령이 은관영을 때려눕혀서라도 나가려던 순간, 뒤에서 백리소현이 그녀를 껴안았다.
“이건 중요한 문제야, 령 매.”
“넌 또 왜!”
“그야… 사모하는 이에게 새 여인이 생겼는걸?”
“어… 어?!”
갑작스런 백리소현의 말에 독고령이 얼이 빠지자, 은관영이 말했다.
“맞아욧! 저야… 첩이라도 상관없지만, 정실은 확고히 해야지요!”
“응응.”
“아… 아니, 시발! 나는 그 새끼랑 아무 사이도…”
“아무 사이도 아닌 남녀가 밤을 같이 보내나요?!”
“이익…!”
독고령이 내공을 끓어올려 어떻게든 이 곳에서 탈출하려던 순간.
“령 매.”
“왜!”
“… 위 오라버니는 령 매를 사모하는 거 같아.”
“흐엑?!”
갑작스러운 백리소현의 말에 흐름이 끊겼다.
“그러니깐 얘기해줘.”
“… 이건 중요한 얘기라니깐요오…”
“아… 아니, 시발…. 그 새끼는 나... 아니야! 네들이 착각하는 거겠지!”
독고령이 당황하여 허둥대자, 백리소현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령 매. 나는 위 오라버니를 몇 년간 지켜봤어.”
“아… 그러니깐…”
“령 매가 쓰러졌을 때, 위 오라버니는 도선 어르신도 벨 기세였어.”
“…”
“위 오라버니가 그런 식으로 화를 낸 건 많이 봤지만… 글쎄. 나랑 관영이한테도 그랬었나?”
“… 저는 예전에 구해주실 때 한 번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지만…”
“아니이… 니들이 착각…”
“령 매.”
백리소현이 단호한 말투로 독고령의 말을 끊어들었다.
“착각이 아니야. 그러니깐 말해줘.”
“으… 으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으으으…!!”
“말해주시기 전까지는 못 나가욧!”
“으으으윽…!!”
독고령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진지한 백리소현의 눈을 보고 있자니 피할 수가 없었다.
은관영 또한 죽음을 불사하고 부동명왕처럼 문을 막아서고 있는 걸 확인하고 결국 독고령은 모든 걸 내려놓았다.
“시발… 진짜… 아… 아니라니깐?!”
“듣고 판단할게.”
“맞아요. 들어봐야 알죠!”
“으으… 그… 그러니깐…”
결국 독고령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조금씩 어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 원래는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했어…”
“응응.”
“근데요?”
“그 새끼가… 양물을 바짝 세워놔서…”
“위 오라버니거 엄청 컸지?”
“맞아요. 저도 처음 봤을 때 놀랐죠.”
“하… 한 발 뽑으면 얌전해진다길래…”
“한 번으로 되나?”
“잠깐 수그러들고 금세 일어나죠.”
“내… 내가 위에 올라타서 그…”
“처음엔 위에서 하는 게 좋더라.”
“진짜요? 저는 누워서 받았는데.”
“아 좀!!”
독고령이 자꾸 자기 말에 끼어드는 게 화가 나서 소리치자, 그제서야 둘은 조용해졌다.
“… 미안.”
“계속하세요오…”
“시발! 그래서 그 뒤에 그 새끼가 쌌고! 나는 피를 싸지르더라!”
“… 했네했어.”
“끝까지 했군요오.”
“아… 아니야, 새끼들아! 그렇게 큰 걸 어… 어떻게 집어넣냐?!”
“응?”
“네?”
은관영과 백리소현이 이해를 못 하자 독고령이 말했다.
“시발 그… 뭐더라. 다… 달거리?”
“응? 령 매, 달거리 중이였어?”
“… 오늘 처음이거든.”
그 말을 듣자 오히려 은관영이 놀랬다.
“네?! 말도 안 되요.”
“뭐… 뭐가?”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던가요오…?”
은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달거리 때문에 끝까지 못 하셨겠네요오. 위 오빠는 달거리 중에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잖아요.”
“응? 관영이 너, 전에 달거리 할 때 뒤로…”
“흐에엑! 부… 부끄러우니깐 말하지 마요오! 그 땐 월영신공 때문에 달아올라서 그랬었고요오…”
“뒤로는 뭐야?”
“도… 독고 소저도 이상한데 관심 가지지 마시고요!”
은관영의 애원과 달리 백리소현은 웃으며 독고령을 껴안았다.
그녀의 손이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가더니 그녀의 항문을 살짝 짚었다.
“여기로 하는 거야.”
독고령의 사고가 잠시 멎었다.
잠시 후, 그녀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은관영에게 소리쳤다.
“으… 으으으… 음탕한 계집년아!!!”
“아… 아니거든요오! 거기도 나름 기분 좋거든요오!!”
“이이이…!!”
독고령은 혼란에 빠졌다.
‘거… 거기도 기분이 좋다고?! 미친 년들인가?! 아니, 그보다 그… 그 큰 걸…’
독고령의 머리가 잠시 어제 봤던 위일청의 양물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흐… 흐에엑…”
“려… 령매?!”
“독고 소저?!”
독고령이 기절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며 백리소현이 말했다.
“… 상상했나보네.”
“그러게요오… 이런 거 보면 독고 소저가 제일 음탕한 거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앞에선 말하지 마. 또 혼절할라.”
“네에. 그보다 소현 언니, 어떻게 생각해요?”
“뭐가?”
“위 오빠요. 정말 독고 소저를 사랑하는 걸까요?”
“글쎄…”
사실 백리소현과 은관영, 둘 다 위일청이 정말 독고령을 사랑하는 가에 대해선 살짝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먼저 독고령이 나서서 같이 자자고도 말했고, 게다가 그녀가 기절 했을 때 위일청이 보여준 격한 반응도 있었다.
“위 오빠, 이번에 진짜 많이 감정적이셨죠?”
“응. 그렇게 화내는 건 못 본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또 사랑하는 거 같긴 한데…”
“근데 위 오라버니가 스스로 사랑을 잘 모른다고 얘기한 직후라서… 애매하네.”
“그러게요오… 독고 소저도 은근히 마음이 있는 거 같긴 한데 말이죠오.”
“응. 둘이 하게 되는 건 조만간 아닐까?”
“그쵸.”
새빨갛게 익은 독고령의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하며 백리소현은 확신했다.
앞으로도 같이 부대끼며 지내다보면 조만간 이 둘이 거사를 치를 것이라고.
“앞으론 둘이 좀 시간 보내게 놔둬볼까?”
“응? 만약 혼인을 하면 소현 언니가 정실 아니였나요?”
“… 나는 애를 못 가지잖아.”
“아…”
“관영이 너는 부담스럽다고 싫다매.”
“그렇죠오… 게다가 문주라도 되면 옆에 못 붙어있기도 하고요오…”
“결국 령 매 밖에 없네. 관영이 너는 어때?”
백리소현이 묻자, 은관영은 살짝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뭐… 독고 소저 정도면 괜찮죠. 음기도 되게 많이 가지고 있고, 우리 문주님하고도 잘 지내던데요?”
“그런 거 말고. 그냥 독고령이란 인간 자체가 어때?”
“으으…”
은관영이 이마를 찌푸리고는 말했다.
“… 나쁘지 않죠.”
“좋단거야?”
“… 나쁜 말 줄이고, 저 좀 그만 괴롭히시면요.”
“후훗.”
“생각해보니깐 저도 언니라고 불러달라고 할까요? 독고 소저도 이번에 문주님한테 무공을 전수받은 거 같은데 그러면 동문이잖아요!”
“또 발작하며 달려들걸?”
“그렇죠…? 히잉… 이런 사매는 싫은데에…”
백리소현이 은관영의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어줬다.
“그냥 령 매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그러는 거니깐, 너무 싫어하지 마.”
“… 솔직하게 부딪히는 건 싫지 않아요.”
“응?”
“… 보고 있으면 자격지심 느껴져서 그래요오. 재능 덩어리 같으니라고…”
“나도 관영이한테 많이 뒤처지는 거 같은데?”
“어… 언니는…!”
은관영이 부러운 듯 백리소현의 가슴을 쳐다보며 말했다.
“… 가슴이 크시잖아요오.”
“큰 것도 나름 불편한데? 칼 휘두를 때 걸리적거려서…”
“아! 지금 그거 저 놀리시는 거죠옷?!”
“후훗, 아닌데에~.”
“히이잉… 나도 더 클 건데에… 앞으로 자주 주물러달라고 해야겠어요오…”
“아니면 신의께 부탁드리는 건 어때? 문주님이랑도 친하신 거 같던데.”
“아, 한 번 물어볼까요?”
“응응. 시도라도 해보는 거지.”
“네엣! 그럼… 언니는 여기 있으시게요?”
“령 매가 일어날 때까지 봐주고 있을게.”
“넵. 저 다녀올게요?”
“응.”
은관영이 신이 나서 밖으로 달려나가자 방 안에 홀로 남은 백리소현은 독고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후훗…, 나는 령 매라면 위 오라버니를 허락해 줄 수 있어.”
“으음…”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자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며 백리소현이 웃었다.
“참 귀엽다니깐, 우리 령 매.”
앞으로도 즐거울 것만 같아 백리소현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