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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 〉8장. 그냥 한 번 벌리시지요 - (7) (61/225)



〈 61화 〉8장. 그냥 한 번 벌리시지요 - (7)

똑똑.



“들어오세요.”
“예.”



은약벽의 허락이 떨어지자, 하오문도가 안으로 들어섰다.

“위 공자와 독고 소저의 동침이 끝났습니다.”
“이제서야 끝난 건가요?”
“서로 껴안은  밤을 보내시다 방금  위 공자가 조찬과 독고 소저의 옷을 들여달라 요청하셨습니다.”
“흐음…”



초야치고는 생각보다 오래했다 생각하며 은약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보고는 그게 다인가요?”
“팽 가의 정보원 또한 꼬리를 잡았습니다.”
“어디던가요?”
“개방이었습니다.”
“… 개방요?”
“은호 소문주 후보가 개방의 진정한 후개라 주장하는 자와 접촉하였다고 합니다. 개방에도 내분이 일어난 듯 하더군요.”

하오문도가 보고서를 건네자 은약벽이 재빨리 내용을 훑어보았다.


“흐음… 하긴. 협이란 기치 하나만 보고 모인 거지들인데 이번 일이 논란이 안 되는 것도 이상하긴 하네요.”
“예.”
“자신이 진정한 후개라 주장하는 자는 누구죠?”
“현 후개와 끝까지 대립했던 비영개(備影匃)입니다.”
“묵선 어르신의 제자군요.”
“맞습니다.”
“그 정도면 신뢰할만 하겠네요. 은호는 언제 돌아온다던가요?”
“그게… 비영개를 동행자로 선택하셨습니다.”




 말을 듣자 은약벽의 눈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강호 제일의 정보문파를 두고 대립중인  조직의 후계자끼리 동맹을 맺었다는 얘기는 그녀의 상정 외였다.

“아하핫! 재밌네요.”
“… 지금이라도 돌아오라 이를까요?”
“아니요. 정말 재밌는 선택이라 기대되네요. 비영개의 전력은 어느 정도던가요?”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총순찰과 법개가 그를 지지하는 듯 합니다.”
“좋네요.”


은약벽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법개라면 사실상 개방의 3인자, 부방주라고 할만한 인물인데다가 개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총순찰도 지지하면 할 만하네요.’


쓸만한 패가 들어왔다 생각하며 은약벽이 서책에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산동과 하북 지부가 힘을 합쳐서 비영개를 도와주세요. 은호에겐 따로  서책을 전달해주시고요.”

은약벽이 허공섭물로 서책을 건네주자, 하오문도가 그를 받아들이곤 고개를 숙였다.



“그럼…”
“아, 가기 전에 목욕 준비를 해주시겠어요? 떠나기 전에 미리 몸을 씻어두고 싶네요.”
“예. 독고 소저의 욕실이 끝나는 대로…”
“어머. 그럼 같이 잡아주세요.”
“… 예. 술도 올릴까요?”
“네, 늘 마시던 걸로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하오문도가 밖으로 나가자 은약벽은 몸을 뒤로 기울이며 다리를 서책 위로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묵선과 검존의 대결이 많은 걸 바꿨군요…’

강호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기면 항상 마교의 준동이나 사파의 수작질이 있었으나 두 세력 모두 아직까지 내분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찝찝한 것은 소름끼칠만큼 조용한 혈교였다.



‘생각해보니 죄다 후계자 문제네요.’




개방도 후계자, 마교도 후계자, 사파도 후계자.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더니…’



문득 자신의 후계자들이 떠올랐다.


과연 그들에게 벌써부터 자신의 자리를 물려줘도 될까?



그것도 하필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에?

‘… 이런 생각이 드는  보니 저도 나이를 먹었나보네요.’


다시 자세를 바로하고 서책을 펼쳐든 은약벽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안 되죠. 아직은…’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적어도 지금 자신이 벌여놓은 일들은 모두 끝내고 물러나리라 다짐하며 은약벽이 다시 서책에 빠져들었다.



*


위일청과 아침을 다 먹은 뒤, 독고령은 밖으로 나왔다.

‘아 시발…’

어색함에 밥을 어디로 먹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고 지금도 살살 배가 아파왔다.

지난 밤의 일이 떠오르자 독고령은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은약벽이 건네준, 옷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천 쪼가리를 입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결국 독고령은 이불을 둘둘 두르고 위일청과 아침까지 먹은 뒤에야 겨우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독고령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기녀들이었다.



“목욕물을 준비해두었습니다.”
“… 그래.”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의 기감에 걸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아차리고 독고령은 얼굴이 붉어졌다.

‘미… 미친 년이 진짜!’




문득 어제 일을 여기 있는 모두가 아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아침 식사는 어떠셨나요?”
“… 그냥저냥.”
“그렇군요.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 뭐야.”
“죄송합니다. 문주님께서 손님에게 최대한 호의를 베풀라 명하셨습니다.”
“… 됐어. 그냥 몸이나 씻어내고 싶네.”
“예, 욕실로 모시지요.”
“그래…”

욕실로 향하는 내내 주변의 인물들이 힐끗힐끗 자신을 곁눈질 하는 게 느껴지자 독고령은 찝찝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 시발… 어제 색마 그 새끼가 기막 안 쳤나?’


생각해보니 기막이라도 요구할 걸 생각하며 독고령은 고개를 숙이고 안내해주는 하오문도를 뒤따라갔다.

“이 곳입니다. 물을 데워두었습니다.”
“… 고맙다. 저기 그…”
“예, 하실 말씀이라도?”
“… 들렸냐?”
“네?”
“어제 그… 막… 무슨 소리 들었냐고…”



독고령이 우물쭈물 묻자 기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기루의 기본은 방음이지요.”
“… 대답 고맙다.”
“예, 그럼.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시지요. 이 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곁눈질을 하던 사람들의 시선은 그저 자신의 착각이라 여기며 독고령은 한결 나아진 기분과 함께 욕실로 들어섰다.

허나 독고령의 기분은 금세 나빠졌다.

먼저 온 선객이 있었기 때문에.

“으엑.”
“어머. 저를 보고 그렇게 반응하시는 것은 조금 슬프네요.”
“… 네가  여기 있냐?”
“욕실에 들르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씻으러왔죠.”
“시발…”



은약벽이 독고령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같이 씻으시죠.”
“미… 미친 년아! 내가 너랑 같이 왜 씻어?!”
“어머,  씻을 이유라도 있나요? 어젯밤 얘기도 듣고 싶고요.”
“아아아… 아무 일도 없었어!”
“뭐가 있긴 있었나보네요.”

은약벽이 허공섭물로 독고령을 들어올리려던 순간…

“콱 씨! 뒤질래, 진짜?!”
“어머…”

독고령이 저항했다.

그 모습을 보고 은약벽이 놀랐다.


“아니… 하루 만에 뭐 얼마나 하신 거예요?”
“네 입으로 말했잖아. 성취는 금방금방 오를 거라고.”
“아뇨. 얼마나 박히셨길래 벌써…”
“미친 년아! 말  가려!!”




독고령이 다시 발광했다.



“후훗, 그래도 성취가 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감축드립니다, 손님.”
“… 시발.”
“그래서 진짜 안 들어오실 건가요? 저는 이제 가는데?”
“엥? 벌써 간다고?”


독고령의 말을 들은 은약벽은 표정을 구겼다.


“… 벌써 라니요. 제가 한가한 사람처럼 보이나요? 떠날거면 진즉에 떠났어야 했어요.”
“…”
“저는 씻고  뒤에 바로 출발할 거예요. 이야기를 나눌거라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랍니다?”
“시발 진짜…”



결국 독고령이 툴툴대며 옷을 벗어던지고 가슴과 다리 사이를 가리곤 조심히 욕조로 다가갔다.

“이… 이 쪽 보면 죽인다!”
“같은 여자끼리 뭘 그리 내빼시나요? 그냥… 들어와욧!”
“야악…!”


은약벽이 아까보다 더 많은 내공을 써서  번에 그녀를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욕조로 내던져진 독고령을 뒤에서 껴안고 은약벽이 자신의 얼굴을 비비적댔다.


“껴… 껴안지 마!!”
“우후훗.”
“우… 웃지도 마!!”
“참 귀엽단 말이죠, 손님. 여자로 잘 변하셨어요.”
“캬아아악!!”

독고령이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으나 애석하게도 금세 은약벽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후훗, 요즘 정말 아쉽답니다.”
“시발… 뭐가.”
“손님이 남자였을 때 한  안길 걸 그랬어요.”
“아 좀!”
“알았어요, 그만 할게요.”
“시발…”



얌전히 은약벽의 품에 안겨있던 독고령이 웅얼거렸다.



“개 같은 거 진짜… 왜 이리 계집들은 남을 껴안는  좋아하냐?”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손님 외에는 함부로 남을 껴안지도 않아서요.”
“… 너 전에 껴안을 사람이 없으면 못 잔다며.”
“당연히 거짓말이죠.”
“이익…!”
“자꾸 날뛰면  움직이게 할 거예요?”
“해보던가!”




독고령이 자신있게 대답하자, 은약벽이 자신의 다리를 독고령의 다리 사이로 집어넣고는 활짝 벌렸다.

“히… 히익! ㅇ… 야!”
“어디 막이 찢어졌나 확인이라도 해볼까요?”
“으… 음탕한 년아!!”

은약벽의 손이 서서히 자신의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독고령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하던 감각은 찾아오지 않았다.




“어머, 기대하셨나요?”
“너… 너어!!”
“후훗, 위 공자의 양물을  번 맛보셨으니 이제 제 손가락은 어림도 없겠지요.”
“아… 아니익…!”
“그래서 어떠셨어요? 좋았나요?”
“아… 안 그렇거든!!”
“아아~, 손님의 신음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는데. 어찌나 귀엽게 우시던지…”
“키야아악!!!”



독고령이 내공까지 끌어올려 격렬히 날뛰려고 하자 은약벽이 그녀를 가라앉혔다.

“알았어요, 그만 놀릴게요. 정말로요. 약속.”
“시발…”
“손님과 즐거운 얘기는 여기까지. 조금 진지한 얘기를 해볼까요?”

은약벽의 목소리가 진지해지자 독고령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뭐?”
“강호가 요란하네요. 화산파의 장문인이 며칠 전부터 용태가 안 좋아요.”
“장문인? 화선이였나?”
“네. 아무래도 슬슬 등선할 때가 되었나봐요.”
“… 그 영감탱이 진즉에 뒤졌어도 안 이상했지.”



독고령은 잠시 화선의 모습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시기가 묘하단 말이죠?”
“뭐가?”
“모용벽은 묵선을 죽였고, 사천과 가까운 화산파의 장문인이 갑자기 시름시름 앓네요.”
“독선 그 개새끼야 화선을 죽이고도 남겠지. 이전부터 사천 주변의 문파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었으니깐.”




독고령이 이를 갈며 말했다.




“… 근데 모용벽 그 새끼는 존나 찝찝하단 말이지.”
“뭐가요?”
“그 새끼는 강자랑 생사결을 벌일 새끼가 아니야.”
“어떤 연유로 그렇게 생각하시죠?”
“내가 그 새끼 조질려고 몇 번이나 붙었는데  때마다 싸움이 좀 길어지면 일단 도망치던 새끼가 이제와서 묵선이랑 붙는다고? 이해가  가는 행동이지.”
“…”


은약벽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자, 독고령이 고개를 들었다.




“뭐야. 말하다 말고.”
“… 손님. 귀주에서 있던  기억나시나요?”
“… 잊을 리가.”

사천 바로 아래에 있는 귀주에 한 번 들른 이후로 독고령은 다시는 그 쪽을  생각이 없었다.



“… ‘고독’을 만들던 곳이니깐.”
“네.”


당문을 쫓아다니던 독고령이 우연히 마주친 귀주의 한 동굴은 지옥이었다.

빛 하나 들지 않는 동굴에 갇힌 사람들.



먹을 것 하나 없던 사람들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마지막에 홀로 살아남은 이가 세상을 저주해가며 단전에 품어둔 독.



고독(孤毒)을 만들던 동굴.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은 시체만이 남아 뒹굴고, 마지막 생존자로 추정되는 이는 단전이 통째로 비어있는 기분 나쁜 곳.


“… 갑자기 그 얘긴 왜.”
“당문은 극독을 극상의 영약으로도 만들죠.”

모용벽의 강함이 혹시 고독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냔 말을 듣고, 독고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래도 말이 안 돼. 그딴 걸로 강해질 수 있으면 독선이 진즉에 독신이라 불렸겠지.”
“… 그렇겠죠?”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마. 찝찝한 기억만 되살아나네.”
“하아… 그러게요.”


독고령의 말이 맞았다.




만약 고독으로 강해질 수 있다면 진즉에 독선이 독신이라 불렸을 것이다.



‘… 어쩌면 이미 독신이 되어있을 수도 있고요.’


은약벽이 어딘지 모를 찝찝함을 떨쳐내지 못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독고진이 그녀를 상념에서 깨웠다.

“야…! 야야!!”
“… 무슨 일이신데요?”
“너… 너  피나는데?!”
“예?”

독고령의 말을 듣고 은약벽이 슬쩍 목욕물을 보자, 그녀의 말대로 욕조가 피로 물들고 있었다.



하지만 피의 진원지는 은약벽이 아니었다.

“… 손님.”
“야, 시발. 운영 불러올까?! 너 어디 아프냐?”
“하아…”


도대체 이 손님을 어디부터 가르쳐야할까 싶었다.


“… 달거리라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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