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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8 장. 그냥 한 번 벌리시지요? - (4) (58/225)



〈 58화 〉8 장. 그냥 한 번 벌리시지요? - (4)

“소… 손님! 조금만 참으시고…!”
“캬아아악! 놔, 시바아알!!!”

칼을 들고 날뛰기 시작한 독고령을 결국 은약벽이 허공섭물로 제압했다.

“놔!! 놓으라고, 시발!!  깨문다?!!”
“말은 해야할 거 아니예욧?! 좀 얌전히 있으시라니깐요! 이젠 여인이시면서 어찌 그리 왈가닥처럼 구시나욧!!”
“크아아악!!”

독고령의 혀마저 허공섭물로 제압한 뒤, 은약벽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니, 좀! 누가보면 열녀났다고 칭찬하겠어요! 어차피 언젠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주게  처녀인데 무슨 사내가 어지간한 여인보다 정조관념이  두텁나요?!”
“읍! 읍읍읍!!”
“시끄러워욧!”

은약벽이 독고령을 노려보며 말했다.

“자꾸 그러면 제가 먼저 위 공자의 몸으로 변해서 겁간할 거예욧!”
“…”
“후우… 이제야 얌전해지셨네요.”

독고령의 발악이 멈춘 것을 본 은약벽이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손님. 손님은 음기가 너무 많아서  이상 여성과 지내는 것도 문제예요.”
“…”
“혀의 제압은 풀었으니깐 대답도  해주시고요.”
“… 시발.”

독고령이 툴툴거리는 걸 무시하며 은약벽이 말을 이어나갔다.

“음기는 음기를 끌어들이고, 양기는 양기를 끌어들이죠. 근데 손님은 제어도 못 하는 강한 음기를 지닌 채로 여인들과 붙어다니네요.”
“뭐 어쩌라고?”
“정 다리를 벌리기 싫으시다면… 하다못해 위 공자랑 붙어다니기라도 하세요. 도중도중 야한 짓도 좀 하시고요.”
“미… 미쳤냐?!”
“농담같아 보이나요?”

은약벽의 손 끝에 유형화된 내공이 넘실거렸다.

그녀의 손이 조금씩 가까워지자, 독고령의 하단전이 또 다시 욱씬거렸다.

은약벽이 독고령의 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이거 보세요. 옆에 강한 음기가 있다고 그새 음심이 끓어오르셨네요.”
“이건…!”
“알아요. 자연스러운 음심도 아니라서 몸에 해롭기도 하고요. 발정하실거면 남성을 보고 발정하는 게 더 낫지요.”
“내가 시발 발정은 무슨…!”
“어머, 정말 확신하세요?”

은약벽이 독고령의 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흐읏…!”
“남성의 거친 손에 안겨 찔러들어오는 양물을 느끼고 있노라면… 황홀하기까지 하답니다?”
“나… 나느은…!”
“이제 여성이시지요?”

은약벽의 혀가 독고령의 뺨을 살짝 핥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윽…!”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손님을 보고 있자니 저도 여색에 취미가 생길 듯 하네요.”
“음탕한 년 같으니라고…”
“여튼 월영신공의 성취도, 손님의 건강도, 힘을 되찾는 일도. 모두 위 공자가 해답이네요.”
“…”

은약벽의 기운이 사라짐과 동시에 독고령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 시발.”
“그렇게나 싫으세요? 나름 즐거운 쾌락인데.”
“미친 년아! 너무 좋아서 문…!”

독고령이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입을 급히 닫았지만, 은약벽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어머.”
“아냐, 시발.”
“어머어머.”
“아… 아니라고.”
“어머어머어머!”
“이 시바아알!! 아냐아아악!!!”

독고령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작하는 걸 보면서 은약벽은 그제서야 독고령의 기이할 정도로 확고한 정조관념이 이해가 갔다.

‘무서우셨군요!’

은약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래요… 생각해보니 남자일 때도 여인 하나 안 품고 수도승처럼 살던 분이셨더니 쾌락에 대해 알 리가 없죠. 그렇다보니 갑작스레 느낀 강렬한 쾌감이 더 무서우시겠죠.’

쾌락도 즐겨본 적이 있어야 익숙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살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만 했던 독고령이 이제와서 쾌락을 알아버렸으니 자신도 어떻게 그를 다뤄야할지 몰라서 일단 피하기만 하는 중이라 생각하니 그제서야 아귀가 맞았다.

‘흐음… 이런 건 스스로가 조금씩 깨닫는게 제일 좋긴 한데요…’

시간을 느긋이 들여 조금씩 스스로가 알아나가야 했다.

듣자하니 얼마 전부터는 수음도 했었다고 하는  보니 스스로도 쾌락을 즐기고는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독고령의 몸 상태를 생각해보면 느긋하게 한 단계씩 밟을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화를 내다 지쳐 탈진한 독고령을 바라보며 은약벽이 내뱉었다.

“손님.”
“허억… 시발 나는…”
“쾌락은 그렇게 나쁜 게 아니랍니다?”
“시발 또냐…. 색마 새끼도  지랄이더니.”
“왜 쾌락이 나쁘다 생각하시는데요?”
“칼 끝이 무뎌져.”
“…”

독고령이 축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운영의 딸이  번 내게 당과를 건네준 적이 있었지. 어릴 때 죽은 여동생이 떠올라서 참 기분 좋더군. 그 날,  들뜬 기분 때문에 그 아이의 얼굴에 흉터가 남았어.”
“그건 손님 탓이 아니잖아요.”
“아니, 내 탓이야. 나를 죽이러 온 개새끼였으니깐. 막지  한 내 탓이야.”
“…”
“매번 그래. 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쁜 일이 찾아오고, 나를 죽이려는 새끼는 너무 많고, 내가 죽이고 싶은 새끼도 너무 많아.”
“그럼 언제 쉬시는데요?”
“쉬는 건 죽고 난 뒤에도 상관없어.”
“…”

독고령의 차갑게 식은 목소리를 들으며 은약벽은 다시 한 번 눈앞의 소녀가 누구였나 떠올렸다.

추혈광마 독고진.

몸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되었으나, 혼자서 전 무림을  삼아 움직이던 사내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에게 안식을 쥐어줄 수 있을지 은약벽이 고민하던 순간, 독고령이 말했다.

“근데 시발, 이 개같은 몸은 계속 나를 흔들더군.”

그 말을 들은 은약벽은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았다.

“… 어떻게요?”
“시발, 나도 모르겠다. 마음이 흔들리고… 그냥 주저앉게 만들어버려.”
“막 스스로가 옅어지고 그러나요?”
“엉?”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런 생각도 안 들고, 기분 좋은 노곤함이 느껴지면서, 애달픈 마음이 들지 않던가요?”
“어… 어.”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으시진 않나요?”
“… 좆 같아서 싫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독고령의 붉어진 얼굴과 분홍빛으로 바뀐 머리색은 본심이 다름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쾌락이 좋은 줄은 아는데 어떻게든 거부하고 계시네요… 어쩌지…’

이럴 땐 진짜 다리 한  딱 벌리고 난 뒤에 극상의 방중술을 가진 이가 천상의 쾌락을 맛보여주면 그대로 빠져들기 마련이라 생각하던 순간.

은약벽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결국  공자네요!’

‘잡숴주십쇼’ 하고 냅다던져두면 어떻게든 해결될 일이었다.

 공자는 강호 제일의 밤기술을 가진 사나이.

아무리 독고령이 내빼더라도 막상 그에게 던져두면 알아서 흐물흐물 녹여놓을 것이다.

‘문제는  들고양이를 어떻게 침소까지 던져두냐인데…’

여전히 축 쳐져있는 독고령을 보며 은약벽은 결국 큰 결심을 했다.

딱 한 번.

독고령에게 거짓말을 하기로.

“손님.”
“… 왜?”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어떻게?”
“어차피 월영신공을 쓰긴 하셔야하잖아요?”
“… 또 벌리라고 하면…”
“아뇨, 그런 거 말고요.”
“그럼?”
“앞으로 위 공자랑 매일 같이 붙어자세요.  옆에서 월영신공을 운공하시지요.”
“미… 미쳤냐?!”

독고령이 발작했으나 은약벽은 이미  또한 예상했다.

“손님. 월영신공은 원래 밤에 운공해야 가장 대성하기 쉬워요.”
“시발, 근데  색마랑 같이 자라고 지랄이야?!”
“아까 말했잖아요. 음기는 음기를 끌어들인다고. 반대로 양기를 가진 이와 함께 있으면 그게 좀 덜하겠지요.”
“… 아, 시발. 왠지 거짓말하는 거 같은데?”

독고령의 말을 듣고 은약벽은 뜨끔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약간의 진실을 섞어서.

“어차피 월영신공을 운용하면서 갑자기 미쳐날뛰는 음기가 문제인  아니였나요?”
“… 그렇지.”
“그것만 없으면 안전하게 운공도 하면서 월영신공의 성취도 늘어나겠죠?”
“그…치?”
“그러니깐요. 위 공자 옆에 붙어있으면 한밤 중에도 양기가 옆에 있으니 함부로 음기가 들끓진 않겠죠.”
“그렇…나?”

독고령이 위일청과 손만 붙잡아도 음심이 날뛰었던 일이 떠오르려던 순간, 은약벽이 몰아쳤다.

“게다가…! 정 급하면 소저를 안정시킬 수도 있고요!”
“아니, 시발! 안 벌릴거라니깐?!”
“그게 아니라요! 그… 그… 위 공자의 소녀경이요! 굳이 야한 짓 안 해도 되요!”
“… 엥? 진짜?”
“그… 그럼요. 껴안고만 있어도 된답니다?”
“…”

독고령이 잠시 위일청의 품에 안긴 자신을 상상했는지 머리가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은약벽은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어차피… 천축까지 함께 하신다면서요? 방이 부족할 때도 있을 거 아닌가요?!”
“… 그랬었지.”
“이 참에 같이 동침하시지요!”
“그… 그게 그렇게 되냐?”
“어차피 손님은 남성이시잖아욧! 사내끼리 같은 방을 좀 쓸 수도 있는거죠!”
“어… 어? 그런가?”

뭔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빠져드는 것 같아 독고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은약벽이 내공을 끌어올려 칠현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마시구욧! 그냥 얌전히 가세요!’

잡 생각을 없애고 자신의 말에만 집중하게끔 음공을 운용하며 은약벽이 말했다.

“그럼 일단 가서 위 공자에게 오늘 밤 선약부터 잡아두시죠.”
“굳이?”
“예.  공자는 밤에 바쁘답니다? 관영이나 소현 아가가 옆에 달라붙으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

독고령의 생각이 다시 이상한 쪽으로 흐르려던 순간, 칠현금이 거센 소리를 냈다.

“빨리 안 가면 늦으시겠어요.”
“… 그냥 가서 같이 자자고 얘기하면 되려나?”
“네네. 그 정도면 충분하답니다? 다른 얘긴 제가 다 알아서 해둘게요.”
“… 그래. 나 간다?”
“네, 어서 가보세요.”
“…”

독고령이 몇 번이고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약벽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단 첫 단계는 통과했군요.’

위일청에겐 대충 설명해주면  거다.

 다음에는 그럴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지만, 같은 이불을 덮은 두 젊은 남녀 사이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날 리가 없다.

‘위 공자를 만나러 가야겠군요.’

은약벽은 여전히 자신이 둘의 연애에 개입은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냥 두 남녀를 한 방에 놔둔 것 뿐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다 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독고령을 따라 내실에서 나섰다.


*

‘시발…! 시발시발시발!!! 뭔가 찝찝한데…?’


속으로 끊임없이 욕을 뇌까리며 독고령은 기루의 1층으로 향했다.

멀리 색마가 앉아있는 게 보이자, 독고령이 외쳤다.

“시발! 야, 색마!”
“독고 소저… 깨어나셨군요.”
“그… 시발…!”
“…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욕만 뺀다면요.”
“오… 오늘  같이 자자!!”

쨍그랑.

“려…  매?”
“아무튼! 말했다?! 시발!”

독고령이 획 돌아서자 위일청과 남은 두 명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 소현 언니. 저거 그거 맞죠?”
“… 맞는  같은데?”
“…”

백리소현과 은관영이 위일청을 쳐다보자 그가 손사레를 쳤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 때, 은약벽이 독고령과 스쳐지나가며 밖으로 나왔다.

“위 공자, 이야기는 들으셨나요?”
“… 문주께서 혹시 뭔가를…”
“어머. 저는 정말 아무 것도  했답니다?”
“…”

은약벽이 자연스레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어제 독고 소저의 상태를 기억하시지요?”
“… 예. 그게 왜…”
“아무래도  공자가 나서줘야겠어요.”
“제가요?”
“독고 소저의 처녀를 받아주세요.”
“그건 독고 소저의 의사인가요?”
“네?”

당황한 은약벽을 보며 위일청이 답했다.

“저는 독고 소저와 약조했습니다. 소저와의 계약을 이행하기 전까지 처녀를 받지 않기로요.”
“물론 알지요. 그 시간을 조금 앞당겨 달라는 거예요.”
“그러니깐 묻는 겁니다. 독고 소저가 원하시는 일인가요?”
“…”

완강한 위일청을 바라보며 은약벽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이… 답답한 남자 같으니라고!’

은약벽이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은근히 내공을 흘리며 말했다.

“잘못하면 독고 소저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정조를 목숨보다 귀히 여기는 것이 여인의 정절이기도 하지요.”
“… 진짜 이렇게 나올래요? 그냥 같이 자기만 하면 되요.”
“그냥 같이 자는 거라면 상관없습니다. 그거야 독고 소저도 말하셨으니 괜찮지요. 허나 처녀는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또 사랑 타령이라도 하게요?”
“…”

위일청은 하오문주의 질문에 잠시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다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백리 소저,  소저. 죄송하지만 오늘은 독고 소저와 함께 자야겠군요.”
“응, 괜찮아.”
“저도요오.”

위일청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은약벽이 한숨을 내쉬었다.

“… 강호 제일의 고집불통 둘이 만났네요.”
“네?”
“… 아무 것도 아니예요.”

은약벽이 박수를 치자 하오문도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문주님?”
“오늘 밤. 머리를 올릴 아이가 있어요.”
“… 준비해두겠습니다.”
“귀한 아이니 만반의 준비를 부탁해요.”
“예.”

독고령 못지 않게 위일청도 답답한 사내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도 정도가 있을 것이다.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덮칠 정도로 귀엽게 만들어 놓겠어요…!’

이렇게 된 이상, 은약벽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 밤 반드시 위일청이 독고령을 덮치게끔 만드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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