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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7장. 도(刀)를 아십니까? - (4) (49/225)



〈 49화 〉7장. 도(刀)를 아십니까? - (4)

“그러니 독고진의 여식과 함께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가서  보여주겠나? 아들 놈이 알아서 포기하도록?”
“그러지요.”
“개… 개새끼들아! 니들이 왜 결정해!!”


독고령이 발작하듯 외쳤지만, 그 모습을 보고 팽유덕이 실실 웃었다.

“크하핫, 두 남녀가 서로 열렬히 사랑함을 알지  했던 내 잘못이 크네. 어지간하면 내가 말하고 싶은데 아들 놈이 영 내 말을  들어서 말이야.”
“아니, 시발! 자식 관리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냥 좀 한  해주게, 거 참. 아니면 음…. 이건 어떤가?”

팽유덕이 자신의 옆에 놔두었던 상자를 하나 꺼내들었다.

“원래는 결혼 예물로 주려고 했는데 말일세….독고진의 여식, 아비에게  좀 얘기해주게.”
“뭘?”


팽유덕이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기이한 열기와 냉기가 동시에 뿜어져나왔다.

“… 뭐야, 그거?”
“하나는 태양화리의 영단이고, 다른 하나는 인형설삼이라네. 독고진과 동맹을 맺게 되면 그가 더 강해지는 게 좋으니깐 내가 준비했지. 그 자는 항상 내공이 아쉬웠거든”
“…”

극양의 기운을 띄는 영물, 태양화리.

극음의 기운을 뜨는 약초, 인형설삼.

보고만 있어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독고진의 심법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양기가 느껴지더군. 그래서 혹시 몰라 극양과 극음의 기운을 띄는 두 개의 영약을 준비해놨지.”
“그럼 그거…”
“자네가 아비에게 잘만 말해주고, 내 아들 놈을 설득해주면 둘 중 하나 정도는 주지.”
“!!”

그 말을 듣고 놀란 것은 은약벽이었다.


“… 진짜 주시게요?”
“어차피 놔둬봤자 쓸 일도 없다네. 내 아들이 이걸 소화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른 가주에게 건네주기엔 다들 가진 바 내공이 출중해서 말이야.”
“하지만 너무 과분한 물건인데요?”
“크하핫, 호의를 사기 위해서라면  정도는 준비해야지. 독고진은 이상하게 나를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야?”
“…”

그 말을 듣고 독고령은 속으로 툴툴거렸다.

‘어지간히 귀찮게 했어야지, 새끼야.’

그 때, 옆에 앉아있던 은약벽이 전음을 보냈다.


[손님, 이거 기회 아닌가요?]


독고령이 은약벽을 노려보자 그녀가 알아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어차피 양기는 필요한데 정액은 받기 싫으시다면서요.]

“!!”

그 말을 듣자, 독고령이 박수를 쳤다.

“오….”
“음? 무슨  있나?”
“아니야. 그보다… 진짜 그  개만 하면 하나 주냐?”
“그래. 내 아들 놈이 자네를 포기하게 만드는 거랑 독고진에게 잘만 얘기해준다면…”
“하지! 무조건 하지!”
“… 너무 호쾌하게 승낙하니 오히려 찝찝하구만.”
“아냐아냐. 무조건 도와줄게! 당문은 언제 조지려고?”
“햇수로 3년 정도라고 생각한다네. 마교의 내분도 있고, 혈교도 잠잠해졌고, 사파도 후계자 싸움 중이니 그 사이에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지.”
“그럼 3년 뒤에 내… 아버지가 당문을 조지기만 하면 되지?”
“그렇다네. 혼자서 없애달란 건 아니고 도움을 달라는 걸세.”


이야기를 들은 독고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3년이면 뇌음사에도 다녀올거고, 그 전까지 어떻게든 힘을 되찾겠군. 게다가…’

혹시 운이 좋으면 태양화리의 양기로 다시 남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독고령은 거기에도 약간의 희망을 걸었다.


“내가  얘기해줄게. 그러니깐 하나 줘!”
“… 하오문주. 내가 이 거래를 믿어도 되나?”
“어머, 먼저 하나 주시겠다고 한  도선이셨답니다?”
“영 수상쩍구만….”

팽유덕이 살짝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도와준 것은 위일청이었다.


“도선 어르신. 사내가 일구이언할 셈이십니까?”
“… 자승자박이군. 독고진의 여식, 하나 고르게.”
“태양화리로!”
“… 보아하니 아비가 아니라 자네가 가져갈 모양이구만?”
“어차피  주려고 했다면서.”
“크하핫, 그렇긴 하지.”


팽유덕이 태양화리의 영단을 손에 움켜쥐고는 독고령을 바라보았다.


“약속, 반드시 지키게?”
“반드시.”

팽유덕이 태양화리를 독고령에게 건네려던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

“그보다 독고진의 여식, 하나만 확인하지.”
“… 또 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살짝 손해보는 거래같단 말이지?”
“…”
“독고진은 지금 어디 있나?”
“아… 그…”

독고령이 어떤 거짓말을 꾸며내야할까 고민하던 와중, 은약벽이 입을 열었다.

“도선.”
“응?”
“그는 지금 제 부탁을 들어주고 있답니다.”
“… 자네랑 독고진이 모종의 관계가 있단 것 정도는 어느정도 알고 있네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놓친 걸 내가 납득할 수 없더군. 빙궁에 찾아간 이후로 그의 행방이 완전히 사라졌단 말이지…. 마치 죽은듯이.”


팽유덕이 은약벽을 노려보자, 그녀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팽 가도  궁금하네요? 언제 그리 뛰어난 정보단체를 수중에 넣으셨을까요?”
“크하핫, 더 얘기하면 내 밑천을 털어가겠구만.”
“아무튼 정 영단을 넘기기 불안하시다면 이건 어떤가요?”

은약벽이 가슴에 손을 올렸다.

“3년 뒤에 결행의 시기가 찾아오더라도 독고진이 참전하지 못 한다면 제가 대신 손을 빌려드리는 것은요?”
“호오….”


팽유덕의 짧은 감탄사에는 여러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래주면 좋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손해인  한데?”
“독고진 대협이 참전하더라도 제가 반드시 끼도록 하지요.”
“흐음….”

팽유덕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머, 부족한가요?”
“아니, 당연히 좋지. 그저 우리 하오문주가 이러는 저의가 뭘까 싶어서 말이야, 큭큭.”
“싫으면 관두고요.”
“아닐세. 이 정도면 충분하지.
“계약 성립이군요. 그쵸, 독고 소저?”

은약벽이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자, 독고령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태양화리 줘!”
“… 여기 있다네. 혹여나 바로 섭취할 생각은 하지 말게나?”
“알아서 할테니깐 일단 줘.”
“… 여기 있다네. 약속, 잊지 말게?”
“안 잊는다고!”

팽유덕은 끝까지 미심쩍은 눈으로 독고령에게 태양화리의 영단을 넘겨주었다.

손에 느껴지는 극양의 기운을 느끼며 독고령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크흐흣…! 이거라면…!”
“… 저리 좋아하니  좋구만. 보면 볼수록 독고진을 참 닮았단 말이지?”
“그러게요, 도선. 독고진의 딸이 아니라 독고진 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크하핫, 그러게 말일세.”
“…”

권존과 도선이 농담삼아 한 말이 진실을 궤뚫자, 독고령이 잠시 흠칫 놀랐다.

하지만 다행히도  둘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 한듯 했다.

“그럼 하오문주, 계약도 성립되었으니 술이나 더 내주시게.”
“어머, 저희 기루의 술 값은 비싸답니다?”
“셈을 치뤘지 않았나?”
“그건 별도지요. 술 값은 따로 내셔야 하는데요?”
“… 야박하구만. 알았으니 술이나 내주시게, 기녀들도 다시 불러주고.”
“아드님은요?”
“내일 이리로 찾아올게야. 어차피 기다려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천천히 즐기시지요.”


하오문주가 일어서자 위일청과 독고령 또한 일어났다.

“위 공자, 독고 소저.”

밖으로 나가려던 위일청과 독고령을 팽유덕이 잠시 멈춰세웠다.

“예.”
“왜?”
“약속, 잊지 말게.”
“물론입니다.”
“… 알았다고.”
“내 아들 놈이 나를 많이 닮았어. 아주 많이 말이야.”
“염두해두지요.”
“으….”

위일청은 고분고분히 대답했지만, 독고령은 상상 만으로 끔찍했다.


‘저 새끼 아들이면  얼마나 미친 놈일지 상상이 안 가는군….’

하지만 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태양화리의 기운이 금세 고민을 잊게 해주었다.

“아무튼 내일 잘 부탁하겠네.”
“예.”
“… 간다.  맛나게 자시고.”
“크큭, 춘부장께 인사 좀 잘 부탁하겠네.”

팽유덕이 떠나가는 독고령을 바라보며 술잔을 들어보였다.

‘인사는 무슨…. 그래도 먹고 도망치지는 않으마.’

독고령이 속으로  인사를 받으며 태양화리를 쳐다보았다.


‘힘만 되찾으면… 당문을 조지는 일은 언제든지 도와주지.’

*


특실에서 나오자마자 독고령은 하오문주를 붙잡았다.

“도와줘.”
“… 지금 바로 섭취하시게요?”
“어.”
“괜찮으시겠어요?”
“안 괜찮을 거 같으니 도와달라는 거 아니야.”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위일청이 돌아보자 독고령이 멋쩍게 웃었다.


“아… 아무 것도 아니거든?”
“두 분이서 볼 일이 따로 있으시면 먼저 보고 오시지요. 저도 독고 소저와 둘이서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나… 나랑?!”
“예. 아까 말했잖습니까, 제가 독고 소저를 사랑…”
“아아아악!! 다… 닥쳐! 미친 놈아, 그거 사랑 아니라고!”
“… 왜 말이 바뀝니까? ‘이 사람 없으면  되겠다’ 싶은 게 사랑이라면서요?”
“아잇, 애새끼냐 진짜!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다고…”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흐앗?!”

독고령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머리가 분홍빛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말했잖습니까? 소저의 초야를 받고 싶…”
“다다다… 닥쳐어엇!!”

독고령이 위일청을 기절이라도 시키려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번엔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에게 끌어당기며 위일청이 말했다.


“여튼… 이 이야기는 이따 하시지요.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소… 손 놔아….”
“예, 놔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도선 어르신과의 약속도 지켜야하니 나중에 대화를 나누시죠.”

위일청이 독고령의 손을 놓아주자, 그녀가 흐물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오문주.”
“… 예, 위 공자.”
“먼저 옳지 못한 짓을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내실을 나오면서 문주가 하신 혼잣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랑을 모른다고 하셨지요?”
“…”

은약벽은 침묵으로 그의 말에 긍정했다.


“내일. 제가 독고 소저와 함께 그를 반박하겠습니다.”
“어머.”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확실히 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어머.”
“… 그러니 내일 다시 뵙지요.”
“어머어머어머.”

멀어지는 위일청과 독고령을 번갈아보며 은약벽이 말했다.

“… 손님.”
“아무 말도 하지 마.”
“… 진짜 제 후계자 하실래요? 가만히 있어도 남성을 꼬시는 재주가 매우 뛰어나…”
“캬아아악!!”


독고령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아니이!! 시발, 저 새끼가 갑자기 혼자서 착각해서 개지랄 떠는 거라니깐?!!”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제 가슴이 다 콩닥거리더군요. 아아…, 오랜만에 풋풋한 사랑을 보고 있자니 눈이 다 멀듯 하네요.”
“미친 년아! 그거 아니라고! 난 시발… 알잖아?!”

혹시나 위일청이 들을까봐 차마 자신의 정체를 얘기하지 못 했지만, 은약벽은 대충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었다.


“예, 알지요. 하지만 지금은 독고 소저시잖아요?”
“그… 그게 무슨…”


은약벽이 다가와 독고령의 머릿결을  뒤로 쓸어넘겼다.

“귀… 빨개지셨답니다?”
“그… 그건…!”
“머리도 어여쁜 연분홍…”
“캬아아악!!”
“후훗, 정말 놀리는 보람이 있네요. 너무 귀여우셔요, 손님.”
“다… 닥치라고 좀!”
“알았어요, 여기까지만 하죠.  놀렸다가는 주화입마라도 찾아올 거 같은 표정이시네요.”
“… 시발, 진짜….”
“내실로 가시죠. 진정도 좀 하실겸요.”
“… 안내해.”
“네, 그리 하지요.”

은약벽은 실실 웃음을 흘리며 앞서 걸었다.

‘손님은 정말 귀여우시군요.’

독고령은 알고 있을까?


연분홍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새빨간 얼굴을 한 채, 살짝 눈을 내리깔고 걷는 그녀의 모습이 타인에겐 아무리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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