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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6장. 하오문 산동지부 - (4) (42/225)



〈 42화 〉6장. 하오문 산동지부 - (4)

은약벽의 말을 들은 독고령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 뭐?”
“정액이요. 남성의 쾌감이 절정에 다다르면 양물에서 나오는 백탁색의…”
“미… 미친 년아!!”


독고령이 자리를 박차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무… 무슨 마공이냐?!”
“어머, 어떻게 아셨나요?”
“뭣?!”
“마교의 소수마녀가 익히고 있던 월영마공을 제가 조금 개량한 게 지금의 월영신공이랍니다? 원래 같았으면 매일 밤 동남동녀의 정혈과…”
“시발, 마공 맞네!”
“… 이제는 아니라니깐요.”

은약벽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소수마녀가 그래도 음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빙궁과 함께 강호 제일이였고, 저 또한 채양보음을 어느정도 익혔기에 이거다 싶어서 개량했죠. 손님께서도 지금 넘치는 음기를 못 써서 애달픈 상황이잖아요?”
“아… 아무리 그래도…!”
“어디까지나 부작용이랍니다. 손님도 구양신공을 익힐 때 광증이 생길 줄 알고도 익히셨던  아닌가요?”
“…”

은약벽의 말에 독고령은 입을 다물었다.


독고진이 기연으로 구양신공을 얻었을 당시 서책의 첫 장부터 당당히 써져있던 경고문이 있었다.

‘연자의 타고난 양기가 충만할 경우 절대 익히지 말라. 광증이 도질지어니…’


하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이 있었겠는가.


당장 강해지고 싶은 독고진의 눈 앞에 상승의 심법이 떡 하니 나타났으니 그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단전에 자리잡은 만년빙옥의 음기는 과거 광마 독고진이 평생을 걸쳐 쌓아온 내공보다 양도 많고, 정순하기까지 했다.

그 음기를 운용할 수만 있다면 독고령에게 더 이상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문제는 없었다.


“자… 잠깐만!”
“왜 그러시죠?”
“나는 결국 남자 몸으로 돌아갈건데?”
“그럼 그 때까지 그 연약한 몸으로 무림맹의 추살령에 쫓겨 사실건가요?”
“그건…”
“몸이 바뀌었다고 지식까지 사라지진 않으셨을터. 고수였던 경험을 살린다면 지금의 몸으로도 어지간한 상황은 다 무마하실 수 있지 않나요?”
“그… 그렇긴 한데…”
“부작용이 그렇게 신경쓰이시나요? 그냥 정액 좀 받는건데.”
“음탕한 년아!!”
“호호….”

발작하며 소리를 지르는 독고령을 보며 은약벽이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손님, 혹시 여인이 되셨다고 나약해지신  아닌가요?”
“뭐? 내가?”
“이상하네요. 제가 알던 손님이라면 월영심법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쌍수들고 환영할 줄 알았는데요.”
“…”
“이대로 남의 손을 빌어 사실 생각이신가요?”

은약벽의 당돌한 말을 듣자 독고령의 자존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지금의 그 삶도 나쁘지 않지요. 사실 저는 손님께서 이대로 과거를 잊고 한 명의 여인으로 사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부럽기도 하고요.”
“개소리.”
“어머, 진짜랍니다.”


은약벽이 마치 허공을 날듯 독고령에게 다가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지금의 이 모습을 보고 누가 그 독고진을 떠올릴까요…. 아마 아무도 모르겠지요.”
“무슨…”
“복수심에 일생을 불태우셨던 손님이시잖아요. 하늘이 이제 그만 쉬라고 이런 기연을 내려주신 거 아닐까요?”
“…”
“불 같은 복수심은 언젠가 손님마저 불살라 버리겠지요. 하지만 지금, 그 은원의 고리를 끊을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은약벽이 달콤한 유혹의 말을 독고령에게 속삭였다.


“이 쯤하면 되지 않았나요?”


충분하지 않냐고.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시산혈해를 쌓아오셨지요. 그 과정에서 당문의 ‘절독’과 ‘고독’으로 쓰일뻔한 아이들도 많이 구하셨고요. 하지만 당문은 여전히 쇠퇴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네요.”

적은 너무나도 강하다고.


“무인이 아닌 평범한 이의 삶. 동경해보신 적 없나요?”

안식을 원하진 않냐고.

“만약 손님께서 평범한 이의 삶을 원하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그를 도와드리지요. 무림맹에는 적당한 시체를 보내 독고령의 사체라고 주장하고 약간의 거래를 한다면 그들 또한 받아들이겠죠. 그렇다면 강호에 독고령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진답니다.”
“…”
“어떠신가요? 저는 전적으로 손님의…”
“닥쳐.”
“…”

독고령이 차갑게 일갈했다.

“하늘이 내려준 기연? 좆까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내 인생에 있었던 기연이라고는  날! 하필! 당문의 그 개새끼들이 우리 가족이 살고 있던 산을 실험장으로 쓴 게 전부야.”
“굳이 기회를 걷어차시겠다고요? 평범한 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그만하면 충분…”
“그건 내가 정하는 거지.”
“…”

독고령의 말을 들은 은약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읖조렸다.


“하아…, 그러시군요. 손님은 여전히 손님이시네요.”
“내가 나지, 그럼 누구냐?”
“… 그러게요. 제가 손님의 복수심을 얕잡아본 거 같습니다.”

은약벽이 표정을 바로하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다짐했다.

“손님의 목표가 여전하시니 우리의 약속은 아직까지 그대로겠지요.”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저 역시 앞으로도 손님을 그대로 대할 것입니다. 무림에 더  파란을 몰고 오시면 저희는 그걸 이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손님께 편의를 제공해드리지요.”

한없이 약해진 자신에게 여전히 극진히 대하는 은약벽을 보며 독고진이 허심탄회한 말을 내뱉었다.


“…  년을 만난 건 참으로 지랄맞은 일이군.”
“저도 손님이 지랄맞다고 생각한답니다?”
“하!”

은약벽이 상큼한 미소로 그렇지 못한 말을 내뱉자, 독고령은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럼 손님께서 준비가 되신  알고 지금 바로 월영신공을 전수해드리지요.”
“후우…, 그래.”

독고령은 선택했다.

남의 손을 빌어 자신의 복수를 이뤄낸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거라면 아무리 약해빠졌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하는 게 복수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가족이 죽은  날.

서슬퍼런 눈으로 낫을 들고 사파의 도박장에 쳐들어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놈들이 누군지 묻던 그 날의 날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독고령이 마음을 다잡았다.

“진기도인(眞氣道引)을 해드리죠. 구결을 알려드리기보다는 이게 편하겠죠?”
“… 부탁하지.”
“이미 하단전에 위치한 음기가 상당하니 축기는 조금 나중으로 미루시지요. 괜히 더 과도한 음기를 가지게 되면 부작용이 일어날테니깐요.”
“오냐.”
“축기는 가능한 밤에 달빛이  비치는 곳에서 하시는  좋구요.”
“염두하마. 시작하지.”
“그럼…”


은약벽이 독고령의 등에 손을 대고는 내기를 흘려넣었다.

그녀의 내기가  안으로 들어와 어떻게 심법을 운공해야할지 알려주기 시작하자 독고령은 금세 월영신공이 어떤 심법인지 알 수 있었다.


‘과연… 신공이라 칭할만하군.’


은약벽의 내기는 만년빙옥의 음기보다 조금은 탁했지만, 충분히 정순하였다.

만년빙옥의 음기가 한없이 투명한 얼음과 같은 기운이었다면 은약벽의 내기는 한없이 맑은, 달빛이 내리쬐는 호수를 연상케하였다.


한 차례 진기도인이 끝나고 은약벽이 손을 떼자, 독고령이 눈을 떴다.


“… 좋은 심법이군.”
“말했잖아요? 그럼 지금  번 바로 운기를 해보시죠.”
“그래.”

독고령이 가부좌를 트고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은약벽의 내기가 알려준 길을 따라 자신의 하단전에 자리잡은 만년빙옥의 음기를 움직이려던 순간, 그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 손님?”


한참이 지나도 독고령이 운기행공을 하지 못 하는 것을 보고 은약벽이 이상하다 여길 차에 그녀가 눈을 떴다.

“… 하오문주.”
“말씀하시죠.”
“… 음기가  움직이는데?”
“어머….”
“어쩌지?”


운기를 하려면 일단 내공을 움직일 수 있어야하는데 하단전에 자리잡은 만년빙옥의 음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축기도 못 하잖아.’

부작용이 두려웠던 독고령은 월영신공으로 축기를 할 엄두도 내지 못 했다.

그 때, 은약벽이 무언가를 깨달은듯 박수를 쳤다.

“아!”
“무슨 묘책이라도 떠오른거냐?”
“네, 손님. 관영이의 보고내용이 이 뜻이었구나 하고 이제 이해가 됐네요.”
“… 엉?”


갑자기 은관영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독고령은 원인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손님. 분명 관영이의 보고에 의하면 ‘특정한 상황’에 음기를 운공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수음, 하시겠어요?”
“시발.”



*

“아까는 월영신공 배우시겠다면서요! 복수 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시발! 근데 왜 수음이 튀어나오냐고!!”
“그게 아니면 음기를 못 움직이시니깐 하는 말이잖아요. 이해가 안 가시나요?”
“이익…! 시발, 다른 방법 없어?! 너, 시발 모르는 게 없는 하오문주 아니야?!”
“저도 모르는 건 모른답니다. 지금 당장은 다른 묘책이 떠오르지 않네요.”
“아니, 씹…!”

독고령이 답답함에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 놈의 음기는 시발 도대체 왜…!”
“손님손님.”
“뭐, 시발.”
“월영마공의 기원을 아시나요?”
“내가 어떻게 아냐, 그걸.”
“월영마공의 창시자는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인에게 떠난 남편을 원망하고, 또 그리워하며 매일 밤 수음하던 여인이 만든…”
“캬아아악!!!”


독고령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시발! 마공 맞네!!”
“… 거기서 음습함을 거둬내고 좀 더 정종의 무공으로 바꾼 것이 지금의 월영신공…”
“근데 시발! 수음이 왜 나오냐고!!”
“그건 손님의 책임 아닐까요? 수음하지 않으면 음기를 운공  하는 음탕한 몸…”
“뒈져!!”

독고령이 찻 잔을 집어던졌으나 은약벽이 허공섭물로 잔을 멈춰세웠다.

“손님, 일단 진정하시죠. 월영신공은 익히기만 한다면 음기를 다루는 쪽에 있어서는 빙궁과 맞먹는 심법이라니깐요?”
“좆까는 소리지.”
“까는 소리가 상당히 음탕한데 지금이라도 위 공자를 부를까요? 그 소리를 들으시면 음심이…”


이번엔 아예 다상을 통째로 집어던지자 그제서야 은약벽이 고개를 숙였다.

“… 실언했군요. 죄송합니다.”
“이 시발, 음탕한 년아! 은관영도 네가 가르쳤지?!!”
“당연하죠. 제가 스승이니깐요.”
“하아… 하아…”


한바탕 날뛰자 독고령은 금세 몸의 피곤함을 느꼈다.


“이 쓰레기 같은 몸은 깽판도 제대로 못 치는군….”
“저에겐 천만다행이군요.”
“그래, 시발…. 내가 전성기의 무공만 되찾는다면…”
“그러기 위해선 일단 수음을 하셔야겠네요.”
“아니, 좀!”

독고령이 다시 한  빼액 소리를 지르자, 은약벽이 그녀를 차갑게 내려보았다.


“… 실망스럽군요, 손님. 거래는 없던 걸로 되돌릴까요?”
“뭐?”
“고작해야 수음입니다. 무공을 얻기 위해선 친가족을 갈아마시는 일도 생기는 것이 무림이고요. 헌데 절세의 신공을 얻기 위해 그깟 수음 하나 하지  하고 애새끼처럼 투정을 부리시는 지금 손님의 모습은… 그저 실망스럽습니다.”
“아니, 시발….”
“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 여성이 되면서 나약해지셨습니다, 손님.”
“…”

은약벽의 일침을 듣자 독고령은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끓어올랐다.


독고령이 고개를 숙인 것을 보며 은약벽은 더더욱 그녀를 몰아붙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문은  다시 새로운 ‘절독’과 ‘고독’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어린아이를 희생시키고 있지요. 요즘 따라 사라지는 어린 아이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아마 개방도 당문을 돕고 있겠군요.”
“…”
“마침 자신들의 눈에 가시같던 독고진에게 드디어 추살령이 떨어졌으니 한 동안은 방해를 안 받으리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조금 노골적으로 나오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지만, 이런…. 제 손에 당문을 흔들만큼 강력한 패가 없네요.”
“거 좀… 시발….”
“아아…. 이제 보니 기연은 손님에게 내려온 게 아니라 당문에게 내려왔군요. 하늘이 도와 자신들을 방해하던 원수가 하루 아침에 힘을 잃고 어리고 여린 소녀가 되어버렸으니 이야말로 하늘이 당문을 보우하고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닐런지요?”
“이… 이익…!!”


독고령이 이를 꽉 깨물고 몸을 부들거리자, 그 모습을 본 은약벽이 몰래 미소지었다.

‘참 여전하시군요, 손님. 단순하셔라….’


조금만 자극하면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 독고진이었다.


그와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 은약벽은 독고진을 알아도 너무  알았다.


어쩌면 그보다 더.

“개 시발! 할게! 한다고! 시발 한다니깐?!!”
“어머…, 아까까지 수음은 부끄럽다고 그러시더니.”
“아니, 시발! 도대체 수음하면서 운공은 어떻게 같이 하냐고! 그걸 고민했던거지!!”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은약벽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어쨌든 음심만 끓어오르시면 음기가 움직이는 거잖아요?”
“너… 너 시발!”

독고령은 이상하게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은관영이 떠올랐다.


“제가 또 그 쪽으로는 강호제일 아니겠어요? 음존(淫尊)인데. 도와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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