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5장. 예절 교육 - (5) (37/225)



〈 37화 〉5장. 예절 교육 - (5)

피곤함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독고령은 가장 먼저 자신의 머리색을 확인하였다.

‘… 연분홍이군.’


최근 들어 그녀는 자신의 몸에 점점 익숙해졌다.

음심이 끓어오르면 머리가 옅어져 분홍색으로 바뀌고, 평정심을 유지할 경우는 붉은 색이었다.


아직까지 분홍색보다 더 옅어진 머리색을 본 적은 없지만, 보통 반 시진(1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머리색으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자고 일어난 뒤에도 연분홍인 머리를 확인하고는 독고령의 마음이 조금은 복잡해졌다.

‘… 어젯 밤의 일 때문인가….’


괜히 그 일을 떠올리자 독고령의 얼굴이 다시 붉어지는 것만 같아 그녀는 금새 그 기억을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을 정리한 후, 주변을 둘러본 독고령은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이상함을 느꼈다.


‘… 어디 간 거지?’


독고령이  선실을 나서려던 순간, 백리소현이 들어왔다.


“아, 둔치.”
“령 매, 잘 잤어?”
“… 어.”
“그럼 다행이고.”

백리소현이 생글생글 웃었지만,  미소에서 독고령은 어딘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어젯밤에 홀로 수음을 하다 백리소현과 눈을 마주친 허상을 본 일이 내심 떠올랐기 때문이다.

‘…  잤던 거 아니야?’


독고령이 괜히 백리소현을 노려보았으나 그녀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 길은 왜 막고 있냐?”
“아. 자고 일어났는데 혹시 갈증은 없어? 물 줄까?”
“그래. 안 그래도 물 좀 마시려고 했는데 네가 길을 막고 있네?”
“자, 여기.”

백리소현이 자신에게 건네주는 물을 보며 독고령은 어딘가 수상쩍었다.


“… 전처럼 뭐  타놓은거 아니야?”
“헤… 헤헷…, 내가 그런 짓을  해….”
“어쭈? 뭐가 있긴 있나본 모양인데?”
“그… 약재야!”
“응?”

백리소현이 허둥거리며 독고령에게 대답했다.


“바… 밤마다 우리 때문에 못 자는  같아서! 워… 원기를 복돋아주는 약재를 조금 섞었어.”
“…”

백리소현의 말이 영 미심쩍었던 독고령은 그녀에게 물을 되돌려줬다.

“네가 마셔봐.”
“… 나 못 믿어, 령 매?”
“어. 못 믿어.”
“히잉…. 알았어.”

백리소현이 먼저 물의 반절을 마신 뒤 돌려주자 그제서야 안심한 독고령이 물을 마셨다.

“… 앞으로 매번 이럴거다.”
“응….”
“그래서 오늘은 뭐 하냐?”
“아! 오늘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동안 배운 것들을 확인해볼거야. 령 매가 어디까지 익혔나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래. 빨리 해치우고 사일검법 얘기나 좀 하자.”
“아…”


백리소현이 또 다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 둔치. 너 오늘 좀 많이 수상하다?”
“아… 아니야…. 그… 오늘 하나  가르칠 게 있어서….”
“그럼 그거까지 끝내고 얘기하면 되잖아?”
“… 끝나고 얘기할 수 있으려나….”
“뭐?”
“아… 아니야! 그래, 빨리 하자.”
“…”


오늘따라 백리소현이 영 이상했다.


그리고 그 불길한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잠시 후 백리소현과 은관영의 예절 교육이 끝난 뒤 들어온 위일청의 말을 듣는 순간, 독고령은 알아차렸다.

아, 시발.


이거였구나.

이래서 불길했구나.

“오늘의 교육 담당은 접니다.”




*

위일청이 선실로 들어오고서는 자연스레 나체가  백리소현의 등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저는 독고 소저에게 여체에 대해 가르치고자 합니다.”
“… 색마.”
“말씀하시죠, 독고 소저.”
“나는  동안 하오문과 둔치의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 판단해서 그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예.”
“… 근데 시발 지금 이게 왜 필요하지?”
“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독고 소저의 말도 일리가 있군요. 이 교육이 왜 필요한지 소저가 납득하시는 게 교육에도 편할테고요.”

위일청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이상한 말이었다.


“독고 소저,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십니까?”
“엥?”
“구체적으로 대답해보시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태어나는지.”
“어….”

독고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하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위일청이 한 손을 올려 자신의 눈을 감싸는 것을 보며 독고령은 의문을 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고령은 단 한 번도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아기는 대충 서로 사랑하는 남, 녀가 몇 밤을 같이 보내면 생기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초자연적인 점지가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북극성이 유독 밝게 빛난다거나 꿈에 월하노인이 등장한다거나 등등.


살면서 단 한 번도 여인을 품어본 적도 없었고 어릴 때부터 고아로 지내면서 내내 전투만을 겪고 지낸 독고진으로서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는 노릇이었다.

“… 나중에 독고진 어르신을 만나면 제가 술을 대접받아야겠군요.”
“그 얘기가 갑자기 왜…!”
“아이는 말입니다. 음양교합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입니다.”
“어…?”


독고령의 사고가 멈췄다.


“아니…, 그….”
“제가 그동안 독고 소저에 대해 많이 오해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독고진 어르신이나 아직 만나뵙지  한 자당께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 해주셨으리라 믿었습니다.”
“그… 그 음탕한 행위를 해야지 아기가 나온다고?”
“보십시오. 음양교합을 무조건 음탕하다고 얘기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위일청이 백리소현의 상처 많은 하복부를 가르키며 말했다.

“여기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
“… 하단전.”
“틀렸습니다. 무인은 이 곳을 하단전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곳엔 아기가 자랄 수 있는 장기가 있습니다. 여인이 남성보다 하단전을 일찍 만드는 이유지요.”
“엥? 아니...”


독고령이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감싸자, 위일청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 백리 소저는 그래서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 이 안의 장기가 손상되었기 때문이죠.”
“그 얘기였어?”
“… 뭔가 오해하고 계셨군요.”
“아니… 나는 그… 막… 어….”

독고령은  동안 백리소현이 아기를 못 가진다고 말한 게 그냥 몸이 상해서 못 만드는 줄로만 알고 있었지 구체적인 연유는 모르고 있었다.

“하아…. 독고진 어르신의 업보가 깊습니다.”
“…”
“원래 이런 얘기는 결혼이 결정된 이후에야 부모님이 자식에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독고령에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깐 시발…. 이게 왜…”
“천축에 도착하면 저는 독고 소저의 초야를 받을 것이며 또한 제가 소녀경을 익혔기 때문입니다.”

위일청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이 오른손이 양기라고 합시다. 양기는 남성을 뜻하고, 해를 뜻하고,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반대로…”

위일청이 왼손을 아래로 내렸다.


“이 왼손은 음기입니다. 음기는 여성을 뜻하고, 달을 뜻하고, 죽음을 상징합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새끼야.”
“아니요. 독고 소저께서는 전혀 모르십니다.”


위일청이 두 손을 포개며 말했다.


“남, 녀가 서로를 탐하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과정에서 음양이 조화하고, 태극을 이룹니다. 이를 무공으로 발전시키신 게 장삼봉 진인이시죠.”
“… 태극검법. 무당파.”
“예. 하지만 꼭 그런 고매한 무리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일청이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사이를 오른손의 검지로 찔러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음양교합, 운우지락, 상스럽게 ‘떡을 친다’ 등이 그런 것이죠.”
“음탕하기 그지 없…”
“그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겁니다, 소저!”


갑자기 위일청이  소리로 말하자, 독고령이 놀라 몸을 움츠렀다.

“왜 소리를…”
“남녀가 사모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신체를 탐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사이에 쾌락이 일어나는 것은 천제의 축복이겠지요!”
“아… 아니… 그…”
“제가 익힌 소녀경은 남녀가 최상의 쾌락을 이루어 서로의 진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모르시겠습니까, 소저?”

위일청이 얼굴을 가까이하자, 독고령이 놀라 얼굴을 붉혔다.

“뭐… 뭐를…”
“남성이 아리따운 여인을 보고 음심이 끓어오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이며, 반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단 얘기지요.”
“…”
“그리고 서로 사모하는 두 명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 결과 태어나는 것이 바로 생명입니다.  얼마나 고결한 행위입니까….”


위일청이 뿌듯한 미소를 짓자, 그의 양 옆에서 은관영과 백리소현이 박수를 쳤다.


“맞아요오….  과정이 행복하기도 하고요.”
“응, 부러워….”
“… 지랄났다.”


위일청이 다시 표정을 바로하고는 독고령을 불렀다.


“소저.”
“뭐.”
“어제 수음을 하셨지요?”
“어… 어?!”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아… 아니… 그…!”

독고령이 얼굴을 붉히며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며 위일청은 인자한 미소로 독고령을 달래주었다.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니… 시발…. 그…”
“은 소저, 수음하신 적 있으십니까?”
“있어요오. 살면서 수음을 안 했다는 이를  적이 없네요오….”
“백리 소저께서는요?”
“나도 있어. 수음을 안  사람이라고는 소림의 승려 밖에 안 떠오르는데 아마 그 사람들도 몰래몰래 하지 않을까…?”


백리소현과 은관영이 당당하게 수음을 했노라 밝히자 독고령은 혼란스러웠다.


“어… 어… 이게 그… 자연스러운거라고?”
“예, 그렇습니다 소저.”
“아니…”
“부정은 그만하시지요, 소저. 답은 이미 알고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위일청의 손이 머리에 닿자, 독고령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의 귓가에 위일청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좋으셨지요?”
“흐읏…!”
“몸에서 끓어오르는 쾌감이 주체가  되셨지요?”
“아… 아니이….”
“솔직하게 얘기하셔도 됩니다, 소저.”


위일청의 설득을 돕기 위해 옆에서 은관영이 달라붙으며 독고령의 반대쪽 귀를 살짝 깨물었다.


“하읏!”
“독고 소저…, 제 손길을 떠올리셨나요오?”
“아… 아니이…!”

마지막 결정타는 백리소현이었다.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며 진실을 말해주었다.


“령 매. 그거 알아?”
“ㅁ… 뭘?!”
“령 매는 음심이 끓어오르면 머리가 분홍색이 되는 거?”

백리소현은 독고령의 머리카락을 집어들어 그녀의 눈 앞에 들이댔다.


“아리따운 분홍색이네?”
“이… 이건 그으…!”
“후훗, 령매는 입은 거칠어도 몸은 솔직한   귀엽단 말이야?”
“으으…!!”

터질듯이 붉어진 독고령의 얼굴을 보며 위일청이 말했다.

“독고 소저. 아까도 말했다시피 음심이 들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하지만 이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모른다면 앞으로도 소저는 여러 곤경에 처하시겠죠. 그래서 오늘, 제가 이 자리를 마련한겁니다.”
“무… 무슨….”
“백리 소저.”
“… 응.”

백리소현이 벽에 몸을 대고는 자신의  다리를 벌려 여성기를 훤히 드러냈다.

위일청이 백리소현의 엉덩이에 손을 올리고는 그녀의 여성기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그러니 제가 직접 하나하나 알려드리지요. 어차피 초야를 치르기 위해서 독고 소저는 미리 야한 일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 미친 놈아!”
“그리고 수음도 계속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들켰을 경우 서로 민망할 수도 있으니 시간을 정해주시면 저희가…”
“캬아아악!!!”


독고령이 날뛰기 시작하자 은관영이 등 뒤에서 그녀를 붙잡았다.

“아앗! 그렇게 날뛰시면 안 되요오.”
“이… 이 음탕한 년놈들아!!”
“그러니깐 그게 오해라는 거지 않습니까. 자, 보십쇼. 여기 도톰하게 오른 살이….”
“저기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주물럭거리면 더 기분이 좋아요오.”
“령 매, 이 위에 톡 나온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손가락의 삽입은 가급적 행위가 익숙해진 뒤가 좋지만, 이미 독고 소저께서는 충분히 잘 젖으시니…”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결국 독고령은 얼마 가지   부끄러움에 실신했다.


쓰러진 독고령을 바라보며 남은 세 명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백리 소저, 미혼약을 얼마나 먹인 겁니까?”
“… 전이랑 비슷하게?”
“하아…, 다음엔 반절로 줄이지요. 독고 소저가 생각보다 재능이 뛰어난 모양입니다. 고작 이야기만으로 실신할 정도라니…”
“생각보다 가르치기 힘드네요오….”
“하지만 재능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꼬박꼬박 눈은 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향하더군요.”
“응…. 나도 령 매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어.”
“아직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교육하도록 합시다.”
“… 그보다 위 오라버니.”


백리소현이 무언가를 바라는 눈초리로 위일청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 아까  매한테 미혼약을 먹이면서 나도 반 정도 먹어버렸는데…”
“이런…. 어쩐지 많이 젖으셨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배려가 부족했군요.”
“아앗! 저도 같이 끼워줘요오.”
“앞으로 두 시진(4시간)정도는 선원이 올 일이 없을 터이니 그럼 지금 미리 즐기시지요.”
“네엣!”


실신할 독고령을 구석에 치워둔 세 남녀는 어느새 헐거벗고 서로의 육체를 탐하기 시작했다.

행위가 깊어질수록 두 여인은 더더욱 확신했다.

빨리 독고령에게 많은 걸 가르쳐야 한다고.

위일청을 상대하기에 둘로는 모자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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