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5장. 예절 교육 - (4)
여인의 몸이 되고 불편한 점은 여럿 있었으나 그 중 가장 불편한 점을 꼽으라고 하면 독고령은 단언코 ‘예민해진 기감’을 뽑을 것이다.
광마 독고진이라는 초고수의 신체를 가져봤음에도 지금의 몸이 가진 기감과는 비견될 바가 아니었다.
내공을 쓰지 못 함에도 날카로워진 기감은 신화 속에나 등장하는 ‘천리 너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귀’라고 말하는 천리통(千里通)이 떠오를 정도였고, 안력은 천리안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축복을 저주에 가깝게 만드는 단 하나의 감각이 있었으니 바로 촉감이었다.
예민해진 촉감은 옷자락이 스치는 일상에도 반응하도록 만들었고 혹여나 타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자꾸 저절로 튀어나오는 신음 소리는 민망할 따름이었다.
4일 간의 예절교육 동안 은관영과 백리소현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독고령은 자꾸만 하단전이 욱씬거렸고 속곳이 축축해져 곤란하기 그지 없었다.
‘시발… 도대체 뭐냐고….’
등, 옆구리, 허벅지의 안쪽 등 사람의 손길이 닿을 일이 거의 없는 곳에 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자꾸만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고 그 때마다 하단전의 욱씬거림은 조금씩 커졌다.
이 놈의 하단전은 도무지 독고령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은관영과 백리소현이 색마의 품에 안겨 앙앙거리는 교성을 낼 때도 욱씬거리고, 위일청을 바라볼 때도 가끔씩 욱씬거리며, 밤에 자기 전에도 욱씬거렸다.
색마는 이를 음심이 끓어오르는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독고령은 부정했다.
광마 독고진이던 시절에도, 단 한 번도 여성을 보고 가슴이 설레여본 적이 없다.
하물며 고작 여인의 몸이 되었다고 음심에 휘둘릴까보냐.
독고령에게 있어 음심이란 무인에게 방해되는 잡스러운 것일 뿐이며 마음을 흐리게 만드는 방해꾼이었다.
그렇기에 독고령은 지금의 이 들뜬 기분을 더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한 번도 익숙해져 본 적이 없던 쾌락이란 감각에 더 휘둘리기 마련이었다.
*
‘… 존나 간지럽네.’
다리 사이가 간지러워 계속 두 허벅지를 비비적거리게 되었다.
또 다시 속곳이 살짝은 축축해진 것을 독고령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시발, 뭔 놈의 몸이 이렇게 불편해서야….’
바지 속으로 집어넣은 손이 허벅지를 벅벅 긁어댔지만, 간지러움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독고령이 느끼는 간지러움은 벌레 따위에게 물려 느끼는 간지러움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간지러움이었다.
다리 사이가 간질간질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들뜨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는 답답한 기분.
하지만 그 기분이 나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어딘가 답답하고, 애가 끓는 느낌의 묘한 간지러움이었다.
독고령의 손이 조금 더 올라가 자신의 속곳에 닿자, 그녀의 손 끝이 살짝은 축축해졌다.
‘… 또 빨아야겠군.’
오줌이라도 새나 싶어서 몇 번 속곳의 냄새를 맡아보았으나 그것과는 달랐다.
그녀의 날카로워진 후각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독고령은 애써 그 사실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독고령의 속곳에서 나는 냄새는 분명 은관영과 백리소현의 냄새와 비슷했다.
열락의 냄새.
위일청과 밤마다 음양교합을 할 때마다 방 안에서 진동하곤 했던 그 냄새였다.
간지러움을 해결할 정답을 독고령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두려웠다.
‘… 또 실금하는 거 아니야?’
바로 은관영 때문이었다.
한 차례 은관영이 자신의 다리 사이에 손을 가져다 대던 순간, 독고령은 실신했다.
실신만으로 끝났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지만,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그녀가 그대로 실금을 해버렸다는 것은 단순히 부끄러움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이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벌써 4일이다.
낮에는 예절 교육에 시달리고, 밤에는 두 여인의 교성에 시달렸다.
몸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고, 머리는 감기에 걸린듯 몽롱했다.
온 몸은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고 밤마다 속곳이 축축하여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 다시 한 번 주변의 모든 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독고령은 이불을 끌어올려 귀까지 덮었다.
혹여나 주변의 다른 이, 특히 자신과 등을 마주하고 자고 있는 백리소현이 꺨까 싶어 벽에 가까이 붙은 독고령은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다시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흐읏…. 헙!”
속곳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는 순간, 조용해진 선실에 울려퍼지기엔 충분히 큰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당황한 나머지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다시 몸을 일으켜 주변을 확인한 독고령은 그 누구의 호흡도 바뀌지 않았음을 깨닫고 다시 하던 일을 진행하였다.
“아흣….”
입을 틀어막아도 신음소리는 막을 수가 없었다.
간간히 튀어나오는 거친 숨과 함께 그 사이로 가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지만, 독고령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참아냈다.
속곳 위로 만져보는 자신의 여성기는 부드럽고, 물컹했다.
남자이던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 했던 전혀 새로운 감촉이었다.
온 몸을 근육의 철로 덮고, 그 위를 내공의 호신강기로 뒤엎고 있던 강대한 육체에 물컹함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흐읏…. 하아….”
여성기의 바깥 부분, 앙 다물고 있는 형태의 도톰한 살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있자니 아랫배가 근질근질했다.
또 다시 하단전이 욱씬거리며 애가 끓는 듯한 답답함이 점점 커져나갔다.
하지만 독고령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하다보면 금세 무언가에 다다를 것이라고.
한 번 은관영이 경험하게 해주었던 그 때의 그 기분에 다다를 것이라고.
그 때.
검지와 약지로 여성기 주변의 도톰한 살을 어루만지던 와중, 그녀의 중지가 그 균열의 윗부분에 톡 튀어나와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하윽!!”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교성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허리가 떨려오고, 다리가 저절로 오므라지는 쾌감이 온 몸을 지배해나가자 독고령은 튀어나온 신음소리에도 주변의 눈치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뭐… 뭐지?’
방금 느꼈던 감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자 중지를 다시 그 위치에 가져다대자 독고령의 몸이 떨렸다.
“흐으읏…!”
저절로 온 몸이 쫘악 펴지게 만드는 쾌감이 일어나자, 독고령은 더 이상 건드리면 소리가 나서 주변인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계속하여 그 곳을 톡톡 건드렸다.
“흐… 흐아앗…!”
어느새 계집아이처럼 울부짖는 소리를 내고 있는 스스로를 자각하면서도 쾌락에 못 이겨 머리를 바닥에 쳐박고는 엉덩이를 높게 들어 손가락으로 자신의 다리 사이를 만지작거리는 자신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독고령의 손은 멈출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쾌감.
독고진이 알고 있던 그 어떤 쾌감과도 다른 이상한 느낌.
“흐으읏…!”
온 몸에 짜릿한 쾌락이 퍼져나가면서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 떠오르지도 않을만큼 강렬한 감각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만 같던 순간.
“하으읏…! 흐으읏…! 흐아앙!!!”
독고령의 머릿 속에 벼락이 쳤다.
“흐으윽…! 하악…! 하으으으읏….”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공중에 붕떠 허공을 유영하는 느낌 속에서 독고령은 온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 좋은 탈력감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흐윽…! 하아….”
바닥에 엎어진 독고령은 거친 숨 사이로 간간히 신음을 흘리며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흐읏…, 하아….”
정신이 돌아온 독고령은 자신의 입가에 반들반들하게 침이 흐르는 것도 깨닫지 못 한채 자신이 이 음탕한 행위에 열중했음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미친…. 이 무슨 몸인가, 도대체….’
환골탈태 이후 자신의 몸이 저주받은 것은 아닐지 걱정하며 독고령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그 때.
“…”
“!!”
옆 자리에 누워있던 백리소현이 눈을 뜨고 있었다.
“두… 둔치?”
“…”
놀란 독고령이 다시 한 번 백리소현을 쳐다보았으나 그녀의 눈은 곱게 감겨있었다.
“…”
혹시나 싶어서 백리소현의 얼굴 앞에 여러번 손을 휘적거리고 그녀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서 호흡도 확인해 본 독고령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자고 있었군. 헛것을 보았나….’
자리에서 일어난 독고령은 혹시나 다른 자는 이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밖으로 나갔다.
축축해진 속곳을 미리 빨아두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 그래도 하오문의 교육이 이런데서 빛을 발하는군.’
예전 같았으면 혼자 옷도 못 갈아입었을테지만, 은관영의 혹독한 교육 덕분에 이제는 독고령 또한 여인의 의복에 익숙해졌다.
혹여나 다른 이들이 깨기 전에 빨리 몸을 깨끗이 해야겠다 생각하며 독고령이 선실을 나섰다.
독고령이 나가고 잠시 후, 위일청이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켰다.
“… 두 소저들도 일어나시지요.”
“… 알고 있었어, 위 오라버니?”
“들켰나요오….”
“… 저리 시끄럽게 신음을 흘리는데 자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게요오….”
몸을 일으킨 백리소현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들킨 줄 알았어.”
“언니는 수음하다 들킨 적 없으세요오? 저는 문도들이랑 같이 지내서 몇 번 있었는데….”
“… 나는 수음할 겨를도 없었지. 내내 처소에 갇혀 살았으니깐.”
“아…, 죄송해요오….”
“아니야, 후훗.”
“담소 중에 죄송하지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위일청이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한듯 말을 꺼냈다.
“… 모른 척 하는 게 제일 최선이겠지요?”
“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오.”
“령 매를 생각하면 모른 척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두 분의 의견이 갈리시는군요.”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백리소현이었다.
“령 매는 자존심이 강하니깐 분명 부끄러움에 죽으려들걸?”
“…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은 소저는 어째서 반대하시는 건가요?”
“독고 소저가 천재니깐요!”
“… 예?”
은관영이 열띤 목소리로 위일청과 백리소현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니. 두 분 다 못 느끼셨어요? 첫 수음에 절정을 느끼다니요!”
“… 드문 일입니까?”
“드문 게 아니라 대단한거죠! 매일 밤 속곳을 빨러 나가시는 것을 보면 이미 젖기 시작하는 것인데 경험이 없는 처녀가 저 정도로 성감이 좋다니요! 우리 문주님이 보시면 드디어 자신의 후계자를 찾았다고 군침을 흘리실 거예요오!”
“… 그 정도입니까?”
위일청이 되묻자 은관영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니이…, 위 오빠. 전에 말했잖아요오…, 제 손길에 실신한 것도 모자라서 실금까지 하셨다니깐요? 처녀임은 제가 분명 확인했는데 그런 일을 자주 보셨나요오?”
“… 저와 동침한 여인분 중 실신을 안 하신 분이 더 드물어서…”
“아….”
위일청이 그렇게 말하자, 백리소현 또한 거들었다.
“그리고 령 매는 아직까지 남성에 별로 안 익숙한 거 같았어…. 아무래도 광마 어르신과 둘이서만 지내다보니 다른 사람과 교류도 별로 없었던 듯 하고. 수음 같은 행위는 남에게 들키면 부끄러운 행위인데 그걸 얘기하는 건 좀….”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소현 언니!”
“응?”
은관영이 위일청을 가르키며 말했다.
“우리 둘이서 위 오빠를 못 버티잖아요오…. 한 명이 더 필요해요…. 셋이서 하나를 상대해야한다니깐요?”
“… 그건 나도 동의하긴 하는데 령 매가 아직은…”
“그러니깐 저희가 미리 가르쳐야죠! 생각해보세요. 그 들판에 버려진 짐승 같던 독고 소저가 벌써부터 명문 세가의 여식 같은 티를 내기 시작하잖아요오?”
“령 매가 배움이 좀 빠르긴 하더라….”
백리소현은 은관영의 말을 듣고 지난 4일 간, 독고령에게 있었던 변화를 떠올렸다.
하루가 지날수록 달라지는 걸음걸이와 행동거지는 무서울 정도였다.
아직까지 말투가 조금 문제되긴 했지만, 그것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 어떻게 하지.”
“위 오빠, 오빠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
가만히 팔짱을 끼고 둘의 말을 듣고 있던 위일청이 고개를 들었다.
“저 또한 독고 소저에게 어느정도 교육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소녀경을 위해서 여성의 심,기,체가 충만한 게 더 좋으니깐요.”
“그럼…!”
“하지만 약조한 바가 있지 않습니까. 독고 소저의 초야는 어디까지나 그녀를 뇌음사에 데려다 준 후에 받기로 하였습니다.”
“히잉…. 그렇네요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위일청의 제안을 들은 백리소현과 은관영은 그의 말에 금세 동의하였다.
그렇게 열띤 토론 끝에 극적으로 의견을 취합하는데 성공한 세 명은 두 다경(30분) 후, 독고령이 다시 방에 돌아왔을 무렵.
이미 잠들어 있었다.
*
다음 날.
평소처럼 은관영과 백리소현에게 예절 교육을 받은 독고령은 기분이 좋아졌다.
“더 가르칠 게 없네요오….”
“령 매, 앞으로는 말투만 고치면 될 거 같아.”
“크하핫. 별 거 없구만. 그럼 이제 끝이냐?”
“아니…, 하나 더 있어.”
“위 오빠아!”
백리소현이 갑자기 옷깃을 풀어헤치고, 은관영은 색마를 찾으니 독고령이 당황했다.
“아… 아니, 시발! 뭐 하는 거야?!”
“… 말투만 고치시라니깐요오.”
“그… 아니! 야! 둔치! 왜 옷을…”
“독고 소저.”
방에 들어온 위일청은 자연스레 나체가 된 백리소현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오늘의 교육 담당은 접니다.”
“… 뭐?!”
“저는 독고 소저에게 여체(女體)에 대해 가르치고자 합니다.”
마지막 교육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