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4장. 청니와 - (5) (29/225)



〈 29화 〉4장. 청니와 - (5)

*주의 : [보빔 등장]


독고령은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손길에 눈을 떴다.

본능적으로 그 손을 낚아채자, 손의 주인이 입을 열었다.

“아…, 일어나셨나요오?”
“… 하오문이냐?”
“관영인데요?”
“그거나 그거나….”
“그보다  좀 놓아주시겠어요?  바르는데 방해되는데….”
“…”


독고령이 휙 손을 놓자, 다시 은관영의 손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쓰읍…, 아파.”
“그럼 저한테 맞고 안 아프실 줄 아셨어요? 저 주먹이 제법 맵답니다?”
“… 좀 치더라.”
“어?”


독고령의 대답을 들은 은관영의 눈이 커졌다.

“후훗, 솔직하게 말하시네요오?”
“뭐, 새끼야.”
“독고 소저도 엄청 강하시더라고요. 광마 어르신한테 배우신 건가요?”
“… 그렇지.”


‘내가 그 광마다, 이 년아.’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독고령은 그냥 자신이 배웠다고 대충 둘러댔다.

‘… 그보다  년이 왜 이러지?’

색마한테 혼이라도 났나 생각하던 와중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현 언니한테 들으셨나요?”
“… 뭘?”
“제 과거요.”
“대충은….”
“그럼 아시겠네요? 저는 창녀의 딸이랍니다? 아버지란 작자는 얼굴도 본 적 없지요.”
“…”


어찌 대답할  몰라 독고령이 입을 다물자, 은관영이 피식 웃었다.


“후후훗, 독고 소저도 최소한의 예의는 있으신가 보네요.”
“또 까분다?”
“… 여튼. 그런 저를 도와주신 게 위 오빠셔요. 이거 보세요.”

은관영의 손이 기이하게 움직이더니 잠시 후.


흉측한 화상의 흔적이 남은 손으로 바뀌었다.

“근골에 해가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상처도  오빠 덕에 큰 상처가 안 된 거겠지요. 이 싱처가 생긴 날부터 위 오빠는 저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분이셔요.”
“… 그러냐.”
“네. 이름 없는 창녀의 딸에게 이름을 받게 해주셨고, 성이 없는 제가 문주님의 은혜 덕에 ‘은’씨 성을 업고 살고 있죠. 만약  날, 위 오빠를  만나고 살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기녀가 되서 남자들에게 몸을 팔고 있지 않았을까요오?”
“…”

‘참 무거운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한다’ 생각하며 독고령이 불편함에 이마를 찌푸렸다.


“어? 어디 아프세요?”
“… 아니.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아, 그러니깐 있잖아요오.”


은관영의 얼굴이 독고령에게 가까워졌다.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이 쏟아져내려 독고령의 뺨을 간지럽혔다.


“저는 욕해도 괜찮답니다? 하지만… 위 오빠에게는   예의를 다하여 대해주세요.”
“…”
“대답 안 하실 건가요오?”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위일청을 존중한다.”
“엥?”
“나와 사귀는 인물은 둘 밖에 없어. 나한테 은혜를 입힌 자, 나한테 원한을 진 자.”
“…”
“그리고 위일청은 적어도 내가 은혜를 입은 쪽이지.”
“근데 말을 그렇게 밖에 못 하세요오…?”
“아, 어쩌라고! 내가 그런 식으로 밖에 말을 못 하는데 새끼야.”
“…”

독고령이 울컥하며 말했다.

“시발, 예의도 다 있는 새끼들이나 챙기는 거지. 내가  사람에게 대하는 예절 같은  어떻게 알아. 색마한테 매일 아침 저녘으로 문안인사라도 올릴까?”
“가르쳐 드릴게요.”
“뭐?”
“저희 내기했잖아요. 제가 이것저것 가르쳐 드린다고요. 거기에 예절도 포함할게요.”
“아니, 시발. 비긴 거 아니였냐? 그럼 상대적으로 약자인 내가 이긴 걸로 쳐야지.”
“에이, 그러면 처음에 독고 소저가 내공 쓴 것도 감안해야죠.”
“…”

독고령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은관영이 지금의 자신보다 세다는 것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겁한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고 했다.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강력한 무인이었던 ‘광마 독고진’이었던 시절의 자존심이 그녀의 속에 남아있었다.


이제  약관을 지난듯 보이는 어린 소녀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서, 비겁한 방법까지 끌어다 써서 겨우 비겼다?


‘창피해서 고개를 못  일이지.’

독고령 또한 더 이상  일로 얘기해봤자 자존심만 상할 뿐이었다.


“하아…, 시발.”
“독고 소저. 소저한테도 나쁜 얘기는 아니랍니다?”
“뭐가?”
“소저, 사람이 옷을 왜 입는지 아시나요?”
“뜬금없이 뭔 헛소리를…”
“문주님께서 말하시기를 , 권력을 입는거라 하시더군요.”
“권력?”


은관영이 자세를 바로 하고는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무인들은 가끔 자신들이 오롯이 스스로의 육체로만 자신을 증명한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답니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무인을 증명하죠.”
“헛소리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묵선은 왜 거지지?”
“하지만 묵선께서는 개방의 신물인 ‘타구봉(打狗棒)’을 걸치고 계시죠.”
“그건 무구잖아.”
“뽑지 않는다면 무구 또한 의복이죠.”
“…”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게다가 명문세가라는 분들이 왜 어릴 때부터 온갖 영약을 먹고, 벌모세수도 받고, 각 세가의 유명한 무공들의 진전을 이어받고도 대문짝만하게 자신의 옷에 어디 소속인지 써놓겠어요? ‘내가 명문세가다! 알아서 기어라!’ 이거 아닌가요?”
“… 듣고보니 맞는 말이군. 일리가 있네.”
“그쵸?”
“근데 의복이 왜?”
“독고 소저는 의복을 입을 줄 전혀 모르셔요.”
“내가?”
“네, 전혀요.”
“…”

그야 평생을 남자로 살아왔으니 모를  밖에.

“의복이 권력이라면, 행동거지는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해준다더군요. 저는 그걸 궤뚫어볼만큼 대단한 안목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소저의 인생이 들판에 풀어둔 말과 같았다는 것은 알겠어요.”
“뭐?”
“언제든지 튀어나갈 준비가 된 다리 위치. 새로운 장소를 들어가면 일단 위치부터 파악하는 눈길. 답답한 것을 참지  하고 항상 활동하기 좋은 형태로 입은 옷가지.”
“…”
“마치 평생을 누군가에게 쫓긴듯  사람 같네요. 하긴… 광마 어르신과 함께 자라셨다면 그런 것도 이해가 가네요.”


독고령은 내심 놀랐다.


은관영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여자였다.


흐리멍텅해보이는 말투와 달리, 그녀의 눈은 생각보다 세심했다.

“그래서?”
“바꾸셔야죠.”
“뭐?”
“사람이 같이 지내는 사람이 달라지면 행실도 바뀌어야 한답니다. 하지만 소저는 전혀 안 바뀌시니, 아마 방법을 모르시는 거 같아서요.”
“굳이?”
“저도 알아볼 정도의 행동거지인데 무림맹과 모용세가가 모를까요?”
“아….”

독고령은 새삼스레 자신이  이 청니와라 불리는 자그마한 어촌 마을에 찾아왔는지 떠올렸다.

“앞으로 소저께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셔야해요. 그렇지 않은 이상 위 오빠께서는 무림맹과 번번히 부딪히실거고 결국 어느 날.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나면... 위 오빠는 죽을 거예요.”
“목숨이 위험하면 알아서 피하…”
“아니요.”


은관영이 확신에  목소리로 대답했다.


“위 오빠는 그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시간을 벌 거예요. 독고 소저의 안위를 약속했으니깐요.”
“…”
“그게 위일청 오빠가 살아온 방식이니깐요.”


그제서야 독고령은 은관영이 왜 자신에게 이것저것 가르치겠다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독고령을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독고령과 ‘약속’을  위일청을 신경쓰고 있었다.


약속을 목숨처럼 귀히 여기는 위일청을 걱정하고 있었다.


결국 독고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알았다. 행동거지를 바꾸도록 노력하지.”
“진짜요? 이렇게 쉽게?”
“… 나도 약속이 뭔지 아는 사람이거든?”
“…”

은관영이 살짝 미심쩍은 눈으로 독고령을 쳐다보았지만, 잠시 후 다시 평소의 흐리멍텅하게 풀린 눈으로 배실배실 웃으며 말했다.

“헤헷, 알았어요오. 그럼 오늘부터 소현 언니한테도 둔치라고 부르지 마세요?”
“아, 시발.”
“떽! 욕도 금지예요.”
“아니, 시발. 왜!”
“욕은 사람을 천박하게 만든 답니다. 사람들은 어여쁜 소저의 입에서 예쁜 말이 튀어나오길 기대하지 그런 말을 기대하지 않아욧!”
“에라이, 시발.”
“… 약속 안 지키실 거예요?”
“아잇, 시발.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시발. 하루 아침에 고쳐지냐, 시발!”
“하아…. 갈 길이 머네요오….”

은관영이 한숨을 내쉬며, 독고령의 윗 옷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 뭐 하냐?”
“약 발라드리잖아요오?”
“아…, 그래.”
“헤헷, 야한 생각하셨어요?”
“아… 아니거든. 이 음탕한 년!”
“히히히.”

은관영이 손에 연고를 찍어바르고는 독고령의 가슴 사이에 바르기 시작했다.

“읏…!”


차가운 연고의 감촉이 가슴에 닿자, 독고령이 살짝 몸을 떨었다.


“독고 소저는 가슴이 참 예쁘네요?”
“으… 음탕한 소리를 계속 할 거냐!”
“이게 왜 음탕한 소리인가요오? 같은 여자끼리 이런 얘기도 할  있는거지.”
“ㅁ… 뭐?”
“소현 언니랑은 같이 목욕도 하셨으면서 이제와서  그러셔요, 에잇.”
“하으응…!”

갑자기 은관영이 독고령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독고령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허리가  떠오르며 자연스레 자신의 폐부에서 끌어오르는 신음소리를 참지  하고 내뱉었다.

“미… 미친 년아!”
“어머, 죄송해요오…. 이렇게 민감하실 줄은 몰랐네요오….”
“…”

은관영이 정말로 미안하다는듯이 눈을 내리깔자, 독고령은 화를 삭혔다.

‘… 그래도 어디까지나 선의로 행동하는 거니깐 내가 참자. 약을 발라주는 거니깐…. 같은 여자들끼리 서로의 흉부에 대해서 얘기도 할 수 있는…’


그 때.


은관영이 독고령의 젖꼭지를 살짝 튕기었다.


“하으읏!”
“독고 소저는 젖꼭지도 예쁘시네요. 유륜도 어여쁜 연분홍…”
“그만해, 미친 년아!”
“어머, 이거  독고 소저의 치료를 위해서랍니다?”
“개소리 할래?”
“진짠데요오…. 그래도 내공이 돌아야 빨리 나으시잖아요오.”
“… 그게  네 년이 내 그… 그 곳을 건드리는 거랑 관련 있는데?”

독고령은 차마 부끄러움에 젖꼭지라는 말을 꺼내지  했다.

“그래야 독고 소저가 나중에  오빠의 양물을 받아들이기 쉬우실테니깐요?”

독고령이 고통을 꾹 참고 은관영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은관영은 역으로 독고령의 다리를 붙잡아 활짝 좌우로 펼쳤다.


“으… 음탕한 계집 같으니라고! 그만 두지 못 할까?!”
“에이~, 왜 그러셔요. 누가 보면 아미파의 무인인  알겠어요. 평생 순결을 지키시면서  것도 아니시면서.”
“무… 무슨…. 하으응…!”


은관영의 혀가 독고령의 허벅지 안쪽에 닿자, 그녀가 또   허리를 몸을 떨었다.

독고령이 또 다시 하단전의 욱씬거림을 느꼈다.

“어차피 독고 소저는 나중에 위 오빠한테 처녀를 주기로 했다면서요?”
“그… 그게 왜…. 하읏…!”
“위 오빠의 양물은 정~말 크답니다. 저도  오빠와의 초야에 고생했어요. 정말 눈물나게 아프더라고요오.”
“흐으읏…. 그… 그마안…!”


은관영이 혀를 둥글게 굴리며, 조금씩 독고령의 허벅지 안쪽으로 핥아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다리 사이에 도착하자 은관영이 독고령의 속옷 너머로 호- 하고 살포시 입김을 불었다.


“하으읏!”
“그래서 제가 그 때 엄청 후회했어요오…. 미리미리 연습했더라면 덜 아팠을텐데…. 위 오빠에게 처녀를 바치는 기념할만한 날을 좀 더 좋은 기억으로 남겼을텐데…. 하고 말이죠?”


위일청이 이번엔 독고령의 반대쪽 허벅지 안쪽을 혀로 핥으며 올라갔다.

“흐읏…! 제… 제발… 그마안…! 하으읏!”

독고령은 마치 벼락에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느새 은관영과 싸웠던 격통도 잊고 온 몸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독고 소저는 정말 대단하네요.”
“흐읏…! ㅁ… 뭐?”
“어지간한 처녀도 지금쯤이면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는 제발 박아달라고 사정할 정도의 미혼약인데 아직까지 잘 버티시네요?”
“으… 음탕한 계집… 흐읍!”


독고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관영이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들었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물컹하고 따스한 그녀의 혀를 피하기 위해 독고령은 이를 악물고 그녀의 혀를 막아섰다.

그러자 오히려 은관영은 입술을 빨아당기며 말을 이었다.

“쮸우웁…. 하…, 나쁜 말 할 때마다 이럴 거예요오. 아셨죠?”
“씨ㅂ…. 흐읍….”

은관영이 다시 한 번 독고령의 입술을 탐했다.


이번엔 독고령이 반응하기 전에 혀를 집어넣었기에 그녀의 혀는 영락없이 은관영의 혀에 희롱당했다.

“하으음…, 쮸우웁…. 하.”

혀와 혀가 섞이는 감촉이 독고령의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은관영의 혀를 피하기 위해 입 안에서 요리조리 피해보았으나 그녀의 혀는 능숙하게 독고령의 혀를 얽매었다.


“쮸왑…, 음….”


은관영에게 붙잡힌 독고령의 혀가 그녀의 도톰한 입술에 의해 쭈욱 빨리자 독고령은 어떻게든 피하고자 몸을 빼려고 들었다.

그러자.

“에잇!”
“하으읏…!”

은관영이 독고령의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자꾸 도망치면 더 기분 좋게 만들거예요오?”
“흐읏…!”

은관영이 독고령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굴리자,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독고령이 여전히 대답이 없자, 은관영이 젖꼭지를 다시 한 번 힘주어 잡았다.


“대답  하실 건가요?”
“헤으윽…!”
“대답은요오?”

결국 도망칠 길이 없음을 깨달은 독고령은 겨우 말을 꺼냈다.


“녜… 녜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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