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4장. 청니와 - (3) (27/225)



〈 27화 〉4장. 청니와 - (3)

한 차례, 강렬한 열락의 시간이 지난 뒤.

은관영과 위일청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아…. 흐읏…!”

은관영은 위일청의 다리에 머리를 기댄 채, 방금까지의 과정을 복기라도 하는  간헐적으로 허리를 떨었다.

아직 여운이  가지 않아, 입에는 침이 길게 늘어진 채 풀린 눈으로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반면 위일청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거칠어진 숨결을 여유롭게 고르고 있었다.

“그렇게 좋았습니까?”
“… 네. 흐읏…. 위 오빠랑 하면 진짜… 매번 허리가 빠진다니깐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쁘군요.”
“헤헷….”

위일청이 은관영의 뺨을 쓰다듬자, 그녀는 고양이처럼 손에 볼을 비벼댔다.

그런 은관영을 보며, 위일청이 입을 열었다.

“… 그보다 독고 소저와는 어떻습니까?”
“잠자리에서 다른 여인의 이름을 꺼내는  싫은데요오….”
“처음에는 새로운 일행이 생긴다고 기뻐하지 않았습니까?”
“… 그 땐 독고 소저가 그럴  몰랐으니깐요.”


은관영은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토해냈다.


“도대체 광마 어르신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셨나 모르겠네요! 그렇게 괄괄하고, 괴팍하고, 입도 험한데, 너무 약해요.”
“재능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않나요?”
“… 조금 있죠.”

은관영은 위일청에게 대답하기를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가장 자신있던 박투술에서 밀려 결국 내공을 일으키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내공으로 상대를 압도한 것이 내키지 않았다.

“정말 조금이라 생각하십니까?”
“… 몰라요. 대답 안 할래요.”
“하핫. 부디 너무 싸우지는 마세요.”
“… 알아서 잘 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죠.”
“… 네.”


독고령을 떠올리며 잠깐 날카로워졌던 은관영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풀렸다.

“청소… 해드릴게요.”

은관영이 위일청의 허벅지 안쪽을 혀로 핥으며,  중심부로 고개를 돌렸다.

“하읍…, 쮸우웁….”

자신의 애액과 방금 막 토해낸 정액으로 범벅이 되있는 위일청의 양물을 정성스레 핥고, 삼켰다.

“쮸우웁…, 음….”
“아직 안에도 좀 남아있는 거 같군요.”
“녜헤….”

은관영이 위일청의 양물을 붙잡아 위로 들고는, 그 아래의 혈관을 혀를 세워 쭈욱 올렸다.

그러자 요도에 남아있던 약간의 정액이 밖으로 나와, 위일청의 양물에 맺혔다.


“아까운 걸 놓칠 뻔 했네요오….”


그 정액을 은관영이 혀로 핥고는, 꿀꺽 삼켰다.


“헤헤…,  했나요?”
“네. 은 소저는 가르치면 금방금방깨우치시는군요.”
“헤헷….”


위일청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은관영이 헤실헤실 웃었다.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행위였지만, 그 작은 손짓만으로도 은관영의 척추를 타고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강렬한 쾌감이 찾아왔다.


그녀가  다시 아래가 축축해지는 걸 느끼며, 위일청에게 물었다.

“그…, 위 오빠.”
“네, 은 소저.”
“그… 독고 소저도 당연히 품으실거죠?”
“네, 이번에 느낀 건데 교합을 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많은 양의 내공을 얻었습니다. 절맥을 오래 앓았으면서도 상당히 정순한 음기더군요.”
“… 그러면 제가 미리 독고 소저에게 조금 가르쳐놓을까요?”
“은 소저가요?”
“… 네. 저도 소현 언니한테 배웠잖아요?”
“흐음….”


위일청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 소저만 괜찮다면 그러시죠. 다만, 폭력은  됩니다.”
“히잉…, 위 오빠 너무해요. 저를 어떻게 보시고 그러세요?”
“…  소저가 한 번 싸우셨으니 걱정되서 하는 말입니다. 독고 소저는  그래도 몸이 약한 분이니깐요.”
“알았어요오….”
“그럼 은 소저만 믿고 맡기겠습니다.”

위일청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은관영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저…!”
“무슨 일이시죠?”
“그… 제가… 그….”
“음?”

은관영이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는 작은 소리로 우물거렸다.

“제… 제가… 그… 독고 소저를 잘 가르치면… 또… 칭찬해주실… 건가요?”
“아하핫, 그 얘기였습니까?”
“…”


위일청이 웃음을 터뜨리자, 은관영이 살짝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위일청의 손이 조심스레 얹혔다.


“물론입니다.  소저는 착한 아이니깐요.  잔뜩 칭찬해드리지요.”
“네…. 넷!”
“잘 부탁합니다. 저는 먼저 씻으러가보죠.”

위일청이 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가자, 은관영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아….”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아직도 두근거리네….’

위일청과 온갖 야한 짓을 다 하는 데다가 하오문과 관련된 일이라면 잘 얘기하는 주제에, 그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은 여전히 그녀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과분한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명의 은인과 동침을 허락받은 것만으로도, 그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이리도 자주 아껴주다니 송구할 정도였다.

은관영은 그의 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잠깐 가지고 노는 노리개라도 좋다.


그저 옆에만 있고 싶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며, 자신을 바라봐주며 짓는 그 미소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은관영의 인생은 위일청이 그녀를 도와준 그 날부터 오직 그를 위해 존재했다.

그리고 또 다시  번, 그가 약속했다.

독고령을 가르친다면 다시 한 번 잔뜩 칭찬해주겠다고.

위일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은관영이었기에 그가 한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


위일청이 얼마나 약속을 잘 지키는지,

그녀가 누구보다  알고 있으니깐.





은관영이 몸을 씻고 난 뒤,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 이 말광량이를 어디서 찾지?”

안 그래도 아까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지금쯤 또 술이나 퍼마시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객잔을 둘러봤지만, 독고령은  곳에 없었다.

‘하아…, 천하의 망나니 같으니라고….’

그냥 방에 있으면 차라리 좋겠는데 막상 찾으려고 하니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가야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던 와중.

멀리서 백리소현과 함께 걸어오는 독고령이 보였다.

윗 옷이 반쯤 풀린 게 어디서  잔 걸치고 온 아저씨가 따로 없었다.

‘예쁜 얼굴을 참 아깝게 쓰는 소저예요오….’


위일청은 왜 저런 여자에 관심을 가질까 생각하며, 은관영이 독고령을 불렀다.


“독고 소저!”

은관영의 목소리를 들은 독고령이 고개를 돌리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 하오문.”
“제가 할 말이…”
“비무하자.”
“네?”
“비무, 다시 한 번 하자고.”
“…”

독고령을 어떻게 해야 가르칠 수 있을지, 은관영은 고민이 아주 많았다.


자고 있는 도중 몰래 결박하거나 혈도를 제압할까 생각도 했었고, 아니면 그냥 힘으로 찍어눌러버릴까도 생각했었다.


근데 고맙게도, 독고령이 먼저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은관영은 들뜬 기분을 최대한 감추려 애쓰며 연기를 시작했다.

“하아…, 독고 소저. 이미 한  하셨잖아요오?”
“쫄?”
“… 네?”
“쫄았냐고?”
“하…. 하하….”

하지만 독고령은 은관영보다 훨씬 미친 년이었다.

“한  이긴 상대한테 두 번은 못 이길 거 같아? 아…, 하긴 그렇겠네. 마지막에 쫄아서 내공을 안 쓰기로 한 승부에서 내공을 끌어올린…”
“아니거든요!!”
“아, 시끄러워라.”

독고령이 손가락으로 귀를 파내고는 훅 바람을 불며 말했다.


“원래 겁 먹은 개가 제일 요란하다던데. 알고 있어?”
“…”


겁을 먹었냐고? 내가?


“후… 후후후…. 독고 소저의 격장지계는 정말 천하제일이시네요오….”
“사실을 말하는 게 어떻게 도발이 되냐? 이해가 안 가네.”
“…”


은관영은 억지로 화를 삭히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부단히 애썼다.

‘침착하자…, 어차피 싸우면 내가 이긴다…. 내 박투술이 밀릴 리가 없어….’


은관영은 크게 숨을 들이키고, 심호흡하며 말했다.


“후우…, 독고 소저. 제가 지금 진짜 피곤하니깐, 저희 조건을 거는 건 어떤가요?”
“짖어 봐.”
“말을 차암… 곱게 하시네요오….”
“겁 먹은 개가…”
“제가 이기면!”


은관영이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소현 언니를 언니라 부르고,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을 받아들이세요!”
“노예라도 되라고?”
“…  정도까지 심하게는 안 할 거예요. 그냥  좀 가르쳐 드리려고요.”
“흐음…, 좋다. 대신 나도 하나 걸자.”
“해보세요.”
“내가 이기면 앞으로 깝치지 말고 알아서 기어.”
“그래요, 후훗.”

은관영이 웃으며 자세를 취했다.


아직 허리가 조금 뻐근했지만, 괜찮았다.


은관영은 스스로를 믿었다.


자신이 해 온 노력과 독고령의 성급한 성미를 믿었다.

그녀가 아무리 박투술에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때는 방심했다.


무예를 전혀 익히지 못 한 초심자라 생각하고 대해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독고령 또한 손목을 풀더니 자세를 잡았다.

“아, 하오문. 알지? 너는 내공 없이.”
“내공 없이, 약조하죠.”
“그래.”

독고령의 한 손이 올라오고, 몸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은관영이 숨을 들이키고, 다시 내쉬는 순간.

“!!”


독고령이 자신의 상의를 내던졌다.

‘얕은 수를…!’


 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아까  옷을 살짝 풀어헤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 하지만 다른 부분도 주의해야죠!’


일류 무인은 절대 시각에만 의존해서 싸우지 않는다.


은관영이 집중하여 감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바람이 살에 닿는 촉감.

독고령의 발걸음이 움직이며 나는 소리.

 때, 그녀의 귀에 들리면   소리가 들렸다.


챙.

“칼은 반칙이잖아욧!!”

은관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옷 너머로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내공은 실지 않았지만, 10년 넘게 단련한 날카로운 주먹이었다.

‘이겼다…!’

고작해야 무기를 드는 것만으로 우위를 점할거라 생각했다면 실책이라 생각하며, 은관영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떠오른 순간.

“… 어?”

 너머에는 그저 바닥에 버려진 연검 뿐이었다.


‘미끼…!’


은관영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늦었다.


“끝이다, 이 년아!”
“내공은 반칙…!”


독고령의 내공이 가득 실린 주먹이 그녀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왔다.


‘늦어! 맞아야 한다…!’

다리와 팔을 들어 보호하려고 했지만,  발짝 늦었다.


오른쪽 복부에 느껴지는 묵직한 주먹을 느끼며, 은관영이 이를 악물었다.


‘비겁하게…!’


독고령이 휘두른 혼신의 일격을 쳐맞고, 은관영이 날아갔다.

“크윽…!”
“캬! 묵직한 맛 좋고!!”
“비… 비겁해요…!”
“뭐가, 새끼야. 너 보고 내공 쓰지 말랬지, 나는 안 쓴다고 안 했다.”
“그런….”
“새끼야, 강하면 좀 봐주지. 어떻게든 아득바득 이기려고… 으이구.”

은관영이 비틀대며 몸을 일으키는 걸 보고, 독고령이 웃었다.


“하! 더 하게? 내가 이긴 거 아니야?”
“후… 후후후….”
“뭐야, 한 대 맞으니깐 맛이 갔냐?”

은관영이 윗 옷을 풀어헤치자, 독고령이 당황했다.

“미… 미친 년아! 대로변에서 뭐 하….”

은관영이 옷을 벗자, 그 안에 검은색의 잠행복이 드러났다.


“아….”

독각화망의 표피로 만든 잠행복이었다.


“시발….”


어지간한 도검으로 함부로 뚫을 수 없는 지고의 무구 중 하나.


‘아, 시발. 나 병신인가? 왜 저걸 까먹었지?’

“안 입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입고 있었네.”
“저희는 워낙 기습 당하는 일이 많아서요…. 이번처럼요.”
“…”
“그래도 진짜 아프네요. 독고 소저, 정말 재능있는 거 같아요.”

은관영의 눈에서 귀기가 흘렀다.


“저는… 독고 소저와는 달리 비겁한 년은 아니라서요. 내공은 안 쓸게요. 약속하죠.”
“하…, 시발. 이게 아닌데….”
“대신…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게 해드릴게욧!”

은관영이 몸을 날렸다.


“에라, 모르겠다…. 시발, 덤벼!!”

독고령 또한 그녀에게 몸을 날렸다.

둘이 치고박으며 싸우기 시작하는 걸 보고, 백리소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 약방. 위치를 알아두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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