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화 〉4장. 청니와 - (2) (26/225)



〈 26화 〉4장. 청니와 - (2)

광마 독고진은 패배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지고, 지고, 또 지는 패배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무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독고진은 패배를 딛고 일어설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나의 패배를 딛고 일어설 때마다 그는 점점 강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전 무림인들은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목을 쳐서 완전히 죽이지 못 한다면  강해져서 돌아오는 무인.

그것이 광마 독고진이었다.


비록 지금은 여성, 독고령으로 변했으나 그의 그런 성정이 다른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은관영을 조져놓겠다고 얘기해야지.”
“… 진짜로?”
“야이씨…, 내가 한 입으로 두 말 하겠냐?”
“… 어떻게 이기게? 관영이는 나보다 쎈데….”
“당연히 이길 때까지 부딪혀야지. 그리고  수가 있으니 하는 말이니 믿어.”
“…?”

백리소현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독고령의 뒤를 쫓아갔다.

“색마와 그… 유사 음양합일이라고 해야하나? 그걸 하고 난 뒤에 양유맥이 뚫렸다.”
“… 응.”
“그럼 그… 시발…. 한 번  하면 다른 맥도 뚫리지 않을까?”
“… 그래서?”
“… 이기기 위해서 눈 딱 감고   하지, 뭐.”
“후후후, 령 매.”
“뭐?”
“좋았어?”
“이…!”

독고령이 백리소현의 말에 반발하며 뒤돌아섰다.

“… 야. 너는 정말 그게 막… 기분이 좋더냐?”
“… 응?  좋았어?”
“안 좋았어, 새끼야.”
“… 이상하네에.”

백리소현이 자신의 하단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 여기가 막 쿵쿵 뛰지 않아?”
“뭐…?”
“빨리… 양물을 원한다고 쿵쿵 뛰는 게  느껴졌어?”
“!!”


 말을 듣는 순간, 독고령의 하단전이    욱씬거렸다.


그 기이한 감각을 숨기기 위해 독고진은 악을 질렀다.

“미…. 미친 년아!”
“…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백리소현이 독고령을 껴안으며 말했다.


“솔직해지면… 엄청 기분 좋을텐데.”
“으… 음탕한 계집 같으니라고! 저리 꺼져!”
“히잉….”
“계집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 하….”


독고령은 뭐라 말해야할지 모를 답답함에 결국 포기하고,  뒤돌아섰다.


다시 색마와 은관영이 있을 객잔이 가까워질수록 독고령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양물을? 그… 그 곳에다 쳐박는다고?’


기껏해야 손으로 조금만  흔들어주면 알아서 기맥이 뚫릴 줄 알았다.


독고령이 조금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던 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색마는 독고령의 처녀를 원했고, 그 말은 언젠가 그 양물을 자신의  곳에….

“으아아악!!!”


독고령이 갑자기 멈춰서고는 머리를 막 쥐어뜯었다.

어느새 색마와 은관영이 머물고있는 객잔 앞에 도착했음에도 들어가질 못 했다.


“시발…. 시발…! 시발!!!”
“… 령 매. 조금 진정….”
“캬아아아악!!!”
“…”

독고령이 점점 사람의 말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 백리소현은 애잔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관영이한테 많이 당했나?’


은관영이 위일청을 얼마나 아끼고, 존경하고, 신성시하는지 알고 있기에 백리소현은 언젠가 독고령과 은관영이 부딪히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독고령이 저렇게 광증 걸린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할 무렵.

“… 가자! 준비됐어.”
“… 응?”
“주… 준비 됐다고! 가자고!!”


독고령이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이를 악 다물고 말했다.

“… 응, 히힛.”
“왜… 왜 웃어!”
“… 귀여워, 히힛.”
“미… 미친 년.”
“빨리 가서 우리도 끼워달라고 하자. 관영이가  싫어하려나?”
“무… 무슨?”
“가보면 알아, 히힛.”

백리소현의 손을 잡고 독고령은 객잔으로 들어섰다.


혹시나 저번처럼 색마가 한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와중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서 기감을 잔뜩 올려 그가 있는 방에 귀를 기울였다.

‘… 소리는 안 나는군. 자는건가?’


하긴 내내 혼자서 추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신경쓰며 왔다갔다 했으니 피곤할 것이라 생각하며 독고령은 2층으로 올라갔다.

“… 너는  그 표정이냐?”
“… 응?”
“… 아니다.”

백리소현이 계속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위일청과 지금부터 할 일들로 머리가 가득차서  주의를 기울이지 못 했다.

“… 후우.”

위일청의 처소 앞에 서자, 독고령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았다.

‘이건 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야…, 나는 그냥 강해지기 위해서  거다…. 그래, 시발. 영물의 내단을 훔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독고령이 몇 번이고 마음의 다짐을 한 뒤, 위일청의 처소 문을 확 열어재꼈다.

“어이, 색마! 나랑…”
“아흑! 흐으읏…! 오빠아…, 저 죽어요옷…!!”


찔꺽. 찔꺽.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처소 내의 잔뜩 달궈진 공기였다.

그리고 보인 것은 위일청에게 등을 보인 채, 그의 위에 올라타서 두 다리를 벌리고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나신의 은관영이 보였다.


“미… 미친 년아!”
“하으읏…! 흐아앙!!”


은관영은 눈이 풀린 채, 혀를 길게 내빼고는, 침까지 질질 흘리며 위일청의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은관영의 팔을 위일청은 뒤에서 붙잡아 그녀의 허리를 활처럼 휘게 만들었다.

“하아앙…! 흐읏…! 오빠아…! 빠알리이…! 흐읏!!”

무엇보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그녀의 내부를 들락날락하는 위일청의 양물이었다.

은관영이 다리를 벌리고 있었기에 오히려 들락날락하는   잘 보였다.

찔꺽. 찔꺽.

애액이 마찰하며 내는 음탕한 소리와 함께 독고령이 잠시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위일청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 백리 소저와 독고 소저도 오셨습니까?”
“… 응. 령 매가 할 말이…”
“아냐!!  간다!! 미안하다!!!”
“령….”

백리소현이 말리기도 전에 독고령이 객잔의 2층에서 바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순간 그녀가 위험할까 싶어서 백리소현이 걱정했으나, 독고령은 조용하게 바닥에 착지하여 그대로 객잔 밖으로 내달렸다.

‘… 내공 쓰게 되니깐 바로바로 활용도 하네.’

멀어지는 독고령을 보다, 다시 객실 안을 쳐다보았다.

“하으읏…. 소현 언니도… 같이 하시려고요오?”
“… 나는 내일 하면 되니깐. 오늘은  매한테 양보할게.”
“녜… 녜헤…. 흐읏…!”


위일청과 마주보는 자세로 바꾸어 다시 허리를 움직이는 은관영을 보며 백리소현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

‘… 관영이는 교성이 워낙 크니  오라버니가 매번 기막을 쳐둔다고 얘기해줄걸 그랬나?’

문을 여는 순간, 귀까지 빨개진 독고령의 뒷모습을 떠올리자 백리소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후훗….”


독고령의 반응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워서 매번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이게 가족이 생긴 느낌이려나.’


관영이는 여동생이지만, 여동생 같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에 가까웠다.


하지만  매는 어딘지 여동생 같았다.

‘… 나도 다시 나가봐야겠네.’

 있다가는 관영이의 시간을 뺐고, 자신 또한 위일청의 품에 안길 것만 같았다.


잠깐  것만으로도 속곳이 축축해졌다.

‘령 매는 어디 있을까? 후훗.’


숨바꼭질이라 생각하며 백리소현이 객잔 밖으로 나섰다.

*

바닷가로 다가가자, 백리소현은 금세 시끄러운 소리를 눈치챘다.


“아잇, 시발! 배가 하나도 없다고?!”
“… 거 어린 소저가 참 괄괄하구만.”
“그냥  띄우면 안 됩니까?”
“거 참. 그러다가 배가 뒤집어지지. 거 바다로 나가는 배는 무조건 커야 돼. 뭘 모르는구만….”
“하아….”


어깨가  늘어져 걸어오던 독고령이 백리소현을 발견했다.


“… 언제 왔냐, 둔치?”
“방금 막. 후훗…,  매는 참 목청이 커.”
“… 고맙다. 칭찬으로 들으마.”
“히힛.”

백리소현이 또 다시 그녀를 껴안으려고 들자, 독고령이 몸을 비틀어 그녀의 팔을 피했다.

“콱 씨, 좀 봐주니깐 금세 껴안으려고 그러고.”
“… 안기면 좋은  가르쳐줄게.”
“또 뭐?”
“진짜로….”
“…”

독고령은 미심쩍은 눈으로 백리소현을 노려보았다.

‘아이씨…, 왠지 둔치한테 놀아나는 거 같단 말이지.’

찝찝한 마음에도 독고령은 결국 백리소현에게 속아넘어가기로 결심했다.


“… 자.”
“히힛, 착하다. 우리  매.”
“지랄한다. 좋은 거 아니면 가만히 안 놔둔다.”
“…히히히, 령 매~.”
“…”

백리소현의 거대한 가슴에 독고령의 얼굴이 파묻혔다.

‘… 쓸데없이 크구만, 진짜.’


그녀의 거대한 가슴은 푹신푹신하여 기분이 좋긴 하였으나, 무인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방해되는 살덩어리란 생각이 들었다.

‘… 이런 거대한 것을 두고 용케도 검을 휘두르는군.’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를 하며, 백리소현의 포옹이 끝나기를 독고령은 기다렸다.

“하아…, 령 매는 어떻게 이렇게 보드랍지?”
“뭔 소리야?”
“… 너무 부러워.”
“됐고. 좋은 거 얘기해 봐.”
“… 관영이한테 이기고 싶지?”
“…”

확실히 좋은 얘기였다.

“… 너 걔보다 약하지 않아?”
“응…. 관영이가 너무 강한거지.”
“근데? 더 약한 무인이 자신보다 강자에게 이길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을 내가 어떻게 믿냐?”
“관영이가 약해지는 시간을 알고 있거든.”
“… 말해봐.”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귀에 입을 가까이대고 속삭였다.

“관영이는 위 오라버니랑 음양교합 후에 가장 약해져.”
“… 야!”
“… 진짠데….”
“…”


백리소현의 말을 듣고, 독고령이 얼굴을 찌푸렸다.

“… 비겁한 수잖아. 정정당당하지 못해.”
“… 그럼 정정당당하게 관영이보다 세질 때까지 기다리게?”
“차라리  쪽이….”
“그러면 그냥 위 오라버니에게 안기는 건 어때?”
“미… 미친 년아!”

독고령이 얼굴을 붉히며 그녀에게 화를 냈다.

“내… 내가 색마한테  안겨!”
“아니…, 어차피 령 매는 위 오라버니에게 처녀를 바치기로 했잖아. 조금 이른 시기에 바친다고 뭐가 달라져?”
“그… 그건….”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뺨에 손을 올렸다.

“… 위 오라버니랑 조금만 밤을 같이 보내면… 금세 절맥도 나을거야.”
“그…!”
“게다가… 엄청 기분 좋다?”
“무… 무슨…!”
“위 오라버니에게 그냥 눈을 감고 몸을 맡기면….”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귀를 입술로 살짝 깨물었다.

“꺄항!”


갑자기 귀를 깨무는 부드러운 감촉에 놀란 독고령이 교성을 뱉었다.

“후훗…, 령 매는 참 귀여워.”
“으… 음탕한 계집 같으니라고! 색마랑 같이 다니니 그 꼬락서니가 되었구나!”
“히힛…. 아무튼… 관영이랑 잘 해결되길 바랄게, 령 매.”
“…”

백리소현이 독고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감촉이 기분 좋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빠 독고령은 억지로 손을 움직여 백리소현의 손을 쳐냈다.


“콱 씨…. 자꾸 애 취급할래?”
“히힛…, 령 매가 너무 귀여워서 그만. 미안해.”
“이게 진짜….”
“아무튼… 지금쯤이면 관영이도 숙소로 돌아왔을 테니깐 가보는  어때, 령 매?”
“…”


독고령은 잠시 그녀의 말을 듣고 고민했다.


솔직히 은관영에게 한 대 먹이지 않는 이상, 지금의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적이 약해진 틈을 노려 습격하는 것이 맞는건가?


‘… 잠깐.’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독고령이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 어차피 나는 약자다. 약자가 강자에게 덤비는 데 오히려 시기를  따지는  더 이상하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 강자였기에 잠시 잊고 살았지만,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약자로 보냈다.


무공을 배운  없는 화전민.


거대문파에 홀로 대항하던 무인.

그게 광마 독고진이었다.


‘… 은관영을 친다.’


상대가 약해져있을 때 습격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싸움의 정석이다.


아무튼 이기기만 하면 뭐가 문제인가.


생각을 정리한 독고령은 개운해진 표정으로 백리소현에게 말했다.

“둔치, 안내해라.”
“… 응?”
“객잔으로. 은관영을 조져야겠다.”
“후훗…, 알았어. 너무 격하게 싸우지는 말고?”
“…”

마치 애들의 싸움을 다루는 어머니 같은 말투로 얘기하는 백리소현을 보며 독고령은 속으로 또 하나의 다짐을 했다.

‘… 얘도 날 잡아서 좀 잡아야 하나?’

요즘 것들은 예의가 없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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