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3장. 파저강 - (2) (18/225)



〈 18화 〉3장. 파저강 - (2)

객잔에 남은 위일청과 백리소현은 고전 중이었다.

“죽어라!”

달려드는 모용세가의 무인들을 베어나가며 그 와중에도 위일청은 계속하여 노순평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다른 무인들은 다 그저 그런 무인들이다. 허나 두 명은 조심해야겠군.’


하나는 노순평이며, 다른 하나는 모용준이었다.

모용준은 백리소현이 맡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리 좋은 상황처럼 보이진 않았다.

“천한 년이!”
“…흐윽!”

모용준은 시종일관 백리소현을 압도하고 있었다.

어느새 벽까지 몰린 백리소현을 보고, 모용준이 크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죽엇!!”
“백리 소저!!”


촤악!

 순간 검이 백리소현을 갈라놓는 줄 알았으나, 다행히도 그녀는 재빨리 몸을 숙이고는 몸을 굴러 벽에서 나왔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계집답구나!”
“… 시끄러워….”
“그 입을 반드시 찢어주마!!”

모용준이 다시 백리소현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며 위일청이 그녀에게 가세하려던 순간, 옆에서 날카로운 검기가 날아왔다.

“어딜!”
“크윽…!”
“노부를 앞에 두고 눈을 팔 정도로 여유로웠나보군.”

노순평이 검을 휘두르며 위일청에게 달려들었다.

“모용세가의 무인들은 2공자를 돕거라! 나는 이 놈을 상대하고 있겠다!”
“”존명!!””

 약해보이는 백리소현에게 가세하는 것을 보고, 위일청은 이를 악물었다.


“… 비겁하게 무인이 일 대 다수의 전투를 하려고 합니까! 그것도 더 약한 이에게!”
“비겁?!”


챙!

노순평이 칼을 휘두르고 거리를 벌렸다.


“비겁이 아니라 전략이지. 약한 축을 먼저 무너뜨리는  기본 아니겠나?”
“…”
“나는 그저 자네를 붙잡아두기만 하면 되지. 어차피 세력도 없이 혼자인 자네와 모용세가 전체를 등에 업은 나. 누가 이길지는 너무 명약관화하지 않나?”
“… 그래서 광마 어르신 한 분에게 지신겁니다.”
“말…! 을… 조금 조심히 하는 게 좋겠군, 자네.”
“적어도 광마 어르신이 훨씬 무인답군요. 홀로 모용세가에 뛰어드셨으니 말입니다.”
“격장지계라도 펼칠 셈인가 본데 소용없네. 광마 따위야 언제든지…”
“그거 아십니까?”


위일청이 말을 끊고는 자신의 양물을 손가락을 들어 가르켰다.

“저는 정력이 뛰어나서 소변도 많이 봅니다. 모용세가의 작은 현판을  적시기에 충분하겠군요.”
“…”


노순평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광마가 모용세가를 박살내놓고, 그 현판에 오줌을 싸놓은 일화에 빗대어 자신을 도발하자 결국 분노를 참지 못 한 노순평은 핏발 선 눈으로 위일청에게 달려들었다.

“찢어죽여주마!!!”

다시 달려드는 노순평을 보면서도 위일청의 눈은 그 너머로 향하고 있었다.

오른손에 잡고 있던 연검을 휘둘러 노순평의 검을 막으면서도, 다른  손으로  하나의 연검을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노순평이 당황했다.


‘숨겨둔 검이  있었나?!’

위일청이 바닥에 연검을 꽂으며 말했다.

“용사비등(龍蛇飛騰).”

먹이를 노리는 뱀이 한 번에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만든 검술.

 이름대로 바닥에 꽂힌 연검은 그대로 나아가, 노순평을 지나고, 바닥에서 다시 솟구쳐오르며 모용준의 어깨를 찔러들었다.

“크아악!”
“2공자!!”


2공자가  뒤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을 보고 노순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


“비겁한 녀석…!”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모습을 보며 위일청이 노순평을 비웃었다.

“약한 축을 먼저 쓰러뜨리는 게 전략이라고.”
“개 자식이…!”
“선배님께 많이 배우고 갑니다.”

노순평이 이성을 잃고, 위일청을 죽이러 달려드는 순간.

그가 소매에 손을 넣었다.


‘뭐지? 암기? 독? 비수?’


순간 노순평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가 꺼낸 것은 조그마한 공이였다.


위일청이 공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한 번 손을 들어 노순평에게 검을 휘둘렀다.

“호접비상(胡蝶飛上).”

초식의 이름을 듣는 순간, 노순평이 급히 몸을 멈춰섰다.


‘처음에 보여주었던 큰 참격! 받아내지 않고 피해야한다!’


“낙화(落花)”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초식이었다.


똑같이 검을 높이 빼어들어 시작하는 초식이였으나, 크게 한 번 휘둘러  만섬과는 달리 연검을 둥글게 만들어 바닥을 내리찍는 공격이었다.

노순평이 급히 뛰어올라 그 참격을 피했으나, 객잔의 바닥은 무사하지 못 했다.

“끄아악!”
“바닥이…!”
“이게 무슨…!”


바닥이 무너져내리며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아랫층으로 떨어지는  보며, 노순평이 깨달았다.


‘수를 줄이기 위함이였나…!’

그 때, 위일청이 바닥에 굴린 공이 터지며 연기가 일어났다.

“백리 소저!”
“응!”


위일청이 연검을 뻗자, 백리소현이 손을 뻗자 팔목에 연검이 감겨들었다.

그리고는 위일청이 창문 밖으로 몸을 날리며 마치 줄로 묶어 당기듯이 백리소현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왔다.

도망치는 위일청을 바라보며 노순평이 내력을 끌어올려 소리쳤다.


“색마가 도망친다!! 쫓아라!!”
“”존명!!””

노순평 또한 위일청을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2공자 모용준이었다.


“2공자! 괜찮소?!”
“크윽…. 비겁한 수를….”
“일단 지혈부터 하시오. 무인  명은 남아서 2공자 님을 모셔라!”
“외숙부.”

모용준이 노순평의 팔을 붙잡고, 핏발선 눈으로 말했다.


“색마를 쫓으십쇼.”
“허나 2공자의 몸이….”
“무인에게 상처가 무슨 상관입니까! 그보다 가문의 원수를  눈앞에서 놓치실 생각입니까?!”
“…”

2공자의 말을 듣고, 노순평이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이미 어엿한 무인이 되셨구려, 2공자.”
“…”
“다음에 만날 때는 선물로 색마와  요망한 계집들의 목을 가져다 드리리다.”
“… 기대하겠습니다.”


어깨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 모용준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노순평이 색마가 도망친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어이, 허 마.”
“… 저는 이제 마부도 아니고 말입니까?”
“새끼야, 네가 그렇게 불러달라매.”
“저는 마부라고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소저.”
“말이 많아. 얼마나 더 가야하냐?”
“… 앞으로 1시진(2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얼마  남았군.”

겉으로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독고령은 속으로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허관영은 자신이 말한 대로 뛰어난 경신술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 야, 허 마.”
“하아…, 예. 소저.”
“너 뭐하는 새끼냐?”
“예?”
“아무리 봐도 그냥 하오문도라고 하기엔 경신술이 너무 뛰어난데….”
“… 하오문이 무슨 집단입니까? 정보 집단 아닙니까. 경신술이랑 은잠술을 다 저만큼 합니다.”
“쓰읍…, 아닌 거 같은데.”


여러모로 수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며 독고령은 허관영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와서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허 마, 거기 가면 먹을  좀 있나? 배고픈데.”
“… 소저는 걱정도 안 되십니까?”
“걱정? 존나 되지.”
“… 근데 왜 그렇게 느긋하십니까?”
“너야말로 정보집단이란 놈이 정보가 그리 없냐.”

독고령이 허관영의 뒤통수를 보며, 먼 옛날 하오문주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신, 선, 존, 제, 왕, 군,  알지?”
“… 예.”
“노순평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
“검왕이지 않습니까….”
“색마는 내가 봤을 때, 못 해도 검제 정도 된다.”
“… 예?”
“그 새끼 내공량 무식하잖아. 내공량만 따지면 선도 노려볼껄? 색선. 크으…, 존나 여자는  따먹고 다닐 신선이구만.”
“소저께서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어떻게 알긴 내…가 아닌 내 아버지가 색마랑 붙어봤으니 알지.”
“광마 어르신이요?”
“그래, 임마.”

허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하오문에서는 모르는 얘기인데요.”
“내가 봤다니깐, 니들이 모른다고  모르는 얘기냐?”
“… 그건 아닙니다. 혹시 누가 이겼습니까?”
“당연히 광마지, 새꺄.”
“… 근데 옥면공자는 살아있지 않습니까?”
“새꺄, 광마라고  죽이고 다니냐? 엉?!”

독고령이 허관영의 뒤통수를 찰싹찰싹 때렸다.


그러자 갑자기 허관영이 멈춰섰다.

“어…? 삐졌냐?”
“소저, 목소리를 낮추십쇼.”
“… 응?”
“뭔가 이상합니다.”
“…”

갑자기 허관영이 목소리를 낮추고, 몸을 숙이자 독고령이 그의 등에서 내려섰다.

눈을 감고 기감을 집중하자 근처에 걸리는 것은 새 뿐이었다.

“… 아무것도 없는데?”
“… 그게 아닙니다.”

허관영이 손을 들어 가리켰다.

“저기 보이십니까?”
“… 그냥 마을인데?”
“하지만 불이 다 꺼져있군요.”
“그게 왜? 밤에  자는 거 아니야?”
“… 객잔 1층마저 불을 꺼놓진 않겠지요.”
“아….”

확실히 한밤 중에 도착한 손님을 받기 위해 객잔의 1층은 항상 등을 켜둔다.

헌데 객잔의 1층마저 불이 꺼져 있는 것은 뭔가 이상했다.


“객잔이 쉬는 날이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겠군.”
“… 예. 이런 시기에 우연일 리가 없죠.”

허관영이 다시 몸을 숙이자, 독고령이 그 위에 올라탔다.


“소저, 생각보다 포위망이 넓습니다. 조금 돌아서 가야겠군요.”
“… 그래. 약속 장소는 안전한  맞지?”
“아마도요. 저희 하오문이 임무 중에 쓰는 거처이니 안전할 겁니다.”
“… 그렇다면 다행인데 말이지.”

이런 때는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게 광마 독고진의 인생이었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소저.”
“그래. 나도 신경써서 주변을 살펴볼테니깐, 혹시 뭐 걸리는 게 있으면 너도 멈춰서고.”
“… 예.”

그렇게 허관영과 독고령은 다시 위일청과 만나기로  장소로 향했다.

아까보다 훨씬 느리고, 신중하게.



“… 시발. 이럴 줄 알았지.”


파저강에 도착한 독고령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마어마한 수의 무인들이었다.

입고 있는 무복을 보아하니 모용세가의 무인들이었다.


‘… 미치겠네, 어쩌지?’

뒤에서는 추격대, 앞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무인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나 한창 고민 중이던 독고령과 달리 허관영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소저, 이거 기회입니다.”
“… 응?”
“저들을 보십쇼. 무복이 깔끔하고, 병장기도 깨끗합니다.”
“… 그게 왜?”
“객잔에서 만난 이들과 다른 무리입니다.”
“그렇겠지. 모용세가에서 보낸 충원 병력 아니야?”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허관영이 말했다.

“전서구를 보냈더라도 요녕에 있는 모용세가의 본가까지 당도하려면 2일입니다. 이 짧은 시간 내에 벌써 도착하여 무인들이 추가적으로 와있을 수가 없습니다.”
“… 그럼?”
“저들은 아마도 흑룡성에서 복귀하는 모용세가의 무인들을 마중나온 자들 아니겠습니까?”
“음….”

일리가 있었다.


모용세가는 정기적으로 흑룡성과 길림성에 무인들을 보내 주변의 오랑캐들을 정리하며 자신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마 이번에 노순평과 2공자 또한 그 원정을 다녀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이렇게 미리 마중나와있는 것도 이해할만 했다.


“… 근데 그런다고 달라지냐?”
“달라지죠.”

노순평이 배낭에서 천을 하나 꺼내더니, 갑자기 손을 들이밀었다.

“시발, 뭐 하냐?”
“… 소저의 머리카락을 자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뭐?”
“무림맹의 척살령이 떨어졌으니 아마 소저의 용모파기에 관해도 어느 정도 돌았겠죠. 헌데 그 중에서 제일 요란한 게 뭐겠습니까? 소저의 머리카락입니다.”
“… 하긴. 지랄 맞은 붉은 색이군.”
“반대로 머리카락만 가리면, 소저는 그냥 아가씨입니다.”
“… 이게 정말 통할까?”
“안 통하면 소저 등에 업고 강을 건너야죠. 저 수상비 할 줄 압니다.”
“…”


수상비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독고령이 미심쩍은 눈으로 허관영을 쳐다보았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를 알고 있어야만   같단 말이지.”
“무슨 소리십니까?”
“분명 하오문에서 제법 위치가 있는 놈인 거 같은데….”
“그런 놈이 소저의 말 역할을 합니까? 아무튼 빨리 이리오십쇼. 머리를 숨기게.”
“… 그래.”

허관영이 독고령의 머리카락을 천으로 묶어, 마치 화전민의 평범한 아낙네처럼 꾸몄다.

“… 얼굴에 흙도  바르지요. 미모가 너무 고우십니다.”
“지랄났다. 내가 바를게 새끼야.”
“아잇! 그렇게 말고요.”

허관영이 독고령의 위장을  끝낸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그냥 평민이군요.”
“야, 들키면 바로 네 등에 업힌다.”
“예, 저만 믿으시죠.”

허관영이 씨익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강가를 두리번거리고 있던 모용세가의 무인이 허관영을 마주쳤다.

“아이고, 나리….”
“이 놈!”

무인은 허관영의 예상과 달리 바로 칼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독고령이 눈을 질끈 감았다.


‘허관영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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