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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2장. 색마지약 - (2) (10/225)



〈 10화 〉2장. 색마지약 - (2)

백리소현이 옷을 벗자, 독고령은 멍하니 그녀의 나신을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봤을 때의 멍한 그녀가 아닌 뭔가 다른 요염함이 있었다.

거대한 가슴임에도 그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며, 그러면서도 여성 특유의 선이 가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독고령은 여체의 신비를 다시금 느꼈다.

“… 같이 씻어도 되지?”


그렇게 말하는 백리소현의 다리 사이로 백탁의 액체가 실지어 늘어졌다.

독고령은 그게 어떤 액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같이 씻자고?”
“… 응.”


백리소현이 바가지로 물을 퍼서 자신의 몸에 퍼붓고는 이내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욕조는 비좁아서 백리소현과 독고령의 두 다리가 서로 맞닿는 광경이 되었고, 자연스레 벌어진 다리 사이로 독고령이 백리소현의 비부를 보게 되었다.


그녀의 갈라진 틈 사이로 희멀건한 액체가 살짝 묻어있었다.


독고령은 차마 시선을 떼지 못 하고 그 곳을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백리소현의 손이 나타나 여성기를 가렸다.

“…”
“… 너무 쳐다보지 마.”
“ㅁ… 뭐?! 뭘? 내가 뭘 봤다고.”
“…   곳.”
“하… 하문(下門)을 내가 언제 쳐다봤다고!”
“… 시선이 거기에 꽂혀있던데?”
“…”


독고령은  말을 잃었다.


남자의 몸이던 시절  한 번도 구경해  적이 없는 여성기였기에 더욱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 독고 소저.”
“응?”
“… 예쁘다.”
“ㅁ… 무슨 말을 하는게냐!”
“… 독고 소저도 봤으니깐, 나도 봤어.”
“!!”

독고령이 당황하여 다리를 접으려하자, 백리소현이 그 틈으로 다리를 집어넣어 그녀가 다리를 오므리지  하게 막아섰다.


“… 위 오라버니가 좋아할 거 같아. 예쁜 연분홍….”
“다… 닥쳐라! 이 음탕한 계집 같으니라고!”
“… 위 오라버니는 그런 여자가 좋다던데.”
“시발,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독고령이 욕조에서 빠져나가려던 순간, 백리소현이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그녀의 거대한  가슴 사이로 독고령의 뒤통수가 파묻혔다.

“후후…, 독고 소저는 몸이  예뻐.”
“이… 놔랏!”


독고령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백리소현의 가는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몸을 타고 내려갔다.


목을 지난 손가락은 쇄골을 훑으며 가슴께로 내려갔고, 부풀어오른 독고령의 가슴 중심 부분인 젖꼭지를 건드린 순간.


“흐읏…!”

독고령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떨며 여성의 가녀린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헙…!”

순간 당황하여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으나, 이미 욕조 내에 그녀의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후후…, 독고 소저는 우는 소리도 귀엽구나.”
“그… 그만하래도!”
“아아…, 위 오라버니는 이래서 자주 나를 괴롭히는거구나….”
“미… 미친년아!”

독고령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단순히 욕조의 열기가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 때문에 몸 내부에서부터 체온이 들끓는듯 했다.

그리고 독고령이 느끼는 또 하나 이상한 감각은 아까부터 다리 사이가 간질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나… 나는 이만 나갈테니 둔치 너는 천천히….”
“언니.”
“… 뭐?”
“소현 언니… 라고 불러줘. 나도  매라고 부르게.”
“…”
“… 그러면 놓아줄게. 령 매.”
“ㅅ… 소현….”


백리소현의 말을 들은 들은 독고령이 천천히 입을 열려던 순간.

“… 어?”


독고령이 허물어지듯이 쓰러졌다.


“…”


그녀는 결국 수치심과 욕조의 열기를 참지 못 하고 현기증으로 쓰러졌다.

*


기분 좋은 바람이 일정하게 자신의 이마께에 불어오자, 독고령은 눈을 떴다.

“…”
“… 아. 일어났어,  매?”
“시발…, 나 쓰러졌냐?”
“… 응.  오라버니가 현기증이래….”
“하아…,  같은 몸.”

현기증이라니.

사흘  낮을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으며 싸워도 끄떡없던 예전의 몸이 그리워졌다.


“… 미안해, 령 매.”
“뭐?”
“… 령 매한테 너무 강한 자극을 줬나 봐….”
“아악! 그… 시발, 얘기하지 마.”


독고령이 욕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자, 다시금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머리카락만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 백리소현은 더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 미안. 앞으로는 덜 놀릴게.”
“시발년아! 아예 놀리지 마!”
“… 시원해?”
“말 돌리지 말고!”


독고령이 다시 울화가 치밀어오를 즈음, 객실의 문이 열렸다.


“오, 독고 소저. 일어나셨군요. 자주 쓰러지십니다?”
“… 시발놈이. 비꼬냐?”
“… 걱정한 겁니다. 사람의 호의를  삐뚤게 보지마십쇼.”
“시발….”
“아무튼 일어나셨으니 다행입니다. 슬슬 이동하시죠.”
“… 벌써?”
“뇌음사까지 얼마나 먼데요. 몸이 불편한 독고 소저를 위해 마차를 준비해놨으니 일단 이동하면서 얘기하시죠.”

그리고는 위일청이 독고령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 뭐야, 이건?”
“탕약입니다. 기가 허하신 거 같아서 하나 챙겨왔습니다.”
“하, 시발. 내가 이런거나 먹어야하는 상황이라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은 뭐든 아쉬운 상황이었다.

독고령이 별 생각없이 탕약을 쭉 들이키자, 위일청의 눈이 빛났다.

‘… 생각보다 주는 것들은 가리지 않는군.’


다음에 조금씩, 독고령의 치료를 위해 미혼약이라도 섞어야겠다 다짐하며 위일청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시죠. 부축해드리겠습니다.”


탁.


“좆까, 그 정도로 병신은 아니야.”
“… 호의를 좀 호의로…”
“닥쳐, 좀.”
“하아….”


독고령이 아득바득 우기며 혼자 일어났다.


“… 어?”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녀가 자신의 옷을  번 휙 둘러보았다.


녹색의 옷을 한 여성복이었다.

‘어쩐지 하반신이 허하더라니….’


독고령이 사나운 눈길로 위일청을 노려봤다.

“… 네가 입혔냐?”
“저는 벗기는  더 잘합니다.”
“시발 새끼, 둔치가 했어?”
“… 소현 언니.”
“그아아아악!!!!!”

독고령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작했다.


“이 시발!! 근처에 있는 두 새끼 다 미친 새끼들이야!!! 으아아아!!!!”

독고령이 끓어오르는 울화와 함께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오히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위일청과 백리소현의 당혹감이 더 컸다.


‘… 제일 미치신 분은 독고 소저 같은데….’


하지만 굳이 아무도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녀가 또 어떤 식으로 발작할지 몰랐기에.




마차에 올라탄 뒤, 백리소현은 피곤한지 내내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무릎 베개를 해준 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위일청을 보며 독고령이 입을 열었다.

“… 야, 색마.”
“예, 독고 소저.”
“너 위씨 세가랬지?”
“… 예, 그렇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부모님 욕은 좀….”
“에잇, 시발. 내가 욕을 해도 패륜과 관련된 욕은 잘 안 해, 이 새끼야.”
“… 물어보시죠.”


독고령이 마차의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 너 좀 잘 사는 집안이었냐? 위씨 세가가 그렇다는 말은 못 들어본 거 같은데.”
“저희 집안은 그냥 작은 문파입니다.”
“근데 이런 마차를 어디서 가져왔냐?”
“그거야 하오문이죠.”
“?”
“?”

독고령이 이해를  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위일청 또한 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발, 좀 따라하지 마.”
“… 이해가 안 가서 그럽니다.”
“아니, 시발. 네가 하오문이랑 무슨 상관… 아!”

그 때서야 독고령은 과거 자신이 들었던 하오문주의 소문이 떠올랐다.

“너! 설마… 네가 그…?”
“… 예, 강호 초출이 하오문주와 하룻밤을 보낸… 그거 저 맞습니다.”
“네가 진짜 그 은여우를 따먹었어?!”
“… 소저, 그런 상스러운 말은 조금 목소리를 낮춰서….”
“아니, 시발.  소문이 진짜였다고?!”
“하아….”


위일청은  이상 독고령에게 말로 지적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야…, 시발. 너 진짜 대단하다? 그 여우년이랑… 하.”
“… 부끄러운 젊은 날의 치기였습니다.”
“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

독고령은 연신 감탄을 감추지 못 했다.

그가 과거 광마 독고진이던 시절, 무림에 관한 정보는 크게 귀 기울여 듣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무림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라면 항상 그의 귀에까지 찾아왔다.


그 중에서는 동네 이야기꾼들의 헛소리에 불과한 이야기들도 많았는데, 그 중 제일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 바로 하오문주와 관련된 소문이었다.

강호 무림에서 가장 음습하고, 조용하며, 조심해야할 문파인 하오문.

기녀, 마부, 점소이, 도둑 등 가장 밑바닥 인생들만 모아서 설립한 정보 문파지만, 천재적인 하오문주의 지략으로 그 거대한 개방과 강호제일의 정보 문파를 다투는 것이 하오문이였다.

독고진 또한  번 하오문의 힘을 빌려 정보를 산 적이 있었고, 개중에는 하오문주가 직접 정보를 전달해준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하오문주가 이제  강호초출의 애송이와 하룻밤을 보냈다가 그 젊은 놈의 정력을 잊지 못 해 문파의 전력을 동원해 그를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광마는 친히 그 헛소리를 내뱉은 사파 잡졸 놈의 턱주가리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색마 위일청일 줄이야.


“이야…,  진짜. 내가 앞으로  대협이라고 불러주마! 내가 인정한다!”
“… 감사합니다.”
“크으…. 미친 놈. 진짜 광마가 여기 따로 있었네.”

독고령이 박수까지 치며 웃어재끼자, 위일청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

더 이상 얘기를 하게 놔뒀다가는 하오문주에 대해서   며칠을 떠들지 감도 잡히지 않았기에.


“광마라고 하니 떠오른 건데 소저. 혹시 수라나찰도법을 익히셨습니까?”
“뭐?”
“…”

방금까지 능글맞게 웃으며 감탄하던 독고령은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에 냉혹함만이 맴돌았다.

“… 네가 그걸  물어?”
“죄송합니다. 소저가 장원에서 검술을 연마한 흔적을 보았습니다.”
“아…, 시발.”

장원에 남은 수련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돌아왔음을 깨닫자, 독고령이 자신의 멍청함을 탄식하며 이마를 쳤다.

위일청 정도의 고수라면 남아있는 흔적만으로도 대충 어떤 무공인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고, 아무리 연검으로 펼쳤다 한들 도법의 기본인 중(重)과 쾌(快)의 묘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거지?”
“먼저 다른 무인의 무공을 멋대로  본  사죄드립니다.”
“흔적을 안 지운 내가 병신이지.”
“괘념치 않으시니 다행이군요.”

위일청이 싱긋 웃고는, 다시 표정을 굳혔다.


“소저, 연검은 쾌검엔 어울릴지언정, 중검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알아.”
“그럼 다른 수라도 있으십니까?”
“… 그걸 왜 네가 신경쓰지?”
“저와 같이 여행을 하다보면 소저께서 지난 번처럼 또 변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호신을 목적으로 검술 정도는 익혀두는 게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

위일청의 숨은 말뜻을 알아차리자, 독고령은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마디로 검술을 가르쳐주겠단 얘기였다.

“무슨 검법?”
“… 아무래도 변(變)검이나 환(幻)검이 좋겠지만, 보통  쪽은 무리가 어려워서 소저께는 힘들거 같습니다.”
“무리를 이해하는  상관없는데 체력이  돼.”
“예?”
“손목으로 변화를 줘서 적을 현혹시켜야하는데 내가 시발 그런 체력이 안 된다고.”
“… 무에 대해서 생각보다 해박하시군요.”
“하!”

위일청의 말을 들은 독고령은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내가  새끼야, 너보다 도를 휘둘러도  백년은 더 휘둘렀는데 그걸 모르겠냐?’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낼  없는 말이었지만, 독고령은 내심 위일청에게 한 방 먹였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 그럼 소저께서는 혹시 생각해두신 검법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광마 어르신에게 따로 뭐라도 배우셨거나….”
“없어. 다만, 아무래도 검을 쓰다보니깐 찌르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지.”
“찌르기라….”
“어차피 내가 체력이 존나 쓰레기 같아서 장기전은 불가능하고, 단기결전으로 일격필살의 찌르기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검법이 어디 세상에 흔하나.”
“…”


독고령의 말을 듣고, 위일청의 얼굴이 굳었다.

“… 제가 아는 검법과 특징이 같군요.”
“그럼 입 다물어. 둔치가 일어났다.”
“…”

독고령이 말을 꺼내는 순간, 백리소현이 눈을 떴다.

“… 언제부터 알았어?”
“자는 사람은 호흡부터 달라, 둔치야.”
“… 소현 언니.”
“아, 시발. 몰라. 여튼 검법은 내가 알아서…”
“… 가르쳐줄까?”

백리소현의 말을 듣자, 독고령의 몸이 굳었다.

“…사일검법(射日劍法). 점창파의 독문무공…, 령 매한테 가르쳐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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