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화
크리스 박사는 파이널 칠들런들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파이널 칠드런들은 너무나 강했다.
특히 1번과 2번은 마음 먹으면 단신으로 세계를 멸망 시키는 것도 가능할 정도였다.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고심 끝에 크리스 박사는 생각했다.
독은 독으로 제압하는 법.
기존의 파이널 칠드런 보다 훨씬 더 강한 최후의 파이널 칠드런을 만든다.
그리고 그 아이를 이용해서 세계에 남아 있는 모든 파이널 칠드런들을 제거한다.
진정한 마지막 아이.
그게 바로 박민재였다.
“그래서···. 그래서 나에게는 전생의 기억이 없었던 건가?”
“그래. 있을 리가 없지. 참고로 너를 만들고 성모를 너에게 맡긴 것도 나다.”
“··················.”
분하게도 그것 하나는 감사할 일이었다.
“잠깐···. 그런데 성모는··· 시아는 어떻게 네 손에 들어간 거지? 성모에 대한 가드는 완벽했을 텐데?”
“그래···. 그랬지.”
파이널 칠드런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성모였다.
그래서 상위 네 명은 번갈아 가면서 전생을 미루고 성모를 지켰다.
그리고 마침 크리스 박사가 찾아갔을 때 성모를 지키고 있던 남자는 NO.3.
바로 대한민국의 유력의 양승모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크리스 박사는 양승모를 설득했다.
그리고 그는 크리스 박사의 사상에 승복하고 협력 하기로 한 것이었다.
“···역시 너도 파이널 칠드런이었나?”
“·············.”
침묵하는 양승모였지만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대화의 흐름상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민재 너에게는 모든 파이널 칠드런들 중에도 최강의 능력인 소멸의 권능을 내렸지. 보통은 죽음을 각오하고 자폭 할 때만 발현하는 능력이지만···. 넌 그걸 통상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그랬던 건가····?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다른 파이널 칠드런들 과의 싸움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다만?”
내 말에 크리스 박사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생을 계속하면서 파이널 칠드런들이 독자적인 진화를 계속 했으니···. 내가 최후에 만든 너라고 해도 고전은 했을 테지.”
“··············.‘
고전? 속 편한 소리 하고 있군.
제이 도미니스하고 제 실력으로 싸웠으면 절대 못 이겼을 것이다.
크리스 박사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징글 맞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제·· 이제야. 모든게 끝이 났다. 이제 너도 쉬어도 된다는 얘기다.”
“·······그게 무슨 말이지? 아니 그보다····. 시아까지 써서 날 부른 이유가 뭐냐?”
내 말에 크리스 박사는 피식 웃으면서 품에서 리모컨을 꺼내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지하에서 기계음이 들리면서 커다란 캡슐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캡슐 안에는····.
“시아야~!!!”
“아~. 들어가지 마라. 위험하니까 말이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성모의 능력을 이용해서 전 인류의 족쇄를 풀려는 거다.”
“····전 인류의 족쇄?”
“그렇다. 기뻐해라. 성모의 능력을 사용하면 전 인류는 100년 안에 남녀의 성비가 제 자리를 찾아 갈 것이다.”
“···········뭐라고?”
그건···. 그건 확실히 놀라운 일이었다.
잘만 하면 정말로 전 세계의 모든 분쟁이 해결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그 기계를 써서 어떻게 세계의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거지? 그리고···. 그걸 쓰면 시아는 어떻게 되지?”
내 말에 크리스 박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모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자만을 출산 할 수 있는 유전 형질을 가진 여성이다. 그녀의 유전자를 바이러스 형태로 배양해서 전 세계에 퍼트리면 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
“훗, 그래. 거짓말은 하지 않으마. 성모는 죽는다.”
퍽!!!!
있는 힘껏 휘두른 내 주먹을 막은 것은 유력의 양승모였다.
이를 갈고 있는 나를 보고 크리스 박사는 말했다.
“너무 화 내는 구나. 성모를 사랑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이 정도였느냐? 너의 창조주인 나에게 이빨을 들이댈 정도로?”
“엿이나 쳐 먹어.”
“후우·····. 아무래도 지금 너무 흥분한 것 같구나. 양승모.”
“옛~.”
양승모는 내 몸을 꼭 누르고 압박했다.
초능력을 쓰고 있는지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난 그 상태로 놈이 기계로 가서 스위치를 켜고 조작을 하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둬!!!! 그만 두라고 이 개자식아!!!!”
난 살면서 최대의 무력감을 느꼈다.
평생 지켜 주겠다고 다짐했는데···.
평생 함께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지금 나는 무력하게 시아가 죽는 것을 지켜 볼 수 밖에 없단 말인가?
위이이이잉.
이윽고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 기계가 돌아간다는 것은 시아의 생명이 사그라 든다는 말이다.
난 심장이 찢어지는 감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기계를 작동시킨 크리스 박사의 얼굴 표정이 변했다.
“이건···? 이럴 리가 없는데?”
그는 기계의 자판을 두드리면서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미처 그가 파악하지 못한 이레귤러가 발생한 것 같았다.
“제길··. 양승모. 일단 기계를 멈춰. 부셔도 좋다.”
“미안하지만 들어 줄 수 없는 부탁이다.”
크리스 박사의 말에 양승모는 태연하게 거절의 말을 했다.
그러자 크리스 박사가 크게 당황했다.
“····무슨 말이냐? 너 내 명령을 못 듣겠다는 거냐?”
“그래.”
“····무슨··. 장난 치지 말고 빨리 내 말을 들어. 난 너희들의 창조주다. 크리스 파슈타인이란 말이다!!!”
그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 양승모를 향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양승모는 어느세 나를 구속하던 것을 멈추고 일어서서 태연하게 얼굴을 가로 저으며 말했다.
“넌 크리스 파슈타인이라는 죄인이 아니다.”
“···············뭐?”
“아니라고 했다. 나의 아들아.”
발광하는 노인을 바라보는 양승모의 눈에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너희들을 이용하고 희롱한 나를 저주해라. 너희는 그럴 자격이 있다.”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컥····.”
당황하던 노인은 그대로 가슴에 구멍이 나서 천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남자의 심장에 구멍을 낸 것은 양승모였다.
“··················.”
난 몸을 일으켜서 양승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가···. 아니 당신이 크리스 파슈타인이군.”
“그래. 맞다.”
그는 뒤를 돌아서 나에게 얼굴을 보여줬다. 그의 얼굴은 어느새 늙은 초로의 노인으로 변해 있었고 눈에는 굵은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내가 크리스 파슈타인이다. 나의 아들아.”
“··········설명해 주실까? 이번에야 말로 전부.”
“······대부분의 말은 아까 들은게 맞다. 다만····.”
대부분의 말은 맞았지만 하나는 틀렸다.
크리스 파슈타인이 성모가 있는 곳으로 갔을 때 양승모는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크리스 박사를 죽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크리스 박사는 만에 하나 그런 사태를 대비해서 하나의 안전 장치를 가지고 갔었다.
자신의 몸을 전생체 삼아서 상대와의 몸을 바꾸는 능력.
이른바 체인지라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이용해서 양승모와 몸을 바꾼 그는 자신의 몸에 있는 양승모의 기억을 조작하고 그를 한국의 배후에서 움직이게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대한민국의 십천중에 하나이면서 비교적 조용한 위치인 10위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서 그는 한편으로는 연구를 계속했다.
만에 하나 자신의 계획이 실패 했을 때 파이널 칠드런을 제거할 수단을 갖추고자 보통 초능력자에게 세컨드 사이킥 홀을 열게 할 연구를 한 것도 그였다.
물론 지금은 죽은 원래의 양승모는 그게 자신의 연구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수십년에 걸친 끈질긴 조작이었다.
그림자는 진짜, 진짜는 실체가 없는 그림자.
크리스 박사의 마지막 보험은 이렇게 최후의 한수로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 당신이 진짜 크리스 박사라면···. 뭐가 목적이지?”
내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마 네 안에 또 다른 너라면 알 것이다.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말이다.”
“·······그 자식은 이제 안 나올거야.”
“그래···. 그럴 것 같더구나. 제이 그 아이가 너무 강했지.”
“·················.”
그는 잠시 회한에 젖은 눈동자를 하고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까 승모에게도 말했지만 너 역시 나를 저주해도 된다.”
“그 말은·····.”
“파이널 칠드런은 실패였다. 모두···· 모두 사라져야 겠지. 마지막 한 명까지····.”
그의 말에는 확고한 신념이 담겨져 있었다.
설득은 절대 불가능이다.
난 잠시 망설이다가 그에게 말했다.
“부탁이 하나만 있어. 그것만 들어주면 난 순순히 죽어 주겠어.”
“········말해 보렴.”
“시아만···. 시아 하나만 살려줘.”
내가 죽어서 시아를 살릴 수 있다면 수지 맞은 장사다.
난 그렇게 마음먹고 최후의 자비를 구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것은 들어 줄 수 없는 말이다. 세계의 성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성모의 DNA가 꼭 필요해.”
“제길·········. 제기랄·······.”
분하고···. 억울하고···.
너무나 무력한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눈물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 그가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대화 정도는 해도 괜찮겠지. 이미 기계는 작동했다. 그럼····. 3분 남짓이겠지만 남은 시간이라도 네가 가지거라.”
그는 그렇게 말하고 기계를 조작했다. 그러자 기계 안에서 시아가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0보고 말했다.
“민재씨!!!!”
“시아야!!!!!”
난 거의 기어가다 시피 허겁지겁 시아에게 달려갔다.
단단한 캡슐 때문에 시아의 체온 조차 느낄 수 없었지만 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시아야. 지금·····.”
“괜찮아요.”
“시아야···?”
지금 구해준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시아가 눈물이 글썽이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나를 만류했다.
괜찮다니? 뭐가 괜찮다는 말인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았지만····. 다 듣고 볼 수 있었어요. 민재씨···. 무리하지 마요. 전 괜찮으니까···. 무리 하지 마요.”
“····무리 할 거야. 널 구할 수만 있다면···. 그럼 뭐라도 할 거라고.”
내 말에 시아는 웃으면서····.
“항상 절 곤란하게 하네요.”
“시아야····.”
이제 시간은 없었다. 기계의 상단부에 적혀 있는 카운트 다운은 점점더 빨라져만 가는 것 같았다.
“제발···. 제발 누구라도 좋아···. 난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까 시아 만큼만····. 내가 사랑하는 여자 하나만큼만 구해 준다면···.”
그럼 내 영혼이라도 줄 수 있다.
[그 각오가 정말이라면···. 내가 힘이 될 수도 있다.]
“···넌?”
절망으로 고개를 숙였던 내가 고개를 들자 내가 있는 곳은 나의 정신세계였다.
그리고 거기는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어떻게····. 이제 힘은 못 쓰는 것 아니었나?”
[그래···. 그랬지. 그래서 지금은 내 힘이 아니라 네 힘으로 있는 거야.]
“········무슨 용건이야. 아니 그보다···. 시아를 구해줘. 부탁이야. 내 몸을 가져도 되니까.”
[네 몸은 필요 없어. 다만····. 결국 너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다.]
“··················.”
[이게 마지막이고 하니···. 나도 모든걸 알려주마. 이걸 봐라.]
============================ 작품 후기 ============================
다음화가 마지막입니다.
내일 AM 12:00 ~ 12:30 사이에 올리겠습니다.
마지막 화는 이벤트로 댓글을 남기시는 분들중 선착순 세 분을 뽑아서 제 출판작인 독한놈 미친놈 전권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뽑이신 분들은 제게 쪽지로 주소와 성함과 전화 번호를 보내 주시면 됩니다.
그럼 즐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