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시드니에서 한참을 떨어진 망망대해.
거기는 한명의 남자가 바다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는 간신히 움직이는 몸을 체크하면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쿨럭···. 이런 데미지는 처음이군. 이게 소위 말하는 부상을 당한 상태라는 건가?”
중얼거리는 그는 미하엘 알렉산도르였다.
김수경이 목숨을 바쳐서까지 숨통을 끊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간신히···.
정말로 간신히 살아남은 미하엘은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수많은 그의 인생 속에서도 기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망망대해에 해파리처럼 떠 다니고 있었다.
“큭····. 큭큭큭···. 크하하하하···.”
전신의 고통과 상처로 스며드는 바닷물을 고통 스러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살아 남았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그에게 있어서 세상에 유일한 두려움은 오로지 하나 뿐이었다.
죽음.
그것을 제외한 다른 것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쿨럭····. 한 30분 정도 있으면 회복 하겠군.”
경이력인 회복력으로 그는 몸을 치유하고 있었다.
능력이 약간만 돌아오면 일단 러시아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좀 더 완벽한 준비를 해서 호주로 돌아와서 그때야 말로 성녀를 데려가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 30분 후.
평소의 20%정도지만 급하게 몸을 추스릴 수 있었다.
“두고보자···. 이게 마지막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는 호주를 보고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때··.
“아니. 이게 마지막이야.”
그의 독백에 뜻하지 않게 들려온 대답에 미하엘은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넌····? 넌 틀림없이 한국의 십천?”
“유력의 양승모라고 하지.”
“흥? 하이에나라고 불러주마.”
미하엘은 양승모를 바라보면서 이죽 거렸다.
“············.”
“내가 지금 컨디션이 안 조하서 오래는 못 놀아 주겠다.”
“············.”
“그냥 죽어라.”
미하엘은 그렇게 말하고 슬쩍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푸른 섬광이 뻗어나가서 양승모를 죽이려했다.
그러나····.
“커억·····.”
흘러내리는 피.
구멍이 뻥 뚤린 심장.
양승모의 것이 아니었다.
“너·····. 너·····.”
“미안하군. 나 역시 너에게 설명해줄 시간은 없다.”
그렇게 말하는 양승모의 마지막 말이 미하엘의 기억에 남은 마지막 말이었다.
양승모는 그 후에 미하엘의 시신을 챙겨서 떠나면서 중얼 거렸다.
“이제···. 이제 다 모였어.”
그는 과연 정체가 무엇일까?
한국대 미국과 러시아의 연합의 전쟁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대외적으로는 김수경과 박민재가 제이 도미니스와 미하엘 알렉산도르를 잡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실질적으로 한국 본토의 전력 보다는 호주의 자치구의 전력이 모든 것을 끝내 버린 것이다.
다만 호주에도 피해는 있었다.
실질적인 피해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쓰라리게 한 피해.
“언니·····. 우리 아빠 언제 와?”
“·············.”
“이제 안 와? 정말로? ······백 밤 자도 안 와?”
“···혜미야.”
혜미하고 가장 친했던 수진이도 울먹 거리고 있는 혜미를 꼭 안아 주는 것 말고는 달랠 길이 없었다.
김수경씨는 죽었다.
그 시체도 챙기지 못했지만 미하엘 알렉산도르라는 강적을 상대로 죽어버린 것이다.
난 그 사람이 죽고 정식으로 장례를 치르면서 혜미를 상주로 세웠다.
혜미의 존재는 엄밀히 말해서 이 세계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한국 정부에서 이것 가지고 꼬투리를 잡아서 나한테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그럼 한국 정부의 고위 관리 전원을 이 미쳐버린 세계에 태어난 사실 자체를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게 해 주겠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문장의 경고를 전하자 한국 정부에서는 나에게 순순히 머리를 숙였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 최강은 한국이지만···.
사실상 그 세계 최강의 전력의 99%가 우리 호주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에게 집중 되어 있었다.
나 하나의 몸에 세계의 대부분을 상대 할 수 있는 막강한 전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용감하게 나한테 개긴다?
정부의 관리들이라고 해서 그렇게 돌대가리들은 아니었다.
난 하는 김에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남녀평등.
이 미쳐 버린 세계에서 절대로 주장하면 안되는 사상이었지만····.
그걸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변한다.
호주에는 큰 소란이 없었다.
이미 진아가 오랜 시간을 들여서 사람들의 인식을 교묘하게 바꾸고 있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삶아 죽이는 것처럼 주변 환경을 조금씩 조금씩 바꿔가면서 사람들에게 남녀평등 주의가 침투하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내가 공표만 했을 뿐이지 급격하게 변한 것은 없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난리가 났었다.
나에게 빙 둘러쓴 장문의 문장을 보냈는데 그 내용은 뭐랄까?
꼭 나를 변태 취급 하면서 그런 은밀한 행동은 남 몰래 하라는 듯이 말했다.
순간 가서 다 죽여 버릴까 하다가 참았다.
어쨌든···. 더 이상 세계에 나를 숨길 이유는 없었다.
난 시아하고 결혼을 앞에 두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하나의 일이 더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은 시아와의 결혼을 며칠 앞에 두고 있었던 일이다.
평소처럼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내 품안에 있어야 할 시아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벽에 적혀 있는 글자를 읽고 눈을 부릅 떴다.
[성모를 되찾고 싶다면 지정한 장소로 와라.]
“······죽여 버리겠어.”
누군지는 몰라도 절대로 살려 두지는 않겠다.
난 이때 머리가 너무 돌아서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저 미친 듯이 놈의 메모에 적혀 있는 지정한 장소로 최단 거리로 이동했을 뿐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시아가 납치 당했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나서?
그것도 아니면 나 스스로 뭔가 불길함을 느껴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걸로 나의 운명은 크게 변하게 되었다.
“나와!!!!!!”
내가 쩌렁쩌렁하게 외치자 사방에 내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메모에 적혀 있던 자소는 시드니 외각에 있는 어떤 천연 동굴이었다.
거기에 약속대로 가서 난 시아를 납치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놈들을 불렀다.
난 이때라도 냉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시아와 관련되면 항상 이성을 잃어 버리는 것이 나의 단점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내 뒤에 나타난 놈들을 알아 차리는 것도 늦었다.
“누구냐?”
내가 황급하게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내가 아는 얼굴 하나와 모르는 얼굴 하나가 있었다.
“······양승모?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냐?”
“········그건···.”
“아··. 대답하지 마라. 승모야.”
양승모의 말을 자른 것은 내가 처음 보는 노인이었다.
척 봐도 90줄은 훌쩍 넘긴 것 같은 초로의 노인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는 나를 보면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나의 아들아. 네가 모든 시련을 이겨내서 기쁘구나.”
“····넌 뭐야? 누구냐?”
난 사방을 경계하면서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나를 경계하지 않고 말했다.
오히려 반가운 듯한 기색도 보였다.
“거칠게 불러서 미안하구나. 내 이름은 크리스 파슈타인. 너를 만든 사람이다. 나의 아들아.”
“···············.”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아니···. 상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 놈들을 제압하고 시아를 구하는 것이다.
난 우선 양승모를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당황하지 마라. 내가 잠깐 손을 쓴 것 뿐이니 말이다.”
“·············.”
“내 앞에서 너희들은 초능력을 쓸 수 없단다. 차라리 보통 인간들이라면 모를까 말이다.”
“····빌어먹을····.”
내 인생의 최대의 위기가 찾아 온 것 같았다.
난 지금 테이블을 하나 사이에 두고 양승모와 스스로를 크리스 파슈타인이라고 우기는 노인과 함께 있었다.
“어리둥절한 일이 많겠구나. 일단···.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
“전부.”
내 간단한 말에 노인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파이널 칠드런을 만든 크리스 파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죽기 직전에 스스로 실험한 것이 있었다.
바로 독자적인 전생 시스템으로 자신의 유전자중에 일부를 이용해서 클론을 만들고 그걸 전생체로 삼아서 자신을 이식하는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에 그가 사라졌을 때 파이널 칠드런들이 폭주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세계를 위해서 만든 파이널 칠드런들이었지만 그들은 너무나 강력했다.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세계를 자기들의 독단으로 주무를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조용하게 파이널 칠드런들이 만들어가는 세계를 관찰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파이널 칠드런들이 이끄는 세계는 다시 번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고질적인 인구 비율 때문에 여성의 인권은 나날이 내려갔고, 파이널 칠드런들은 그걸 이용해서 여성들을 하위 계급으로 만들어서 착취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적으로 귀중한 남자들 보다는 흔한 여자들을 사회의 밑바닥에 까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파이널 칠드런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세계 그자체.
그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점점 미쳐가는 세계를 보고는 크리스 파슈타인 박사는 고뇌에 빠졌다.
자신이 만든 아이들이 세계를 점점 더 미치게 하고 있었다.
죄책감을 금할 길이 없었던 그는 파이널 칠드런들을 모두 거둬 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 보다 파이널 칠드런들을 강해졌고 또 교활해 졌다.
원래 같으면 모든 파이널 칠드런들은 그의 앞에서 힘을 쓸 수 없어야 했다.
그것은 원래 평범한 인간이었던 크리스 파슈타인 박사가 모든 파이널 칠드런들에게 걸어둔 프로텍트였다.
‘···그래서 나도 아까 능력을 쓰지 못했던 건가?’
민재는 아까부터 자신이 능력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제야 납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민재의 경우였고, 다른 파이널 칠드런들의 경우는 이미 그 프로텍터가 깨진 후였다.
그 말은 이제 크리스 파슈타인 박사가 파이널 칠드런들을 곱게 멈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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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떡밥을 회수합니다.
그리고 빠르면 다음화. 아니면 다다음화에 완결입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