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문리향이 파이널 칠드런 7명 중에 다섯명을 상대하고 있었기에 이들로서는 나름 여유가 많았다.
셋이서 두명을 상대하다 보니 빈틈을 찾아서 애드원 겔리가 저격을 해서 마무리 지은 것이다.
“어쩔까? 아쉬운 대로 저기라도 도울까?”
매즈가 가르킨 곳에는 거대한 검들이 소나기처럼 쏟아내리는 지역이었다.
호우주의보가 아니라 호검주의보가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관두지. 유리해 보이는데다 저기에 우리까지 말려들면 곤란해.”
“후우····. 예전에는 좀 할 만해서 언젠가는 리벤지라도 할까 싶었는데····.”
결국 이들은 불하들을 챙기기 위해서 잔챙이들 사냥에 나서기로 했다.
그게 지금 그들이 이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밑에서는 호주군에 유리한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 전황의 승패는 아래에서 흐르는 피와는 무관하게 가장 위쪽에 있는 두 명의 남자에 의해서 결정될 테니까 말이다.
“헉····. 헉······.”
“후·····. 후우·····.”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와 제이 도미니스는 서로를 응시하면서 빈틈을 찾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몇십분이 지났을까?
보통 이정도 싸웠다고 지칠 리가 없지만 우리가 지금 있는 장소는 간간히 불 붙은 유성도 떨어질 정도로 위험한 장소다.
이 장소에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능력을 소모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놈과 나는 서로에게 단 한방도 먹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놈····. 애덤스 마이클스하고는 전혀 다르군.’
애덤스 마이클스와 나의 전투는 서로서로 살 깍기였다.
일종의 난타전처럼 서로 데미지를 안겨주면서 누가 더 오래 버틸지를 겨루는 데스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제이 도미니스와의 대전은 달랐다.
이 놈은···.
내가 보기에 이 놈은 나의 미래시와 대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내 공격을 사전에 예측이나 한 것처럼 모두 피하는게 말이 되지를 않는다.
즉, 애덤스 마이클스와는 달리 고성능의 수비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공격을 맞추지를 못하고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대부분의 공격을 미래시로 피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이 자식 능력의 레파토리가 어느정도인지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나하고 싸우고 나서 지금까지 보인 능력은 겉으로만 해도 드러난게 30가지가 넘는다.
그 모든게 최소한 레벨7, 혹은 X급의 능력이었는데 말이다.
그만큼의 방대한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는 제이 도미니스 였기에 내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능력을 종종 보이고는 했다.
이대로 장기전으로 가다가는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럼···. 정신적으로 좀 긁어볼까?
난 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하는군. 그게 파이널 칠드런의 NO.1이라는 남자의 방식이냐?”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기면 장땡이야. 그게 파이널 칠드런의 절대 룰이다.”
자존심 강한 타입인줄 알았는데 실질적으로 실리를 중요시 하는 타입이었나?
그럼 그쪽으로 좀 긁어 볼까?
“너···. 원하는 것이 내가 가진 정보라고 했지?”
“그렇지. 왜? 이제와서 마음이라도 바뀌었나?”
“····이대로 내가 죽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는 사장될 거다.”
“················.”
“영원히 비밀로 한 체로 말이야.”
“················.”
내 말에 제이 도미니스는 조금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쪽이 잘 먹히는 타입인 것 같다.
처음에 나하고 싸우기 시작할 때 이상한 정신계 능력으로 나를 자기 부하로 만들려고 했던 것.
그리고 단순히 신기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애덤스 마이클스 같은 미친개를 자기 곁에 두고 관찰했던 점.
이 놈은 전형적으로 신중한 인간의 일종이었다.
아니, 좋게 말하면 신중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겁 많고 소심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다만 능력 자체가 무지막지하게 강해서 그게 드러나지 않을 뿐.
이대로 지루한 공방만 계속하면····. 아마 내 예감인데 내가 질 것이다.
난 놈의 회피 시스템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놈은 하는 짓이 이미 나의 미래시에 관해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그렇다면 내 빈틈을 노리고 뭔가 수작을 부리는 것도 놈의 능력이라면 가능 할지 모른다.
그러니 난 지금 놈에게 날 죽이지 않고 사로잡게 하기 위해서 이유를 만들어 주고 있다.
신중한 성격이 놈이 충분히 납득을 할 만한 그런 이유를 말이다.
그렇게 하면 놈도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나를 사로 잡으려 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나 역시 빈틈을 찌를수 있을지 모르고 말이다.
‘아주 작은····. 아주 작은 망설임이면 충분해. 놈의 내부에서 조그만 갈등이라도 생긴다면 빈틈도 따라 생길 거야.’
그때 놈이 나에게 갑작 스럽게 말했다.
“잔 머리를 제법 굴리는군. 하지만···.”
놈의 기세는 이제까지 중에 최고로 올라갔다.
“그런 네놈의 행동은 오히려 실수다.”
“···········.”
“초능력이 강한 인간보다 더 위험한 인간은 너 같이 눈치가 빠른 인간이다. 난 지금 결심했다. 절대로 너 같은 위험한 인간을 살려두지 않겠다고 말이다.”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기세를 천정부지로 올렸다.
‘제길···. 실수했네.’
놈의 신중한 성격을 이용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설마 이렇게 까지 신중할 지는 몰랐다.
“젠장···. 신대호 보다 더 쪼잔한 놈.”
이게 내가 놈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최악이며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놈의 힘은 끝없이 올라갔다.
그야말로 끝없이··.
놈이 나를 이렇게 반쯤 우주 공간으로 부른 이유를 알겠다.
이 놈은···.
이 놈은 그냥 힘을 개방하는 것 만으로도 세계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놈이다.
여기로 나를 유인한 이유는 전력을 다해도 괜찮은 장소로 부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지는 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절망을 느꼈다.
그때···.
[어쩔 수 없군····. 설마 저 정도로 진화를 했을 줄이야?]
“또 다른 나?”
[·····마지막 한 번인데···. 결국은 어쩔 수 없나?]
“무슨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죽으면 모든게 끝이니까. 비켜라. 여기는 내가 맡겠다.]
“잠깐 무슨····. 웃~.”
순간 나는 내 신체를 또 다른 나에게 빼앗겨 버렸다.
이제까지 몇 번 몸의 컨트롤을 또 다른 내가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완벽하게 자각을 하고 빼앗겼던 적은 처음이다.
‘신기한 감각인걸?’
내 몸에 대한 감각이 다 있었다.
촉각, 통각, 시각.
그 모든 감각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그것을 내가 컨트롤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 몸을 스스로 자각은 하지만 조종은 할 수 없다니.
어쩐지 생소하고 신기한 감각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때가 되면 네가 스스로 해결해라.”
내 입에서 흘러나온 내 목소리였지만 나가 한 말은 아니었다.
또 다른 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나는 내 몸안에 있는 힘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힘을 끌어내서 내 손 끝에 작은 소멸의 구를 만들었다.
그 소멸의 힘은···. 뭔가 이상했다.
검은색의 블랙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원래의 소멸의 권능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손에 모인 권능은 붉은색에 검은색 뇌전이 맴돌고 있었다.
아주 작은 구슬이었지만 가지고 있는 힘은 이제까지 내가 다루던 소멸의 권능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또 다른 나는 내 앞에서 힘을 개방하고 큰 것 한방을 준비하고 있는 제이 도미니스에게 말했다.
“제이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이 그 정도까지 힘을 모았을 줄은 몰랐다. 아마···. 너희를 만든 크리스 박사도 이정도 까지 진화를 거듭 할지는 몰랐겠지?”
“·······너 누구냐?”
제이 도미니스는 한 눈에 지금의 내가 아까까지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 제이 도미니스를 보고 또 다른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누군지는 알아도 변하는 것은 없다. 하나만 말해주마····. 미안하다 형제여.”
그리고 나는 손끝에서 작은 구슬 같은 소멸의 권능을 집어 던졌다.
그걸 보고 제이 도미니스는·····.
“사람 놀리는 거냐? 박민재~!!!!”
놈의 전신이 마치 태영처럼 찬란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멸광포라는 기술하고 비슷했지만 달랐다.
이 정도 힘이라면···. 대기권 밑에 있는 지구에도 심각한 피해가 갈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또 다른 나는 묵묵하게 놈을 바라보면서 중얼 거렸다.
“형제여, 편히 잠들어라.”
그리고 그 순간···.
붉은색의 소멸의 권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것은·····.
그것은 소멸의 권능이 아니었다.
능력이 발현되고 나서 알았다.
소멸처럼 물리적으로 간섭하는 능력과는 전혀 다른 능력.
이것은····.
‘죽음의 능력····.’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모든 것을 죽음으로 이끄는 능력.
진정한 사신의 능력이라는 것을 말이다.
말도 안되는 것은 이 섬뜩한 능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나와 제이 도미니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어째서 이런 섬뜩한 능력의 발현에서 우리는 어머니의 품안에 안긴 것 같은 평온함을 느끼는 걸까?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 걸까?
능력의 파장이 다 퍼져나가고 나서 난 몸의 컨트롤을 되찾았다.
그리고 내 안에서 또 다른 내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한동안은 나 없이 살아야 할 거다.]
“무슨 말이야. 그리고 방금전에 그건 뭐야?”
[····나중에 알게 될 거다. 그 전에···. 이 녀석을 바다에 데려가 다오.]
“·······제이 도미니스?”
어느새 내 눈앞에는 눈을 감고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제이 도미니스가 있었다.
숨은 쉬지 않았다.
체온도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심장도 뛰지 않는다.
죽은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놈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극상의 평온함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놈의 얼굴에서는 정말로 일말의 고뇌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도대체 난 뭘까?
어떤 비밀을 안고 있는 걸까?
제이 도미니스가 몰랐던 비밀···. 그 비밀을 나도 알고 싶다.
아니···. 이제는 알아야 겠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녀석의 유해부터 바다에 데려가야 겠군.”
또 다른 나의 부탁이 아니라도 이 평온한 시체를 바다에 눕히고 싶었다.
이유는 딱히 없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태평양에서 미국과 호주의 전투가 한창인 그 시각··.
호주에서 대기중이던 수진은 섬뜩한 감각을 느꼈다.
‘이 감각은····.’
세컨드 사이킥 홀을 개방한 지금의 수진이기에 알 수 있었다.
뭔가 위험한 것이 여기에 오고 있다고 말이다.
시아를 비롯한 가족원들은 모두들 방공호에 피난가 있었다.
지금 시드니의 저택에 있는 것은 그녀 혼자 뿐이었다.
“나와~!!! 당장 나오지 못해~!!?”
수진이는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그녀의 외침에 대답을 한 것은 그녀가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넌···. 틀림없이 민재가 키우는 애완동물중에 하나였지?”
“·····너는?”
수진이의 눈에 보이는 것은 유명인이었다.
러시아의 미하엘 알렉산도르.
한국과 한창 전쟁중이어야 할 그가 지금 수진이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그는 지금 이 자리에 민재가 있었다면 기겁을 할 말을 태연하게 했다.
“시아라는 여자는 어디에 있나?”
============================ 작품 후기 ============================
슬슬 대단원의 마지막 오르막길을 가고 있습니다.
제이 도미니스는 정리했고, 그 다음에 미하엘을 정리하고 나면....
드디어 최종 보스 한국의 흑막등장.
그리고 모든 진실 개봉.
그리고 엔딩은..... 어떻게 될 까요?
현재로서는 두가지가 나와 있습니다.
어쨌든 이게 남은 흐름입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신작을 소개합니다.
하나는 몇화 전부터 홍보하고 있던 '고수가 갑이다.' 오늘 중으로 연재 스타트 하겠습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 패러렐 월드'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분량부터 모아야 하겠지만 일단 노예상인 2부인 '알렉스 환생기'와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 패러릴 월드' 두개중에 후자를 우선시 해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물론 '마왕이 될 테다'와 '구원의 낙일', '끝장난 세계의 히어로'도 조금씩이지만 계속 스고 있습니다. 분량 모이는 대로 고고 할 겁니다.
'그녀는 나의 애완 동물 페러렐 월드'는 현재 구상으로는...
1. 히로인 교체.
2. 초능력 설정 없음.
3. 좀 더 애절하고 찐한 연애물일 것.
이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 자체가 세계관을 사전에 다 구상하고 만들다 보니까 시아 말고는 히로인으로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 다른 만남으로 인해서 다른 히로인을 사랑하는 민재의 얘기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아직 구상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수진이나 진아가 가장 유력한 히로인 후보입니다.
음... 아무래도 이건 투표에 붙이는게 좋을 것 같군요.
후기가 길었습니다만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부디 추천과 댓글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