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내 주변에 아름다운 여자는 잔뜩 있다.
얼마나 많으냐 하면 아름답지 않은 여자를 보기가 힘들 정도다.
하지만 그 중에서 시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미모만 봤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진아였다.
물론 비밀이다.
함부로 말했다가는 다른 여자들이 질투 할테니 말이다.
다만 유감이라면····.
이렇게 아름답다고 느끼는데···.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느끼는데····.
그래도 그녀가 내게 있어서 오직 하나뿐인 그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면··.
시아는 내게 있어서 여자 그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몇 번이고 살을 겹치고 뜨겁게 정욕을 불태울 때마다 조금씩이지만 죄책감이 들었다.
진아 같은 훌륭한 여자는··.
좀 더 특별한 남자가 필요하다.
내가 시아를 바라보듯이 진아를 바라보듯이 보는 남자.
내가 시아를 쓰다듬듯이 진아를 쓰다듬는 남자.
내가 시아를 사랑하듯이 진아를 사랑하는 남자.
그런 남자 한명만이 진아에게 헌신하고 사랑하고 서로 미래를 약속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대에 진아를 그렇게 할 수 있는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두 명이 된다고 해도 두 명인 내가 시아 한명을 두고 싸울 뿐이니 말이다.
“진아야···. 혹시 바라는 것 없어?”
“예?”
“바라는 것. 무엇이든지 말해봐. 너도 알다시피 나는 어지간한 것은 다 들어 줄 수 있어.”
한심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진아를 사랑해 줄 수 없는 만큼 그녀에게 원하는 바램이 있다면 다 들어주고 싶다.
내 말에 진아는 피식 웃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럼···. 보석 하나만 주실래요?”
“보석? 고작 그거야?”
“예. 레드 다이아몬드로, 반지로 해서 제 왼손의 약지에 끼워 주실 수 있나요?”
“··············미안.”
그것은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난 순순히 사과했고 진아는 나를 향해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니?”
시아가 반지 끼고 다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걸 안 걸까?“
“시아한테 직접 들었어요.”
“직접?”
“소위 말해서 걸즈 토크라는 거죠. 여자들 끼리는 비밀이 없거든요?”
무섭다. 걸즈 토크···.
“누구누구 아는 건데?”
“시아하고 저하고 지선이 선생님하고, 수진이하고 은하하고····.”
“됐어. 이제 그만해도···.”
은하가 알게 된 시점에서 얼마 안 있으면 모두 다 알게 될 것이다.
뭐···. 파이널 칠드런의 건만 처리하면 어차피 나의 사상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파이널 칠드런들만 어떻게 하고 나면 내 사상이 불순하다고 태클 걸 인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걸어도 상관없다.
박살내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하아~, 많이···. 속상하니?”
“예. 많이많이요.”
“············.”
진아는 내 품에 다가와서 자기 이마를 내 가슴에 살며시 가져다 데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있잖아요? 주인님.”
“왜?”
“제가 속상한 만큼···. 주인님이 많이많이 행복해야 되요. 알았죠?”
“···········.”
“알았죠? 나 신경 쓰느라고 스스로 불행해지면 그때는 내가 슬플 거에요. 알았죠?”
“·····그래. 알았어.”
행복해 질 것이다.
반드시 말이다.
미국과의 대회전의 장소와 시각은 정해졌다.
미국과 호주 사이에 있는 많고 많은 태평양의 섬 중에 하나를 지정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를 지정해서 누가 이기던 국가에 큰 피해는 가지 않게 했다.
뭐···. 어차피 이번 전투에서 지는 쪽은 국가의 명운이 기울지만 말이다.
우리쪽에서 동원된 인력은 나와 문리향, 매즈 크레이그, 제이크 하퍼, 애드원 켈리. 그리고 정규군 1만과 판도라와 그녀의 최고 측근들까지 포함인 인원들이었다.
정규군의 숫자가 좀 적은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상관 없었다.
어차피 정규군의 숫자는 고위 능력자의 한 방이면 훅 줄어들 것이다.
너무 많이 데려가도 별 소용 없다.
그저 전투지역이 넓어질 때를 대비해서 필요 최소한의 인원만 데리고 갈 분이다.
그 섬의 크기과 전투 지역이 될 해역의 넓이를 생각하면 그것도 많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그걸 알아서 그런지 정규 병력을 그렇게 많이 동원하지는 않았다.
정규군 이만에 고위 능력자 일곱명. 그들의 능력은 잘모르겠지만 아마도 하위 넘버의 파이널 칠드런일 가능성이 컷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이 도미니스 본인이 참전했다.
이걸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불만을 가진사람이 있었다.
“어째서 나는 빠지는 거야?”
바로 수진이었다.
“이번에는 쉬어.”
“싫어.”
“···········.”
수진이는 오랜 세월 동안 나와 함께 했다.
중국에서의 전쟁에서 내 한쪽 팔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아마 본인도 그리고 주변도 자연스럽게 이번 전쟁에 참가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난 독단으로 빼 버렸다.
호주의 광견이라고 불리는 수진이 성질 머리에 그냥 쉽게 빠질 리가 없었다.
그녀는 당장에 날 찾아왔다.
그리고 따지기 시작했다.
“난 전력이 될 거야. 너도 알잖아?”
“그래 알아.”
수진이가 강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역설하자면 그렇게 강해졌으니 그녀는 이번 전쟁에는 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진아. 내가 너한테 가장 고마웠던 때가 언제인지 알아?”
“····네 동정 때 줬을 때?”
“아니··. 그 일은 이제 말하지 말자.”
쪽팔리게 그런 말을···.
난 한숨을 쉬면서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내가 너에게 가장 고마웠던 때는 네가 시아를 지켜 줬을 때야.”
“··············.”
“당시의 너로서는 상대도 할 수 없는 육대천왕을 상대로 용감하게 싸워서 시아를 지켜줬지. 고마워. 정말로····.”
“그럼···. 이번에도 시아들을 지키고 있으라고.”
“지켜줘. 내가 돌아올 장소를···. 난 반드시 이기고 돌아올게.”
“···········.”
시아는 한참을 침묵하면서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이번 한 번만 양보 할게.”
“고마워.”
“대신에 지면 용서 안 해.”
“나도 알아. 그리고····. 질 생각은 없어.”
세계 최강을 상대하러 가면서 너무 자신만만한 걸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질 생각이 전혀 들지를 않는다.
너무 오만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투 당일.
섬을 사이에 두고 우리와 미국은 양쪽에 모였다.
그런데···. 막상 대회전을 하기는 하는데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어떻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때 문리향이 앞에 나서서 말했다.
“주군. 제가 나설까요?”
“네가?”
“예. 제가 포문을 열겠습니다.”
문리향의 말은 은근히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 녀석 아까부터 은근하게 텐션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이런게 취향인 건가?
“좋아. 그럼 해 봐.”
“예. 주군.”
문리향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미국쪽을 향해서 말했다.
“난 호주군의 문리향이다. 누가 내 상대를 할 놈이냐~!!”
문리향의 말은 양군에 쩌렁 쩌렁 울렸다.
그리고····.
“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미국쪽에서는 폭소가 튀어 나왔고 우리는 모두들 쪽팔림에 몸부림 쳤다.
젠장···, 내가 왜 저 놈을 보냈지?
사무치게 쪽팔린다.
“도로 부를까요?”
옆에서 애드원이 하는 말에 나는 그러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갈(喝)~!!!!”
문리향의 외침이 먼저 크게 울렸다.
저 자식 세컨드 사이킥 홀을 개방하더니 최근에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했다.
순간 퍼진 힘의 파장에 폭소를 하던 미국쪽의 비웃음이 멎어 버렸다.
“저 자식 저 정도로 괴물이 되었나?”
지금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온다.
얼마전에 애덤스 마이클스를 죽이고 나서 놈의 시체에게 한 말이 있었다.
파이널 칠드런들을 제외한 인간 중에는 아마 놈이 최강이었을 것이라고 한 말 말이다.
그 말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수정해야 될 지는 몰랐다.
지금의 문리향의 실력이 저 정도인줄 알았다면 마이클 애덤스를 상대할 때 보냈어도 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 할 만큼 막대한 힘이 문리향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그때 미국쪽에서도 한명의 남자가 문리향에게 다가왔다.
“하는 짓은 코미디물인데 힘은 제법인걸? 어디 나하고 한 번 춤춰 볼 테냐?”
문리향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는 갈색 머리에 푸른 눈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고 씨익 웃었다.
“제법 풍류를 아는 놈이군.”
중2병일 뿐이다.
“여기서 다구리 쳐 봐야 폼이 안 나니까 말이야.”
역시 중2병이었다.
어쨌든, 대회전의 꽃은 역시 일대일 일기토이다.
군의 사기를 걸고 장수가 나와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고대의 장수들처럼 말이다.
사실 남들이 들으면 좀 웃을지 몰라도···.
아니 이미 웃었지만 어쨌든 문리향은 이런 것을 동경하고 있었다.
괜히 민재를 보고 주군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처음 선두로 나왔을 때 적들의 비웃음만 들려서 조금····. 아니 상당히 많이 창피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상대가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소개하지. 난 미국의 필 로랜스다.”
“한국의 문리향이다. 내가 먼저 시작하지.”
“어디 해 봐라.”
필 로랜스는 자신만만했다.
그는 세간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숨은 강자였다.
사실 미국 정부에서도 그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힘을 진정으로 파악하고 있는자는 제이 도미니스를 비롯해서 그의 진정한 동족들 뿐이었다.
그렇다. 그 역시 파이널 칠드런이었다.
12번대의 파이널 칠드런으로 미국에 있는 파이널 칠드런 중에서는 제이 도미니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했다.
특히 방어에 관해서 특화되어 있는 남자였다.
그의 실드는 이제까지 파이널 칠드런의 상위 네 명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뚫은 적이 없었다.
그래···. 그래서 그는 문리향이 선공을 하겠다고 했을때도 선선하게 그러라고 한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재롱잔치를 보는 어른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
콰콰쾅~~!! 쾅~!! 쾅쾅쾅~~!!!
“크윽····. 이 놈 진짜 인간인가·····?”
전투가 시작하고 3분만에 필은 선공을 양보했던 3분전의 자신을 저주하고 싶었다.
문리향의 공격력은 무시무시했다.
거의 항공 모함만한 거대한 검을 연달아서 투척하는데 한 번 한 번 맞을 때 마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그를 관통했다.
그가 자랑하던 특제 실드를 최대치로 가동해서 오중으로 둘렀지만 내부에 전해지는 충격의 여파만으로도 이미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이런놈이 자신과 같은 파이널 칠드런이 아니고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제길···. 그 검둥이하고 같은 종자라는 건가?”
그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 작품 후기 ============================
본격적인 전쟁시작. 그 전에 진아가 참 많이 안정적으로 변했네요.
작품 초기에 진아의 설정은 시아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스스로 파국을 향해가는 여인이었는데.... 그런데 예정을 바꿔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살짝 원래의 설정을 공개하자면....
시아가 성모라는 것을 알고 민재가 목숨을 걸고 무모한 싸움을 하려하자 진아는 주인공을 위한다는 대의 명분으로 시아를 제발로 파이널 칠드런에게 걸어가게 하고 자신은 주인공에게 시아가 스스로 떠났다고 말하고 그 자리를 꿰차려는 여자였습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모든 진실을 알자 용서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사죄하는 역할이었죠.
뭐. 행복해 졌으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나중에 연재할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 패러렐 월드'에서는 다른 역할을 시켜 봐야 겠습니다. 의외로 최종보스나 악녀도 어울릴것 같은데 말이죠.
추천과 댓글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