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168화 (168/176)

168화

난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폐허로 변한 오클랜드의 참상을 생각하면 이 놈을 곱게 죽이는 것은 너무 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에 바람 구멍이 나고도 어찌어찌 버티는 것을 보아하니 초능력으로 출혈을 막고 있는 것 같다.

‘치사량의 부상인데 굉장한 집념이군.’

하지만 놈의 운명이 죽음으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소멸의 권능을 봉처럼 소환해서 그대로 휘둘렀다.

푸확~!! 털썩~.

난 놈의 사지를 깔끔하게 날려 버렸고, 놈은 그대로 몸뚱이만 남아서 바닥에 떨어졌다.

“················.”

호흡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봐서는 이제야 죽은 모양이다.

사지가 토막 나고 몸뚱이만 남은 놈을 보고 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의 패배를 설욕한 기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 가지는 인정하지. 순수한 인간 중에는 아마 네놈이 최강이었을 거다.”

난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미국과의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애덤스 마이클스 사망.

이 소식은 이번 전쟁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애덤스 마이클스라고 하면 미국의 NO.2로 세계 랭킹은 NO.3 였다.

실질적으로 제이 도미니스와, 미하엘 알렉산도르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기적의 박민재가 애덤스 마이클스를 잡아냄으로 인해서 이 전쟁은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럼 변했다.

보통 전쟁이 나면 다 방면의 전선에서 전투가 오가야 정상이었지만··.

이번 전투에서는 그러지도 않았다.

미국이 뉴질랜드군의 전멸을 거울 삼아서 군사를 움직이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었다.

미국과 호주의 전쟁은 박민재와 제이 도미니스의 일전으로 결정 될 것이라고 말이다.

철썩~. 철씩~.

바다가 붉은 태양을 서서히 집어 삼키고 있었다. 아름다운 붉은 빛이 하늘과 바다를 복잡한 주황빛깔로 물들였다.

귓가에는 파도 치는 소리.

내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

그저 지금 이 순간만이 영원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해요?”

시아가 나를 보고 말했다.

“글쎄···. 아마 너하고 같은 생각 하지 않았을까?”

내 말에 시아는 싱긋 웃으면서 내 품안에 더욱더 파고 들었다.

여러 가지 일이 많았지만 시아와 나의 관계는 이제 확고해 졌다.

뭐랄까?

좀 더 성숙해진 관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는 생각이들었다.

난 시아를 사랑하고, 시아도 날 사랑한다.

지금 이 순간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세계가 멸망 한다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였다.

그리고 난 그런 시아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하나 있었다.

“시아야···. 너 한테 주고 싶은게 있어.”

“예? 어떤거요?”

난 시아의 눈앞에서 작은 보성 상자를 열어보였다. 그러자 그 안에는 붉게 빛나고 있는 다이아몬드가 반지위에 올려져 있었다.

“민재씨 이건···?”

“레드 다이아몬드라는 거야. 세상에서 제일 비싼 보석이 뭔지 알아보니까 이거 더라고. 좀 힘들게 구했어.”

정말 힘들게 구했다.

가격은 둘째 치고 구시대에 제작된 희귀한 보석이라서 정말 정말 나 조차도 간신히 구했다.

“····나 이런 것은 별로····.”

“받아줘. 비싼 보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너라는 것은 알아. 하지만 이건 받아줘.”

내 심각한 표정에 시아는 반지의 상자를 집어 들고는 나에게 말했다.

“뭔가 의미가 있어요?”

“····구시대에는···. 남녀가 사랑을 하면 마지막에 다달하는 어떤 형태가 있었데.”

“·····민재씨 설마···.”

“서로 함께 하고, 서로 평생을 사랑하고, 서로 영원히 아끼고·····. 시아야·····.”

“민재씨······.”

난 시아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나하고 결혼 해 줄래?”

내 말에 시아는 눈물을 살짝 글썽이면서 나한테 반지를 돌려줬다.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다음에 할 말을 알았으니까.

“예. 여기 끼워 주세요.”

난 시아의 왼손에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그녀의 왼손에서 붉은 레드 다이아몬드가 석양 빛에 더욱더 아름답게 반짝였다.

“고마워요.”

시아는 나한테 살짝 안겨서 조금 젖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그때 식을 올리자. 세상에서 뭐라고 하던 상관없어. 이제는 내가 평생을 두고 널 지킬 테니까.”

“예.”

석양 빛을 받아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시아의 얼굴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잊지 않을 것이다.

이 순간을 평생을 잊지 않을 것이다.

설령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말이다.

“정면으로 싸우자고?”

“예. 그렇게 연락이 왔습니다.”

“············.”

애덤스 마이클스와의 전쟁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전황은 소강 사태였다.

난 먼저 쳐들어갈 생각이 없었고, 미국은 나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이 전쟁중이기는 한 건지 햇 갈릴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이다.

장소를 정하고 정면으로 싸우자.

그리고 그 승패에 따라서 이번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자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상한 일이었다.

과거 중세 시대의 유럽이나 고대 중국에서나 이런 식으로 대회전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원래 전쟁이라는 것은 얼마나 더 비열하게 얼마나 더 은밀하게 데미지를 안겨 주느냐가 중요한 법이었다.

그래야 아군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해서 전쟁을 수행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영웅들의 얘기에나 나올법한 전쟁이라니····.

“·········엉뚱하군. 놈들은 전쟁을 게임 취급할 생각인가?”

“그렇게 말입니다. 어쩔까요? 거절할까요?”

“그래야·····. 진아야?”

“예? 예···.”

생각에 잠겨 있던 진아는 나의 부름에 조금 당황해 했다.

회의중에 저렇게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진아는 항상 뭔가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진아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뭐가···요?”

“지금 미국이 한 제안을 말하는 거야.”

내 말에 진아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받아 들이는게 좋을 지도 몰라요.”

진아의 말에 문리향과 다른 간부들은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어째서 이런 제안을 받아 들이라는 겁니까?”

“지금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데 뭐 하러 우리가 적들의 제안을 받아 들입니까?”

“적이 한 제안입니다. 무슨 함정이 있을지 모른단 말입니다.”

간부들 중에 수진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남자들이 진아를 추궁했다.

사실 진아가 나에게 총애를 받는 여자였기 때문에 언행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자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 이 세계의 남자들이다.

진아에 대한 태도도 이 정도면 충분히 조심하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조용~.”

난 조금 흥분한 것 같은 남자들을 진정 시켰다.

그리고 진아에게 말했다.

“진아야. 이유를 말해줘.”

“예. 그게····. 지금 전쟁에서 가장 최악의 사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결착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아의 말에 문리향이 말했다.

“우리가 이기고 있는 전쟁에서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어디 있소?”

문리향의 말에 진아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단 한 번의 전투에서 이겼을 뿐입니다. 적의 주요 전력인 마이클 애덤스를 잡은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미국과 호주의 전력을 총체적으로 비교하면 누가 앞선다고 말하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사실 총체적으로 비교하면 미국이 앞 설 것이다.

대중들에게 들어난 전력 말고도 제이 도미니스의 곁에는 파이널 칠드런드리 몇 명인가 있으니 말이다.

그게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만만한 전력은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일은 고립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미국이 전력의 일부를 한국으로 옮기면 한국이 버티지 못합니다.”

진아의 설명을 듣고 수진이가 말했다.

“그럼 그 틈에 우리가 미국을 공격하면 안 돼? 그러기 위해서 호주의 전력이 있는 거잖아?”

수진이의 말에 진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제가 미국의 입장이라면, 제이 도미니스를 미국에 온전한체로 한국에 다른 전력을 투입할 것입니다.”

진아의 그 한마디에 모두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그림이었다.

미국은 우리 호주의 전력을 생각해서라도 한국으로 바로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아의 말대로 제이 도미니스 한 명만 미국에 남겨 놓고 전력의 상당수를 빼서 한국에 투입하면···.

그렇게 되면 한국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순식간에 무너지겠지?’

사실 지금 러시아를 상대로 버티고 있는것도 한국의 힘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신대호가 분전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하엘 알렉산도르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놈은 한국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또 하나의 파이널 칠드런 때문에 참색중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도 김수경씨도 없는 한국이 지금 버티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국에서 전력이 투입되면 무너질 것이다.

숨겨진 파이널 칠드런이 전면에 나타나도 아마 미하엘이 나서서 감당하려 할 테고 그렇게 되면 한국이 순식간에 점령 될 것이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우리 호주는 미국과 러시아를 혼자서 상대해야 한다.

파이널 칠드런의 최고위 두 명을 동시에 말이다.

‘제길···. 이 전쟁 장기전으로 가면 진다.’

좌중을 둘러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안이 함정이면 어떻게 합니까?”

애드원 켈리의 말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소, 시간, 모두 우리가 정한다는 사족을 달아야죠. 저쪽에서 먼저 제안한 안을 수락하는 것이니까 그 정도는 들어줄 것입니다.”

진아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진아는 똑똑하다.

초능력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은 무리다.

설령 파이널 칠드런이라고 해도 머리를 좋게 해 주는 초능력은 없으니까 말이다.

“제안을 받아 들이겠다. 자세한 사정은 진아가 책임지고 추진하도록 해.”

“예.”

그렇게 우리 호주와 미국의 거대한 전면전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전투에서 사실상 이번 전쟁의 승자가 판가름 날 것이다.

한 밤이 되고 난 잠이 오지를 않아서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원의 정자에서 누군가가 있는 것을 봤다.

누군지 가서 살펴보니···.

“진아야?”

“아··? 주인님.”

진아는 나를 보고 살포시 웃었다.

난 정자에 올라서 진아를 보고 말했다.

“뭐해? 이 한밤중에?”

“그냥···. 달 좀 보고 있었어요.”

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나 역시 진아의 시선을 따라서 밤하늘을 바라봤다. 호주에서는 공기가 맑아서일까?

별이 잘 모인다.

그리고 별빛 사이로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환한 보름달이 떠 있었다.

아름다움 밤 하늘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밤 하늘 보다도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는 더욱더 아름다웠다.

‘····새삼 스럽지만 진아도 정말 아름다운 여자란 말이야.’

============================ 작품 후기 ============================

전쟁전의 고요... 라기 보다는 달달함.

일종의 폭풍전야입니다.

추천과 댓글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