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저건 뭐지?’
난 놈의 손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놈은 나를 보면서 비릿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어째서 미하엘 알렉산도르하고 혈전을 벌일 수 있었는지 알려 줄까?”
“별로 알고 싶지 않군.”
“이게 그 이유다.”
놈은 전신을 자신의 그림자로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손에는 방패를 또 한손에는 그림자로 된 검을 가지고 중무장한 기사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저건 위험하군.”
저 힘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내 소멸의 권능을 이겨 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무적이나 다름없는 내 소멸의 권능이지만 세컨드 사이킥 홀을 연 상대들은 그것에 대항하는 것도 가능했다.
능력 자체에 대항하는 힘이었기 때문에 내 소멸의 권능에도 맞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 순수하게 힘으로 뭉게 버리는 수 밖에 없다.
난 전신에 힘을 끌어 올렸다.
한손에는 뇌전의 채찍을···.
또 한손에는 소멸의 구를 들었다.
이제까지 소멸의 구는 농구공 정도의 크기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크기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내가 마음먹으면 과연 어느 정도로 커질지도 모른다.
이게 최근에 정립한 나의 전투 스타일이다.
“호오~, 해보자 이거지?”
“와라···. 둘 중에 하나가 죽기 전에 빼는 일은 없을거다.”
“그거 마음에 드는군.”
“·············.”
“·············.”
우리는 침묵했고 그 다음에 순간 오클랜드의 하늘에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전투가 시작되고 2시간이 흘렀다.
이미 내 전신은 만신창이었고, 상대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강하다·····. 미래시가 없었다면 내가 졌을 지도 몰라.’
놈의 능력은 정말로 대단했다.
미하엘 알렉산도르와 장시간에 걸쳐서 혈전을 버였다는 것도 이해가 갔을 정도다.
특히 내 소멸의 권능을 거침없이 베어버리고 날아드는 저 그림자의 칼날은 대단했다.
난 이제까지 놈의 힘이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세간에도 그렇게 알려져 있고, 나도 그렇게 당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림자보다는 그림자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공격력이야 말로 놈의 진정한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던진 소멸의 구는 놈에게 맞으면 소멸 까지는 아니더라고 상당한 데미지를 지속적으로 안겨줬다.
하지만 놈의 그림자의 검은 그것을 거침없이 베어 버렸다.
미래시가 없었다면 저 검에 진작에 두동강이 났을 것이다.
화살처럼 날아오는 그림자 공격들은 불가피하게 당하면서도 저것 만큼은 필사적으로 피했다.
사실 가능하면 모두 피하는게 맞았지만 놈의 공격이 워낙에 녹록하지 않았다.
소멸의 방어막이 없었다면 나도 진작에 당했을 것이다.
“후후····· 이제 많이 지쳤나 보지?”
“너만큼은 아니지.”
놈도 나도 많이 지쳤다.
하지만 놈이 더 많이 지쳤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방심 할 수 없는 것은 놈의 저 그림자로 만들어진 검의 한방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한 방의 위력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미래시로 놈이 나에게 접근 할 때마다 내 목이 떨어지는 환상이 몇 번이고 보였다.
그래서 주로 원거리에서 뇌전의 채찍과 소멸의 구를 던져서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페이스로 계속하면 내가 이길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저 미친놈이 아직도 여유가 만만하다는 거다.
그게 꺼림칙 하다.
놈도 이대로 가면 내가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저렇게 여유 만만한 걸까?
뭔가 회심의 한 수가 있거나, 아니면···.
‘역시 그냥 미친놈인가?’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이클 애덤스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보인 것은 뒤에서 내 목을 날려버리는 애덤스 마이클스의 모습이었다.
난 당연히 고속 텔레포트로 몸을 피했다.
다행이도 근접전을 피하고 싶은 내가 놈보다 기동력에서 더 빨랐다.
고속 텔레포트를 반복하면서 난 커다란 소멸의 구를 놈이 나타날 자리에 뿌렸다.
“크윽····.”
놈은 그림자의 갑옷을 입고서도 내부에서는 막대한 데미지를 입고서 침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향해서 날아왔다.
“오오오오~~!!!!”
이 미친놈이 진짜···.
끈질긴 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끈질기다.
난 다시 한 번 소멸의 구들을 뿌렸다.
예전처럼 탁구공 만한 크기의 십 수발의 산탄이 아니다.
한발 한발이 축구공만큼 큰 것이 수백발의 산탄이 되어서 놈에게 날아갔다.
놈은 요령 좋게 그걸 쳐내면서 나를 향해서 날아왔다.
‘저 자식 이쯤 되면 진짜 미친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생각 보다는 그냥 악 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달려오는 놈은 이미 상처 투성이었다.
이제 피할 수 없는 한 방만 날리면 끝이다.
난 이제까지 중에 가장 커다란 소멸의 구를 만들었다.
직격이 20미터는 될법한 거대한 소멸의 구를 생성 시켜서 날아오는 놈을 향해서 집어 던졌다.
‘맞는다.’
미래시의 예시는 보통 방어시에 더 정확하게 발동하지만 이번에는 공격때도 제대로 맞는 영상이 보였다.
이번에는 중화 시키지 못하고 놈은 내 소멸의 구에 그대로 사라져갔다.
“····후우.”
어찌어찌 이기기는 했다.
내 인생에 최초로 패배를 남겼던 적을 이겼는데 어째 기쁘지가 않았다.
아니 이건 뭔가···. 좀 찝찝했다.
이 놈이 이렇게 쉬운 놈인가?
이랬다면 절대로 미하엘이 놓쳤을 리가 없다.
뭔가···. 뭔가 제 삼의 감각이 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답답한 녀석이군. 그림자를 봐.]
그때 나의 내면에서 또 다른 내가 말을 걸었다.
그림자라니 저 녀석은 지금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가 없어?
어째서···.
생각과 동시에 나는 감각을 사방에 퍼트렸다. 그러자 나는 어딘가로 이동중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난 지체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했다.
그림자가 홀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말이다.
난 지체할 것 없이 소멸의 구를 던졌다.
그러자 그림자가 쩌적 갈라지면서 거기서 애덤스 마이클스가 튀어 나왔다.
“제기랄···.”
“이 자식··. 그런 꼼수를 숨겨 두고 있었냐?”
“큭···. 이게 들킬 줄이야···.”
애덤스 마이클스는 처음으로 인상을 와락 구겼다.
“어떻게 알았지?”
“비밀이 있지. 사실 그 전에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말이야.”
결정적인 충고를 한 것은 내면의 또 다른 나였지만 그 전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는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놈과의 전투 도중이었다.
워낙에 경황이 없어서 그때는 그냥 넘어가듯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이상했다.
나하고 전투 중에서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돌격 밖에 하지 않았던 놈이었다.
이상했다.
놈이 소문난 대로 마냥 미친놈이라고 하지만 난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런 것 치고는 판단력과 감이 아주 좋았다.
파이널 칠드런에 대한 것을 아무런 단서도 없이 직감적으로 느끼고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놈은 소문대로 미친놈이 아니었다.
미친놈이긴 하지만 똑똑하게 미친놈이었다.
냉철한 판단력과 광기를 겸비한 그런 놈이었던 것이다.
그런 놈이 전투중에 미쳐서 무작정 쳐들어 온다는 것은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 저돌적으로 데미지를 각오하고 덤비는 것에는 뭔가 보험이 있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말이 되지 않았다.
‘전투 중에 은근히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걸 완전히 이해는 못했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또 다른 나의 충고가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다.
“자···. 이제 어쩔 거냐? 여기서 또 숨겨진 꼼수라도 있는 거냐?”
“글쎄···. 어떨 것 같지?”
“없군.”
움찔.
내 말에 놈은 순간 동요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가 허풍을 치는 것이 정확하게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허풍이지? 뭔가 숨겨둔 꼼수가 있다면 진작에 썼을 너다. 포커페이스로 조커를 들고 상대를 협박하는 것은 위기에 몰린 도박꾼들의 습성이지.”
“·············.”
놈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대답은 이미 완벽한 긍정의 표시나 다름 없었다.
난 놈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면서 말했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하는 그 능력에는 놀라웠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인간은 몇 명이나 봐 왔지만···. 솔직히 말해서 너 정도로 완벽하게 해 내는 인간은 처음 봤다. 나도 속을 뻔 했어.”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더미를 남기고 몸을 빼는 능력은 몇 명이나 봐 왔지만 그래도 더미 자체가 저렇게 강력한 경우는 처음 봤다.
더미의 능력이 파이널 칠드런인 나를 애먹일 정도였다.
내구도도 파괴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십천 정도는 씹어 버릴 정도의 위력이 아닌가?
더미들이 보통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을 완전히 버린 것이다.
누가 그걸 더미라고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능력···. 남발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마도 네 더미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거야. 그렇지?”
“············.”
내 말에 놈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정답인 모양이군.’
초능력의 힘 자체에 절대치가 정해져 있는 이상 저런 더미를 무한하게 복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정말 무적이었겠지.
그리고 이렇게 후퇴할 일도 없을 테고 말이다.
놈은 눈동자를 쉴 새 없이 굴리면서 빈틈을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은 끝까지 포기를 모르는 뱀 같은 집념을 가진 인간의 모습이었다.
사고력 제로의 미친개라는 별명은 이 놈에게는 거짓된 허물일 뿐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제안하지. 내 쪽에서 일할 생각 없나?”
내 제안에 놈은 비아냥 거리면서 말했다.
“하아~, 나 같은 타입 싫어 할 텐데?”
“······그래. 하지만 네 힘은 인정하고 있다.”
저 눈치 100단에게 통할 정도로 거짓말을 능숙하게 할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가 배신 할 수도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날 받아 들인다는 거지?”
“나름 리미터는 달 꺼다.”
내 말에 놈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정신계 능력자가 있는 거냐?”
“···············.”
진짜 눈치 하고는····.
판도라를 이용해서 놈의 정신에 이것저것 금제를 가하고 전력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자유를 완전히 박탈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것저것 금제를 가하면 안전하게 관리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미 들킨 모양이다.
놈은 내가 침묵으로 긍정하자 이를 드러내면서 웃으면 말했다.
“내 대답은······. 이거닷~!!!”
콰쾅~!!
은근하게 힘을 모으고 있었던 것일까?
놈의 그림자가 내 발 밑에서 날카롭게 쇄도했다.
지면을 통해서 밑에서 솟구친 그림자는 그대로 내 목을 관통했다.
“해냈··· 커억····.”
“그건 더미다.”
“····너···. 너 이새끼····. 끄르륵····.”
놈은 목에 바람 구멍이 나서 피가 끓어 오르는 와중에도 뒤에 있는 나를 돌아봤다.
속은게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어떻게 자신하고 똑같은 능력을 썻는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확실히 고위 능력자를 완벽하게 속이는 더미 능력은 그리 흔하지 않다.
“네놈 능력을 잠시 빌린 거다.”
“·····크·· 크큭··.”
놈은 그렇게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나를 바라봤다.
“그···. 그르륵····.”
“가능하면 전력으로 삼고 싶었는데 말이야.”
“··········크그극···.”
============================ 작품 후기 ============================
으음... 슬럼프입니다.
분량의 속도가 안 나네요.
후기도 잘 못쓰겠고....
즐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