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최후의 전쟁. 스타트.>
애당초 호주의 방위는 민재의 소관이었다.
그런 조건으로 호주를 받은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민재가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이 명령은 좀 무례한 감이 있었다.
만약 이전의 민재였다면 이따위 명령을 듣느니 미국으로 귀화 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과 딜을 해서 호주를 온전하게 자신의 영역으로 인정해 달라고 했을 것이다.
미쳐버린 세계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가 하는 짓을 생각하면 애국심이 생기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무조선 싸워야 했다.
왜냐 하면 얼마전에 그에게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한국을 집어 삼켜야 겠다. 협조하도록 해라. 박민재.]
갑작 스럽게 걸려온 전화에서 미하엘은 얼토당토 않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뭐냐?”
[한국에 성모가 있다고 판명되었다.]
움찔~.
순간 민재는 크게 당황했다.
전화기 너머라서 상대가 지금 자신의 얼굴을 보기 못하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증거는 있나?”
[증거라기 보다는···. 확신이 있다. 아마도 99% 한국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을 집어 삼키겠다.]
“잠깐. 한국 내에서의 일이라면 나한테 맡기겠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찾아보지.”
파이널 칠드런에게 한국 정부가 넘어가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이었다.
시아를 은폐 시키기가 점점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내 말에 미하엘은···.
[그러려고 했지.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도 우리들의 동족이 있는 것 같더군.]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에 국지전에서 주재진이라는 애송이를 족치면서 알게된 정보다. 한국에서 우리들하고 비슷한 불량품을 양산하려고 하더군. 참고로 놈의 기억속에 성모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있었다.]
“··············.”
주재진 그 개자식···.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살면서 지금처럼 누구를 죽이지 않아서 후회 한적은 없었다.
“그럼··· 그 놈에게 성모의 소재를 캐내면 되겠군.”
나는 조심 스럽게 미하엘을 떠봤다.
그러자 미하엘이 피식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싶었지만···. 좀 거칠게 쓰다듬어 줬더니 죽어 버렸군.”
예스~, 딴건 몰라도 그것 하나는 다행이다.
아마도 미하엘은 주재진의 머릿속에서 시아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캐내기 전에 죽인 것일 것이다.
다행이다. 아마 거짓은 아닐 것이다.
만약 놈이 내 곁에 시아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면 지금쯤 저번처럼 호주에 쳐들어 와서 분탕질을 치고 시아를 데리고 갔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한국 자체를 포괄적으로 집어 삼키려고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을 뒷받침 해 줬다.
[····재. 박민재? 듣고 있나?]
“아···? 아···. 말해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어쨌든··. 내 말을 들어라. 나하고 제이 도미니스가 전쟁을 선포하면 넌 호주에서 쿠데타를 일으켜라. 이미 너의 왕국 같은 곳이니 어렵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리고 라니? 그 다음에는 알아서 잘 될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 미치지 않고서는 네가 쿠데타를 일으킨 상황에서 우리하고 싸울 생각은 하지 않겠지?]
“··········.”
미하엘의 작전은 치밀한 것이었다.
놈의 말대로 그렇게 하면 한국을 집어 삼키는것에 삼일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하루만에 모조건 항복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절한다. 미하엘 알렉산도르.”
난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왜지? 혹시 너하고 삶사이에 권태기라도 왔나?]
네가 한국을 손에 넣으면 언젠가는 시아에 대한 정보가 누출 될 수도 있으니까지.
하지만 그렇게 곧이 곧대로 말 할 수는 없다.
“한국은 내 텃밭이다. 그걸 너 한테 넘기라는 말이냐?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난 최대한 권력에 욕심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원한다면 널 한국의 왕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시덥잖은 소리하지 말고···.]
“까불지 마. 마하엘 알렉산도르.”
[···············.]
“나 더러 너희들이 마련해준 새 장속에서 한가롭게 모이나 쪼아 먹으란 말이냐? 날 그렇게 취급했다면 사람 크게 잘못 봤다.”
내 말에 미하엘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좋다····. 가끔씩은 몸을 풀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말이냐?”
[그래. 그리고 너한테 상위 넘버와 하위 넘버의 절대적인 차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마.]
미하엘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난 전화를 끊고 바로 진아에게 연락을 했다.
“진아야. 당장 호주 전역에 안티 텔레포트 존을 펼쳐. 전 군에 전시 태세로 전환하라고 하고.”
[예?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게. 일단 해.”
[예. 알겠습니다.]
일단 난 미하엘이 바로 우리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바로 전시 태세로 방어 태세를 바꿨다.
그리고 의자에 깊게 등을 기대고 나 스스로 중얼 거렸다.
“결국··· 결국 이렇게 되긴 되는군.”
잘만 하면 시아를 평생 숨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빌어먹을 주재진 개 XX새끼 때문에 결국은 파이널 칠드런들하고 싸워야 할 운명인 모양이다.
적어도 다행인 것은 놈들이 끝장나게 방심하고 있다는 것과.
또 하나는 내가 놈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강한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동맹을 맞이해서 한국 정부도 나름 한 수를 부렸다.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 받고는 있지만 아시아 전통의 강호인 중국에게 러시아를 공격하게 한 것이다.
동맹을 맺은 것은 아니고 순수하게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유도했을 뿐이었다.
최근에 한국에게 패배했던 중국으로서는 국력을 신장 시킬 발판이 필요했고.
그 발판으로 러시아 이상 가는 멋진 제물은 없었다.
한국과의 전쟁에서 힘을 소모하고 있는 러시아라면 호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러시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미하엘이 보기에는 가사로운 일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러시아는 한국과 대치하고는 조금 자중하기 시작했다.
미하엘이 가지고 있는 힘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한국을 유린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다.
사실 거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 정부의 중추에 나하고 동족이 있는 것 같은데···. 누군지는 몰라도 나하고 협조할 생각은 없는 놈 같군.’
그렇다.
미하엘은 한국 정부에서 주재진에게 시킨 실험에서 파이널 칠드런의 잔재를 봤다.
그래서 의외로 한국 정부를 조금 경계한 것이다.
‘원래는 미국과 러시아와 호주가 동시에 압박해서 꼼짝 못하게 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그의 계획은 민재가 삐딱 선을 타면서 좌초했다.
민재가 그를 돕지 않는 이상 일단 경거망동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 그는 일단 미국이 호주를 제압할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 변경된 그의 계획은···.
미국이 호주를 제압해서 민재를 설득 시킨다.
설득이 무리라면 아깝지만 죽여도 무방하다.
그렇게 호주의 전력을 미국이 제로로 만들면 미국과 함께 한국을 압박, 혹은 공격해서 손에 넣는다.
한국 정부의 중추에 있는 놈이 누군 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각성하고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고위 넘버.
어쩌면 3번이나 4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신중을 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전을 기한 것처럼 보이는 미하엘의 계획에서도 허점은 있었다.
그의 계획은 미국이 호주를 이겨야 한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 그런 대전제가 실행 되지 않으면 그의 계획은 그냥 망상일 뿐이었다.
“호주라···. 여기 또 올줄은 몰랐는데?”
정확히 말해서 지금 이 남자가 있는 곳은 호주가 아니라 뉴질랜드다.
지금 이 시대에는 뉴질랜드가 진작에 사라지고 호주에 귀속 되어 버리고 지명 정도로만 남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랜만이군. 지난번에 그 애송이는 잘 있을까?”
검은 선글라스는 내리면서 유난히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씨익 웃고 있는 남자. 그는 바로 미국의 공인된 미친개.
애덤스 마이클스였다.
“뉴질랜드가 함락 되었다고?”
“예. 주군. 공격자는 미국의 애덤스 마이클스라고 합니다.”
“놈이····.”
문리향의 보고를 박고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애덤스 마이클스.
나한테 유일하게 패배를 안겼던 놈이 바로 그놈이었다.
물론 지금 싸우면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첫 패배의 쓰라림은 의외로 길게 남는 법인가 보다.
“내가 직접 가겠다.”
“주군. 제가 가겠습니다.”
“놈이 뉴질랜드에서 죽치고 있다는 것은 호출이다. 나보고 나오라는 거지.”
“하지만···.‘
“문리향.”
“···········.”
난 강하게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나간다. 넌 내가 없는 동안 시드니의 방비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난 문리향에게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나가는 길에 시아가 나를 찾아왔다.
“시아야····· 방공호에 있지 않고?”
“곧 갈 거에요. 하지만 그 전에 주인님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왔어요.”
시아의 숨결은 살짝 거칠어져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조금 맺혀 있었다.
날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급하게 뛰어 왔다는 증거였다.
“저기 그러니까······. 조심 하세요.”
난 피식 웃어버렸다.
여기까지 숨차게 뛰어와서 하는 말이 그것 하나인가?
난 시아를 품에 안았다.
“주인님····.”
“···········.”
내 품안에서 시아의 향기가 났다.
항상 내 곁에 있어준 나의 향기다. 이 향기가 나는 곳이 나의 집이고 나의 안식처이고 내가 숨을 거둘 곳이다.
‘다른 곳에서 눈을 감을 예정은 없지.’
난 시아를 살짝 떨어트려 놓으면서 말했다.
“다녀올게. 꼭.”
“·····예.”
내 말에 시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최고의 미소로 화답해 줬다.
그거면 충분하다.
난 시아의 그 미소 하나면 세상 누가 상대라고 해도 싸워서 이길 자신이 생긴다.
“문리향. 호주를···. 시드니를 잘 부탁한다.”
“예. 주군.”
난 그렇게 말하고 헬기에 올라탔다.
헬기를 타고 공항에 가서 바로 전용의 제트기를 타고 뉴질랜드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작전 지역입니다. 박민재님.”
“알겠다. 착륙할 것 없으니 바로 돌아가라. 그리고 승부가 나면 차후에 데리로 와라.”
“알겠습니다. 다른 명령은···.”
난 파일럿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속 텔레포트로 밖으로 뛰어 내렸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는 일전에 내가 시아하고 같이 놀러온 적도 있는 도시였다.
거리가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는데···.
지금은 다 부서진 폐허만이 남았을 뿐이다.
내가 내려가자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여자의 비명 소리였다.
“살려줘요~~!!! 제발 살려주세요.”
잔뜩 겁먹은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 곳에 가보니 몇몇 미국의 병사들이 여자를 상대로 잔혹한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어이 힘내라고? 잘못 하면 죽어.”
“크하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여자는 머리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아슬아슬한 외나무 다리를 걷고 있었다.
그 외나무 다리 밑에는 능력으로 만들었는지 뜨거운 용암이 이글 거리고 있었다.
여자는 이미 한번 욕을 보였는지 알몸에 전신이 상처 투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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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복수전이 시작됩니다.
첫 타깃은 애덤스 마이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