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는 나의 애완동물-164화 (164/176)

164화

그는 먼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연기를 시작했다.

“어때? 오랜만에 거물이 납셨는데 누가 잡을까?”

최우진은 마치 미하엘 정도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사냥감처럼 말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태도에 주재진과 마충호는 덥썩 미끼를 물었다.

“제가 잡겠습니다.”

“아니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그런 둘을 보고 최우진은 속으로 웃으면서 생각했다.

‘진짜 붕어도 이것보다는 좀 낚기 어려울 텐데···.’

너무나 단순한 신참 십천 둘을 보고 그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정말? 너희들이? 괜찮겠냐? 상대는 세계 랭킹2위다. 아···. 물론 우리 십천을 고려하지 않은 허울 뿐인 세계 랭킹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맞습니다. 저희들이 십천의 수준을 보여 주겠습니다.”

둘은 정말로 단순했다.

만약 정부 관계자가 봤다면 고위 능력자로 만드는 실험이 혹시 두뇌의 저하에 영향을 끼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최우진은 정말 아깝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어쩔 수 없지···. 한 번만 양보해 주마. 실수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룻 강아지 두 마리가 사자에게 덤비는 촌극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둘은 어째서 이렇게 겁이 없는 걸까?

솔직히 말해서 이 상황은 그냥 겁 대가리가 없다는 옵션 정도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사실 이 둘이 이렇게 겁이 없게 구는 것은 나름 절실한 이유와 오해가 있었다.

우선 오해는 최근에 기적의 박민재 덕분에 높아신 십천에 대한 상대적인 위상 때문이었다.

십천의 일인자인 민재가 일본의 육대천왕을 잡고 중국의 24선들도 묵사발을 냈다.

그 덕분에 민재의 직위 뿐만이 아니라 십천들 전체의 위상이 대거 상승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우가 호랑이의 가죽을 덮고 어깨에 힘을 주는 것 뿐이다.

십천의 이름 값이 올라갔다고 그 이름값에 비례해서 능력까지 올라갈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둘은 십천인 자신들이 허접한 러시아의 능력자 따위에게 질 리가 없다는 터무니 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그들에게는 공적이 절실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올라간 다른 십천들과 다르게 그들은 정부에서 사육한 양산품이었다.

고위 능력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확립되고 자기들 같은 능력자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일단 허울 뿐이라도 십천의 이름을 달고 막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이것도 박탈 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확고하게 이름을 날려야 했다.

여기 만주에 와서 최우진이 실적을 남기는 것을 보고 그들은 그것을 깨달았다.

전쟁터에서의 실적이야 말로 자신들의 유일한 활로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미하엘 알렉산도르를 잡고 이름값을 날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까짓것 혼자서 안 되면 둘이서 잡지.’

‘일단 세계 2위라고 해도 우리 둘이서 합공하면 세상에 그 누구도 감당 할 수 없을 거야.’

이게 둘이 당당하게 나서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했다.

둘이서 다구리 치기.

·········하지만 이 둘은 모른다.

하룻 강아지가 두 마리가 아니라 2,000마리가 모인다고 해도 사자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우진은 다른 곳을 치기로 하고(사실은 미리 후퇴하고) 이 둘은 용감하게도 미하엘 알렉산도르가 있다는 러시아의 본진을 공격했다.

그야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밖에는 생각 할 수 없는 촌극이었다.

전투····.

아니 전투라고 하기도 그랬다.

어쨌든 결과는 바로 나왔다.

용감하게 미하엘 알렉산도르의 앞에 나선 둘은 미하엘 알렉산도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뭔가 능력 운운하기도 전에 마음에서 느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의 격차를 말이다.

바로 굴복했다.

대항할 여지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미하엘은 주재진과 마충호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 선제 공격을 했다기에 어떤 놈인가 싶었더니·····.’

사실 미하엘은 자신한테 선제 공격을 해 온 적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기대를 했었다.

파이널 칠드런이 아닌 이상 자신에게 덤벼 들 수 있는 인간은 하나 뿐이었다.

미국의 NO.2 애덤스 마이클스.

그 미친놈은 이상할 정도로 강했다.

파이널 칠드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제이 도미니스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이빨을 거두지 않았다.

세상 전체를 물어 뜯을 것처럼 항상 광기로 두 눈을 희번뜩 거리고 있는···.

문자 그대로 미친놈이었다.

놈은 제이 도미니스나 미하엘 알렉산도르가 보기에도 이상한 변종이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인류 전체가 일종의 돌연변이이기는 하지만 애덤스 마이클스는 그 중에서도 특이한 축에 들었다.

선천적으로 세컨드 사이킥 홀이 열려있다는 점에서는 파이널 칠드런하고 비슷했지만 놈의 전투 방식이나 사고 방식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이형의 짐승을 보는 것 같았다.

미하엘 알렉산도르는 자신에게 선제 공격을 해 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상대가 혹은 그런 돌연변이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아···. 그런데 이런 애송이들 줄이야···.”

그는 한숨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어이 애송이들.”

“예? 옛~.”

“부르셨습니까?”

명색이 전쟁터에서 만난 적인데 이건 군기가 바싹 든 신병 같았다.

“무슨 생각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냐?”

“··············.”

“··············.”

퍼억~.

눈동자를 굴리던 둘 중에 한명의 머리가 날아갔다.

마충호의 머리였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정직하게 대답해라. 죽는다. 애송아.”

“예. 저기··· 최우진이 보냈습니다. 그 놈이 우리 보고 미하엘님에게 덤비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비굴한 놈도 참 보기 드문데 말이야.’

다른 것은 몰라도 주재진의 비굴함은 몇 번의 전생을 산 미하엘 알렉산도르로서도 참 보기 드문 것이다.

보통 사람은 가진것에 비례해서 어느 정도는 위험을 지니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고위 능력자라면 어느 정도는 자존심을 챙기는 법인데 이 놈은···.

“응? 그러고 보니 이 자식 뭔가 이상한데?”

미하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주재진을 보고는 살짝 놀랬다.

놈의 몸에 아주 조금이지만 세컨드 사이킥 홀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쩐지 반푼이나 다른 없었지만 말이다.

죽이려던 미하엘은 호기심이 생겼다.

“이리 와라.”

미하엘이 주재진을 상대로 손을 쭉 뻗자 주재진의 몸은 공간을 이동해서 어느새 미하엘의 손안에 잡혀 있었다.

머리를 잡힌 체로 꼼짝도 못하게 된 주재진을 향해서 미하엘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좀 아플거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빛이 나고 주재진은 고통에 경련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주재진의 평생에 다시는 없을 고통.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고통을 다 합해도 그것을 뛰어넘은 고통이 그의 전신을 혜집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하엘은 느긋하게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억이 여자군. 아···. 여기쯤인가?’

미하엘은 주재진의 기억속에서 한국 정부에서 실험 당하고 있는 기억을 찾았다.

그리고 그 실험의 내용을 대강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주재진의 기억만으로는 한국 정부에서 어떤 실험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보통 인간의 몸에 세컨드 사이킥 홀을 열려고 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것은 파이널 칠드런의 존재를 모르고는 있을 수 없는 실험이었다.

‘····한국 정부에 내 동족이 있다는 건가? 누구지?’

미하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한국 정부에 한 번 가서 누군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얼마전에 호주에 갔다 왔는데 이번에는 한국인가? 정말 바쁘게도··········. 호오···· 이건····.‘

미하엘의 얼굴에 미소가 씨익 하고 번졌다.

주재진의 기억을 뒤지다가 유난히 강하게 나타나 있는 여자의 인상이 한 개 있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서 확인해 본 순간···.

그는 입에 미소를 절로 머금었다.

그가 읽은 주재진의 기억에는 시아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못 먹는 떡이 더 먹음직 스러워 보이듯이 주재진은 결국 손에 넣지 못하고 자신이 질투하는 민재의 여자인 시아에 관해서 강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여자를 어디서 봤는지··· 이런···?’

“크··· 크르륵····.‘

그때 갑자기 기억을 읽히고 있던 주재진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이런···.‘

미하엘은 눈에 뜨이게 당황했다.

까짓것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고문도 겸해서 기억을 스캔한 것이 실수였다.

주재진은 이미 뇌가 반쯤 녹아서 코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기랄···. 글렀군.”

그는 이를 악물고 안타까워 했다.

우연히도 잡은 성모에 대한 단서가 없어진 것을 안타까워 한 것이다.

“빌어먹을···. 이걸 어떻게 하지?”

만약 이 자리에 문이화가 있었다면 아직 숨이 붙어있는 주재진을 살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능력은 파이널 칠드런들 사이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것이니까 말이다.

그야말로 숨만 붙어 있으면 멀쩡하게 살려내는 치유력.

이쯤 되면 능력이 아니라 사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이화는 호주에 민재의 품안에 있으니 아무 소용 없는 가정일 것이다.

“후우~, 어쩔 수 없군···. 한국 정부를 공격해서 알아보는 수 밖에···.”

지금 이 순간 미하엘 알렉산도르라는 괴물이 한국 정부를 손에 넣을 생각을 했다.

오로지 성모 한명을 손에 넣기 위해서 말이다.

미. 러 동맹.

세상에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미구과 러시아가 동맹이라니?

바로 얼마전에 미국이 공들인 아프리카 진출이라는 밥상에 마지막에 재를 뿌린게 바로 러시아가 아닌가?

그런데 그 러시아가 미국과 동맹이라니?

세계의 수많은 자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동맹이 가지는 목적을 추론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실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단 한명의 여자를 손에 넣기 위해서 미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을 것이라고는····.

미러 동맹의 진의는 며칠 후에 들어났다.

[우리는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한국 정부를 공격하고 굴복 시키겠다.

러시아.]

[미 투~.

미국.]

········물론 실제로 이렇게 했다는 말은 아니다.

두 국가는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듣기에 좋은 미사여구와 그럴듯한 명분으로 점철된 이유를 붙여서 성명을 발표했다.

어쨌든 목적은 위의 말하고 별로 다르지 않았다.

결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한국을 공격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하게도 난리가 났다.

지금의 한국이라면 미국과 러시아 둘 중에 하나를 상대로는 싸울 자신이 있었다.

이미 한국 정부에서는 민재를 제이 도미니스나, 미하엘 알렉산도르와 동급으로 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러시아는 필승이었고 미국은 좀 꺼림칙하지만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착오가 좀 많기는 했지만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착오를 하고 있었기에 한국 정부는 민재에게 터무니 없는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는 본국의 전력으로 상대한다. 호주의 전력으로 미국을 상대하도록 하라.]

============================ 작품 후기 ============================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중요한 순간에 제 슬럼프도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애당초 예정 대로라면 오늘은 신작을 공개해야 했는데 아직도 목표로 한 분량이 모이지를 않았습니다.

약간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니 부디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