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참고로 주재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인간 쓰레기였다.
민재의 소식을 듣고 질투가 지나쳐서 위궤양 수술도 두 번이나 받아야 했을 정도다.
십천이 되었을 때.
그리고 호주가 민재의 개인 영지로 내려 졌을 때.
어쨌든 그런 주재진이었기 때문에 놈은 당치도 않게 군에 지원했다.
군은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직업중에 가장 안정적으로 고수입이 지급되는 직업이었다.
군에 들어가는 순간 개인 슬레이브가 무상으로 한명 지급되고 군인의 월급은 보통 슬레이브 다섯 명 정도는 무난하게 유지 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익이었다.
다만····.
군이라는 직업 자체가 가장 힘들고 가장 위험한 직업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군인이라는 직업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전시가 되면 강제 징병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규군이 되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주재진은 그 테스트에서 2년 연속으로 떨어졌다.
1년에 두 번 있는 시험에서 네 번 연속으로 다 떨어진 것이다.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주재진은 쓰레기처럼 방황했다.
아니 원래 쓰레기였으니까 이제는 그냥 사회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쓰레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미성년자를 벗어나면서부터 정부에서 지급되던 금액은 다소 줄어 들었다.
예전에는 슬레이브를 세 명이나 데리고 있었던 주재진이었지만 결국은 그 슬레이브도 세 명이나 줄여야 했다.
왕성한 것은 성욕과 피학심 밖에 없었던 놈에게 있어서 학대하고 괴롭힐 여자가 줄어 든다는 것은 너무나 잔혹한 일이었다.
그때 그는 우연히도 한 개의 광고를 봤다.
그 광고는 전단지를 통해서 몇몇 남자들에게만 왔었다.
[능력 향상 실험 지원자 모집.
지원자에게는 1,000만원 상당의 보상금 지급.]
주재진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바로 지원했다.
실험에 참가만 해도 1,000만원을 준다는 말은 이상함을 넘어서 수상하다고 보는게 정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주재진은 실험에 참가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목돈을 만질 기회가 왔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험장에는 주재진을 비롯한 남자들이 몇 명이나 더 있었다.
놈들의 조건은 대부분 대동소이했다.
어느 정도 능력에 재능은 있지만 모두들 자기 능력의 개발을 게을리 한 2류들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에 모인 사람들 자체가 애초에 그런 사람들만 모아서 전단지를 보냈다고 했었다.
그리고 거기서 부터는·····.
지옥이었다.
그들이 모인 실험장은 국가레벨의 지원을 받아서 행하고 있던 실험장이었다.
실험실에서 십천의 일인인 유력의 양승모가 나타났을 때 몇몇 실험자들을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일단 실험에 지원한 자들은 함부로 도망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강제로 잡혀서 지옥 같은 실험을 견뎌야 했었다.
하루에도 십 수명의 사람들이 그 지옥으로 제발로 걸어들어왔다.
정부에서는 도대체 뭘 만들려고 하는지 실험 당하는 자들은 알 수도 없었다.
그들은 구속을 당한체로 초능력도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데미지를 받으면서 하루하루 지쳐갔다.
탈출을 시도한 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유력의 양승모에 의해서 처참하게 죽어 버렸다.
그렇게 수많은 실험들이 계속되는 나날이 가고···.
드디어 실험에 효과를 보이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투약된 약물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나갔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자들이 있었다.
그게 바로 주재진과 마충호라는 남자였다.
실험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초능력이 늘었다.
얼마나 늘었냐고 하면···.
십천의 공석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로 인해서 소 뒷걸음 치다가 개구리 잡는 격으로 주재진은 십천의 일좌에 올랐다.
비록 정부로부터 내려지는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고 여러 가지 보안 엄수의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그래도 십천은 십천이었다.
민재와 자신이 같은 위치에 올랐다고 느껴진 주재진은 곧장 의기양양하기 시작했다.
영지에서 반반한 여자라면 프리던 슬레이브던. 심지어는 다른 여자의 슬레이브라도 가리지 않고 모두들 끌어 모았다.
그리고 왕처럼····.
아니 엄밀히 말하면 폭군처럼 권세를 누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자는 범하고 남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여 버렸다.
보통 십천이라고 해도 이정도로 자기 마음대로 설치는 상병신은 정말 드물었다.
미국의 미친개라고 불리는 애덤스 마이클스와 좋은 승부가 될 정도로 상병신이었다.
“후후후····. 이 계집도 슬슬 질리는데 부수고 새걸로 바꿀까?”
“·············.”
주재진의 말에 만신창이로 침대에 쓰러져 있는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학대를 받았는지 그녀의 팔은 두 개다 부러져 있었고 전신에는 채찍으로 내려친 자국이 가득했다.
인간 쓰레기의 욕망 하나 때문에 여성 하나가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녀는 실제로 날마다 이런 꼴을 겪을 바에는 주재진이 말하는 대로 버림 받았으면 했다.
차라리 죽어도 좋으니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게 그녀의 심정이었다.
“후우·····. 으음······.”
몸을 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쾌락을 즐기는 주재진이었다.
수백명의 여자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는 십천이라는 위치를 놈은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몰랐다.
십천이라는 직위는 막대한 권리를 주지만 거기에 못지않은 의무도 있는 위치였다.
예를 들어서···.
전쟁에 동원 된다거나 말이다.
“만주로 가라고?····요?”
“그렇다. 불만이라도 있나?”
정부에서 파견나온 관리관의 말에 주재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십천이라면 정부의 관리관이라고 해도 이렇게 기가 죽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주재진은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공 십천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로서는 양승모 이외에도 자기들 뜻대로 써먹을 수 있는 능력자가 있었으면 했고···.
그렇게 해서 손에 넣은게 주재진과 또 다른 한명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 둘은 말만 십천이지 정부의 말에는 절대로 거부 할 수 없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약을 주기적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놈들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주재진은 전쟁터로 가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만주로 가서 러시아의 고위 능력자들과 상대하는 수 밖에····.
사실 국가로서도 이번 기회에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고위 능력자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파악하고 싶기도 했다.
만주에 도착한 주재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위 능력자들과의 싸움을 해봤다.
이제까지 자신이 했던 애들 장난 같은 능력자들간의 다툼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
까딱 정신줄 놓았다가 죽을 뻔 하기도 했다.
그런 그를 구한 것은 그와 동행했던 홍련의 최우진이었다.
“신참. 뭐하는 거야? 정신 줄 놓고?”
“아니 그게······.”
“하아~, 십천의 수준도 참 바닥으로 떨어졌군.”
최우진은 한숨을 쉬면서 주재진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그의 그런 행동이 주재진을 더욱더 열 받게 했지만 최우진으로서는 알바 아니었다.
그저 새롭게 충원된 십천의 능력이 기대 이하라서 실망했을 뿐이었다.
‘정부에서 왜 날 보호자로 딸려 보냈는지 알만 하군. 십천 이하. 랭커 이상 정도야.’
그의 평가는 딱 정확했다.
주재진의 능력은 애당초 그 정도가 한계였다.
만들어진 인조 보석.
아니 고작해야 차돌을 좀 갈고 닦은 것 정도 뿐이다.
민재나 문리향 같은 타고난 보석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컸다.
어쨌든 최우진은 자신이 주도해서 만주에서의 전투를 이끌었다.
이번 전쟁의 목적은 러시아의 천연 가스의 자원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이었다.
엄연히 말해서 한국쪽에서 러시아를 침략한 것이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최우진으로서 걱정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뿐이었다.
‘미하엘 알렉산도르가 끼어들지 말아야 할 텐데···.’
그렇다.
오로지 그것 하나만이 그의 걱정거리였다.
애당초 러시아와 한국의 전체적인 수준은 감히 비교 할 수가 없었다.
원래. 그러니까 한일 전쟁이 있기 전만 해도 한국의 전력은 러시아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일본을 집어 삼키고 중국을 굴복 시킨 지금의 한국은 명백한 아시아의 패자였다.
다만 그래도 러시아를 함부로 볼 수 없는 것은 오로지 미하엘 알렉산도르라는 괴물 하나 때문이었다.
사실 요즘 들어서는 그 괴물도 기적의 박민재라면 상대 할 수 있는게 아닌가?
라는 분석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물론···.
파이널 칠드런의 존재를 모르기에 나올 수 있는 분석이었다.
어쨌든 최우진으로서도 미하엘 알렉산도르만 나오지 않으면 이번 전쟁에서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 괴물만 나오지 않으면 말이다.
문제는······.
그 괴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미하엘 알렉산도르는 자신의 출진을 숨기지도 않고 당당하게 공표했다.
그러니 사전에 최우진에게 정보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했다.
“미하엘 알렉산도르가 출동했다고?”
“예.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쪽에 성명을 발표 했습니다.”
“무슨 성명?”
“여기 가져왔습니다.”
전령이 가져온 쪽지를 펼치자 거기에는 단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꺼져.]
“············.”
담담하게 쪽지를 읽은 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 괴물이 나섰군. 한국 정부에서 이번에 욕심을 좀 많이 부리기는 했어.’
그는 이번 전쟁이 실패라고 단정 지었다.
미하엘 알렉산도르가 나서기 전에 승부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서둘렀는데····.
이제는 다 허사가 되었다.
포기가 빠른 그였기에 그다지 연연하지는 않았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발을 빼느냐인데····.
‘체면은 차리고 그러면서도 그 괴물하고는 안 싸우고 발을 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최우진.
그는 예번에 부산에서도 그랬지만 자기 한 몸 보전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남자였다.
미하엘 알렉산도르라는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강적이 나타난 순간 그는 이미 후퇴를 전제로 사고를 전환했다.
다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날뛰는 병신들이 있었으니···.
“이런 건방진 새끼?”
“감히 우리를 어떻게 보고····.”
쪽지를 보고 열을 내는 것은 그야말로 하룻강아지인 풍아의 주재진과 흑염의 마충호였다.
둘다 정부에서 만든 인공 고위 능력자였다.
이 둘은 처음에는 고위 능력자의 전투에 버벅 거렸다.
하지만 차츰차츰 익숙해지더니 최근에는 러시아의 능력자들을 제법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단하게 착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굉장히 강하다는 병신 같은 착각 말이다.
그러니 천하의 미하엘 알렉산도르의 쪽지에 이런 겁 없는 반응도 보이는 것이다.
‘······잘 됐군.’
그런 둘을 보면서 최우진은 씨익 웃었다.
체면을 차리면서 미하엘 알렉산도르와 싸우지 않고 후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 작품 후기 ============================
으음.... 모두들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 얘기의 흐름은 점차점차 완결을 향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이달 중.
느리면 다음달 중으로 완결이 날 것입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결과도 그 최선에 따라줘야 할 텐데 말이죠.^^;;;;
그럼 즐감하십시오.^^
PS. 다음 메인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 '고수가 갑이다.' 가 이달 중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모두를 만나기 위해서 대기중인 주인공 '정창민'이라는 인간이 있습니다. 장르는....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현대, 무협, 스포츠, 로맨스, 갑질]....
그냥 짬뽕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