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싹트는 재앙의 씨앗>
그 후로 난 한동안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미하엘이 성모를 찾기 위해서 날 사흘 간격으로 닦달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놈은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 처럼 방관만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김수경씨의 말을 듣고 이해했다.
“나하고 판도하라고 자네를 제외한 모든 파이널 칠드런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성모지. 그런데 설마 그걸 생 까고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하고 있겠나?”
그 말이 사실이었다.
지금 남아있는 파이널 칠드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모를 찾는 것이었다.
성모를 찾아서 전생체를 만들지 않으면 이번 생이 마지막 생이 될 수도 있었다.
죽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들에게 죽음은 가장 무서운 형벌이었다.
잘만 하면····.
싸우지 않고도 파이널 칠드런을 멸살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간단하다. 시아를 끝까지 숨기기만 하면 우리의 필승이다.
파이널 칠드런이라고 해도 판도라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수명은 보통 인간하고 똑같다.
시아를 끝까지 숨기고 전생을 하지 못하게 막는것 만으로도 파이널 칠드런들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
그래···. 방심은 하면 안 되겠지만 이대로 세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파이널 칠드런들의 종말은 바라 볼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님. 이거 보셨어요?”
평소에 항상 여유만만하던 지선이가 나한테 와서 놀란 표정을 하고 말했다.
“뭘 말하는 거야?”
“이거요. 이거.”
지선이가 나한테 내민 것은 태블릿 PC였다.
이걸로 뭘 어쩌라고?
“여기 이 기사 좀 봐요.”
“도대체 뭔데 그래?”
난 지선이가 넘긴 기사를 살펴봤다.
[대한민국 십천 증원 완료.]
“뭐야? 별것 아니잖아?”
예전에 일본과의 전쟁에서 십천들 중에 상당수가 죽었었다.
새로 들어간 내가 있기는 했지만 그대로 몇 개의 자리가 공석인 채로 있었다.
하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그렇게 십천의 자리를 몇 개나 공석으로 두고서도 한국은 중국에게 압승을 거뒀다.
뭐···. 사실 그거야 거의90%는 내 탓이었지만 그래도 십천의 공백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고 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하더니 결국은 십천의 공석을 다 메워 놓은것 같다.
어디 보자···.
1. 기적의 박민재.
2. 멸천의 신대호.
3. 홍련의 최우진.
4. 은룡의 주영민.
5. 창공의 김수경.
6. 섬멸의 김철웅.
7. 강폭의 한종호.
8. 풍아의 주재진.
9. 흑염의 마충호.
10. 유력의 양승모.
저번에 공석이었던 사람들이 들어가고 내가 일위에 오른것 말고는 별로 변한것도 없다.
사실 이 랭킹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김수경씨가 나하고 같이 나란히 원톱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아마 본인은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이거 어디가 문제라는 거야?”
내 말에 지선이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요···. 여기 8위.”
“8위, 풍아의 주재진. 못 듣던······ 아~!!!”
난 순간 지선이가 왜 이렇게 허둥 거렸는지 알았다.
주재진?
나하고 고등학교때 같은 반이었고, 또 지선이의 전 주인이었던 놈이다.
지선이의 눈동자는 살짝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별일···· 없겠죠?”
“················.”
지선이가 이렇게 불안하게 떠는 모습은 처음 봤다. 항상 어른의 여유를 품고 있는게 그녀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걱정되는 건가?’
난 그녀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작 해야 십천의 말석을 차지했을 뿐이야. 예전의 놈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긴 하지만····. 걱정하지 마.”
“하아·····. 고마워요 주인님.”
지선이는 나를 꼭 껴안고는 감사했다.
난 솔직히 지선이가 주재진 따위를 이렇게 무서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당연히 민재는 지선이의 심정은 알 수 없다.
토끼가 사자의 심정을 알 수 없는것 처럼 사자 역시 토끼의 심정은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민재를 만나기 전에 지선이의 인생은 거의··· 아니 확실하게 생지옥이었다.
그녀는 근성도 있고, 지혜도 있고, 요령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플러스 요인들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민재에게 오고 나서 부터였다.
그 전에는 그녀 역시 수많은 슬레이브들 중에 한명일 뿐이었다.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남자애한테 붙어서 몸이나 제공하고 성적인 노리개감이 되어야 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재능은 현실이라는 잔혹한 벽에 부딪혀서 아무런 힘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입장에서 봤을때 가장 두려운것은 민재를 만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서 주재진은 과거 그 자체이다.
아직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자신을 단순한 암컷으로 취급하면서 추잡한 자신의 성욕을 배설하던 주재진의 감촉.
자신을 매도하고 깔보고 결명하고 무시하고···.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주재진은 그녀에게 있어서 마지막 악몽이었다.
그 악몽이···.
거의 잊어 버린 줄 알았던 그 악몽이 다시 실체를 가지고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생각일 뿐이다.
민재는 김수경만 빼면 나머지 십천이 다 덤빈다고 해도 자신이 있는 초강자였다.
고작해야 주재진 따위로 겁을 먹을 리가 없지 않은가?
쥐새끼가 고양이가 되어 봤자 사자의 입장에서는 장난감 이하일 뿐이다.
‘그나저나 이상하기는 하군. 이 자식이 십천에 오를만한 실력인가? 그것도 서열8위?’
민재가 알고 있는 주재진은 고삐리 중에서 그럭저럭 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자신처럼 무슨 괴물 취급 받을 강자는 아니고 그냥 고삐리 능력자 100명을 모아두면 그 중에 한명 중도로 꼽힐 정도?
딱 그정도였다.
능력이 순조롭게 성장했다면 랭커 정도는 넘볼수 있을지 몰라도 설마하니 십천의 자리에 오를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뭐···. 놈도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거겠지? 내 눈에 또 띄이면 박살내 버릴 테지만 말이야.”
과거에 주재진이 시아를 노렸던 것을 아직 잊어버리지 않고 있는 민재였다.
한국의 서울.
거기서 한명이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안아가고 있었다.
“헉··· 헉···· 더러운 암캐 같은 년···. 남자에게 장난감 취급 당하는 것 말고는 태어난 의미가 없는 년 같으니라고····. 헉····.”
남자의 거칠기 짝이 없는 행위에 여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호소했다.
“흐윽·· 주·· 주이님····. 아파요. 조금만 살살···. 흐윽···.”
남자는 아프다고 호소하던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강하게 끌어 당겨서 협박하듯이 거칠게 말했다.
“누가 감히 그따위 요구를 하래? 너희들은 내 장난감이야. 장난감은 말이야···. 부서질 때 까지 가지고 노는 거라고~!!”
“으윽···. 윽··. 죄·· 죄송합니다.”
“말해. 나는 장난감입니다. 라고 말하란 말이야.”
“저·· 아악··· 저는··· 장난감입니다·····. 아아····. 아악~!!!”
“크··· 크하하하하······.”
그는 미친놈 처럼 광소하면서 불쌍한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힘껏 잡아 당겼다.
그러면서도 짐승 처럼 천박하고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여자는 짐승 같은 자세로 고통과 굴욕이 범벅이 되어서 고통에 흐느낄 뿐이었다.
‘흐윽···. 너··· 너무해.’
이제까지 몇 명이나 되는 남자들의 슬레이브로 살아온 그녀지만 이번 주인만큼 혹독한 인간은 처음이었다.
여자를 매도하고 무시하는 것에 성적 쾌감을 느끼고 이미 몇 명이나 되는 슬레이브들이 그의 손에 폐기 당했다.
여자로서도··.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전혀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말이다.
“으··· 으으·· 싼다.”
“흐윽····. 아아~!!!”
그녀는 자신의 안에서 배설하다시피 섹스를 마친 남자의 쾌감에 몸서리를 치면서 실신해 버렸다.
“후우····. 크크··· 크크크크··· 끝내주는군. 이게 십천? 슬레이브를 1,000명을 달라니까 정말로 줄 줄이야····. 최고군. 이제 망가질까봐 아낄 필요도 없겠어. 얼마든지 망가 트려도 돼.”
병신 같은 망언을 지껄이고 있는 초절정 변태의 이름은 주재진.
최근에 십천의 8위인 풍아의 주재진이라고 이름을 붙인 남자다.
그래, 모두가 알겠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민재에게 박살이 났던 그 머저리다.
그럼 잠시···.
여기서 그의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고등학교 시절 민재가 가장 아끼는 여자인 시아를 범하기 위해서 수작을 부리던 놈은 민재에게 박살이 날 뻔 했다.
간신히 온갖 수작을 다 부려서 민재의 화는 피했지만 그 후에도 수진이에게 된통 당했었다.
그 후에 그는 더 이상은 민재와 같은 학교에는 있을수 없었다.
에러라고는 해도 여자에게 당한 것이 쪽팔려서라도 거기에 그냥 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사는 구역을 바꾸고 다른 지역에 가서 살기 시작했다.
물론 생활 태도를 바꾸지는 않았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한 번 쓰레기는 어디를 가도 영원한 쓰레기였다.
어디를 가도 놈이 하는 일은 항상 비슷비슷했다.
여자들을 괴롭히고 자기하고 비슷한 놈들을 모아서 뭉쳐서 집단 쓰레기임을 과시하고 있는게 놈이 하는 일들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놈은 이제 일을 해야 했다.
남자에게는 직업을 가져야 할 의무는 없었지만 그 대신에 직업을 가지지 않으면 이제까지 지급되던 만큼의 돈이 지급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직업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그렇게 유도한 것이다.
주재진의 능력은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었다.
텔레포트 : 레벨6
염동력 : 레벨3
빛 : 레벨3
이게 주재진이 가진 능력의 전부였다.
텔레포트 레벨이 좀 높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걸로 할 수 있는 일중에 그렇게 연봉이 높은 일은 없었다.
보통 자기 능력에 맞춰서 직업을 정하는 것이 어떤 나라 어떤 세계든 기본이다.
소위 말하는 눈높이가 자기 능력 이상으로 높으면 많이 피곤해지는 법이다.
주재진이 딱 그랬다.
그 이유는 바로 민재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개자식····. 랭커라고?”
“그 씹어먹을 개자식이 십천에 들었다고?”
“그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은 개자식이 십천의 1위? 중국 전쟁의 영웅?”
민재의 활약을 들을 때 마다 놈이 하던 말을 들으면 알 것이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개자식의 눈에는 개자식만 보이는 법일까?
주재진은 민재의 소식이 들릴 때 마다 질투심을 담아서 개자식이라고 성토 했었다.
정작 민재는 주재진의 이름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여담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질투를 하는 법이다.
그게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마찬가지지만 가장 질투심이 날 때는 자신하고 같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멀리 훨훨 날아갔을 때가 가장 큰 법이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조장되기 쉽게 때문이다.
‘내가 그 놈보다 뭐가 못해서···.’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치고 그게 질투라를 씨앗을 뿌리면 대부분의 인간은 배가 살살 아파진다.
대인배냐?
보통 사람이냐?
소인배냐?
인간 쓰레기냐?
이상의 순위에 따라서 어느정도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질투심 자체가 드는 것은 대부분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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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채신 분도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