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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157화 (157/176)

158화

“판도라. 하나 물어보지. 지금 내 실력으로 마카엘 알렉산도르나 제이 도미니스와 싸우면 승산이 어느 정도일까?”

난 그렇게 말하고 나의 능력 전체를 개방했다.

이번에 어느 정도 힘을 각성하고 나서 난 초능력을 좀 더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되었다.

이렇게 힘의 그릇만을 개방하는 것도 새롭게 얻은 컨트롤 중에 하나였다.

판도라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지금의 주인님은 그 둘을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아마 저도····.”

“·············.”

그 정도인가?

아무리 그래도 난 판도라를 이겼···. 어? 잠깐만···.

어째서인지 이제까지는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난 어떻게 판도라에게 이긴 것이지?

이상하다.

내 실력으로 판도라의 정신 지배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판도라는 정신계 능력 하나만 보면 파이널 칠드런 중에서도 각별한 강자인데···.

그런데 어떻게·····.

“판도라. 솔직히 말해줘. 나 어떻게 너에게 이긴 것이지?”

“그건·····. 제 입으로는 말·····. 정말입니까? 아니 하지만·····. 예. 예. 알겠습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나하고 대화를 하던 판도라는 갑자기 혼자서 중얼 중얼 거렸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이 말이다.

그녀는 날 똑바로 바라보고는 말했다.

“저 보다는 주인님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에게 모든 진실을 듣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그게 무슨···.”

“다녀 오십시오.”

판도라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내 의식은 현실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어딘가의 심상 공간으로 떨어진 나는 눈을 비비면서 주변을 살폈다.

여기는 하얀 공간에 한 개의 방 만이 허공에 멀뚱하게 떠 있었다.

테이블과 침대와 책꽂이 등등···.

필요 최소한의 가구만 있는 이 방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방이었다.

마치 과거 내가 고등학교 시절 한국에 살 때 내 방하고 비슷···. 어? 아니다.

이건 그때 그 시절의 내 방이다.

“익숙하지? 너하고 대화하려면 여기서 하는게 편할 것 같더라고?”

한명이 남자가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나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아니 너는···.”

“그래. 난 너다. 오랫동안 너하고 이렇게 대화할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 눈앞에는 나하고 똑같이 생긴 내가 있었다.

쪼르르····.

“마시지 그래? 인스턴트 커피지만 말이야.”

“·····어차피 여기서 마신다고 마시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도 기분 이라는게 있잖아?”

그는, 아니 나는··. 젠장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또 다른 나는 여유 있게 커피를 홀짝 거렸다.

“우선···. 반갑다고 해야 하나? 너하고 이렇게 단 둘이 얘기를 하게 되어서.”

“···············.”

“뭐라고 말 좀 하지 그래?”

말 좀 하라고?

좋아. 해 주지.

“넌 누구냐?”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문자 그대로···. 또 다른 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이중인격이기라도 한 거냐?”

“으음···. 그렇게 단순하게 표현하기는 좀 그렇군. 아니다. 귀찮으니까 그냥 그렇다고 할까?”

“··············.”

그는 커피를 홀짝 거리면서 나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넌 모르겠지만 난 네 인생의 여기저기에서 널 구해준 적이 무척이나 많아. 때때로 네 안에 내 목소리가 들린 적이 있지 않아?”

“·····그게 너였다는 거냐?”

“그렇지. 뭐. 일본의 육대천왕과 부산에서 싸울 때, 그리고 최근에 판도라에게 꼼짝 없이 당할 뻔 했을 때. 그때마다 너를 도와준 것이 바로 나야.”

그의 설명을 듣자 나는 그때의 기억이 완전히 돌아왔다.

위기에 처했던 나를 도와줬던 그 감각··.

마치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듯한 그 감각이 이 남자의 행동이었다니····.

“·····그건 고맙다고 하지.”

확실히 이건 고마운 일이다.

그가 없었다면 난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그래. 고마워 해. 참고로 네가 시아를 처음 안았을 때 내가 경고했지? 정말 괜찮은 거냐고? 성모를 안아도 괜찮은 거냐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시아와의 첫 경험 때도 그의 목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난 그에게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시아가 성모인거냐?”

“그래···. 현실에서 도피해도 변하는 것은 없지. 정말이다.”

혹시라도 아니기를 간절하게 빌었는데····.

“그럼 어째서 나는 시아가 성모라는 것을 못느낀 것이지?”

“내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네가?”

“그래. 네가 성모를 안고 성모를 임신이라도 시키면 문제가 심각해지거든.”

“···········도대체 목적이 뭐야?”

“너하고 같다. 파이널 칠드런의 말살.”

“··············.”

“네가 나하고 같은 목적을 가지게 될 날만을 기다렸지. 언젠가는 운명이 널 이리로 인도 할 거라고 알고 있었거든?”

“·············.”

난 전혀 모르겠다.

망할 놈의 운명도 모르겠고.

아까부터 이 남자의 의중을 전혀 읽을 수가 없다.

자신의 진심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오로지 이쪽만 자꾸 카드를 뒤집어 보이는 기분이다.

뭐가 진심일까?

이 남자는 누구일까?

난 정말로 이 남자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무엇 하나 확신 할 수가 없군.’

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고민하는 나를 보고 말했다.

“간단한 사실을 너무 고민하지 마라. 네 생각대로 나는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너를 위해서야.”

“·····내 생각까지 읽나?”

“그 정도는 기본이지. 말했을 텐데? 우리는 서로 같은 사람이라고.”

“그런 것 치고는 생각의 교류가 너무 일방통행이지 않나?”

난 눈앞의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남자는 내 생각을 속속들이 다 읽을 수 있다니···.

“킥킥···. 너무 신경쓰지 마. 자꾸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잖아?”

“·············.”

“중요한 것은 두 가지. 넌 파이널 칠드런을 말살 시키기 위해서 힘이 필요하지. 그리고 난 그 힘을 줄 수 있다. 라는 거지.”

“그건 사실인가?”

“물론. 100% 진심이다.”

“·················.”

나하고 똑같이 생긴 얼굴을 이렇게 빤히 노려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어쨌든 거짓말로 보이지는 않았다.

“몇 가지 물어봐도 되나?”

“그래. 얼마든지.”

“네가 나에게 힘을 주면 나는 파이널 칠드런들을 이길 수 있나?”

“으음···. 글쎄. 파이널 칠드런의 넘버가 곧 서열인 것은 알고 있겠지?”

“그래. 알고 있다.”

내 말에 그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제이 도미니스는 1번이고, 마하엘 알렉산도르는 2번이다. 골치 아프게도 그 둘이 손까지 잡고 있지.”

파이널 칠드런 중에서도 가장 강한 둘이 손을 잡고 있는 상황.

거기서 같은 파이널 칠드런이라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건가?

잠깐··, 그러고 보니 궁금한게 있다.

“나는 원래 몇 번이지?”

“········비밀이다.”

“뭐? 그 정도는 말 해 줄 수 있잖아?”

별로 중요한 사실도 아닌데 왜 숨기는 것일까?

난 순간적으로 그것이 중요한 비밀과 직결된 것처럼 느꼈다.

“글쎄···. 굳이 말하자면 네가 파이널 칠들런이라는 것만 말해 주지. 파이널 칠드런.”

“·················.”

뭔가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나는 침묵만을 지켰다.

그런 나에게 그는 설명을 계속했다.

“어쨌든···. 너의 진정한 힘은 네가 모든 힘을 되찾아 봐야 알 수 있다. 그 능력이 제이 도미니스나 미하엘 알렉산도르에게 도달할지 못할지는 나도 몰라.”

난 참다. 참다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 도대체···. 숨기지 말고 말을 다 하란 말이야~!!!”

아까부터 중요한 알맹이만 쏙 빼고 설명하고 있는 기색이 노골적으로 보였다.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안 돼. 다만 내가 설명을 안 하는게 아니고 못하는 것 정도만 말대 두자.”

“···썩을·····.”

아무리 이를 갈아봤자 더 이상 얻어낼 진실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온 이상 힘이라도 얻어가는 수밖에 없다.

“잘 생각했어. 수련은 여기서 할 거야.”

“여기? 심상 공간에서?”

내 말에 그는 씨익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네 진정한 힘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공간도 없을 거야.”

“왜지?”

“밖에서 하면 시드니가 날아가 버릴 지도 모르니까·····.”

나의 진정한 힘이라····.

좋다. 필요한게 힘이라면 얻어야지.

그리고 반드시 날 둘러쌓고 있는 모든 운명의 멍에들을 벗어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시아를 위한 일이다.

민재가 수련을 떠나고 시아는 민재가 잠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았어요.”

덤덤하게 얼굴을 무릎에 밖고 대답하는 시아를 보면서 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표정으로 시아를 바라봤다.

그 얼굴에 서려 있는 감정은····.

그것은 명백한 경멸의 감정이었다.

“적당히 하지 그래? 철부지 시아 공주님?”

울컥~.

진아의 한 마디에 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은 얼마나 울었는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런 시아는 진아에게 거칠게 따졌다.

“언니는 내 심정 모르잖아요? 주인님이 저를 버렸단 말이에요. 이런 심정 알 리가···.”

“그런 심정은 너 이외의 슬레이브들 전원이 한 두 번은 꼭 겪어보는 감정이지. 이 철부지야.”

진아는 이를 까드득 갈면서 시아를 바라봤다.

어떤 슬레이브라고 해도 처음부터 남자의 물건 취급받는 여자는 없다.

보통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라는 최초의 주인하고는 조금이지만 각별한 유대감을 가지는 법이다.

진아 역시 그러지 않았는가?

다만 주인인 남자들은 슬레이브들인 여성들과 다르게 아쉬울 것이 없다.

그래서 쉽게 여자를 버리고 여자는 결국 상처 받기 마련이다.

보통 슬레이브들은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는 그런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그래···.

지금까지 오직 한 주인에게 애지중지 귀하게 취급받은 시아를 빼고는 말이다.

시아는 그런 대우를 받고 자랐지만 그걸 과시해서 다른 슬레이브들을 화나게 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위를 하고 있었다.

“주인님에게 버림받아? 어떻게? 얼굴에 한 대 맞은 걸로? 그거 주목도 아니지? 주인님 주먹으로 맞았다면 빨개지는 정도가 아니라 이빨 나갔을걸?”

“·····발·· 발로 밟히기도 했어요.”

“그래? 그리고 또?”

“···나보고···· 물건이라고 했·· 흑··· 흑흑·····. 사랑한다고 했는데···.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시아는 넋이 나간 것처럼 중얼 거리면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만큼 민재에게 그런 취급을 받은 것이 쇼크였던 것이다.

사실 시아도 민재도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드물게 연애라는 것을 하고 있다.

보통 구시대였다면 연애라고 해도 여러 가지 본보기가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주워 들은 것들로 어느 정도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원래 연애하면서 한 번도 싸우지 않는 커플은 한명도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 둘은 지금 처음으로 커플다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로 상처 받았지만 그 상처받은 원인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에 상처 받고, 그럼에도 사랑하고, 하지만 상처 받고····.

이런 무한 개미지옥에서 빠져 나오기에는 이 커플은 아직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아의 사정이고···.

진아가 보기에는 시아의 이런 행동이 짜증날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이럴때는 그런 짜증내는 제 삼자의 말이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 작품 후기 ============================

깜짝 연참입니다.

최근에 급변하는 스토리에 NTR을 예감하고 추천이 좀 줄고는 있지만....

저도 그런것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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