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저건 무슨?”
“나도 몰라···. 이건····.”
저택의 메이드들은 모두들 수건 거렸다.
부서진 민재의 서재.
붉게 물든 시아의 뺨과 흐트러진 머리.
무엇보다 풀이 잔뜩 죽은 시아의 얼굴 표정은 이 집안의 메이드들에게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이 집안에서 어느 정도 일을 해본 메이드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시아에 대한 민재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말이다.
그런 민재가 시아를 때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 슬레이브에게 손찌검을 하는 주인들은 종종 있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의 얘기다.
지금 호주는 민재가 슬레이브나 프리라고 해도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법률이 없다고 해도 민재가 여자를 폭행하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녀들이었다.
유일한 전과를 따지자면 수진이가 한 번 민재에게 당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수진이가 시아를 때렸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더구나 그때는 수진이가 민재의 여자도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민재가 아니고서야 누가 감히 시아의 얼굴을 저렇게 만든단 말인가?
설사 민재의 심복으로 알려진 문리향이라고 해도 시아의 뺨을 저렇게 만들었다면 민재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붉어진 뺨은 틀림없는 민재의 행동이란 것이다.
여자들은 수군수군 거리면서 시아의 상처에 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었다.
시아가 민재에게 버림받았다.
드디어 민재가 시아에게 질려 버렸다.
등등의 얘기들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런 소식을 듣고 몇몇 메이드들은 자신들이 다음의 시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을 가지는 여자들 보다는 전체적으로 불안감을 가지는 여자들이 더 많았다.
우선 시아의 자리를 노리기에는 그동안 시아가 다른 슬레이브들에게 너무나 친절하게 잘 해줬다.
보통 주인의 총애를 받으면 다른 슬레이브들을 거의 종 부리듯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찌검은 기본에 주인의 총애를 못 받게 온갖 방해 공작을 다하는데 보통이었다.
하지만 시아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민재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으면 넌지시 민재에게 말해서 신경 써 달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 평소에 다른 슬레이브들에 대한 태도도 친절했다.
특히 시아와 오랜 시절 같이 있었던 지선이나, 은하, 진아 등은 그 사실을 듣고 처음에는 전혀 믿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한수진이었다.
시아가 민재에게 맞았다는 소식을 뒤 늦게 들은 수진이는 있는데로 열이 받아서 민재를 찾아갔다.
“민재야~!!! 민재 너 어디 있어~!?”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수진이는 민재가 바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거기로 찾아갔다.
그리고 민재를 발견했을 때 수진이는 순간 넋을 잃어 버렸다.
“····너··· 너 지금 뭐 해?”
“·····보다시피?”
수진이의 눈에 보이는 민재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알몸으로 하체만 시트로 적당히 가린 민재의 곁에는 몽롱한 시선의 여자들이 몇 명이나 알몸으로 뒹굴고 있었다.
그녀들 뿐만 아니라 민재의 시선도 정상이 아니었다.
약간 풀린 시선과 비틀 거리면서 일어나는 민재의 행동은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너···. 너 뭐 한거야?”
“그냥···. 약에 취해서 내 슬레이브들하고 섹스하고 있었지.”
“약···. 너 그런짓 했다가는···.”
“무슨 상관이야. 보통 다 하는 일인데?”
따지고 드려는 수진이한테 민재는 피식 웃으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수진이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어때? 애들은 좀 가지고 놀았더니 다 드러누웠는데····. 네가 상대 좀 해 줄래?”
“······치워.”
“쌀쌀 맞기도 해라····. 나 좋아하지 않아?”
“····내가····· 내가 사랑한 남자는·····.”
수진이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말했다.
“내가 사랑한 남자는··· 절대로 이런 자포자기한 패배자가 아니야.”
“··········그냥 섹스나 좀 하려고 했더니···. 까탈 스럽기는····.”
민재는 수진이한테서 떨어져서 다른 여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약에 취해서 헤롱헤롱 거리고 있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강제로 침대에 끌고 가더니 마치 인형을 범하는 짐승처럼 여자를 안아갔다.
수진이는 차마 민재의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방에서 나와 버렸다.
수진아가 방을 나가도 민재는 전혀 멈추지 않고 여자들을 안아갔다.
민재의 슬레이브들 답게 모두 아름다운 여성들이었지만···.
그녀들 전원이 약에 취해서 마치 인형이나 다른 없었다.
민재는 그런 그녀들을 성욕의 배출구로만 쓰고 있었다.
평소에 그런 남자들을 가장 경멸하던 민재가 말이다.
민재의 행동이 변하고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집안의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이 삭막해 졌다.
모든 여자들이 민재의 행동에 쉬쉬하면서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동안 집안에서 모든 여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민재가 여성들에게 친절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살면서 그런 남자들을 만나 본적이 없는 슬레이브들이었다.
보통 남자들은 자신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밖에는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민재는 그녀들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가끔씩 살을 겹칠 기회가 와도 대충 자신의 욕망만 배출하고 여성을 변태적으로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대등한 남자와 여자로서 사랑을 나눠줬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그런 남자는 정말 드물었다.
그러던 민재가 정신줄을 놓고 마치····. 마치 보통의 나쁜 남자들처럼 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모두들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제까지 곁에 있었던 행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도 무슨 행동도 하지 못했다.
시아가 그런 일을 당한 이상 누구도 지금의 민재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딱 한명 행동을 나선 여자가 있었다.
“주인님. 어머? 요즘 찐하게 놀고 있다고 하시더니 정말이었네요?”
민재가 요즘 진치고 있는 바는 원래 지선이가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는 곳이었다.
자기 영역이라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걸까?
놀랍게도 요즘들어서 망가져 가고 있는 민재의 앞에 능청 스럽게 나타난 것은 최지선이었다.
그건 정말 의외였다.
민재에게 가까운 측근 여자들 중에서 가장 겉도는 여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최지선을 꼽았을 것이다.
다른 여자들은 민재라는 남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최지선이라는 여자는 민재라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배경과 슬레이브를 편하게 해주는 생각 자체를 좋아했다.
즉 민재가 해 주는 안락하고 우아한 생활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심지어는 본인 스스로도 그걸 별로 숨기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가 망가진 민재에게 접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른 슬레이브들은 최지선이 시아의 자리를 노리고 접근했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유가 뭐든 간에 그녀는 민재에게 부드럽게 기대서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화끈하게 노는 거라면 저한테 먼저 말씀 하시지 그랬어요?”
“왜? 네가 그렇게 해 주게?”
“당연하죠. 제가 빼는 성격으로 보여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민재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오늘따라 가슴팍이 한껏 들어나 보이는 드레스가 그녀의 몸을 타고 흘러 내렸다.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는지 순식간에 알몸이 드러난 그녀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민재에게 밀착 시키면서 평소 보다 훨씬 더 농밀한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하아···. 어때요? 천국까지 갈 준비 됐어요?”
“충분히. 그럼 춤춰 봐. 이제 와서는 빼지 않겠지?”
“물론이죠. 으음···.”
그렇게 말하고 지선은 정말로 민재의 몸위에서 음란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은밀한 비처에는 민재의 물건이 들어가 있는 상태로 교태롭고도 천박하지 않을 정도로 허리를 움직이는 지선이의 움직임은 확실히 아름다운 춤 같았다.
“아···. 아앙···. 하아·· 하아·· 아아··· 주인님····.”
“그래···. 좀 더 해봐.”
민재는 눈앞에서 출렁 거리고 잇는 지선이의 젖가슴을 입으로 물고 잘근잘근 깨물었다.
약간 아플 정도의 자극에 지선이는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음색으로 신음하면서 몸부림 치기 시작했다.
“하아아~!! 아아··· 주인님~!!!!”
“흐으···· 으읏···.”
그렇게 바에는 두 마리의 음란한 수컷과 암컷만이 서로를 탐해갔다.
격정적인 섹스가 끝나고 나는 지선이를 옆에 끼고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술을 병으로 나발 불 듯이 마셨다.
그리고 지선이에게도 권하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 왜 온 거지? 시아나 진아가 보냈나?”
“응? 무슨 말이에요? 주인님?”
내 말에 지선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런 지선이를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거짓말 하지 말고···. 어차피 나 보고 좀 정신 차리라고 말하려고 온 거잖아?”
“응? 왜요? 지금 주인님이 뭐가 어때서요?”
그녀는 나를 보고 태연하게 말했다.
완전 진심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녀에 한해서는 마냥 믿을 수도 없다.
난 손을 뻗어서 그녀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어머? 뭐하세요? 벌써 또?”
“아니? 엉덩이에 꼬리나 뿔이라도 나지 않았나 싶어서.”
내 말에 그녀는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한 여우짓 하기는 하죠?”
그냥 여우게?
아주 구미호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무슨 속셈이야.”
“속셈 같은 것 없다니까 그러네···. 주인님이야 말로 무슨 속셈이에요? 방금 눈앞에서 다섯 살 연상의 끝내주는 미녀를 즐겼잖아요? 그것도 약기운 반 술기운 반으로? 우리 앞으로 매일 이러는 것 맞죠?”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러는게 좋겠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온 이유.
그 근간부터 모든 것이 쓰러져 버린 기분이다.
이럴 바에는 그냥 이 미쳐버린 세계의 평범한 남자들처럼 계집질이나 하면서 적당히 사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안될게 뭐 있겠어···. 그런 의미로 뒤로 돌아 누워. 지선아.”
“아잉··. 이 짐승···.”
지선이는 그대로 엎드려서 자신의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항아리 같은 엉덩이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난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그대로 나의 물건을 그녀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상체를 엎드려서 그녀의 젖가슴을 아플 정도로 꽉 주무르면서 그녀를 범해 갔다.
“아아···. 주·· 주인님. 좀 살살···. 팔꿈치 아파요.”
“참아···.”
내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선이는 팔꿈치로 상체를 지탱하고 아파하고 있었다.
이전이라면 배려했겠지만 약기운인지 아니면 자포자기 해서인지 난 그냥 내 욕심만 채웠다.
“아···. 아파요··. 아이·· 아···· 아아···.”
지선이는 아프다고 하면서도 익숙한 나와의 행위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그녀도 공기중에 흘러 나오는 마약의 연기에 취 했는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난 그대로 그녀의 뭄에 사정하고 바닦에 쓰러져서 그녀의 풍만한 몸을 내키는 대로 주물럭 거렸다.
그리고 난···. 지독한 허무감과 상실감에 휩싸였다.
‘·····제길. 사람 돌게 하는군.’
원래 시아 이외의 여자와의 섹스에서는 만족감 보다는 쾌락의 감정이 더 크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허무감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아니 허무감보다는 거의 비참함에 가깝다.
그때 나를 보고 지선이가 말했다.
“주인님···. 별로 기분 안 좋아 보이네요?”
“·····그럴 리가. 또 할까?”
“흐음···. 난 목석은 별로인데···.”
“목석이라니?”
“아니면 비참한 얼굴로 날 안고 있는 남자라거나 말이죠.”
“··············.”
지선이의 말에 난 침묵했다.
============================ 작품 후기 ============================
좌절한 주인공을 갱생시키기 위해서 지선이가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