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세계 4차대전.
그것은 인류 최대이자 최악의 전쟁이었다.
핵을 총알 쓰듯이 남발하는 인류는 마치 단 한명이 남을 때 까지 전쟁을 계속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끝없는 전쟁을 계속했다.
이제 명분도 없고, 휴전의 여지도 없었다.
그저 끝장을 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수렁 속으로 빠져든 전쟁이었다.
그리고 인류는 핵보다 더 강한 무기를 만들어 냈다.
이른바 세균병기였다.
‘VVVV’ 라고 불리는 이 세균 병기는 어느 테러리스트가 개발했다고 한다.
발병하면 100%죽음.
전염력은 1kg의 양으로도 대도시 하나를 물들이기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로 죽음의 병기.
이것을 개발한 자들은 이것으로 자신들이 세계를 석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신 같은 것들····.”
영상을 보고 있던 내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러자 뒤편에서 미하엘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기다려. 아직 진짜 병신 같은 면은 좀 더 기다려야 나오니까.”
“····여기서 더?”
내 말에 미하엘은 어깨를 으쓱 거리면서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인류의 병신력은 그 끝이 없는 것 같아.”
“·····동감이다. 마저 보기나 하지.”
“그래. 그게 좋아.”
개발자들은 시험적으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과 뉴욕에 VVVV균을 살포했다.
효과는 발군이었다.
지구 통일의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미국이 궤멸해 버렸다.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아서 말이다.
“이건···. 좀 이상하군.”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강력해요.”
미국 뿐만이 아니라 북미 대륙 전체가 한 달 만에 죽음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개발자들은 덜컥 겁이 났다.
그들이 시물레이션 해본 것 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과였다.
사실 그들이 이 VVVV균에 관해서 간과하고 있는게 있었다.
모든 생물에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
바로 진화였다.
무균실의 비커에서 있을 때와 달리 세상에 나와서 여러 가지 항체를 접하고 합성을 시작한 VVVV균은 급격한 진화를 일으켰다.
더욱더 강력해지고 더욱더 치명적으로 말이다.
개발자들이 만들어둔 백신 따위는 진작 뛰어 넘어 버렸다.
마치 바이러스 자체가 의지를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 악마의 바이러스는 더욱더 강해졌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전 인류는 VVVV바이러스에 정복당해 버렸다.
이변을 알아채고 밀폐된 멸균실에 들어간 몇몇 인간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간들이 VVVV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버렸다.
마치 인류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주 극소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살아남은 자들이 있었다.
스스로의 몸에 항체가 생긴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바이러스인 VVVV균이라고 해도 한 종족 개체를 완벽하게 말살하는 것은 어려웠다.
100만 명에 1명꼴 이었지만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항체를 만들어내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살아남은 자들은 세계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VVVV 바이러스에 완전히 적응한 이들만이 자신들의 세계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VVVV 바이러스에 살아남은 자들의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이다.
임신이 안되는 원인을 필사적으로 규명한 결과 문제가 뭔지 알아냈다.
바로 여성이 문제였다.
VVVV 바이러스는 여성의 임신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나타낸 것이다.
이대로는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던 차에 크리스 파슈타인 박사라는 남자가 나섰다.
그는 살아남은 인류들 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인간이었다.
아니····. 생물학과 유전자 공학에 관해서는 인류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남자였다.
그는 인류를 치료하기 위해서 연구를 거듭했다.
살아남은 전 인류는 크리스 박사에게 인류 최후의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크리스 박사 조차도 인류의 불임을 치료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 대신에 대안을 내 놓았다.
살아남은 인류들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인공 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인공 수정을 넘어서 시험관에서 유전자를 완전히 배양 시켜서 출산까지 인공적으로 처리 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비록 자기배로 직접 낳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인류는 시험관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었다.
인구가 대폭적으로 줄어든 인류에게는 그것이 더 나은 방식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문제 하나.
인구의 불균형이었다.
시험관에서 생긴 아이들은 태반이 여자아이들이었다.
남자가 생길 확률은 30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은 큰 문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힘들게 가끔씩 생기는 남자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남자들의 능력은 놀라웠다.
그야말로 일어버린 문명을 대신해서 세계에 필요한 것이었다.
인간은 정말 정신 못 차리는 글러먹은 생물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또 전쟁을 일으키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초능력자의 확보와 그것을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서 은밀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미국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소년들을 소년병으로 삼아서 그들은 타국을 침략했다.
인류가 멸망할 뻔 한지 30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발발한 전쟁이었다.
이것이 5차 세계 대전이었다.
“잠깐만···. 5차 세계 대전은 대환란 전에 일어났던 전쟁이잖아?”
내 말에 미하엘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작이 당연하잖아?”
“····누가?”
“········그건 계속해서 보면 알 거야.”
난 크리스의 말대로 영상을 계속해서 관람했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인류는 결국 다시 전쟁을 했다. 이번 전쟁은 초능력이라는 새로운 병기를 앞세운 새로운 전쟁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소년들을 전쟁으로 내몰기 위해서 인류는 윤리를 외면했다.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초능력을 지닌 인류를 인공인류라고 부르고 무작정 찍어내기 시작했다.
많이 찍어 낼수록 강력한 능력을 지는 능력자가 태어나기 쉽다.
여자는 불량품 취급 받고 폐기 당하기 십상이었고 사내들만 키워서 무기로 쓰기 시작했다.
시험관에서 찍어내는 인공 인류는 진짜 인류가 아니라는 의도로 행한 일이었다.
나름 자신들의 정의를 주장하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인공인류라는 도구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인공 인류라고 이름을 격하시켜도 그들 역시 인간이다.
엄연히 머리가 있고 지능이 있는 인간들인 것이다.
전쟁터에서 시간을 보낸 몇몇이 머리가 굵어지고 사리를 분별할 의지가 생기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류에 대항하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 대 인공인류의 전쟁이 벌어져 버렸다.
“초 병신 같은····.”
“내가 말했지? 그 말이 또 나올 거라고.”
“··········.”
“그럼···. 이제 마저 보도록 해.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반전이니까 말이야.”
“·····이게 영화라면 최악의 영화일 거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영화가 아니잖아?”
그는 나를 향해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연한 현실이지.”
“·············.”
그 엄연한 현실의 얘기가 계속 되었다.
전쟁은 순식간에 가속화 되었다.
국가 대 국가.
인류 대 인공인류.
수많은 대립 구도속에서 인류는 또 지구를 피로 더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잔혹한 현실에 가장 절망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크리 파슈타인 박사였다.
그는 인류를 재건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인공인류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런 잔혹한 전쟁이라니···.
그는 절망하고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생물은 영원히 포기하고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살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한 번 인류를 구원했던 그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 다시 한 번 연구에 매달렸다.
이번에야 말로 완벽한 인류를 다시 만들어 내기 위해서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드디어 해냈다.
그의 나이가 90이 넘어가는 무렵에 만들어진 새로운 인류.
그것은 기존의 인공 인류와는 다르게 엄연하게 인간의 뱃속에서 나왔다.
또한 인공인류 못지않은··· 아니 훨씬 더 강력한 초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크리스 박사는 지금의 글러먹은 인류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리스 파슈타인 박사는 세상을 떠나면서 그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유언을 남겼다.
“세계를 평정해라. 그리고 이 어리석은 전쟁을 멈춰라. 너희들이 세계의 마지막 희망이다. 나의 마지막 아이들아·····.”
그렇게 해서 남은 아이들.
그게 바로 파이널 칠드런이었다.
약 100명 남짓의 파이널 칠드런은 강력했다.
얼마나 강력한가 하면 그들 100명이서 세계를 순식간에 굴복 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세계를 석권한 그들은 우선 역사를 조작했다.
인공인류와 인류의 반목은 인공 인류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이 한 몫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공 인류에 대한 사실을 모두 은폐하고 역사도 대폭적으로 조작했다.
인간의 기억까지 바꿔야 하는 대규모 역사 조작이 벌어졌다.
파이널 칠드런들 중에 강력한 정신계 능력자들이 직접 나서서 전 인류의 기억을 조작했다.
그리고 인류를 쉽게 지배하기 위해서 언어를 통일하고, 여러 가지 금제도 걸었다.
증거를 지우고····.
기억을 바꾸고····.
인격까지 주물러서····.
결국 그들은 세계를 다시 만들어 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이 미쳐버린 세계였다.
“·······················.”
숨이 가쁘다.
가슴이 답답하고 흥분으로 체온이 뜨겁다.
이런 이유였던가?
지금 이 세계의 여자들이 고통 받는 이유가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어리석은 전쟁, 어리석은 부흥, 어리석은 인류.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자업자득? 천벌?
신이 드디어 인류를 저주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건가?
난 시간을 들여서 호흡을 가다듬고 간신히 머리를 차갑게 했다.
“·····우선 진실은 잘 들었다.”
“그래····.”
“그럼 나도 한 가지 물어보지. 어째서 이 영상을 보여주는 거지? 무슨 이유로?”
“흐음····. 간단해. 거기 나오는 파이널 칠드런이라는 것 있지?”
“그래. 그게 뭐?”
“그게 바로 우리야.”
“·······무슨··· 터무니 없는····?”
“정말이다. 너도 나도, 그리고 그 판도라라는 여자도, 또 덤으로 알려주자면 미국의 제이 도미니스도 파이널 칠드런이다.”
“제이 도미니스까지?”
“그래···. 다만···, 같은 파이널 칠드런이라고 해도 차이는 있는 법이지.”
“·····무슨 차이를 말하는 거냐?”
“흐음··· 아까 설명에 의하면 파이널 칠드런의 멤버는 100명이라고 했지?”
“그래. 그게 어쨌다는 거냐?”
============================ 작품 후기 ============================
한국인 파이터 삼인방이 다 이기면 연참한다고 했는데 강경호 선수가 패했습니다.
쩝~, 그래도 마크 헌터 형님이 또 멋진 그림을 만들어 주시더군요.
덕분에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번 챕터에서 많은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제 작품의 숨겨진 설정의 50%정도는 밝혀진 것 같습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