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밝혀지는 세상의 전모.>
“넌····. 원래 중국인이었던 인간이군. 문리향이라고 했던가?”
그 남자는 문리향을 알고 있었다.
하긴 문리향은 유명한 인간이니까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그 복면 남자는 주변을 좀 더 둘러보더니····.
“그 외에는···. 광견 한수진에 석두 제이크 하퍼, 건너 애드원 겔리, 그리고 바이킹 매즈 크레이그까지···. 제법 호화로운 포진이군. 짧은 시간에 용케 이만큼의 전력을 집중 시켰어.”
“·······너 구구냐?”
문리향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자신은 유명인이니까 혹 알지도 모르겠지만 에러라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당하고 있는 한수진에 다른 용병들은 대중에게 그렇게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다.
좀 전까지 이 놈은 홀몸으로 자살행위를 하는 미친놈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것은 아닌 모양이다.
“말해라. 아니면 불게 만들어 줄까?”
문리향의 말에 복면 남자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그 실력으로?”
울컥~.
문리향은 순간 눈이 뒤집혔다.
그때 남자가 손가락을 까딱하면서 말했다.
“박민재를 불러오는데 그렇게 많은 인간은 필요 없겠지? 나머지는 심심 할 테니 조금 놀아주마. 한꺼번에 덤벼라.”
순간 문리향은 여기 있는 이 복면남이 역시 미친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여기 있는 모두를 상대하는 것은 민재라고 해도 조금 어려울지 몰랐다.
승산은 거의 반반일 것이다.
그런데 저 미친놈은 그걸 혼자서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안 오나? 그럼···. 내가 가지.”
전령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그 다음에는 순간 사방이 어두워 졌다.
마치 칠 흙 같은 어둠이 모든 것을 가려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약 2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여기저기서 소음과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연무장에 쓰러져 있는 모두가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연무장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쓰러진 내 부하들과 여유만만하게 홀로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어이~, 거기 너~!!”
내가 크게 소리치자 복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 금발의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찰랑 거리는 금발을 허리까지 기른 남자는 얼굴의 반을 가렸음에도 무척 잘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난 쓰러져 있는 내 부하들을 살펴봤다.
문리향에 매즈. 제이크, 애드원, 거기다 여자인 수진이까지···.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었지만 모두들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 처럼 보였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른다.
왜 이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죽어라~!!”
나도 오랜만에 화가 좀 났다.
휘익~!!
한손을 휘둘러서 소멸의 권능을 뿌렸다.
탁구공 크기의 소멸의 구가 십수발 놈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즉시 고속 텔레포트로 하늘 위로 올라가서 뇌전의 채찍을 크게 휘둘렀다.
전방과 상방향의 동시 공격.
놈은 그것을 보고도 전혀 피하지 않고 있었다.
‘잡았다.’
미동도 하지 않는 적을 보고 난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퍼펑~!!
공격이 적중했고 난 지면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쉽게?’
혹시 몰라서 2차 3차의 공격을 준비하고 던진 한수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쉽게 승부가 날 줄은 몰랐다.
그래···. 이건 뭔가 이상하다.
순간 연기가 걷히고 내 앞에는 옷깃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놈이 보였다.
“역시····. 이 능력은·····. 나와 같은 동족이었던 건가?”
“···············.”
놈은 무슨 말을하는 거지?
아니 그것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어떻게 하면 소멸의 권능을 받아 낼 수 있는거지?
피했다거나 한다면 이렇게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내 소멸의 권능을 태연하게 받아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최강의 능력.
그 무엇이라고 해도 무도 소멸 시킬 수 있는 최강의 창인 소멸을 받아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
너무나 의외의 사태를 직면하면 인간은 오히려 뇌가 식어 버린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조금전에 문리향들과 수진이가 당한 것에 화가 나있었던 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차갑게 냉정해 졌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뭐지? 내 눈앞에 있는 놈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에서 뭔가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왜 이런 것일까?
놈은 나를 보고서 말했다.
“그만둬라. 동족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무슨 말이냐?”
내 말에 놈은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이상하군. 너 나를 봐도 아무 느낌도 없나?”
“···············.”
“그럴 리는 없지? 아마 너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나를 보면 동질감이 들지 않나?”
“···············.”
빌어먹게도 놈의 말은 사실이었다.
난 확실히 놈에게서 뭔가를 느끼고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마치 동족을 만난 것 같은 혐오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혼란스러운 나에게 놈이 말했다.
“지금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겠나?”
난 놈의 뻔뻔스런 말투에 이를 갈면서 말했다.
“내 부하들을 이꼴로 만든 놈이 이제 와서 대화? 사람 우습게 보는 짓도 작작하지 그래?”
내 말에 놈은 피식 웃더니 주변을 슬쩍 가리켰다.
“저 중에 죽는건 고사하고 다친 놈이라도 있나?”
“··········그걸 어떻게 알지?”
확실히 외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능력에 어떻게 당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까다로운 놈이군. 의심이 많아.”
놈은 그렇게 말하고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으··· 으윽···.”
“으으으···· 어? 주군?”
“큭~, 저 새끼···.”
쓰러져 있던 내 부하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놈은 나를 향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믿어라. 널 상대로 속임수 따위는 쓰지 않는다. 애당초 쓸 필요가 없거든.”
“그 말은···. 나 정도는 속임수를 쓸 것도 없이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
“그렇게 들리겠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니까.”
“저 새끼가···.”
내 말에 문리향이 다시 울컥해서 덤비려고 했다.
하지만 난 그런 문리향은 제지했다.
“그만해라. 문리향.”
“하지만 주군.”
“명령이야. 그만 둬.”
“··········.”
난 강경하게 문리향을 말렸다.
저 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까부터 놈은 빈말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저 놈은 날 포함해서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을 혼자서 죽일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놈의 말대로 따라보자.’
힘으로 맞서면 불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놈의 존재에 관해서 강렬한 호기심이 들고 있는 나 자신이 있었다.
우리는 단 둘이 방에 마주 앉아서 있다.
“이제 이 답답한 것 좀 벗어야 겠군.”
“놈은 그렇게 말하고 복면을 내렸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을 보고 난 탄성을 질렀다.
“미하엘 알렉산도르?”
“그래. 내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군.”
“······모를 리가 없지.”
세계 최강인 제이 도미니스에게 가장 근접한 남자.
러시아가 세계의 강국으로 이름을 높일 수 있는 근원 그 자체가 이 남자였다.
지금 여기 호주에 있다는 것을 알면 한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가 난리가 날 것이다.
‘아마 나 보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죽이라고 하겠지?’
국제법 상으로는 완전 불법이지만.
그래도 이 남자를 내가 잡아내면 한국은 명백하게 아시아의 맹주로 올라서게 된다.
어쩌면 러시아의 세력권을 흡수해서 미국과도 좌웅을 겨룰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명령이 내려와도 실행 가능하기는 할지····.’
소문으로만 들었던 세계 NO.2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호주의 총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정체를 밝힌 미하엘은 자기 앞에 있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형편없군.”
“그럼 마시지 마.”
“훗~, 까칠하기는····.”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뭘 그렇게 보지?”
“아니 그냥····. 넌 어디 출신인가 싶어서 말이야.”
“········무슨 말이야?”
“방금 내가 한 말을 못 알아먹는다면···. 한참 멀었군.”
“뭘 말하는 거야?”
“내 말은 넌 아직 병아리조차도 아니라는 말이다. 알에서 깨지도 않은 애송이라는 뜻이지.”
“···············.”
사람 열 받게 하는 재주가 탁월한 놈일세.
“흐음·····. 너에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알아 들을까? ········판도라는 만나 봤겠지?”
“그래.”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는 걸까?
“그럼····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아무것도?”
“응? 정말로? 괜한 허세 부리지 말고 정직하게 말해봐라.”
그걸로 허세 부려서 뭐하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왜 그러는 거지?”
“····지금 나를 보면 어때? 동질감을 느끼나?”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동족혐오라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드는군.”
“흐음·····.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거짓말 하는게 아니니까.”
“·············뭐? 너희는 정식 레귤러가 아니라 복제품에 가까운 것들이니까····. 소소한 결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
“·················.”
뭐지? 레귤러니? 복제품이니?
이 자식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그럼····.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할까? 우선 세계에서 아주 극소수의 인간들만이 알고 있는 진실을 알려줘야 겠군. 너 지금의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지?”
“지금의 세계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내 말에 미하엘은 웃으면서 말했다.
“극도의 인구 불균형,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남자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착취당하는 여자들, 세계가 어째서 이렇게 변했는지 아느냐?”
“·········전쟁으로 인해서 방사능 유출과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그렇게 된 거잖아?”
세상에 그거 모르는 인간도 있나?
“흐음···,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다르다.”
“················?”
“지금의 이 세계는 인간들이 자초해서 이렇게 만든거야.”
“······무슨···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설명해 주지···. 아니 그보다는····. 보여주마.”
놈은 그렇게 말하고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순간 나의 의식은 까마득하게 어딘가로 떨어져 나갔다.
정신을 차린 나는 마치 영화관처럼 검은 공간에 커대한 화면만 있는 공간에 홀로 서 있었다.
아니 혼자는 아니었다.
내 뒤편에서 미하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봐둬라. 세계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인간은 10명도 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놈이 그렇게 말하고 화면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이번 챕터로 예상이 분분했던 이 미쳐버린 세계의 설정이 50%정도는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럼 즐겨 주십시오.
요즘 추천이 줄어서 연참하는 보람이 없습니다.ㅠㅠ부디 추천 잘 부탁 드립니다.
PS. 내일 UFC 시합에서 김동현선수, 임현규선수, 강경호선수가 다 이기면 무리해서라도 연참 하겠습니다.
부디 세 명다 이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