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무엇보다 시아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런데 그걸 하지 말라니 그건 너무한 요구다.
아무리 시아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못 들어 주겠다.
난 보지 말라는 시아를 더욱더 빤히 바라보면서 그녀를 안아갔다.
내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시아는 얼굴을 옆으로 돌려 버렸다.
그런 부끄러워하는 태도조차도 아름다워 보였지만 말이다.
이윽고 난 쾌락의 절정에 도달했고 시아도 동시에 내 목에 매달려서 흐느꼈다.
“나··· 아아·!!!”
“시아야····.”
우리는 서로 최고의 쾌감을 느끼면서 사랑을 나눴다.
관계를 가진후에 내가 힘이 빠져서 그녀의 몸 위에 쓰러지자 시아는 재빨리 내 몸에서 빠져 나왔다.
“앗~.”
난 품에 안고 있던 인형을 빼앗긴 어린애처럼 시아를 향해서 손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이미 시아는 침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로브를 걸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시아야···. 우리 오늘은 하루 종일 침대에 있기로 한 것 아니야?”
“절대 아니에요. 그건 민재씨가 마음대로 정한 거지.”
“아니 하지만····.”
“전 옷 갈아 입고 나갈 거에요. 민재씨는 계속 거기 있을 거에요?”
“······시아 없이는 싫어.”
“그럼 씻고 옷 갈아입어요.”
“··············.”
어쩔 수 없나? 결국 난 시아하고 하루 종일 뒹굴뒹굴 거린다는 원대한 계획을 수정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이 많았다.
호주를 내 자치구로 삼고 그것을 지킬 힘을 손에 넣기 위해서 노력을 거듭했다.
그 모든 것인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러니까 시아에 관해서 조금 소흘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제 호주의 일도 대부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진아가 내정을 튼튼하게 하고있고 문리향과 수진이가 국방력을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치근에 합류한 용병들과 판도라의 전력을 다 포함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전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미국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정부하고 좌웅을 겨룬다고 해도 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단 내가 있지 않은가?
장담컨대 신대호로 날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자 난 다시 시아에게 집중해서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단····.
사흘 연속으로 난 시아하고 같이 밤을 보냈다.
시아와 온기를 나누고 서로 사랑을 나눌 때는 모든 것을 잊고 그냥 행복에 잠겨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흘 내내 그러고 있으니까 역시 시아가 좀 답답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시아하고 오랜만에 단 둘이 외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어디를 갈까?
난 고민하다가 시아에게 물어봤다.
“시아야. 혹시 가고 싶은곳 있어?”
“····지금 그거 농담이죠?”
어어···. 적색경보. 적색경보.
저건 뭔가 내가 잘못했을 때 시아가 짓는 표정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으음 생각해 보자.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뭐가 시아를 실망시킨 걸까?
“아~. 시아야···. 코알라 보러 갈래?”
“으음····. 방금 잊어 버리고 있었죠?”
“하하하···. 설마?”
다행이다.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시아가 다소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추궁하고 있지만 괜찮다.
이 정도는 굳건하게 우기면 된다.
얼마 전에 시아한테 코알라를 보러 가자고 하고서는 판도라의 일이 터져서 갑자기 못 가게 되었다.
아마 그때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시아는 제법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난 시아를 데리고 텔레포트를 하면서 시드니 외각에 있는 야생의 자연으로 나갔다.
이게 호주와 한국의 압도적인 차이일까?
대도시인 시드니에서 약간만 벗어나고 나니 생생한 야생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나도 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인데 이 나라는 오염이 적어서 빗물을 그대로 받아서 마셔도 괜찮을 정도였다.
그 덕분에 자연의 숲속을 걷기만 해도 음이온으로 샤워를 하는 것처럼 상쾌했다.
“아···. 좋다. 이런거····.”
시아는 야생에서 산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니면서 좋아했다.
‘이렇게 보면 은하 못지 않게 활발한걸?’
예전에··. 그러니까 연인이 되기 전에는 시아의 저런 모습은 본적 없었다.
물론 그 시절에도 난 시아를 사랑했고, 시아도 날 사랑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아직 우리도 어렸고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도 않았다.
이런저런 일이 잔뜩 있고···. 또 이렇게 연인 사이가 되고 나서야 시아의 저 천금 같은 미소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나에게 만큼은 자연스럽게 웃어 준다.
나에게 만큼은 자연스럽게 때도 쓰고 억지도 부린다.
나에게 만큼은 시아의 모든 면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모든 마음을 열어주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남자를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하게 하는지···.
이 미쳐버린 세계의 남자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때때로는 그게 좀 안타까울 때도 있다.
“민재씨, 코알라는 어디 있어요? 코알라.”
“응? 아아··· 이 숲 어딘가에 있다고는 하는데···. 한 번 찾아볼까?”
난 그렇게 말하고 미래시로 주변을 슬쩍 훑어봤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래시로 볼 수 있는 것은 아주 짧은 미래 뿐이지?’
이걸로 코아라를 찾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미래시가 안된다면 어떻게 할까?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이 뭐가 있을까?
으음······. 없다. 아마 없어 보인다.
‘쩝~, 나 싸우는 것 말고는 되게 무능한걸?’
여기저기 숲을 파헤쳐 볼까? 아니면···.
“민재씨, 지금 숲을 다 부술 생각하고 있죠?”
“응? 아니··· 설마 그럴 리가?”
“흐음, 그래요? 지금 표정은 어렸을 때 루빅큐브라 안 맞춰진다고 부쉈다가 다시 맞출 때의 얼굴하고 비슷한데요?”
“그건 초등학교 시절의 얘기잖아?”
“쿡쿡···. 다 맞췄다고 절 새벽 2시에 깨웠다고요. 제가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아요?”
“그랬지···. 하지만 넌 그래도 주인님 정말 잘했어요. 라고 칭찬해 줬어.”
“그때는 부쉈다가 다시 조립한 걸 몰랐거든요.”
“하하하하····.”
치트키 만세다.
나는 시아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냥 숲을 걸어보기로 했다.
코알라는 운 좋으면 만나겠지?
“그러고 보니 시아 너도 처음에는 요리 정말 못했는데 말이야.”
“예. 제 요리 항상 맛있게 먹어 줬잖아요?”
“네가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 한게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지?”
“그랬죠.”
“그리고 처음 만들었던 요리가 김치 볶음밥이었고.”
“·····그랬죠.”
“이야···. 김치 볶음밥 만든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설마 배추를 절이고 김장 준비부터 하고있었을 줄이야.”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아이 정말···. 그때는 너머 어렸다고요. 그냥····. 그렇게 정성을 들이면 민재씨가 기뻐 할 것 같기도 해서····.”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나를 생각해 줬다는 건가?
새삼스럽지만 다시 기쁘게 생각된다.
그렇게 시아하고 같이 얘기를 하면서 걸어가다가 우리는 몇 가지 야생 동물원들을 볼수 있었다.
캥거루와 오리 그리고 시아는 무서워했지만 뱀도 볼 수 있었다.
사실 캥거루는 호주에서는 골프장에서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것도 사육된 캥거루 말고 야생의 캥거루를 말이다.
너무 자주 봐서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
결국 목표로 한 코알라는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포인트를 자세히 조사하고 와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포기할까?’
슬슬 해도 지고 저녁 먹으러 갈 시간이다.
그래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시아가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아~! 민재씨, 저기 좀 봐요.”
“응? 호오~!”
시아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새끼 캥거루가 있었다.
그런데···. 그냥 새끼 캥거루고 아니고 하얀색을 지는 흰색의 새끼 캥거루였다.
그리고 그 새끼 캥거루의 곁에는 어미 캥거루로 보이는 캥거루가 있었다.
이건····?
“어미를 잃었니? 불쌍하게도···.”
시아는 새끼 캥거루에게 다가가서 살며시 안아 올렸다.
작은 토끼 사이즈의 캥거루는 조금 발버둥 쳤지만 시아의 품안에 들어가자 안정을 되찾고 진정했다.
“으음····. 민재씨, 이 새끼는····.”
“아···. 알겠어. 그 정도야 뭐···.”
내 말에 시아의 얼굴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민재씨···, 고마워요.”
“별로 고마울 것은 없어. 맛있어 보이는 녀석인데 뭐. 레어로 구을까?”
“민재씨 변태~!!!”
뻐억!!!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알았다.
농담이었는데···.
목표했던 코알라는 찾을 수 없었지만···.
시아는 하얀색의 캥거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흰둥아. 우리 집에 가면 맛있는 것 만들어 줄게?”
“삐이····.”
이름을 흰둥이라고 지었다. 내 센스는 아니다.
시아의 센스지.
그나저나 저 시기의 캥거루가 뭘 먹지?
그냥 우유면 될까?
아무래도 전문가를 불러야 겠다.
어설프게 키웠다가 저 흰둥이라는 새끼 캥거루가 죽기라고 하면 시아가 몹시도 슬퍼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아가 흰둥이를 안고 나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민재씨, 흰둥이 키우게 해 줘서 고마워요.”
“·····별 말씀을.”
저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것 만으로도 캥거루 하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 동물원을 차려 줄까?’
시아만 기뻐해 준다면 동물원에 덤으로 수족관도 차려 줄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인 걸까?
아니면 대환란 전의 여자들이 말하는 호구라는 종족인 것일까?
‘···시아한테는 호구라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이 놈은 그냥 바보다.)
누가 이런 말을 했던가?
평화와 혼란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말이다.
그것은 아주아주 평화로운 어떤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뭐? 우리 애들이 다 당했다고?”
갑자기 나한테 달려온 전령의 말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게 무슨 뜻이냐고~!!?”
난 너무 다급해서 전령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게 그러니까·····.”
난 전령의 설명을 대강 듣고 재빨리 달려나갔다.
전령의 말에 의하면 훈련중에 우리 연무장에 갑자기 한명의 남자가 나타났다고 하다.
복면을 쓰고 등장한 그 남자는 정말 문자 그대로 갑자기 나타났다.
처음에는 용병중에 한명인줄 알았지만 나타난 놈이 한 말을 듣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박민재는 어디 있나?”
“················.”
“················.”
“················.”
급속 냉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민재의 이름을 입으로 정면에서 부를 수 있는 있는 인간 같은 것은 기본적으로는 여기에 없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 복면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다.
“여기 없는 거냐? 10분 줄 테니 여기로 나오라고 해라.”
이번에는 침묵이 돌아오지 않았다.
문리향을 위주로 해서 용병들의 간부들이 앞으로 나왔다.
“원래 넌 누구냐? 라는 말을 먼저 해야 겠지만····. 넌 예외다. 일단 죽자.”
민재가 모독당하면 가장 흥분할 인간은 바로 이 인간.
바로 문리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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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썼다고 해 봤자 눈치 빠른 독자 분들은 누군지 다 아시겠죠?
불쌍한 문리향.
임자 제대로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