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안정되어 가는 호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순종적인 것은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혹시 나중에라도 변심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요. 절대로!!! 당신에게 순종하고 따르겠습니다. 절대 사특한 마음은 먹지 않을테니 곁에서 부려 주십시오.”
“·······데자뷰?”
예전에 문리향이 나한테 충성을 맹세한 이후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어쨌든···. 유능한 부하를 얻었다. 라는 걸로 끝내도 될까?
‘제길······. 이번 만큼은 뭔가 많이 찝찝한데····.’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기는 한데 어째 건드려서는 안 될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판도라를 영입한 것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줬다.
일단 판도라의 배에 타고 있던 수녀복을 입고 있던 여성들.
대략 150여명 정도 되는 여자들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녀들 모두가 에러였다.
능력의 편차치는 컸지만 그래도 희귀한 인종중에 하나인 에러가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것은 처음 봤다.
더구나 150여명 중에 50여명은 우리 군의 정규군들과 겨뤄도 밀리지 않는 강자들이었다.
또 그 50명 중에 3명은 랭커급의 강자였다.
한국의 랭커에 비교하면 대략 30~50위권 정도 되는 강자들이었다.
판도라 한명이 가져온 전력이 다른 용병단 세 개를 합친 것 보다 더 컸던 것이다.
난 그녀에게 호주에서 제법 큰 도시중에 하나인 뉴캐슬을 맡겼다.
그곳에서 나는 지분까지 모두 그녀에게 맡긴 것이다.
뉴캐슬은 시드니 근처에 있는 큰 도시로 그 정도면 충분히 후한 대우를 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우리 집에서 머물고 뉴캐슬의 관리는 총독부의 전문가에게 맡겼다.
우리집에서 자신의 측근 세 명을 대동하고 함께 행동했다.
그녀의 대부분의 행동은····.
“여기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판도라. 난 당신한테 그런 행동까지 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주인님을 향한 당연한 행동일 뿐입니다. 부디 하게 해 주십시오.”
“········하다 못해 수녀복이라도 벗고 하면 안 돼?”
아무리 이 시대에서 종교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해도 수녀를 이렇게 시종 부리듯이 하는 것은 좀 내키지 않았다.
그녀의 뒤편에 있는 심복들 세 명까지 수녀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한층 더 그랬다.
꼭 내가 특정 복장에 집착하는 취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하아····. 하긴 집안에 있는 메이드들 선에서 이미 변명의 여지는 없나?’
난 한숨을 내쉬면서 판도라가 가져온 식사를 받았다.
응? 이건····.
처음 느끼는 맛인데 상당히 맛있다.
평범한 스튜와 빵일 뿐인데 이렇게 맛있게 만들다니···.
“혹시 이거 만든 사람 누구인지 알아?”
다음에도 만들어 달라고 하기 위해서 판도라에게 물어 봤다.
그러자 그녀가····.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밀레니아도 조금 도왔고요.”
“아···. 그래? 이거 맛있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뒤편에 있는 밀레니아라는 여자까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진짜······.
하다못해 수녀복이라도 벗으라니까····.
판도라가 민재에게 껌딱지 처럼 딱 달라 붙어서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장 불쾌한 사람은 누구일까?
민재의 연인인 시아?
아니면 민재의 총애를 원하는 에러, 수진이?
그것도 아니면 평소 민재에게 부지런히 어필하던 슬레이브인 지선, 진아, 은하?
아니다.
사실 그녀들은 판도라에게 별로 질투 따위는 하지 않았다.
시아야 애당초 민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것이고···.
다른 여자들도 크게 괘념치는 않았다.
어차피 남자를 독차지 하는 것이 힘든 세계에 태어난 여자들이다.
자신들과 같은 입장을 지는 친구가 늘어났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질투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큭··· 저 암여우가 주군에게 찰싹 달라 붙어서····.”
남몰래 민재를 훔쳐보면서 이를 갈고 있는 인간은 의외로 남자인 문리향이었다.
그의 곁에는 동생인 문이화가 한숨을 쉬면서 그에게 걱정스런 말투로 말했다.
“오빠····. 지금 동생으로서 굉장히 걱정되는 것 알아?”
“그래···. 나도 걱정이다. 주군이 갑자기 저 암여우를 너무 신뢰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아마 내가 걱정하는 것은 오빠하고는 좀 다른 것일거야.”
문이화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 때 중국에서는 최강의 능력자중에 한 명으로 불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사람으로 보였던 오빠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개그 캐릭터로 망가진 것일까?
사실 질투 하면 여자들을····,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애정에 관한 질투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훨씬 더 다양한 질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에 관한 질투.
자신보다 더 잘생긴 사람을 향한 질투.
자신보다 부가 더 많은 사람을 향한 질투.
인간은 항상 질투를 달고 다니는 생물이나 다름 없었다.
지금 문리향이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지금까지 박민재의 오른팔이라고 하면 문리향이었다.
원래는 수진이었지만 실력적으로 문리향이 한수 위였기 때문에 그가 오른팔 취급을 받은 것이다.
최근에 수진이가 늘어난 실력을 피로하고 그 가치를 재증명 받기는 했지만···.
사실 문리향은 수진이하고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수진이는 서열 싸움을 하기 이전에 민재의 여자이기도 했다.
거기서 이미 경쟁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저 판도라라는 여성은 민재의 여자도 아니고,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증명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온 용병들의 분위기는 이미 판도라를 문리향의 윗선으로 보고 민재의 최고 측근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용병들 사이에서 판도라의 전설 자체가 워낙에 유명한 것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민재가 판도라의 서열을 애매하게 책정한 것도 그 원인이었다.
정신계 능력자인 판도라의 능력은 다른 사람들하고 비교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하나 정도는 숨겨진 카드가 있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진아의 조언도 있고 해서···.
민재는 판도라의 서열을 논외로 정한 것이다.
서열에 놓지 않고 여차하면 비장의 한 수로 써먹으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 놓고 보니 문리향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그게 질투로 이어진 것이다.
자기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사람은 누구나 느낄수 있는 감정이었다.
문제는 자기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것은 제 삼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고사에서도 왕에게 총애 받던 신하가 새롭게 유능한 부하가 들어오면 질투하고 부딪히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유비에게 제갈량이 들어왔을 때 관우, 장비처럼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인간의 본능이나 다름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아····. 오빠. 하나만 물어 봐도 돼?”
“그래.”
“난 도대체 왜 부른 거야? 난 오늘 수진씨하고 같이 혜미 데리고 소풍 가기로 했단 말이야.”
[오빠의 정신 나간 스토킹에 따라가기는 싫어.]
라는 대사는 그냥 마음 속으로만 삼켰다.
“너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그게 뭔데?”
“간단해. 네가 주군에게 접근해서 저 여우들을 퇴치하는 거야. 자, 이제 해.”
“·············싫어.”
“왜~?”
“일단···. 오빠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야. 어지간한 부탁이라면 들어 주겠지만 그게 정신나간 오빠의 부탁이라면 예외야.”
“뭐? 어째서. 난 지금 주군에 대한 충성과 동생의 행복에 대한 마음으로 한 가득 한걸?”
“내 행복? 오빠 설마····. 나하고 민재님하고 어떻게 잘 되기를 원하는 거야?”
“당연하지.”
“·············.”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말에 문이화는 얼굴이 빨개졌다.
“무··· 무슨 말이야···. 시·· 시아씨도 있는데···.”
“나도 알아. 딱히 시아님에게 이기라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너도 여자고 언젠가는 내 품을 떠나서 남자의 곁으로 가겠지?”
“········무슨 말을 하려고?”
“그게 어설픈 놈팽이라면 내가 죽여 버릴 거야.”
“··············.”
문리향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은 문이화가 잘 알았다.
실제로 중국에서 그녀의 미모에 혹 해서 접근했던 남자들 중에 몇몇이 문리향에게 죽었다.
그냥 빈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죽여 버린 것이다.
그런 시스콤이었던 오빠가 이제는 자신을 놔주려고 하는 것은 좀 고마웠다.
‘하지만 그 상대가 민재님이라니····.’
이제까지 한 번도 민재를 그런 대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런 동생을 보고 문리향이 말했다.
“잘 생각해 보렴. 어차피 이런 세계에···· 여자는 힘들단다. 하지만 주군이라면··. 여성에게 친절하고 자상하시지.”
“아니 그래도····.”
“무엇보다···. 아직은 네가 시아님을 이길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후계자를 말하는 것이다. 후계자.”
“·······후계자라니··· 오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 주군은 후사가 없어. 물론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보통 정부에서 관리하지만····. 주군의 성격으로 봤을 때 그럴리는 없지. 아마 정성과 사랑으로 키워 줄 거다. 설령 그게 딸이라고 해도 말이다.”
“··············.”
문이화는 오빠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식을 정부에 맡겨 버리는 민재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자기 자식을 키우는 것은 정부에 관리되지 않은 빈민들이나 혹은 왕족들 정도지만···.
때로는 변덕으로 자기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 봤자 대부분 조금 키우다가 정부에 넘겨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민재가 그럴리는 없다.
‘그럼···· 내가 민재님의 아기를 낳으면···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람?’
그녀는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졌다.
“이익··· 난 몰라. 이게 다 바보 오빠 때문이야.”
“응? 무슨 말이야?”
“몰라~!! 이 바보, 변태, 호모~!!”
문이화는 그렇게 소리치고 뛰쳐나가 버렸다.
쿵~!
자기 동생에게 커다란 모독을 당한 문리향은 마치 정신계 공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당황하고 쓰러져 버렸다.
“내···· 내 착한 동생이····. 크윽···, 내 착한 동생이 이렇게 변해 버리다니·····.”
누구 때문에 그렇게 변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문리향이었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요?”
“그래요···. 정말 바보 오빠는·····.”
민재의 집의 넓은 정원의 한구석에서 문이화와 한수진은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꺼내놓고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의 곁에는 오랜만에 놀러온 혜미가 천진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수진이 언니~ 이거 봐. 여기 예쁜 꽃 찾았어.”
“어머 정말? 우리 혜미 착하기도 해라···.‘
수진이는 혜미를 잡고 품에 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모성에 굶주린 혜미에게 수진이는 엄마나 다름 없었다.
수진이의 다정한 손길에 천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혜미를 보면서 문이화는 새삼 그리운 추억이 떠 올랐다.
‘엄마라·······.’
지금은 죽어 버린 자신의 모친을 떠올리고 약간은 기분이 우울해진 그녀졌다.
수진이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친구로서 한마디 하자면····. 주인님은 정말 좋은 남자에요. 뭐····. 나를 포함해서 여자가 좀 많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이런 세계인걸.”
“그건 나도 알아요. 다만···. 난 좀 갑작스러워서····.”
“갑작 스럽다니? 무슨 말이에요?”
============================ 작품 후기 ============================
으음..... 거대한 떡밥 뒤에는 잠깐의 휴식입니다.
그리고 오늘 부로 예전에 연재하다고 커스텀한다고 휴재하고 있던 구원의 낙일이 다시 연재 될 예정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일단 1권 분량 정도만 커스텀이 되었기에 다시 조아라에 올리겠습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