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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146화 (146/176)

148화

학교를 나서니 어느새 모두가 하교하고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 피곤해라···. 다시는 수업 시간에 자지 않을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고 교문을 나서는 와중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지? 내가 증인이야. 작심 삼일하면 안 돼.”

“어···? 시아야.”

“후훗···. 깜짝 놀랬니?”

내가 돌아본 곳에는 진작에 집에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아가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민재 너 놀래켜 준다고 좀 기다렸어.”

“이렇게 오랫동안? 이 추운 날씨에?”

“응? 어때? 감격했어?”

감격 뿐일까? 난 크게 감격했다.

난 가서 시아를 살며시 품에 않으며 말했다.

“시아야······.”

“응? 왜 이래? 갑자기? 이거 놔. 사람들 다 보잖아?”

“뭐 어때? 이상한 것도 아닌데?”

“그거야 그렇지만····.”

내 품안에서 발버둥 치던 시아도 얌전하게 내 폼에 안겼다.

그녀의 좋은 향기가 내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이렇게··· 이렇게 평생 시간이 멈춘다면 좋을 텐데·····.

“시아야···.”

“왜?”

“나 지금 정말로 행복해. 꿈속 보다 훨씬 더····.”

이렇게 길거리에서 당당하게 시아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속삭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세상에 외칠 수 있다.

내가 시아를 사랑하다고.

꿈속의 나는 절대로 모르는 행복일 것이다.

어두운 공간 안에 판도라는 허공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보는 허공에는 십자가에 묶여 있는 민재가 있었다.

이곳은 현실이 아닌 심상공간.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그녀가 일대일로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근원.

이른바 심상지배라는 능력이었다.

정신계 능력자 중에는 원래 그렇게까지 강한 인간은 없었다.

세계 상위 랭크중에 정신계 능력자가 랭크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마도 대외적으로 밝혀진 최강의 정신계 능력자는 과거에 민재에게 죽은 중국의 24선중에 한명인 인선 제갈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도 세계 랭킹으로 봤을 때는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세한 능력이 밝혀지지 않은 이 판도라야 말로 진정한 정신계 능력자의 최강에 자리잡은 자였던 것이다.

세계 랭크급의 강자인 민재를 흔적도 없이 제압 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 이제 슬슬 내 꼭두각시로 만들어 볼까?”

십자가에 걸려 있는 민재에게 다가가면서 판도라는 중얼 거렸다.

그녀의 특기는 심상을 지배하고 파괴한 후에 그 상대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었다.

일단 그녀의 꼭두각시가 된 자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멀쩡해 보일 만큼 평범해 보인다.

세뇌의 흔적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절대 복종하는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다.

그 숫자에 한계가 있는 것이 좀 약점이기는 했지만···. 일단 세뇌만 시키면 그 누구라고 해도 판도라의 충실한 부하가 되는 것이었다.

“나도 이렇게 까지 할 생각은 없었죠. 당신은 남자 치고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개념이 있어 보였거든요···. 하지만. 이해를 바래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민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지금 민재는 아마 자신이 가장 바라는 현실.

가장 행복해 하는 현실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인간을 가장 손쉽게 굴복 시키는 수단은 고통과 시련이 아니라 행복이다.

저마다 척도는 다르지만 그 사람이 원하는 진정한 행복을 당근처럼 흔들면 그 인간은 절대로 베겨 낼 수가 없는 법이다.

왜냐 하면 인간은 항상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게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말이다.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썩어 빠진 현실 보다는 행복할 거에요. 그걸 나의 자비로 생각해 줘요.”

이제 무방비로 변한 민재의 정신을 주물러서 세뇌를 하려는 찰나.

[그 손 떼라. 썅년아. 그건 내 거다.]

흠칫~!!

판도라는 크게 놀랬다.

지금 이 공간은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지배하는 심상의 세계이다.

여기는 자기 허락이 없으면 그 누구도 들어오지도 못한다.

그런데 누가?

[내가 누군지 궁금해? 불량품, 아니 복사품 주제에 바라는 것도 많군.]

‘내···· 내 생각을 읽어?’

이런 정말 말도 안 된다.

정신계 능력자는 상하의 관계가 극명하다.

정신계 능력자들 사이에서는 레벨이 떨어지는 자는 상위 레벨의 능력자에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지배 할 수도···.

생각을 읽을 수도···.

그런데 지금 자신의 생각이 읽혔다는 얘기는 여기 들어와 있는 그 누군가는 자신보다도 정신계 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 심상세계의 지배권을 빼앗겼다면 여기 더 있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당장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마음먹은 그녀는 심상 세계에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파앙~!!!

“꺄아악~!!”

나가려는 순간 마치 그물로 된 네트 같은 것이 그녀를 가로 막았다.

그녀는 어느새 꼼짝 없이 이 심상의 시계에 갇힌 것이다.

“누구야~!!? 당장 눈앞으로 나와~!!”

그녀는 당황해서 날카롭게 외쳤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 네 눈앞으로 나오라고? 정말 그걸 원해? 네가 내 존재를 감당 할 수 있어?]

“············.”

상대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판도라는 마른침을 삼켰다.

상대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양이가 쥐를 생각하는 것 같은 압도적인 강자의 동정심마저 숨어 있었다.

“····누구입니까? 나와서 정체를 밝혀 주십시오.”

그녀의 말에는 이제 복종의 기색이 서렸다.

그녀가 도도하고 당당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능력에 자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대일이라는 대전제만 깔리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근거가 무너진 상황에서 계속 자존심을 챙길 정도로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뒤편에서 스윽 하면서 유령 같은 형체가 나타났다.

뚜렷하게 형체를 바로잡은 그것은 판도라에게 말했다.

[여기다. 여기····.]

“당신은·····?”

뒤를 돌아본 판도라의 눈에는 민재성하고 똑같이 생긴 남자가 있었다.

“·······박민재·····는 아니군요.”

[당연히 아니지.]

“·······당신은 누구입니까?”

[네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지.]

“··············.”

판도라의 얼굴이 차가워 졌다.

그것은 마치 필생의 대적을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고?”

[그래. 판도라. 아니····· 17호라고 불러야 하나.]

“········당··· 당신 설마····?”

판도라는 눈을 부릅떴다.

자신을 17호라고 부르는 것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절대로 있을 리가 업어야 했다.

순간 그녀가 놀란 것과 동시에 사방의 공간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공허한 공간을 마치 침식해가듯이 붉은색 공간이 마치 핏물처럼 끈적하게 번져갔다.

판도라가 만든 심상의 공간의 컨트롤을 탈취한 것도 모자라서 그 공간을 자기의 것으로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이 능력은 그녀의 기억에 있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파··· 파이널 칠드런·····?”

[정답이다···. 비치.]

“아····· 아아······ 아·········.”

그 존재의 입가에 잔인한 악마를 연상 시키는 미소가 걸렸고 판도라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마치 있을수 없는 악몽을 만난 자 처럼···.

[어이~, 정신 차려라.]

“응? 뭐가? 잠깐 어디서·····.”

시아를 품에 안고 절정의 행복을 느끼고 있던 나였지만 갑자기 어디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순간 내 앞에 있던 시아가 행동을 멈췄다.

말도 멈췄고 움직임도 멈췄고 심지어는 호흡도 멈췄다.

아니···. 시아 뿐만이 아니었다.

이것은 세계가 멈춘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멈춘 세계에서 민재의 뒤에서 무언가가 스르륵 하고 나타났다.

[한심하기는···. 미덥지 못한 짓도 적당히 해라.]

“···누구야? 넌 누구야?”

[뭐··. 덕분에 너하고 이렇게 뚜렷하게 대화를 하는 것은 처음이지. 어차피 이 기억은 날아가겠지만····.]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하나만 경고해 두마.]

“나오라니까? 앞으로 나와~~!!!”

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면서 소리쳤다. 살면서 이렇게 커다란 불안감을 느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어떤 강적하고 싸워도 이런 기분은 안이었는데···.

잠깐? 적? 무슨 말이지? 이건···. 난 누구····?

[이런 안 되겠군. 망가지기 전에 빨리 보내야 겠어.]

“·····나는··· 나는·····.”

[쯧~, 알아둬라. 세계를····. 치직······· 원····· 치이익······ 달렸다.]

“헉~!!!!!! ········하아···· 하아····· 하아·····.”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금···. 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난 판도라하고 전함에서 협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마치 길고 긴 꿈을 꾸고 난 후의 일 같다.

그때 내 눈에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던 판도라가 보였다.

“이봐···. 이봐 판도라.”

난 그녀를 흔들어서 깨웠다.

그녀의 눈커플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녀는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아···· 당신은····. 아··· 아아·····.”

그녀는 황급하게 내 품에서 떨어져서는 뒤로 기어가듯이 물러났다.

그리고 두 팔로 자기 몸을 감싸고 부르르 떨면서 날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나를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기···· 이봐?”

“잘못했어요.”

“뭐?”

이건 무슨····.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 그러니····.”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초점이 풀린 눈으로 나에게 애원하면서 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정숙한 수녀복을 벗어가면서 어느새 그녀의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순식간에 수녀복을 벗고 하얀색 레이스 속옷만 남긴 그녀는 그것마저 벗으려고 했다.

난 황급하게 그녀를 말리면서 말했다.

“그만···, 그만둬. 뭐하는 거야.”

“시·· 시키는 대로 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 그러니··· 폐기하지 말아 주세요. 쓸모 있는 도구가 될 테니···.”

이건··· 이건 뭔가 이상하다.

그녀는 무척이나 불안한 상태로 보였다.

난 일단 그녀를 진정 시키기 위해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해. 진정····. 여기는 너를 해칠 사람이 아무도 없더. 진정해.”

“················.”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녀의 흔들리던 눈동자도 조금씩이지만 초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난 그녀에게 수녀복을 가져다 주면서 말했다.

“어느 정도 진정되었으면 이제 옷 좀 입지?”

“·······예.”

그녀는 마치 순한 양처럼 대답했다.

아까까지 보였던 차가운 마네킹 같은 인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도데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나도 기억이 흐릿하고 그녀는····· 그녀는 이 모양 이꼴이다.

우리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다가 판도라가 입을 열었다.

“호주에······. 호주에 제가 지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그럼 당신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뭐? 잠깐만 아까하고는····.”

“다른 조건은 됐습니다. 자세한 세부 사항도 당신에게 모두 맡기겠습니다.”

“·············.”

============================ 작품 후기 ============================

업로드가 많이 늦었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까 저녁 9시 쯤에 친구가 전화가 와서 술 한잔 하자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더니...

이 노무 새끼가 애인이 생겼다고 주구장창 염장질을....

(작가는 싱글 입니다.)

어쨌든 이 시간까지 염장질이나 듣고 왔습니다.

3월 부터는 구원의 낙일 1권이조아라에서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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