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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애완동물-144화 (144/176)

146화

다른 나라들을 용병을 골칫거리나 일회용으로 써먹기 좋은 사냥개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에 비해서 민재는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것이다.

나중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논란의 여지가 많이 벌어지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부재중인 십천의 구멍도 다 메우지 못한 한국 정부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한국 정부는 민재에게 더 이상 용병을 들이지 말것과 현지에서 정규군을 그만 모집할 것을 권했다.

사실 강제로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민재의 파워가 너무 막강했다.

막말로 호주를 통째로 들고 미국으로 망명이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조심스럽게 권고만 하는 선에서 그친 것이다.

참고로 그 권고에 민재가 보인 반응은····.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이걸로 끝이었다.

사람들은 민재의 인선을 어느 정도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문리향은 민재의 충복이지만 그건 외부 사람들이 알바 아니었다.

그들이 보기에 문리향은 민재의 전쟁포로였다.

언제 어디서 배신 할지 몰랐다.

그리고 용병 세 명도 마찬가지였다.

강대국들은 용병을 근본도 없는 천한 놈들이라고 경멸했다.

신의 없는 놈들이라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민재의 뒤통수를 때릴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한수진의 인선이었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여성을 자국의 NO.3로 올려 놓다니···.

비록 그 여성이 에러라고 해도 남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한수진의 존재가 분란의 씨앗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방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총독부에서 일하고 있던 진아는 크게 놀랬다.

그만큼 지금 그녀에게 들어온 보고는 놀라운 것이었다.

“····예. ······예. 알았어요. 일단 이쪽에서 타진해 보겠다고 전해 주세요.”

전화를 끊은 진아는 고민에 잠겼다.

어떤 상황이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해왔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일에 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진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계를 확인한 그녀는 차에 타서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이면 집에 계시겠지?”

진아는 과연 무슨 정보를 가지고 민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일까?

요즘 들어서 시간이 좀 생겼다.

확실히 고위 능력자들이 많이 생기고 나니 나는 좀 한가해 졌다.

난 이 한가한 시간에 새롭게 생긴 취미를 즐기고 있었다.

바로 시아의 콘서트를 즐기는 것이다.

내가 시아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개관적으로 판단해도 시아의 노래는 무척이나 감미로웠다.

사실 라이브로 제대로 된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아에게는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열의가 있다고 해야 할까?

배운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늘었다.

쉬워 보여서 나도 한 번 해보려고 했지만··.

내가 치니까 왜 피아노라는 악기에서는 소음 밖에 안 나오는 것일까?

시아가 치면 감미로운 음악이 들리는데 말이다.

어쨌든 난 음악적 재능은 없는 모양이다.

뭐··. 별로 상관은 없다.

듣는 것은 좋아하니까 말이다.

“민재씨, 어땠어요?”

“응? 아··· 좋았어.”

한곡을 마친고 무대에서 내려온 시아를 향해서 칭찬을 했다.

그러자 시아는 혀를 낼름 내밀고는···.

“치···. 항상 같은 말이지···. 띄워 주기인 것 다 알아요.”

“아니 진짜야. 띄워주기가 아니야.”

정말로 시아의 노래를 좋아한다.

이건 진심이다. 다만 뭐라고 다양한 칭찬을 하기에는 내 어휘가 별로 안 좋을 뿐이었다.

시아는 노래를 부르고 목을 축이며 나에게 말했다.

“주인님··. 오늘은 시간도 많은데 같이 어디 안 가실래요?”

“응? 어디로?”

“으음····. 어디든지요····.”

요즘 들어서 시아의 애교가 듬뿍 늘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서 활기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이런 시아의 마음을 진작에 알아 줬으면 좋았을 것을···.

“그럼···. 시드니 외각에 야생 코알라와 캥거루가 있는 장소가 있다는데··. 가 볼래?”

“야생 코알라요?”

“응. 귀여울 거야.”

얼마전에 수진이가 발견한 장소라고 했다.

김수경씨의 딸인 혜미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데리고 갔다고 하던가?

“으음····. 갈래요.”

“좋아. 그럼 지금 가자.”

역시 귀여운 동물은 애들과 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통하는 소재인가 보다.

먹혀서 잘 됐다는 생각에 막 가려고 하는데 멀리서 진아가 달려왔다.

바쁘게 달려온 그녀는 내 앞에서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저기···. 주인님. 지금 급한 일이 생겼어요. 주인님의 결정이 필요해요.”

“····지금?”

“예. 지금요.”

“···알았어. 시아야. 나 잠깐 갈게.”

코알라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시아는 내 말에 싱긋 웃으면서 날 배웅했다. 그런데 요즘 날 슬슬 피하고 있던 진아가 이렇게 헐레벌떡 날 찾아올 정도의 일이라니···.

‘무슨 일이지? 뭔가 큰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뭐라고? 망명신청? 판도라가?”

진아가 가져온 소식은 매우매우 큰 일이었다.

얼마전에 매즈 크레이그를 반죽음으로 만들었던 판도라가 우리한테 망명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무슨 꿍꿍이일까?”

“잘 모르겠어요. 우리 조건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얼마 전에 매즈씨의 제안을 그렇게 거절하지는 않았을 텐데····.”

“백번 맞는 말이야····. 그때랑 상황이 뭔가 변한 것도 아니고····. 알 수가 없네?”

난 진아하고 머리를 맞대 봤지만 판도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우리의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면 저쪽의 상황이 변했을 지도 몰라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전부 제 상상이에요. 그걸 유념하고 들어 주세요.”

“알았어. 말해 봐.”

“알았어요. 제 생각에는·····.”

진아의 추리에 의하면 판도라는 아마도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인물일 것이라고 했다.

매즈 크레이그를 그렇게 걸레짝으로 만들어서 보낸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랬던 그가 한 번 거절했던 이쪽에 먼저 컨택트를 한다는 것은 그쪽의 상황이 매우 절박해 졌다는 것을 뜻한다.

용병 업계의 NO.1인 판도라를 그렇게 절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소거법으로 하나하나 제거해 가면 제일 유력한 것은 역시 미국이었다.

미국은 최근에 유럽쪽의 전쟁에서 사실상 패하고 국위가 많이 떨어졌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마 전력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런 미국은 자연스럽게 판도라에게 마수를 뻗혔고, 판도라는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뭔가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다면 판도라로서도 마냥 거절만 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강하다고 하지만 일개 개인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거기다 미국에는 제이 도미니스라는 초거물도 있다.

판도라가 아무리 강한 용병이라고 해도 혼자서 어떻게 비벼볼 상대가 아닌 것이다.

결국 판도라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국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용병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나에게 망명 신청을 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진아의 추리였다.

“·····그럴 듯 한걸?”

“어디까지나 추리에요. 뭔가 다른 사정이 있을 지도 몰라요.”

“어쨌든····. 저쪽에서 먼저 접근해온 이상 놓치기 아까운 인재지····. 망명을 받아 들이는게 좋겠어.”

“그건 그렇지만···. 저쪽에서 한 가지 조건을 걸었어요.”

“조건? 그게 뭔데?”

판도라 정도의 실력이라면 호주의 일부분을 때서 자치구로 줄 수도 있다.

어지간한 것이라면 다 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진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주인님하고 일대일 독대를 원한대요. 그것만 해 주면···. 그럼 주인님의 세력에 순종하겠다고·····.”

“·········그거 혹시·····?”

“아마도 함정이 아닐까 생각중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

하긴··, 나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니까····.

고작 일대일로 만나는 것만으로 나에게 절대 복종을 하겠다?

나하고 일대일로 만났을 때 뭔 짓을 하려고?

“혹시···. 미국의 사주를 받고 내 목을 노리는 건가?”

내 말에 진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이 주인님을 노릴 이유는 없어요.”

“어째서?”

“사방이 적이고 힘이 약해진 지금 독이 오른 뱀을 건드려서 뭘 얻겠어요? 만약에 주인님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한국 정부에 명분을 줘 버리게 되요.”

“그렇군·····. 그렇다면 여기 일대일 독대 신청은 판도라 개인의 생각이라는 거지?”

“그럴 가능성이 크죠.”

난 눈을 지그시 감고 한참을 고민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어쩌면 그냥 은밀항 얘기를 하려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일단 만나볼게.”

“·····예. 알겠어요. 시간과 장소를 잡을게요.”

내 말에 진아는 어깨에서 힘이 빠진 것처럼 선선히 허락했다.

“저기 진아야? 이번에는 반대 안 해?”

“·····안 해요.”

힘 없이 대답하는 진아는 역시 풀이 확 죽어 있었다.

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난 이대로 진아를 보낼 수는 없어서 진아를 잡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를 내 가슴에 끌어 안고서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인님····?”

“그렇게 풀 죽지마.”

“···········.”

“예전에 시아를 이용해서 날 말린 것은···. 네 결정이 옳았어. 결국에는 저쪽에서 제발로 왔잖아?”

“아니 그건···?”

진아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내가 먼저였다.

“그때 화가 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미안하기도 해. 그러니··. 네가 더 이상 나한테 미안해 하지는 마. 알았지?”

“·················.”

“대답 안 하면 여기서 덥친다?”

내 말에 진아는 풋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대답하기 싫어지잖아요?”

미소가 돌아온 것을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

난 진아의 이마에 살짝 키스하면서 진아를 위로했다.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네가 곁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저도요.”

역시 진아도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중에 한 명이다.

진아와 화해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나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판도라와의 만남을 약속했다.

장소는 시드니 해안의 크루저.

판도라가 직접 자신의 배를 끌고 온다고 했다.

약속한 장소에는 최소한의 인력만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래서 난···.

“혼자 가지 뭐.”

“주군~.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소리입니까?”

“·····너 요즘 많이 풀어졌다.”

인간은 환경이 풍요로워지면 변하는 것일까?

요즘 들어서 겁대가리를 많이 상실한 문리향이었다.

“최소한의 인원이라고 하잖아?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닌데 뭐?”

“아무리 그래도 위험합니다. 그러니 저를 비롯해서 몇몇이라도 데리고 가야 합니다.”

“흐음···. 그렇게 생각해?”

“물론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게 대책 없이 무대포로 생각하는 것은 주군 뿐이란 말입니다.”

“··············.”

============================ 작품 후기 ============================

으음... 익숙해 지면 만만해 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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