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판도라>
문이화가 치료 능력은 다시 한 번 봐도 사기다.
이건 거의 죽지만 않으면 살아나는 수준이니 원···.
매즈 크레이그는 상처는 다 나았지만 의식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과거 중국에서의 문리향처럼 데미지가 커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던 것이다.
난 자리를 비켜주고 애드원과 제이크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뭐 짐작 가는일 있어?”
내 말에 제이크는 난색을 표했다.
“그게 저는 잘····. 저희를 설득한 후에 다른 사람도 설득하겠다고 바로 헤어졌습니다.”
“그래···. 그랬지.”
심지어는 단출하게 혼자 움직이겠다고 부하들 까지 이 둘에게 맡기고 움직였다고 들었다.
그럼 이 상처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와중에 방해꾼이 끼어 들었다는 말일까?
누구지? 내 행보를 못마땅 하게 생각할 놈들은··········. 제길 너무 많다.
내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길 인간들이라면 내 사람들을 제외한 세계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호주에 내 세력을 만들고 배척 받는 용병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누가 좋아 할까?
그때 애드원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혹시·······, 제이크, 네가 나 보다 나중에 매즈와 만났지?”
“응? 아··· 그랬지?”
“그럼 매즈가 어디로 간다고 말한 것은 없나?”
“그러니까 그게·····. 아~, 콜롬비아 쪽으로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혹시 왜 그래?”
“쯧~, 저 겁 없는 친구가·····.”
애드원은 아무래도 매즈의 부상에 관해서 짐작이 가는 원인이 있는 모양이다.
“애드원. 말해 봐. 뭔가 짐작가는게 있지.”
“예. 아마··· 네 예상이 맞다면 저 친구가 판도라의 뚜껑을 열다가 데인 겁니다.”
“·················.”
도대체 무슨 말이야?
“설명하겠습니다. 아마도 매즈는 우리 용병들 사이에서도 최강이라 불리는 그 존재를 보러 갔을 겁니다.”
“용병들 사이에서 최강? 너희들도 랭킹 같은 것 매기던가?”
금시초문이다.
그렇게 좋은 정보가 있다면 내가 놓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아···. 실질적으로 랭킹이랄 것은 없지만 그냥 저 놈 쎄더라··. 정도의 입 소문을 돌고 있죠.”
“흐음······.”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이름난 한 명에 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그게 네가 말하는 판도라의 뚜껑이냐?”
“예. 사실 진짜 이름은 모르고 모두가 판도라라고 부르는 용병입니다. 활동 무대는 콜롬비아와 남미쪽으로 알고 있습니다.”
“··········흥미롭군. 자세하게 설명해 봐.”
“알겠습니다.”
애드원의 설명에 의하면 판도라라는 용병은 수수깨끼가 많은 인물이었다.
대략 10여년 전부터 활동하던 그 용병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르헨티나의 반란 사건때였다.
남미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식민지이지만 뜨거운 라틴의 근성 때문인지 소소한 소란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 하나가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반란 사건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독립세력은 꾸준하게 활동하던 와중에 자신들의 세력 안에서 제법 고위의 능력을 타고난 능력자 두 명을 키워냈다.
변변한 지원도 해주지 못했는데 고위 능력자로 성장한 둘은 대단한 실력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총독부를 점거하는 것 까지 성공했다.
그때 때마침 미국은 중국과의 소규모 교전이 있었기에 거기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기도 했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이었지만 일손이 부족해지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현지의 용병을 고용해서 일단 시간이라도 끌려고 했었다.
그리고 거기서 고용한 것이 판도라라는 용병이었다.
그가 미국하고 어떤 조건으로 거래를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는 단신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점거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독립군을 진압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고위 능력자 두 명도 동시에 박살내 버렸고 말이다.
용병을 등한시하고 무시하는 미국으로서도 그런 판도라의 능력은 예상 밖이었다.
미국은 판도라에게 미국 국민이 될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보통 일개 능력자가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은 미국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심기를 거스른 용병을 보고 미국은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중국과의 마찰이 진정되자 재빠르게 판도라에게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한 번 매운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미국의 고위 능력자를 세 명이나 파견했다고 한다.
제이 도미니스나, 애덤스 마이클스 같은 간판급은 아니었지만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능력자를 세 명이나 파견했었다.
절대로 패배를 생각하지 않던 미국이었지만···.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는 정 반대로 나왔다.
판도라라는 용병 하나에 미국의 최정예 고위 능력자 세 명이 패했다.
그냥 패한 것도 아니고 그들은 판도라를 만난 자리에서 죽어 버렸다.
미국은 당연히 길길이 날뛰었고 미국의 미친 검둥개를 풀었다.
바로 애덤스 마이클스였다.
그리고 미국은 극비로 하고 있지만 용병계에만 은밀하게 퍼진 콜롬비아의 결투가 벌어졌다.
일개 용병 하나에 세계 최강의 능력자 중에 한명인 애덤스 마이클스가 덤볐고···.
거의 죽다가 살았다고 한다.
“그게 정말이야!?”
“루머라는 소문도 많지만···. 저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놀랍군.”
애덤스 마이클스의 실력은 나도 잘 안다.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게 최초로 패배를 안겨 줬던 놈이다.
그런 놈을 이긴 용병이 있다니····.
‘그러고 보니 그 자식 얼마 전에 미하엘 알렉산도르에게도 깨졌지?’
비공식이라고 해도 나한테 이겼던 놈이 여기저기서 깨지고 다니니까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군.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럼···. 매즈 크레이그는 콜롬비아에서 그 판도라라는 놈을 설득하러 갔단 말이야?”
“아마 그럴 겁니다. 저 친구는 그 전에도 판도라를 무척이나 동경했습니다. 수수깨끼의 최강의 용병이라고 말이죠.”
“흐음·······.”
아무래도 매즈 크레이그가 깨어나면 자세한 사정을 들어봐야 겠다.
꼬박 하루가 지난 후에 매즈 크레이그는 의식을 차렸다.
난 그가 정신을 차리자 마자 내 사무실로 불렀다.
“고생 많이 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치료하신 건지 아주 말끔하게 나았군요.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난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커피 한잔을 내밀면서 말했다.
“나중에 그 비결을 소개해 주지. 고맙다고 인사해라.”
“··············?”
“어쨌든 내 궁금증을 풀어 주는게 먼저다. 너 어쩌다가 그 꼴이 되어서 내 전용기에 실려 온 거냐?‘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매즈 크레이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애드원의 말대로 매즈는 콜롬비아로 판도라를 설득하기 위해서 갔었다.
그는 평소에 판도라를 존경하고 있었다.
미국의 고위 능력자를 세 명이나 이기고 그 미친개로 소문난 애덤스를 반죽음으로 만든 강자.
그는 존재만으로도 천대받는 용병들의 설움을 씻어 주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 민재가 용병들을 모아서 보듬어 준다면 그것은 용병계 전체에 좋은 청신호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항상 달콤한 꿀에는 벌레가 꼬이기 마련이다.
용병들 중에는 국제 범죄자나 다름 없는 쓰레기들도 있었고, 난폭하게 날뛰는 자들도 나올지 몰랐다.
그런 용병들을 한군데로 모으려면 절대적인 구심점이 필요했다.
박민재와 문리향도 강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용병들의 마음을 몰랐다.
초기에 난폭한 용병들을 다잡기 위해서는 역시 같은 용병이 중심에 서야 했다.
매즈 크레이그는 그 중심에 판도라가 서줬으면 했던 것이다.
그는 콜롬비아의 수도 산타페데보고타.
일국의 수도라고 하기에는 도시 면적의 9할이 빈민가라는 신기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콜롬비아는 대환란 이전에도 치안이 안 좋기로 소문난 나라였다.
세계 최대의 코카인 생산지.
총 구하는게 자동차 사는 것 보다 쉬운 나라.
그게 콜롬비아였다.
그러다 보니 대환란을 거치고 세계의 치안이 더욱더 나빠졌던 시절···.
콜롬비아는 악당들의 천국으로 변해 버렸다.
사실 지금 콜롬비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도 콜롬비아의 치안 상황을 호전 시킬 방법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수도의 전체 인구중 99%가 범죄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도시에서 어떻게 치안을 지킬까?
그래서 미국은 콜롬비아를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미국은 콜롬비아를 범죄의 진공지대로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범죄자는 콜롬비아로 가라. 범죄자가 출세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라고 말이다.
실제로 용병으로서 오랜 세월을 험하게 살아온 매즈로서도 콜롬비아는 보기 드문 난장판을 유지하고 있었다.
온통 범죄자에 사기꾼에···.
공항에 내리고 나서부터 만난 소매치기가 열네 명, 갱단이 다섯 개, 강도가 일곱이었다.
그들은 남자도 여자도 없었다.
능력자라고 해도 어지간한 고위급이 아닌 이상은 몰래 총으로 갈기면 죽는 법이다.
그래서 여자들도 무기를 들고 갱단에 가담하고 있기도 했다.
길거리는 지저분했고, 거기서 동냥짓을 하는 거지나 노숙자도 즐비했다.
개중에는 남들 신경 쓰지 않고 바닥에서 술 마시고 섹스를 하며 난장판을 벌이는 놈들도 있었다.
아무리 세계에 미쳐버렸다고 해도 이 나라는 좀 심하게 미친 것 같았다.
그렇게 난장판을 지나서 매즈는 사전에 목표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고풍 스러운 성당이었다.
주변에 다른 건물들은 지저분하고 쓰러져 가기 직전인데 그곳 만큼은 낙서 하나 없이 깨끗했다.
마당에는 잡초 하나 없었고, 건물은 무너진 곳 하나 없이 깔끔했다.
이런 난장판에서 어떻게 이런 건물이 있는지는 신기했지만····.
판도라에게 의뢰를 하기 위해서는 여기로 와야 한다는 것을 간신히 알아낸 매즈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왔다.
건물의 안에 들어가니 한명의 늙은 수녀가 성당을 지키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예약하신 손님이죠?”
“그렇다.”
“이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그 분은 곧 오실 겁니다.”
“··········.”
매즈 크레이그는 고해성사를 하는 공간의 안으로 들어갔다.
‘살다 보니 이런 곳에도 와 보는군···.’
좁은 부스안에서 기다리는 그는 신선하기까지 한 기분이 들었다.
세계가 미쳐버린 이후에는 종교도 쇠락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고해성사 따위는 여기 오기전까지 뭔지도 모르고 있던 매즈 크레이그였다.
그리고 잠시후에 반대편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의뢰의 내용은?”
‘목소리가···. 변조했나?’
부자연스러운 목소리에 매즈는 상대가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도라···? 맞습니까?”
“그렇다. 의뢰는?”
“의뢰라기 보다···.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의뢰가 없다고?”
화아아악.
‘우웃···.’
순간 벽 너머로도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매즈 크레이그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도 제법 고위축에 들어가는 능력자인데 이런 격차라니····.
“잠깐 잠깐···. 엄밀히 말해서 의뢰는 있소. 다만 그게 평범한 의뢰가 아닐 뿐이오.”
“············.”
“제발 내 얘기를 들어 주시오.”
“····10분주겠다. 짧게 말하도록.”
“감사하오. 내 말은·····.”
매즈 크레이그는 민재가 한 제의에 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거기에 고위 용병들이 모일 테니 거기서 판도라가 나서서 균형을 잡아주기를 원한다는 말까지 다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판도라는····.
“거절 하겠다. 돌아가도록 하라.”
“잠깐··. 판도라. 왜 거절하는 거요? 당신이 아니면 우리 용병들을 이끌 구심점이 없소.”
“내가 너희들을 이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돌아가라.”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오. 제발 한 번만 생각을 다시 해 주시오.”
매즈 크레이그의 간절한 애원도 소용 없었다.
판도라는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내가 나가고 10분 후에 나가라. 그 전에 나오면 목숨은 없다.”
“잠시만 판도라···.”
매즈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판도라를 쫓으려고 했다.
경고를 무시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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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연참입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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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