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여기가 아프리카인가····? 덥네?”
“예. 정말 정말 덥군요.”
나와 문리향은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짜증이 팍팍 올라가고 있었다.
이런 곳에 인간이 살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누가 인간의 적응력이 바퀴벌레보다 떨어진다고 했을까?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그 인간이 살고 있는 집은 어디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미리 현장에 나와 있던 내 부하중에 한명이 나와서 말했다.
“오시느라고 수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기····.”
“뮈지?”
약간 문제가 있는 듯한 그의 말에 문리향이 눈썹을 꿈틀 거리면서 말했다.
거기에 부하는 정말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말씀하신 매즈 크레이그가 지금 여기에 없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지금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뭐라고? 주군이 온다고 말하지 않았단 말이냐?”
“아···. 그게 전하기는 했는데···. 초원으로 사자 사냥을 나간다고 하면서·····. 오늘 아침에·····.”
“그 놈이 감히·····.”
문리향이 옆에서 눈에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정작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 놈이 더 설치다니···.
“진정해 문리향. 날 마중 나오든 기다리던 생 까고 튀던 그 놈의 자유다.”
“주군 하지만····.”
“기다려. 어차피 이 정도 푸대접은 예상했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사실 오기 전에 진아가 미리 말했었다.
용병들이 강대국에 가지고 있는 마이너스 이미지를 생각하면 아마 좋은 대우는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뭐···. 별로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내 사람이 된 후에도 싸가지 없게 굴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때는 한 번 두고 보자고····.’
우리는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잡고서 놈을 기다렸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다 똑같은 법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렇게 가난한 지방에서도 고급 호텔은 있는 법이라는 말이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지어진 호텔은 설비도 일류였다.
난 매즈 크레이그라는 남자가 오기까지 적당히 시간을 때우면서 이 도시에서 기다렸다.
생각보다 볼게 많은 도시였다.
도시에서 외각으로 약간만 벗어나니까 기린이 나무에서 풀 뜯어 먹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것 말고도 가난한 사람들과 고생하는 아이들도 많이 보였지만···.
그것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소말리아의 못 사는 사람들을 모두 해결하려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전 재산이 거덜 날 것이다.
‘그러니 가난은 나라도 어찌 못한다고 하는 거겠지···.’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닷새····.
열흘·····.
“좋아. 이제 슬슬 화나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시아 얼굴 보고 싶어 죽겠다.
이 나라의 뜨거운 태양이 좀 지겨워 졌다.
내 말에 문리향이 재빨리 반응했다.
“제가 잡아 올까요? 주군.”
“아니. 같이 가자.”
그리고 가서 싸가지 없게 굴면 사자 사냥중에 사자 밥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아프리카 대 초원.
거기서 몇 명의 남자들이 유유자적하게 나들이라도 나온 것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온갖 맹수가 우글거리는 이 대초원을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는 이유는 이 남자들이 모두 한가닥 하는 능력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매즈님. 정말 이래도 괜찮을 까요?”
“뭐야? 너 겁나냐?”
“하하하···. 그거야 뭐····.”
매즈를 따라서 사냥을 나온 심복은 어설프게 웃었다.
한국의 최강자가 얼마 전에 찾아온다고 연락하고 만나자고 했었다.
그때 적당히 얼버무린 다음에 찾아올 날짜에 딱 맞춰서 사자 사냥을 나와서 바람 맞추고 있었다.
불안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괜찮을까? 듣기로는 성격도 지랄 같다고 하던데····.’
불안해 하는 부하에게 매즈 크레이그가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떤 놈인지 몰라도 직접 보고 별것 아니면 내가 한 방 먹여 버릴 테니 말이야.”
“어디 한 번 해보시지 그래?”
대답은 그의 머리 위해서 들려왔다.
‘오~, 젠장······.’
용병 치고는 잘 나가던 매즈 크레이그의 인생이 쬐~~끔 꼬이기 시작했다.
“하하하···. 여기 이거라도 드시겠습니까? 누의 살코기로 만든 스테이크인데····.”
매즈 크레이그의 심복으로 보이는 남자가 먹음직 스러운 스테이크를 우리에게 가져다 줬다.
하지만 이걸로는 내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사자 사냥을 나왔다고 하더니 누나 잡고 있었나?”
“여차하면 사자 스테이크라고 올릴까? 어이 여기 사자 스테이크 일인분. 기생충 우글우글 거리는 레어로~.”
놈의 건방진 말에 내 옆에 있던 문리향이 벌떡 일어났다.
“이 놈이 감히·····.”
“문리향, 일단 참아라.”
난 일단이라는 말에 무게를 뒀다.
“····알겠습니다.”
문리향이 다시 앉자 놈은 날 보면서 이죽 거렸다.
“기르는 개의 교육은 잘 시켰군.”
“경고해 두겠는데···. 네가 개 취급 한 남자는 너보다 10배는 강하다. 그리고 덤으로 하나 더 경고해 두겠는데···. 쟤가 한 번 더 빡치면 나도 막을 생각 없으니 입 조심 하는게 좋을 거다.”
“호오····. 그럼 한 번 해보지 그래?”
“주군. 안 참아도 되겠습니까?”
문리향의 말에 난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죽이면 안 된다.”
“병신으로 만드는 것은····?”
“그 정도라면 괜찮다.”
문이화에게 치료해 달라고 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것들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구나.”
나와 문리향의 대화를 듣고 매즈 크레이그는 눈에서 불똥을 튀기면서 살기를 세웠다.
아무래도 한 번쯤은 제대로 밟아 주는 편이 좋겠다.
‘아니지···. 이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난 놈을 향해서 말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우리 내기 한 번 할까?”
“내기?”
“그래···. 나한테 이기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여기 보이는 내 오른팔에게 이기면···.”
“오른팔·····.”
내 말에 문리향이 자기도 모르게 몽롱한 시선으로 중얼 거렸다.
하지 말아줄래?
너 그럴 때 약간 징그럽거든?
“큼~, 여기 내 오른팔에게 이기면 네가 원하는 소원 하나를 들어주지. 문자 그대로 뭐. 든. 진.”
“······뭐든지라···. 그게 정말이냐?”
“그래. 아니면 내가 거짓말 할 사람으로 보이나?”
“·········그렇게는 안 보이는군.”
놈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렇게 대답했다.
‘바보 자식···. 네가 시아도 아닌데 당연히 거짓말 하지.’
내가 절대로 거짓말 하지 않는 상대는 오직 시아 뿐이다.
이 놈은 아무래도 좋다.
“그럼···. 네 부하가 이기면···.”
“오른팔이다.”
중간에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문리향을 보고 놈이 나한테 말했다.
“······쟤 괜찮은 거냐?”
“·········그렇게 믿고 싶다.”
“·············· 어쨌든··· 놈이 이기면 난 뭘 해줘야 하지?”
말이라고 하냐?
“간단해. 난 널 스카웃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지면 내 부하로 들어오면 되는 것이다.”
“·············.”
내 말에 놈은 약간 망설이기 시작했다.
내 밑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다.
한참을 망설이던 놈은 나에게 말했다.
“난 절대로 나라에는 소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데 어떻게 네 부하가 되겠느냐?”
“간단하지. 난 너보고 대한민국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는게 아니다. ‘내’ 밑에 들어오라고 하는 거지.”
“····그게 그거지.”
“전혀 다르지. 내 밑에서 일해 보면 알 거야.”
“어쨌든 위험 부담이 너무 큰 내기군····. 내가 해야 할 이유가 뭐지?”
“글쎄···. 내가 너라면 여기가 인적이 드물고 시체 유기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수이고 무엇보다 네가 날 지난 열흘 동안 빡치게 했다는 것을 상기하겠다.”
내 말에 놈의 뒤편에서 부하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서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하나 둘,····· 스물? 고작 저 머리수로?’
분노 이전에 어이가 없을 정도다.
“분위기 파악해라. 뒤의 피라미들.”
난 그렇게 말하면서 놈들을 향해서 뇌전의 채찍을 휘둘렀다.
콰아앙~!!!
“··············.”
“··············.”
“··············.”
공포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나름 껄렁하게 자세 잡고 있던 놈들은 단 일격에 얼어 버렸다.
놈들의 바로 코앞에는 내가 일격에 만들어 버린 거대한 균열이 자리하고 있었다.
“········과연···. 아시아 최강자라 이건가?”
“아시아 최강? 요새 내가 그렇게 불리고 있나?”
“당신 아니면 미하엘. 둘 중 하나라고들 평가하고 있지.”
놈의 말은 너에서 당신으로 변했다.
역시 힘을 보여주면 대우가 달라지나 보다.
“그래···. 어쨌든 네 부하들 진정 시켜라. 안 그러면·····. 알겠지?”
“········모두 뒤로 물러나라.”
내 말에 놈은 뒤편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지금부터 일대일 대결을 시작하겠다. 너희들도 들어서 알겠지만 결과에 따라주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따르겠습니다.”
“대장님 말씀이라면····.”
순종하는 부하들을 보면서 난 의외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인망은 있는 모양이군.’
넓은 공간이 만들어지고 문리향과 매즈 크레이그가 서로 대치하기 시작했다.
이 대결에서 문리향이 질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문리향은 내가 소멸의 권능을 쓰지 않으면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강력한 능력자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더욱더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금 단계에서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가끔 대련해주는 나도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놈은 어떨까?
실력은 둘째 치고 문리향은 놈의 능력에 대해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능력자간의 전투에서 자신의 능력이 적에게 알려져 있다는 것은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대응책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료에 의하면 놈의 주 능력은 아머라고 하는 신체 보호능력. 그걸 위주로 한 근접전이 특기인 타입이었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원거리에서 검격의 폭격을 가하는 문리향으로서는 봉 중의 봉이다.
다만···. 실전인 만큼 변수는 있을 수 있겠지?
과연 예상이 실제대로 굴러갈지 말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말이다.
“시작하지.”
“먼저 들어와라. 꼬마야.”
“·····오냐? 그렇게 해 주마. 근육 돼지.”
문리향은 사양하지 않고 열 자루의 검을 놈에게 투척했다.
콰콰쾅~~!! 쾅~!!
순식간에 날아간 대초원에 폭음을 울리면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광경을 보고도 매즈 크레이그의 부하들의 안색에는 한 점의 변화도 없었다.
‘자신들의 대장이 아무래도 좋다는 타입으로는 안 보였는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흙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매즈 크레이그의 모습은 뭔가 바이킹을 연상 시키는 갑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원래 근육질에 덩치도 있는 인간이 저런 갑옷을 입으니까 진짜 고대의 바이킹 해적 같다.
“이게 중국 최강의 공격력이냐? 별것 아니군.”
“··············.”
조금 놀랬다.
아무리 그래도 완전 노데미지라니···.
‘대단한 걸?’
방금 저 공격을 노 데미지로 받아낼 수 있는 인간은 십천 중에서도 나 하나 정도일 것이다.
“그럼 어디 내 공격도 받아 봐····· 랏!!!”
놈은 말과 함께 급격하게 박차고 달려 나갔다.
마치 치타가 스타트와 동시에 초고속으로 가속하는 것 처럼···.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문리향에게 다가간 놈은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엉~!!
마치 큰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둘렸다.
매즈 크레이그의 주먹은 문리향이 몸 주변에 두르고 있는 검에 맞았지만 문리향이 통째로 뒤로 밀려나갈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힘만 쎄가지고····.”
“힘도 쎈거다.”
놈은 그렇게 하면서 다시 한 번 어택해서 문리향의 검의 보호막을 후려쳤다.
퍼어엉~~!!
이번에는 더욱더 큰 소리와 함께 문리향의 검이 몇자루 부서질 정도였다.
‘흐음···. 어떻게 보면 김수경씨하고 비슷한 타입인가? 다만 조금 느리고 대신 좀 더 단단하군.’
강도를 높인 다음 육탄 돌격으로 데미지를 입힌다.
그것 자체는 김수경씨하고 같은 타입이었다.
‘그런데·····, 저러다 지는 건 아니겠지?’
보다 보니 조금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만약에 문리향이 진다면·····.
‘약속이고 나발이고 이 놈들을 다 묻어 버리는 수 밖에····.’
“어이~. 갑자기 한기가 안 들어?‘
“너도? 실은 나도 그래.”
“나도 나도···.”
매즈 크레이그의 부하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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